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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78화 (278/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8. 악몽의 끝(3)

원장은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석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이러스 때문이고, 그것에 감염되면 누구든 죽게 되는데, 최 베드로 신부가 죽지 않은 것은 그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최 베드로 신부를 바이러스로 죽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 항상 실험을 당하고 오신 날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셨죠. 그러다가 최 베드로 신부님께서는 생각하셨죠. 그들이 자신을 죽이는 날은 바이러스가 더 강해져 항체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날이라는 것을. 그래서 최 베드로 신부님께서는 일부러 자신의 유전자와 같은 아이들을 만드셨죠. 그리고 저 아이들은 모두 제 아이들이기도 하죠. 시험관 아기로 모두 제가 낳은 아이들이니까요.

석호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 이제 신부님의 진실을 아셨나요?

- 그렇다면 신부님 역시 그들을 쫓고 계셨던 건가요?

석호의 말에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석호의 손을 잡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 이제 당신의 몫이에요.

- 원장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석호의 말에 원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그건 내 몫이죠.

원장의 말에 석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원장과 석호는 더 이상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석호는 자신이 이곳에 더 머무른다면 아이들이나 원장에게 해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원장에게 말을 꺼냈다.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장은 석호의 의중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 날이 밝으면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 때는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지금 떠나시는 게 더 나을 수 있겠네요.

석호는 원장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 최 베드로 신부님은 여전히 저의 신부님이고, 스승이고...

원장은 석호의 말에 눈이 커지더니 눈물이 고였다.

- 아버지이십니다.

석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 갔다. 원장의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한 방울 흘러 그녀의 뺨에 흘렀다. 원장은 조그맣게 흐느끼며 말했다.

- 아멘...

석호는 별장에서 나와 큰 도로 쪽으로 갔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걷다가 멀리서 오는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나왔다.

시내로 나오자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시내에서 석호는 새로 옷을 사서 갈아입고는 택시를 타고 섬김 보육원 앞으로 갔다.

섬김 보육원은 하룻밤 만에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보육원 건물이 다른 건물들과 떨어져 있어 보육원만 타버렸고, 다른 곳으로는 옮겨 붙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보육원 앞에서 웅성거리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아이들이 다 타 죽었다며?

- 말도 마. 아침에 뉴스에서 보니까 아홉 명이나 죽었대.

석호는 그들의 말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아이들과 원장은 도망을 쳤으니 이 안에서 발견된 것은 최 베드로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은 그것과 달랐다. 그 순간 원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불태울 것이라는 것까지 알고 아이들, 최 베드로 신부님과 원장의 가짜 시신까지 준비했구나.'

석호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 멀리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차 쪽으로 다가갔다. 주차선이 그어진 자리에 여러 대의 차가 멀리서 자기의 차를 보았다.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출근을 하려는 듯 세워진 차에 올라타는 게 보였다.

- 펑!

그 순간 양복 차림의 사내의 차가 펑하고 터져버렸다. 석호는 놀라서 우뚝 멈춰 섰다. 그러자 멀리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 불이야! 차가 터졌다.

석호는 혼잡한 가운데에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도망친 자신을 잡기 위해 애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자책감에 몸이 떨렸다. 그리고 그렇게 잔악무도한 놈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개새끼들.

석호는 몸을 돌려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온몸에 신경을 집중시킨 채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뒤를 쫓는 두 사람이 느껴졌다.

석호는 그들의 집요함에 치를 떨었다. 그들을 잡아 사건의 일부라도 밝혀내고 싶었다. 석호는 길가에서 나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까운 대문 앞에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석호는 대문 앞으로 뛰쳐나와 한 명에게 주먹을 날렸다.

석호가 골목 안쪽으로 도주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들은 아무 의심 없이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옆의 사내가 넘어지자 다른 사내가 석호를 쏘아보고는 발을 날렸다. 석호는 그의 발을 피하며 그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 사이에 석호에게 일격을 당한 사내가 일어났다.

- 왜 날 쫓는 거지?

석호는 그들에게 물었지만 어차피 대답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순순히 대답해 줄 리도 없을뿐더러 이미 대답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석호는 그들에게 물었지만 어차피 대답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순순히 대답해 줄 리도 없을뿐더러 이미 대답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내 중 한 명이 좌측으로 움직여 두 사람이 석호의 좌우를 막고 있는 형세가 되었다.

그리고는 오른쪽의 사내가 팔을 뻗어 석호의 팔을 잡으려 할 때, 석호는 몸을 틀며 그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그러나 상대 역시 전문가라 그 주먹을 피해 몸을 돌렸다. 석호는 그가 몸을 피하는 것을 보고는 그 공간으로 몸을 돌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왼쪽에 있던 사내가 다리를 뻗어 석호의 왼발을 걸었고, 석호는 몸이 앞으로 쏠리며 넘어졌다.

그 순간 오른쪽 사내가 석호의 어깨를 누르려 몸을 숙였고, 석호는 재빨리 앞구르기를 하며 그를 피했다.

석호의 잽싼 움직임에 그들도 놀랐는지 잠시 대치 상황이 되었다. 석호는 골목을 등지고 두 사람과 대치하였다.

그 때 주차장 쪽에서 연쇄적으로 폭발음이 들렸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몇 명의 사람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석호는 사람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 사람들 사이로 뛰었다. 두 사내 역시 석호의 뒤를 쫓아 따라왔고, 석호가 날렵하게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을 가자 두 사람은 골목 안의 사람들을 짓이기듯이 밀치며 골목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석호가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후였다.

- 여기는 델타. 상황 진행 중. 상황 진행 중. 마에스트로에게 추적 요망.

경호원 중 한 명이 이어마이크에 대고 말하자 다른 한 사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앞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는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들에게서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석호는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석호는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흩어지자 그 사람들 사이로 끼어들지 않고 근처 풀밭에 엎드려 있었다.

석호 역시 과거에 추적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었다.

- 전문가로군. 그나저나 이제 어쩐다.

석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골목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골목 안에 있는 집 담을 넘었다.

담 안에는 빨래가 널려 있었고, 석호는 옷을 한 번 훔치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 잠시만 빌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고 갈아입었다. 주차장 쪽으로 나오자 경찰들이 폭발한 자동차 근처에 서 있었다.

석호는 경찰을 보자 내심 반가운 마음에 경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거기에서 들리는 무전 소리를 듣고는 몸을 돌렸다.

- 여기는 시그마. 목표물이 사라졌다. 근처를 수색하라.

석호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반대편 길로 나왔다. 그리고는 최대한 골목길로만 갔다.

어딘지 방향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석호는 잰 걸음으로 골목길을 누볐다.

어느덧 주택가가 끝났는지 큰 도로가 앞에 있었다. 석호는 주변에 있는 공중전화 쪽으로 갔다. 석호는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철구와 세현은 지호를 구하기 위해 병원으로 갔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거는 순간 '지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석호는 얼른 전화를 끊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왔다.

석호는 이 지역 전체를 감시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챘다. 공중전화마저 도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석호는 몸서리가 쳐졌다.

도대체 그들이 누구이길래 이렇듯 한 도시 전체를 장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석호는 자신이 지금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두려움이 생겼다. 석호는 큰 도로에 서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 어디로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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