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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95화 (29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1. 게임의 시작 (8)

- 알았어요. 일단 레드 드래건 만나러 떠날게요. 뭐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잘 지내다 갑니다.

재현이 그 자리에서 바로 떠나려 하자 황제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 준비는 다 됐나?

재현은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 준비랄 게 뭐 있나요? 그냥 만나고 오면 되는데.

재현의 무모함에 황제가 다시 말을 이었다.

- 레드 드래건을 만나는 것도 힘들지만, 드래건 레어까지 가는 길이 몹시 험난하다네. 몬스터들도 대단히 많고.

재현은 '몬스터'라는 말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했다.

'그냥 도망갈까? 그런데 숨어 살 수 있나? 아이 귀찮은데...'

재현은 다시 고개를 돌려 황제를 보며 말했다.

- 그럼 준비를 해야겠죠? 하하하.

재현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 그래야지. 일단 왕궁 무기고와 식량 창고에 들렀다 떠나게.

재현은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뭐 다시 와야 되는 건 아니죠?

황제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다시 올 필요는 없네. 아 그리고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까지 가는 길은 그루퍼가 안내해 줄 것이네.

재현은 '기한 무제한'이라는 말을 보고는 마을에서 최대한 버티려고 했었다.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큰 집도 사고, 편안하게 지내다가 정 닦달을 하면 그 때나 가려고 했으나 황제는 그러한 잔머리조차 파악하고 있었는지 '그루퍼'를 동행인으로 붙여놓은 것이다.

물론 무력으로 제압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수배령이 떨어져 게임을 접거나 평생 숨어 사는 꼴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영악한 황제 같으니라고.'

재현은 황제의 말에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 아, 그렇군요. 아주 친절한 영웅이신 그루퍼님께서 저를 안내해 주시는군요.

재현은 비꼬는 말투로 얘기를 했지만, 그 말을 진심으로 알아들은 그루퍼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저 같이 미천한 존재를 그렇게 평가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재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루퍼를 쳐다보다가 황제를 보았다. 황제는 다소 얼굴이 붉어졌다. 재현은 무슨 일일까 생각을 하다가 뭔가 떠올렸다.

'아! 진정한 드래고니아가 되면 대륙을 통일할 수도 있고, 황제가 될 수도 있군.'

재현은 그제야 감이 오기 시작했다. 이 이벤트대로 한다면 지금의 황제는 그저 중간에 스쳐가는 인물 중 하나일 뿐인 것이었다. 재현은 그 순간 눈이 반짝였다.

'오호라.. 황제가 될 수 있단 말이지?'

재현은 기쁜 마음으로 황제를 보며 말했다.

- 그럼 준비를 하고 금방 떠나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재현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뒤로 그루퍼가 헐레벌떡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 황제 폐하께 무례하게 구시면 안 됩니다.

그루퍼가 뒤에서 말을 하자 재현은 귀를 파며 말했다.

- 내가 진정한 드래고니아가 되면?

재현의 말에 그루퍼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아마도 재현의 이벤트를 다른 NPC들도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재현은 당당하게 말을 했다.

- 하하하. 아무튼 내가 나중에 드래고니아가 되면 그루퍼 당신은 진짜 좋은 자리 하나 줄게.

재현의 말에 그루퍼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했다.

- 저는 그런 감투를 바라며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루퍼의 말에 재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딱딱하긴.

두 사람은, 특히 재현은 시답지 않은 말을 계속 늘어놓으며 말을 타고 산 입구 쪽까지 갔다. 재현은 조금은 불안한 표정이 되어 그루퍼에게 말했다.

- 준비는 다 했지?

재현의 말에 그루퍼는 의아한 듯이 재현을 쳐다보았다.

- 미리 준비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루퍼의 말에 재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 내가 왜 준비를 하지? 당신하고 같이 가니까 당신이 준비를 해야지.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고개를 저었다.

- 저의 임무는 입구까지 모시고 가는 것입니다. 저는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에 들어갈 자격이 없습니다.

그루퍼의 말에 재현은 깜짝 놀라 물었다.

- 뭐? 여길 나 혼자 올라가라구?

- 당연하지 않습니까? 드래건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저와 함께 가실 수는 없습니다.

그루퍼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재현은 황당함을 느끼고 말했다.

- 진작 말을 했어야지!

그러자 그루퍼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드래고니아가 되러 가시는 길인데, 누군가와 같이 갈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재현은 그루퍼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그루퍼에게 욕을 퍼 부었다.

'이런 젠장 맞을 놈 같으니라고. 이 험한 데를 나 혼자 가라고? 그리고 드래고니아가 되러 가는 길인데 누구와 같이 갈 수 없다고? 같이 가서 축하도 해 주고 그럼 어디가 덧나? 내가 갔다 와서 황제만 되면 넌 감옥행이야. 쟈샤.'

재현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그루퍼는 예의 날카로운 눈매로 재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 난 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단 말야.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 안타깝습니다. 입구의 문을 열었기 때문에 지금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현은 눈을 부라리다가 그루퍼에게 말했다.

- 그럼 네 칼이라도 빌려줘. 갔다 와서 줄게.

재현의 말에 그루퍼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재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재현은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그루퍼를 쳐다보며 말했다.

- 흠흠.. 앞으로 황제가 될 사람으로서 명령하는 거니까 얼른 칼을 내 놔.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조금 당황하다가 말을 했다.

- 황제가 되신 후에 명령을 내리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루퍼가 지지 않고 말을 하자 재현은 화를 내며 말을 했다.

- 너 때문에 내가 가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그루퍼는 다소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진정한 드래고니아는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에서 죽지 않습니다.

재현은 그루퍼의 말에 분노를 터트렸다.

- 야! 너 말끝마다 말대답인데, 그냥 칼 주면 안 돼?

- 이건 저의 몸과 같은 것입니다.

- 그러니까 잠깐 쓰다 준다구.

그루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했다.

- 그렇다면 드리겠습니다만...

- 만?

그루퍼가 주저하는 말에 재현이 말을 했다.

- 이걸로 드래건 살점이라도 발라오라면 올 테니까 빌려 줘!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마음을 잡은 듯이 말했다.

-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칼에 드래건의 축복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 드래건의 축복?

재현은 '창'을 열고 자신의 스킬 창을 보았다. 드래건 능력 중 '축복'이란 것이 있었지만,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았는지 회색으로 보였다.

- 그 능력이 있긴 한데, 아직 못 써.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재현을 보며 물었다.

- 드래건의 축복은 드래건이 내려줄 수 있는 능력입니다.

- 그래?

재현은 어찌되었건 자신은 드래건을 만나러 가야 하고, 그걸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칼을 가져가야 했기에 꼭 받아준다고 약속을 했다.

- 그렇게 해 주신다면 지금 드리지요.

그루퍼가 칼을 풀어 재현의 앞에 내 놓았다. 재현은 그루퍼의 마음이 변할까봐 얼른 칼을 받아 들었다.

- 정보

재현이 그루퍼의 칼을 받아 들고 확인을 하자 눈앞에 놀라운 창이 하나 떴다.

이름 : 가드 오브 드래건(Guard of Dragon)

레벨 : 200+

공격력 : +1000~1400

물리적 데미지 40% 추가

방어력 : + 2000

마법 회피가 50% 이상 증가.

갖고 있는 사람의 전 능력치 +20 상승.

재현은 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루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 드래건의 축복을 받으면 이 칼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재현은 그루퍼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 그렇겠네.

재현은 칼을 허리에 차고 그루퍼에게 말했다.

- 너무 걱정 마. 금방 다녀와서 줄 테니까.

재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 입구에 섰다.

'내가 황제가 되면 이 칼을 바치라고 해야겠다. 흐흐흐.'

재현이 어떤 마음을 먹고 서 있는지 모르는 그루퍼는 재현에게 당부를 했다.

- 주어진 임무를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재현은 입구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 오케이. 나중에 보자구.

재현은 그루퍼를 뒤에 놔두고 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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