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7. 한밤의 추격전(4)
의사는 지호의 팔뚝 쪽에 주사기를 가져다 대었다. 그 순간 지호는 의사의 손을 잡아채며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있던 주사기를 빼앗아 뒤에 자신을 잡고 있는 남자의 허벅지에 찔러 넣었다.
뒤의 남자는 놀라서 지호의 목을 꽉 부여잡았고, 의사는 세게 걷어차였는지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의 손아귀의 힘이 너무 세서 지호는 순식간에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남자는 지호가 엎어져있는 상황에서 그를 위에서 죽일 듯이 누르고 있었다.
- 컥컥...
그 때 점점 지호는 자신을 누르는 손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지호는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기를 위에서 누르던 남자를 밀었다.
그러자 남자는 힘이 빠진 듯 한 쪽으로 무너지듯 넘어졌다.
- 콜록콜록
지호는 밭은기침을 터트렸다. 지호는 앞에 끙끙 대며 쓰러져 있는 의사를 한 번 흘끗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문을 찾으려 했지만 문이 보이지 않았다. 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쪽 구석에 있는 의자를 들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창문은 의외로 튼튼하여 깨지지 않았다. 지호는 다시 의자를 들어 창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창문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 뭐 이런 유리가 다 있어.
지호는 창문을 깨는 건 무리다 싶어서 주변에 보이는 아무 병실이나 들어갔다. 병실 안에는 할머니 한 분이 잠들어 있었다. 지호는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 할머니 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의자를 들어 창문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와장창 소리를 내며 창문이 깨졌다.
지호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여전히 잠에 들어 있었다. 지호는 창밖을 보았다. 2층 높이였다.
지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뛰어 내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할머니의 스마트폰을 보았다.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할머니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때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지호는 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방향을 가늠하지 않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창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때 할머니가 깨어났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
- 무... 무슨 일이오?
그러나 아무도 할머니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명은 깨진 창문으로 뛰어 내렸고, 몇 명은 복도를 향해 나갔다.
- 정신착란 환자니까 조심해요!
의사는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사람들에게 외쳤다. 경비원인 듯 싶은 사람들은 몽둥이와 가스총을 손에 든 채 밖으로 나갔다.
- 저 새끼...
그리고 의사는 핸드폰을 꺼내 정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 닥터 리. 나야.
정태는 잠에서 깬 듯 비몽사몽의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무슨 일 있어?
- 그.. 낮에 입원한 환자 있잖아.
정태는 의사의 말에 머리를 한 번 세차게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 그런데 왜?
- 응. 갑자기 미친 것처럼 사람을 공격하더라고.
- 그게 무슨 소리야?
정태는 의사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거짓말을 했다.
- 저녁도 안 먹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길래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라고 빵을 사서 병실 안으로 노크를 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다짜고짜 공격을 하는 거야.
- 뭐? 환자는?
정태의 말에 의사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 창문 깨고 도망쳤어. 금방 찾을 거야. 경비원들 다 동원했거든.
- 알았어. 금방 갈게.
정태의 말에 의사는 몹시 짜증이 난 말투로 말했다.
- 그 자식 하필이면 사타구니를 차서..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검사를 해 봐야할 것 같아.
- 그래. 내가 얼른 갈게.
정태는 지호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낮에 봤을 때에도 멀쩡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의사도 그런 낌새를 알았는지 먼저 얘기를 꺼냈다.
- 정신착란 같아. 수술 부작용인지. 뇌수술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공격적 성향 같아 보였어. 그동안은 괜찮다가 뭔가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지. 어쩌면 해리성 인격 장애일 수도 있고..
의사의 말에 정태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 뭔가 이상한데?
정태는 의사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옷을 걸쳐 입으며 나갈 채비를 하고는 세현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세현 역시 몹시 놀라 바로 병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편 지호는 어딘지 모른 채 무작정 뛰었다. 낮에 보았던 아름다운 가로수 길은 어둠 속에서 입을 벌린 채 있었다.
지호는 아직 병원 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호는 가로수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나무들 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 젠장. CCTV.
지호는 큰 길에서 벗어나 가로수 사이로 뛰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다.
지호가 뛰어든 길은 나무들도 뒤덮여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 헉헉.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던 지호는 나무에 기대어 섰다. 사방은 어두웠고, 나무들 사이로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지호는 귀를 세워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처음 도망칠 때 들렸던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지친 지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자신의 처지에 대해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냥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목이 말라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물을 마실만한 곳은 없었다.
- 젠장.. 이제 어떻게 하지.
지호는 조금 쉬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나 철구나 석호, 세현의 전화번호를 몰랐다.
- 진작 물어봐 두는 건데... 아.. 어떻게 하지...
그러다가 문득 '대장'이 떠올랐다. 대장이라면 항상 인터넷에 접속 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호는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바로 바탕화면이 나왔다.
- 할머니 꺼라 암호를 안 걸어놨네.
지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나무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외진 곳이어서 그런지 인터넷 접속이 잘 되지 않았다.
지호는 초조하게 앉아 있다가 좀 더 전파가 잘 잡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사사삭..
지호는 나뭇잎 밟히는 소리를 얼핏 듣고는 몸을 낮췄다. 그리고 나무 옆에 있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지호가 머리를 살짝 내밀고 주변을 보았다.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 멀리서 무언가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지호는 조심스럽게 몸을 옮겼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지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도 지호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재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호는 무작정 달리다가 손에 든 스마트폰을 보았다.
신호의 세기가 점점 세지고 있었다. 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호는 좀 더 달리다가 나무 등걸에 숨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그러나 지호는 예전에 어떻게 그들과 접촉했는지 막막했다.
단순히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된 것이었기에 기억에 없었다. 그들이 준 명함에 '진실의 문'이라는 것만 기억이 날 뿐 홈페이지 주소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호는 검색 엔진에 이런 저런 검색어를 채워 넣었다. 그러나 그가 찾는 페이지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짜도 도저히 못 찾을 것 같았다.
- 젠장... 이럴 때는 안 보이는 거야. 왜.
지호는 반포기한 채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세현이 떠올랐다. 지호는 검색어로 '최세현'을 입력해 보았다.
최세현이란 이름 중에 유명한 사람은 그녀 외에는 별로 없는지 그녀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특이한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지호는 실망한 채 스마트폰을 끄려다가 문득 게시물 검색 내용에서 이상한 것이 보였다.
최세현 원장님 | ZEN 분석실
https://zenhospital.com/v/xrqu/4dcdcabefa7664b7c6982de9
20xx.07.13
최세현 원장님.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줘서 가봤는데, 이상한 사이트였어요. 잘못된 홈페이지 주소를 가르쳐 주신 것 같아요. 전에 말씀하신 곳이 http://.....
지호는 떨리는 손으로 그 게시물을 클릭했다. 게시물을 내용이 보였다. 지호는 게시물 안에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하였다.
그러자 전에 보았던 화면이 보였다. 지호는 쾌재를 부르며 소리치고 싶었다. 엔터를 손으로 누르고 보이는 화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호는 긴장되는 마음에 빠르게 타이핑을 치느라 오타가 많았다.
병원 으ㅣ사가 저를 잡으려했습니다. 말씀하신 그들과. 눈이 빛낫습니다. 도망치고잇습나다. 할머니 핸드폼을 가지고. 아직 병우너에 있숨니다.
지호는 오타가 많이 보였지만 확인 버튼을 눌렀다. 지호는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전송을 실패했습니다.'라는 문구였다.
지호는 다시 한 번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그의 머리로 내려오는 게 보였다. 지호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뒹굴었다.
- 여기 계셨네요.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닥터 프로이트 보고서 재연재 소식
안녕하세요. 글쟁이 구라도사입니다.
이렇게 공지사항을 쓰는 건 다름이 아니라 챌린지리그에서 '닥터 프로이트 보고서'를 재연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내용도 추가하고 새로운 내용도 보강을 하여 재연재를 할까 합니다. 현재 분량은 한 80회 분량이 확보되어 있답니다.
예전에는 그냥 올리기에 급급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분량이 확보되어 재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챌린지리그에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축계 파일럿은 곧 모두 업데이트를 하겠습니다. 현재 에피소드 3을 쓰고 있는데요. 그것도 얼른 마무리 짓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