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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85화 (28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10. 감춰진 음모(3)

석호는 비참함과 부끄러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 때 광명과 같은 최 베드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다만 너는 나한테 한 번 혼나야 되고.

석호는 파문까지 예상하고 있다가 최 베드로의 말을 듣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최 베드로를 쳐다보았다. 최 베드로는 자신의 책상에 앉으며 말했다.

- 아직 신앙의 힘으로 육체의 쾌락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으니 성경을 모두 써 오거라. 구약, 신약 모두!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후에야 최 베드로 신부에게 내막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때 석호가 본 포르노의 여자 주인공은 수도사의 여동생이었고, 그 여동생은 그걸 마지막으로 찍고 죽었다는 것이었다.

무척이나 예쁘게 생겼기에 마피아들이 그녀를 서로 차지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여동생이 찍힌 마지막 영상이라 보관하고 있었노라고 했다. 그 이후 석호는 그 수도사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그 때 그 수도사가 석호를 끌어안고 어깨를 토닥였고, 석호에게 자신의 여동생이라며 사진을 보여주었었다.

- 신부님도 참..

석호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옛 생각에 잠겼다. 피식 웃으며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려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분명...

석호는 그녀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전라의 여인을 본 것이기도 했지만, 수도사가 석호에게 사진을 한 장 주었었기 때문이었다.

석호는 그녀의 얼굴에는 점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그녀의 코 밑에 점이 하나 보였다.

물론 그 점으로 인해 그녀가 더욱 섹시해 보이긴 했지만, 그건 사진을 편집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다른 사진에도 그러한 점이 있었다면 석호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그녀의 얼굴에만 점이 찍혀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 뭐지?

석호는 사진의 배율을 올렸다. 벡터 형식으로 저장된 파일이라 그런지 그림을 확대해도 크게 깨지지 않았다.

석호는 점 부분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를 하자 거기에는 놀라운 것이 보였다. 석호는 그 부분을 갈무리하여 출력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몸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분명 무언가 더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런 일은 대장이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라, 혹은 전라의 여인의 사진을 대장에게 보내 분석을 해 달라는 것은 민망한 일이었다.

-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인가?

석호는 사진들을 하나하나씩 분석하기로 하였다. 나머지 사진은 모두 페이크였다.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오직 그녀의 사진뿐이었다.

석호는 그녀의 사진에서 네 장의 일기와 같은 문서와 다섯 개의 진료 차트, MRI 사진을 찾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타자를 쳤다.

그리고는 대장에게 메일로 보내 암호화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명동 성당 자신의 사무실로 모이도록 했다.

석호는 의자에 앉아 문서를 차근차근 다시 읽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정보와 연결하여 보았다. 그 문서는 그동안 의문이었던 내용들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었다.

그들의 목적 : '그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분'이라 불리는 인물의 의지를 실행하려고 하려 함. → 추후 모임에 몇 번 더 참여한  그들의 진짜 목적을 할 수 있을 것 같음.

조직의 인원

? 다나카 이치로(田中一郞) - 동북아 복지재단 이사장. 톰슨 병원장. 아이들이 미국에서 수술 받을 때, 톰슨 병원으로 감.(생체 실험실)

? 톰슨 원장 ? 톰슨 병원장. 아이들에 대한 일반 수술과 중증 환자를 미국으로 보냄.

? 알프레도 리치(Alfredo Ricci) - 이탈리아 '리치(Ricci)' 의료재단 이사장.

? 왕 가오창(王高昶) - 중국인으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음.

→ 윌슨을 통해 계속 정보를 수집 중.

생체 실험

① 최베드로(63) ? 앵커 바이러스(Anchor Virus)에 대한 저항력 실험. 정자 채취

② 김수정(18) - 전두엽에 시신경을 심어 둠. 환상과 망상에 시달림. 자살.

③ 공영수(21) - 송과체와 시신경을 연결함. 과대망상증, 편집증. 정신병원 입원. 자폐적 경향.

④ 엄지호(23) - 송과체와 시신경을 연결함. 망상증 경향을 약간 가지고 있으나 현재 정상.

→ 그 외에 수술 받은 아이들에 대한 정보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

실험의 이유

톰슨 원장의 말을 종합하자면, 불임(不姙)이 목적임. 앵커 바이러스는 남성에게는 쿠퍼액에서만, 여성에게서는 질액에서만 검출이 됨. 앵커 바이러스는 혼자일 때는 활동을 하지 않지만, 쿠퍼액과 질액이 결합하면 활동을 시작함. 앵커 바이러스는 숙주에게서 전파되는 과정은 오로지 '성행위'를 통해 전파됨.

앵커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면 환상에 시달리고, 몸이 마르며, 근육이 수축과 이완이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아 마치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행동함. 그리고 강력한 최음제에 취한 것처럼 이성을 갈구함.

앵커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현재까지 나를 포함하여 세 명 뿐이라고 함. 가끔 발작하듯 근육이 수축되거나 이완되기도 함.

실러 박사의 말에 따르면 앵커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고 보름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나타난 후 일주일 이내 사망한다고 함.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의 혈청에서 뽑아내는 것임.

→ 핵심 인물들은 모두 앵커 바이러스의 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됨. 그들의 생명을 연장하시 위해서 백신을 계속 만들고 있음.

추가 : 지호가 내 눈에서 '전구 빛'이 난다고 말함. 다른 이들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함. 지호에게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함.'

어쩌면 그들이 한 수술은 나와 같은 샘플을 찾기 위한 것일 수 있음.

→ 내 예상이 맞음. 수술 후에 그들이 '나'를 보고 이상한 것이 없냐고 물었다고 했음.

- 최 베드로 신부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겨주신 정보입니다. 그 분이 파악하신 내용은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석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철구는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 이런 개자식들. 남녀가 같이 자면 죽는다는 거잖아. 이거야 원. 다 죽이겠다는 거 아냐?

구석에 앉아서 그 문서를 열심히 읽던 철구가 분노에 차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

- 불임이 목표라면, 정자와 난자를 없애면 될 일인데, 뭘 이렇게 어렵게 해.

그 말에 석호가 대답을 했다.

- 지금 사람들을 잡아다가 불임 수술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 바이러스를 퍼트려서 자연임신을 못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려는 것이겠죠.

- 그런데 왜 임신을 못하게 하려는 걸까요? 금욕주의자들인가?

- 그건 아직...

세현 역시 몹시 기분이 상했는지 평소와 다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 글을 읽으며 말했다.

-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에요. 쿠퍼액과 질액이 만나야만 활동하는 바이러스라니.

세현은 문서를 다 읽었는지 안경을 벗고 미간을 손으로 문질렀다. 세현의 말에 석호는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이잖아요. 그래서 섬김 보육원 원장님은 감염이 되지 않을 것이죠. 정자에는 바이러스가 없었으니까.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엄청난 일이잖아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저었다.

- 할매, 내가 봤을 때 그 녀석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서울시 한복판에 핵도 쏠 수 있는 녀석들이야.

- 이거라면 핵을 쏘는 일보다 더한 일이죠.

세현의 말에 철구는 쓰게 입맛을 다시다가 말을 했다.

- 할매 생각엔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철구의 말에 세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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