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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96화 (296/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2. 사건을 맡다.(1)

2. 사건을 맡다.

- 너 이 게임 해 봤어?

우용은 VR 머신을 가방에서 꺼내며 말을 했다. 그러자 주변에 남자아이들이 모였다.

- 와. 이거 얼마 전에 출시된 거 아냐?

우용은 자랑스러운 듯이 말을 했다.

- 카타콤(Catacomb)이지. 이거 쓰고 한 번 해 봤는데 정말 장난 아냐.

- 그거 계정 등록하는 비용도 장난 아니라던데.

우용의 말에 친구들은 부러운 듯이 말을 했다.

- 음하하. 난 이번에 행사하는 걸 낚아챘지.

우용은 자랑스러운 듯이 VR 머신을 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용의 뒤에 앉아 있던 소희가 남자애들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너 아이디 뭐야?

반에서 가장 도도하기로 이름난 소희가 남자아이들 쪽, 아니 우용에게 말을 걸자 우용은 당황한 표정으로 소희를 쳐다보았다. 우용은 소희를 보며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 나? 나는.. 더스트(Dust)야. 어새신(Assassin)이 직업이야.

우용의 말에 소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어새신이 직업을 함부로 말하면 어떻게 하니?

소희의 말에 우용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 그게... 그런데 너도 카타콤 하는 거야?

우용의 말에 소희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 난 그 게임 CBT(Close Beta Tester)라...

'CBT'라는 말에 남자아이들이 모두 눈이 커졌다. 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엄선해서 CBT를 뽑았기 때문에 CBT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더욱이 CBT부터 이 게임을 하고 있다면 레벨이 최소 100은 넘는 유저였다.

- 정말? 대단한데? 난 겨우 레벨 30 넘었는데...

소희는 우용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래?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 길드에 들어올 수 있을 거 같네.

소희의 말에 우용과 아이들이 더욱 놀란 표정으로 소희를 보았다.

- 길드?

소희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래. 레벨 50 넘으면 헬포드(Hell Forward) 마을로 와.

소희의 말에 우용을 비롯한 남자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비록 게임 속이지만 소희와 만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었기 때문이었다.

- 아.. 알았어.

소희는 남자 아이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남자 아이들은 더 이상 우용의 VR 머신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카타콤을 해야겠다는 열망만 가득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가영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 쟤는 왜 저렇게 떠들고 다니는 거지?

가영은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어젯밤에 마주친 누더기를 떠올렸다.

- 걔가 맞는데... 도대체...

가영은 혼자 중얼거리며 책을 꺼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애가 이 게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영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안경을 쓴 짝꿍이 가영을 보며 말했다.

- 건물 무너지겠네.

가영은 짝을 쳐다보며 말했다.

- 안 무너지거든?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짝에게 말했다.

- 예찬아, 너 컴퓨터 잘 한다고 했지?

예찬은 가영을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 보통 이상은 하지.

가영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말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어서 말야.

예찬은 가영을 보며 말했다.

-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한두 개여야 말이지.

예찬의 말에 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어서.

예찬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며 말했다.

-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한테는 말이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져서 말야.

가영은 예찬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지난번에 그 일은 정말 착각한 거였어. 하지만 이번엔 착각이 아냐.

가영의 말에 예찬은 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 또 뭔데?

그런데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왔다. 가영은 목소리를 낮추며 예찬에게 말했다.

- 이따 점심시간 때 얘기하자.

가영이 그렇게 말을 하자 예찬은 고개를 끄떡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차렷. 경례.

예찬의 구령에 맞춰 아이들이 모두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예찬은 자리에 앉으며 아직도 '차렷, 경례'를 시키는 선생님을 뚱한 표정으로 보았다.

선생님은 예찬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 이젠 말 안 해도 잘 하네. 반장.

- 또 혼나긴 싫거든요.

예찬의 말에 아이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지시봉으로 탁자를 치며 말했다.

- 선생님께 인사를 하는 건 기본 예의니까. 아무튼... 반장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했지?

예찬은 책을 펼치고 대답했다.

- 86 페이지요.

- 땡큐!

예찬은 책을 펼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가영이 예찬을 보며 말했다.

- 저 별난 선생님이 너 좋아하는 거 같아.

가영의 말에 예찬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장난하냐?

- 누가 이렇게 떠들어.

선생님의 말에 두 사람의 대화가 끊기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수업 종이 울리자 예찬이 다시 어김없이 일어나 '차렷, 경례'를 했고, 아이들 중 깨어있는 일부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수업이 끝났다.

예찬은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영이 예찬에게 말했다.

- 내가 저기 가서 햄버거 사줄게.

가영의 말에 예찬은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 난 밥이...

하지만 가영은 예찬의 손을 잡아 당겼고, 예찬은 가영의 손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왔다. 멀리서 그런 가영과 예찬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소희가 쳐다보고 있었다.

- 쟤네 사귀냐?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아이가 대답했다.

- 예찬이가 누구랑 사귀는 거 봤냐? 가영이가 일방적인 거겠지.

- 저 자식, 또 여자애 하나 울리겠구나.

아이들의 말에 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급식소로 향해 갔다. 아이들은 소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가자 의아한 듯이 소희를 쳐다보았고, 소희와 친한 몇몇 아이들이 '같이 가.'하고 외치며 소희 뒤를 따라갔다.

- 무슨 일인데?

학교 앞 햄버거 가게에 간 예찬은 앞에 놓인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고 물었다. 가영은 콜라만 홀짝거리며 마시다가 말했다.

- 너 혹시 중학교 때 재현이 기억나?

예찬은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 재현이? 아! 그 운동 잘 하던 애?

- 응. 맞아.

가영의 말에 예찬이 가영을 놀리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 연애 상담이야? 난 그런 거..

예찬의 말에 가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니야. 그 재현이라는 애, 교통사고로 죽었거든.

가영의 말에 예찬이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가영에게 말했다.

- 그래? 난 몰랐는데.

예찬의 말에 가영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학교에서는 전학 간다고 하고 했거든. 나랑 같은 동아리여서 뭐라고 얘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우리 아빠가 의사잖아.

예찬은 가영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런데?

- 아빠 병원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아빠가 누군가하고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 '우리 딸하고 같은 학교군요. 너무 큰 사고여서 살 가망성이 없네요.'하고 말야.

가영의 말을 듣고 예찬이 물었다.

- 그것만 가지고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 수 없잖아.

- 그래서 내가 아빠한테 물어봤거든. 아빠가 그러더라구. 재현이라는 애라고.

- 음.. 그렇구나. 그런데 그거랑 니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게 무슨 관계인데?

예찬의 말에 가영이 대답했다.

- 재현이랑 중학교 때 게임 동아리였거든. 그런데 재현이 아이디가 조금 이상했어. 겉멋만 잔뜩 든 아이디라고 생각했는데...

예찬은 가영의 말에 햄버거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 그러니까 그 아이디를 어딘가에서 봤다는 말이잖아.

예찬의 말에 가영이 고개를 끄떡였다.

- 그게 뭐가 이상한 일이야? 아이디는 겹칠 수 있어. 난 또 뭐라고...

예찬의 말에 가영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아니야. 그 애 아이디가 미라지 엑스(mirage X)거든. 그런 아이디를 어디서 본 적 있어?

가영의 말에 예찬은 콜라를 벌컥 마시고는 말했다.

- 확실히 특이한 아이디이긴 하지만, 전 세계 60억 인구 중에 그런 아이디를 쓰는 누군가는 있을 거야.

가영은 다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 너도 카타콤 하지?

가영의 말에 예찬이 고개를 끄떡였다.

- 그냥 머리나 식힐 겸 가끔 하는 거야. 애들처럼 레벨 업에 목매진 않아.

예찬의 말에 가영이 물었다.

- 니 캐릭터 본 적이 있거든. 너랑 똑같이 생겼던데?

가영의 말에 예찬이 미간을 찌푸렸다.

- 너 스토커냐?

예찬의 말에 가영이 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 야, 니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내 스타일 아니거든.

가영의 말에 예찬이 대답했다.

- 다행이네. 너도 날 좋아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야.

- 도끼병은..

예찬은 가영의 말에 피식 웃었다.

- 그래서 그 아이디를 쓰는 캐릭터가 재현이랑 많이 닮았다는 거야?

예찬의 말에 가영은 다시 현실로 돌아온 듯 고개를 끄떡였다.

- 응. 닮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재현이었어.

가영의 말에 예찬이 물었다.

- 중학교 때 봤다면 지금쯤이면 기억이 안 나지 않나?

예찬의 말에 가영이 고개를 저었다.

- 사실...

예찬은 감자튀김을 집어먹다가 가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 좋아했냐?

- 아니거든. 죽은 우리 오빠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잊을 수가 없는 것뿐이야.

가영의 말에 예찬은 감자튀김을 다시 입에 넣다가 멈췄다.

- 미.. 미안. 난 그런 줄 모르고...

예찬의 말에 가영이 억지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괜찮아. 그 재현이라는 애가 우리 오빠랑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말야. 재현이를 처음 봤을 때 난 우리 오빠가 다시 살아 돌아온 줄 알았거든.

- 음...

예찬이 고개를 끄떡이자 가영이 말했다.

- 며칠 전부터 이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도무지 알 수가 없거든.

가영의 말에 예찬이 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런데 내가 도울 일이 뭐야? 그 사람 확인? 신상털이?

예찬의 말에 가영이 조그맣게 말을 했다.

- 그 있잖아... 전에 수학여행 갔을 때 니가 얘기해 준 그 사이트.

- 진실의 문?

- 응. 그거. 거기에 의뢰해 보면 안 될까?

예찬은 자신의 가벼운 입을 탓하며 말했다.

- 거긴 정말 이상한 일이 있을 때 의뢰하는 데야.

- 이만큼 이상한 일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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