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93화 (293/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3 - 1. 게임의 시작 (6)

재현은 책을 좀 떨어져서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10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책이었기에 5890페이지라는 말에 의아함이 생겼다.

재현은 제일 뒤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은 만 페이지나 되었다. 재현은 중간을 펼쳐서 5890페이지를 펼쳤다.

드래고니아(Dragonia)

이것은 직업도 종족도 그렇다고 스킬도 아니다. 드래건의 피를 먹거나 아니면 드래건이 인정한 기사, 마법사 등에게 붙는 칭호이다.

이 세계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아직까지 드래고니아는 출현하지 않았다. 드래서 모두들 전설에서만 존재하는 칭호라고 생각하고 있다.

드래건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드래건의 피를 먹거나 그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래고니아에 대한 정보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전설에 나오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드래고니아는 물리적 충격을 99% 소멸하고, 마법에 대한 저항력은 거의 100%로 마법에 의한 피해는 입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더욱이 비록 드래건만큼은 아니지만 드래건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능력치가 드래건과 흡사하게 올라간다고 전해지고 있다.

재현은 거기까지 읽고 허공에 소리를 쳤다.

- 정보

그 순간 재현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재현은 방금 전에 자신이 본 정보창과는 너무도 다른 정보창이 눈앞에 떠오르자 놀라서 눈이 커다래졌다.

아이디 : 미라지 엑스

고유 레벨 : 3(+280)

직업 : ????(+드래고니아)

창작 아이템

드래건의 피의 영향으로 장착하고 있는 모든 아이템에 물리적 저항력 ?90%, 마법 저항력 ?99%가 생성된다.

갑옷 : 백수의 옷신발 : 백수의 신발

장갑 : 백수의 장갑무기 : 없음

액세서리 : 없음.

보유 아이템 : 다이아몬드

상태창

체력 : 20(+4000)/25(+4000)  마나 : 1(+50000)/1(+50000)

힘 : 12(+999)민첩성 : 10(+999)

정신력 : 8(+999)지력 : 3(+999)

특수 스킬

방한(Not Cold) : blv. 1

설인(Snow Man) : blv.1

승마술(Riding Horse) : blv. 3

드래건 친화력(Dragon Friendship) : 80%

드래건 스킬 : 목록보기를 외치면 보입니다.

- 이거... 완전 미친 아이템인데?

재현은 순식간에 자신이 엄청난 능력자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재현은 다시 매뉴얼을 읽기 시작했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매뉴얼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 너무 쉽게 알게 되잖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글의 내용이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던 것들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많은 내용을 다 읽었을 때 재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 이건... 완벽한 게임이잖아...

재현이 매뉴얼을 다 읽고 문을 열고 나왔을 땐 어느 새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되었을 때였다.

밤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무척 가벼웠다. 재현이 한 걸음 걸어 앞으로 나가자 일을 하러 가던 NPC들이 재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저... 저 사람은..

그리고는 한 NPC가 놀라 촌장에게로 달려갔다. 재현은 저 멀리서 촌장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제처럼 촌장에게 달려가지는 않았다. 촌장이 왜 자신에게 달려오는지 대충 알았기 때문이었다.

- 드... 드래고니아...

촌장은 재현을 보자 놀란 눈이 되어 중얼거렸다.

- 그런가요? 저는 뭐 크게 감흥이 없어서.

재현의 말에 촌장이 다른 NPC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 마.. 말을 준비하게. 그리고 그루퍼 대장도 부르고.

촌장의 말을 들은 NPC가 고개를 크게 끄떡거리며 마을 바깥으로 뛰어갔다.

- 지... 진짜 드래고니아이십니까?

촌장의 말에 재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그럼 어제는 왜?

- 그냥 '놀이'라고 해 두죠.

재현은 왠지 자신이 겉멋 잔뜩 든 멍청이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언제 이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잔뜩 거드름을 피웠다.

촌장은 너무 놀랐는지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했다. 그 순간 마을 입구에서 그루퍼가 말을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재현 앞에 서더니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 지.. 진짜 드래고니아라니..

그루퍼는 말에서 내려 재현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 게이트 수장 그루퍼 인사드립니다.

그루퍼의 정중한 인사를 받은 재현이 그루퍼에게 말했다.

- 일어나죠. 대장이 이러면 다른 사람들 사기가 떨어지니까요.

재현의 말에 그루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까지 못나보이던 재현이 이젠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처럼 보였다.

- 어.. 어서 성으로 가세. 화.. 황제께 드래고니아의 출현을 알려야 하지 않은가.

촌장의 말에 재현이 촌장에게 물었다.

- 드래고니아가 출현하면 황제께 알려야 합니까?

재현의 말에 촌장 대신 그루퍼가 나서서 말했다.

- 드래고니아는 전설의 존재입니다. 더욱이 드래고니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의 위상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황제께 알려야지요.

재현은 조금 생각을 하고는 말했다.

- 그런데 드래고니아가 되면 뭘 하죠?

그도 그럴 것이 재현이 보기엔 그저 드래건이 출몰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부인 동네에서 드래고니아가 나타났다고 해서 그리 크게 바뀔 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현의 말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놀란 표정이라기보다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 그걸 모르십니까?

재현은 자신이 매뉴얼을 아직 다 안 읽어서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능력이 뛰어나지고, 전설적인 존재가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모르니까 묻죠.

재현의 말에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떴다.

촌장은 당신에게 드래고니아의 전설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내용을 알고 싶으면 '예'라고, 거절을 하시려면 '아니오'라고 대답하십시오.

거절을 하면 드래고니아의 전설은 묻히고 맙니다. 그리고 모든 이의 신뢰도가 0이 됩니다.

'예'라고 대답을 하면 드래고니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스페셜 퀘스트 E

보상 : 드래고니아의 전설을 통해 드래고니아 퀘스트 S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재현은 메시지 창이 너무 극단적인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뭐 이따위야. 퀘스트 S면 죽을 만큼 힘들단 얘길 텐데.'

재현은 어차피 시작된 일이라고 여기고 '예'라고 대답했다.

드래고니아 초입에도 이만한 능력을 갖게 되는데 진정한 드래고니아가 되면 얼마나 대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꿈, 혹은 게임이 그저 시간만 축내라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아무리 백수라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답을 한 것이었다.

그러자 재현의 눈앞에 영상이 하나 흘렀다. 별 것 없는, 그러나 대단히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자막처럼 글자가 흘렀다.

드래고니아의 전설

드래고니아는 40000년 전 레드 드래건 '아시라'와 전설의 팔라딘 '에쿠니아노'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드래건과 인간은 서로 어울릴 수도 없고, 어울려서도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사실 그 둘도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다.

에쿠니아노는 자신의 왕국 '에스트라타 제국'의 위협을 가하는 레드 드래건 '아시라'를 처단하기 위해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에 올랐으나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인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아시라는 에쿠니아노를 농락하여 다시는 이 산맥에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인간으로 폴리모프하여 에쿠니아노에게 접근을 했다.

그리고 은근히 위협을 가하지만, 에쿠니아노는 기사의 정신과 기백을 발휘하여 그 모든 위협과 유혹을 넘어선다.

아시라는 그런 에쿠니아노를 이상하게 여겼고, 시공을 초월한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그의 정신세계에 흥미를 느낀다.

그래서 그를 살려주고 그의 정신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건은 자신이 하찮게 여기던 인간의 정신세계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심오하고 광대한 것을 알고는 몹시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정신력이라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에쿠니아노를 드래고니아로 만든다.

자신의 능력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인간.

그리고 그와 함께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그리고는 고작 50년밖에 살지 않은 에쿠니아노가 지금까지 10000년을 넘게 살아온 자신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것을 보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고작 100년.

아시라는 에쿠니아노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려고 마법을 연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짓. 신은 어느 날 아시라에게 경고를 내린다.

에쿠니아노를 살리면 네가 대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갈 것이다.

아시라는 고민에 빠진 채 시간을 흘려보냈고, 에쿠니아노는 어느덧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게 되었다.

아시라는 살면서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에쿠니아노를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시라의 마법 시도보다 에쿠니아노의 죽음이 먼저였으니...

아시라는 에쿠니아노의 죽음을 슬퍼하며 에쿠니아노를 자신의 몸 안에 봉인한다. 에쿠니아노의 몸은 아시라의 몸 안으로 들어가 같이 융화된다.

20000년이란 시간이 흘러 찾아온 대멸절의 시대.

지상의 모든 생물은 비롯해 드래건까지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된 참혹한 멸절의 시대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 레드 드래건 아시라.

아시라는 지금도 마운틴스 오브 드래건의 맹주로 자리하고 있고, 그 혹은 그녀의 분신체들이 각각 블루 드래건, 블랙 드래건, 화이트 드래건, 그린 드래건이 되어 산맥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자막이 한참동안 흐른 후 재현의 눈앞에 새로운 내용이 떴다.

진정한 드래고니아가 되어라.

스페셜 퀘스트 S

방법 : 레드 드래건을 만나 자신이 드래고니아라는 것을 입증하면 퀘스트 성공.

실패할 시 모든 것이 리셋되어 새로운 캐릭터로 시작해야 함.

보상 : 진정한 드래고니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