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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75화 (27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7. 한밤의 추격전(7)

- 뭐해?

차 번호판을 확인하던 경비원이 차 안을 비추던 경비원에게 말했다.

- 아니 안에서 누가 자살했나 해서. 이렇게 한적한 곳에 차가 서 있으면 의심이 돼서.

그러자 옆의 경비원이 말했다.

- 하긴. 요즘 이런 데서 자살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근데 조심해. 안에서 누가 자고 있다가 깨어나면 괜히 골치 아프니까.

- 여긴 병원 밖인가?

경비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옆의 경비원이 말을 했다.

- 어. 저기 큰 나무부터 병원이야.

- 병원 앞에 똥차가 서 있어서 봤다고 하면 되지 뭐.

- 그래도 괜히 병원 흠 잡힐 일 하지 마.

- 알았어.

플래시로 안으로 살펴보던 남자는 플래시를 거두고 말했다.

- 완전 쓰레기통이구만. 이런 걸 누가 타고 다니는 거야?

경비원은 타이어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그러자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 내가 타고 다니는 차요. 그런데 당신들 누구요?

두 경비원은 소리 없이 자신들 뒤에 다가온 남자 때문에 깜짝 놀랐다.

- 누구냐?

- 아니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요? 당신들 누군데 내 차에서 똥차니 쓰레기통이니 하면서 남의 차를 들여다보는 거요?

철구는 짜증난다는 듯이 경비원에게 말을 했다.

- 병원 앞에 불법 주차가 되어 있어서..

경비원 하나가 변명을 하듯 말을 하자 철구가 화를 내며 말했다.

- 불법 주차라고요? 이 사람들이 불법 주차의 개념을 모르나? 여기 노란 선 그어져 있어?

철구가 다짜고짜 따지자 다른 경비원이 말했다.

- 한적한 곳에 이렇게 차가 세워져 있어서 누가 몹쓸 짓을 당했나 싶어 들여다봤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러자 철구는 그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 말이 통하는 사람이군. 아무튼 지금 차 뺄 테니까 물러들 나슈.

그리고 차에 타려고 하자 철구에게 핀잔을 들었던 경비원이 말했다.

- 이 밤에 여긴 무슨 일로 오셨죠?

그러자 철구가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

- 내가 여기 왜 왔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요? 대한민국에서 내가 어딜 갈 때 당신한테 보고하고 가야 해?

그러자 그 경비원이 같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병원 안에 일이 있어서 그런데 당신이 의심스러워서 그런다. 이 야밤에 여기에 차를 세우고...

철구는 차에 올라타려다가 그 경비원을 보고 말했다.

- 미친놈 잡으러 왔었다. 못 믿겠으면 무전을 쳐보던가. 그 책임자.. 누구야. 정 과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한테.

그러자 뒤에 있던 경비원이 재빨리 무전을 쳤다. 그리고는 앞의 경비원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 심부름센터에서 나왔대. 보내 주라는데.

철구도 그 얘기를 같이 들었다.

- 들었냐? 나 참 오늘은 재수가 따블로 없네. 에이 썅..

철구는 바닥에 침을 퉤 뱉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무전을 친 경비원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는 다른 경비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구는 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담배를 껐다. 그리고 차 아래를 발로 툭툭 차며 말했다.

- 나와. 숨으려면 잘 숨어야지. 나 같은 인간이었으면 넌 바로 잡혔어.

그러자 차 밑에서 지호가 기어 나왔다. 지호는 사방이 어두워서 차 밑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철구에게는 금방 들켰다.

- 차 안 쪽으로 더 숨던가, 아니면 몸을 웅크리던가. 달빛 때문에 그림자가 밖에서 보이잖아.

지호는 철구의 눈썰미에 놀랐다. 그러나 놀라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철구가 문을 열자 차 뒤에 있는 트렁크 쪽으로 몸을 눕혔다.

- 무섭긴 한가 보군. 짜식.

철구는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세현이 있는 모텔로 향했다.

- 어떻게 된 일이야?

차를 몰던 철구가 지호에게 물었다. 지호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세현 씨 사무실도 그 자식이 뒤진 거로군.

철구는 씁쓸하게 말했다. 지호 역시 시무룩하게 있었다.

- 그나저나 이제 뭐라고 얘기를 한담.

철구의 말에 지호는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기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좀 더 지켜봐야겠군.

철구는 액셀러레이터를 꾹 눌러 밟았다. 마치 마음속의 찜찜함을 눌러버리듯이. 모텔에 도착한 철구와 지호는 세현의 방 앞에서 잠깐 멈췄다.

- 술이라도 사가지고 들어갈까?

철구가 혼잣말하듯이 말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노크를 하자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 세현 씨! 어이 세현 씨!

철구가 다시 노크를 하며 세현을 불렀다. 그러나 안에서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철구와 지호는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철구는 문을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

- 쿵쿵쿵. 이봐! 최세현!

여전히 대답이 없자 철구는 지호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몸으로 문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철구는 문을 열어준 세현에게 돌진한 꼴이 되었다.

- 어어...

철구는 세현이 뒤로 넘어지자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고 뒹굴었다. 세현은 철구의 품 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지호는 깜짝 놀라서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 괜찮으세요?

그러나 지호가 보기엔 남자가 여자를 끌어안은 채 바닥을 뒹구는 모습이었다.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잡았다.

- 그렇게 갑자기 문을 열면 어떻게 해!

세현은 철구의 품에서 빠져나와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 그렇게 막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그러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졌다. 세현을 어떻게 대하나 하고 고민했던 철구와 지호는 그 웃음에 긴장이 풀렸다.

- 아직 확실한 건 없잖아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래. 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겠지.

철구의 말에 세현은 조금은 슬픈 표정이 되었다. 철구는 그런 세현에게 농담을 던졌다.

- 차라리 이참에 헤어지고 더 젊은 영계를 만나라고. 여기 이 녀석도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철구의 말에 지호가 화들짝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 아니에요.

그러자 세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나 안 좋아해요?

그러자 지호가 당황하여 주절주절 댔다.

- 그게 아니구요. 좋아하는데 그게...

지호의 반응에 세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저런 햇병아리가 저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세현은 철구나 지호가 걱정을 할까봐 오히려 더 밝게 말했다. 철구는 그런 세현을 이해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 하긴 당신을 감당하려면 100살은 넘어야지. 안 그래?

세현은 그 말에 철구를 째려보았다. 철구는 두 손을 으쓱하였다.

-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철구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 아직 아무 생각이 없어요.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말에 철구가 난감한 듯이 말을 했다.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 그 일은 나중에 생각해 보죠. 그리고 당분간 정태 씨는 러시아로 간다고 했거든요. 진짜 그들과 한 패인지 아닌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죠.

세현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럼 일단 오다가 사고가 나서 대리인을 보낸 거라고 해두지. 그런 사건이야 대장이 쉽게 조작할 수 있으니까.

- 그래요. 일단 저는 제 사무실로 들어갈게요.

철구는 세현과 지호를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 차 안에서 세현은 정태에게 전화를 했다.

- 미안. 급하게 가다가 사고가 나서.

정태는 세현이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을 했고, 지호를 찾으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을 했다.

세현은 '당신도 그들과 한 편이냐'고 묻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세현은 정태와 전화를 끊은 세현은 창밖만 쳐다보았다.

어두운 들판이 크게 아가리를 벌리고 그녀를 삼킬 듯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세현은 진저리를 치고는 시트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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