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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67화 (267/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6. 그 곳에서 있었던 일.(3)

철구의 말에 지호는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이 말을 했다.

- 아까 차가 밀릴 때 어떤 남자 애가 차에 치었어요.

철구는 지호의 말을 듣고는 아이가 치인 방향 쪽으로 가서 손짓을 하며 말했다.

- 혹시 그 남자애. 이쪽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았어?

- 네. 차 앞에서 그리로 튕겨져 나갔어요.

그 때 철구의 핸드폰에 딩동 소리가 들렸다. 철구는 핸드폰을 돌려 지호에게 사진을 보여 주었다.

- 니가 본 남자 아이지?

- 네!! 맞아요.

철구는 지호의 반응에 고개를 끄떡였다.

- 너 이번에도 죽은 사람을 본 거야.

철구의 말에 지호는 인상을 구겼다. 철구는 다시 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 응. 대장. 맞다는데. 그리고 응.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 살아?

철구는 인상이 굳어졌다.

- 엄마는 사망했고. 그건 알고. 그럼 나머지 식구들은? 뭐? 오케이. 그래, 금방 사무실로 갈게.

철구는 전화를 끊고 철길을 한 번 쭉 훑어보며 말했다.

- 돌고 도는 세상이라.....

철구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지호를 태우고 자리를 뜨려고 할 때 뒤에서 아까의 검은 차가 다가와 옆에 섰다.

먼저 차에 타고 있던 지호는 깜짝 놀라 얼른 시트 밑으로 숨었다. 철구는 그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았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 저 사람은?

지호가 갑자기 문을 열고 나왔다.

- 당신 뭐야?

지호가 차에서 내려 소리를 치자 철구는 지호를 눈으로 쳐다보았다.

- 제 옆방에 살던 사람이에요.

그러자 철구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오호. 물어볼 게 많은 데 직접 오시다니 고맙군.

그러나 옆방 남자는 주머니에서 징이 박힌 장갑을 꺼내 손에 끼면서 말했다.

- 저 녀석만 보내 주면 오늘은 그냥 물러가지.

철구는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더니 지호를 보았다.

- 저 사람 따라 갈래?

그러자 지호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철구를 보았다.

- 아니오.

지호가 대답하자 철구가 말을 이었다.

- 얘가 가기 싫다니까 이제 당신이 내 질문에 답할 차롄데? 왜 우릴, 아니 지호를 미행했지?

그러나 철구의 질문에 옆방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철구를 향해 냅다 주먹을 날렸다.

철구는 그의 왼손이 움찔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몸을 뒤로 물렸다.

- 성질도 급하시긴. 좀 있다가 물어볼 때는 좀 성실하게 대답해줬으면 하는데.

옆 방 남자는 철구가 자신의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하며 자신에게 말을 하자 인상을 구겼다.

옆 방 남자는 철구가 싸움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먹을 한 번 날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 워워. 그냥 가려고 하면 안 되지.

철구는 앞으로 달려가며 옆 방 남자의 뒷덜미 쪽으로 주먹을 날렸다.

옆 방 남자는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주먹을 피하기 위해 목을 움츠린 채 주저앉았고, 철구는 그런 행동을 예상한 듯 다리를 뻗어 주저앉는 옆 방 남자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옆 방 남자는 모로 쓰려졌다.

철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 구둣발로 그의 목을 밟았다. 그러나 쓰러진 남자는 재빨리 몸을 피해 바닥에서 한 바퀴 구르며 철구의 발을 피했다.

옆 방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다리에 있는 38구경 권총을 뽑았다. 철구는 그 모습에 놀라 차 뒤로 몸을 감췄다. 지호 역시 놀라서 차 아래로 몸을 숨겼다.

- 이 자식. 총이라니.

철구는 차 아래로 옆 방 녀석의 다리를 보았다.

- 저 녀석만 보내면 물러나겠다는데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군.

옆 방 녀석은 총을 든 채 차 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했다. 철구는 차 밑에 엎드린 채 그 녀석의 다리의 움직임을 보았다.

'어차피 지호는 실험체라 저 녀석이 쏠 수 없어.'

머리에 생각이 정리되자 지호를 손짓으로 불렀다. 지호는 놀란 눈으로 철구를 보았다.

그리고는 오리걸음으로 철구 쪽으로 다가왔다. 철구는 차 밑으로 다리를 주시하면서 지호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 죽진 않을 거야.

지호는 철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철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철구는 한 번 씽긋 웃으며 차 밖으로 지호를 냅다 밀었다.

지호는 놀란 표정으로 차 밖으로 쓰러지며 나갔고, 옆 방 녀석은 놀라 지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철구는 그 틈을 타서 차 구석에서 나와 그 녀석에게 몸을 날렸다.

- 탕!

총소리가 울리자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차 밖으로 뛰쳐나간 철구는 옆 방 녀석의 한 손으로는 허리를 끌어안고 앞으로 밀고, 다른 손으로는 총을 잡은 손을 하늘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뒤통수로 그 녀석의 턱을 냅다 올려쳤다. 턱에 머리를 맞은 옆 방 녀석은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뒤로 쓰러졌고, 철구는 그 틈을 타 총을 잡고 있는 손을 구둣발로 밟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있던 총을 빼앗고는 그에게 총을 겨누었다.

- 이런 위험한 물건을 함부로 쓰면 안 되지.

그러자 옆 방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철구를 노려보았다. 철구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되셨나?

철구는 여전히 그의 손에 구둣발을 올리고 있었고, 다른 발은 그의 복부 쪽을 향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계속 철구를 노려보았고, 철구 역시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 아직 준비가 안 되셨나? 준비를 시켜 드릴까?

철구는 한 쪽 발로 그 녀석의 복부를 걷어찼다. 순간 움찔하던 녀석이 갑자기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 이 새끼...

철구는 얼른 발을 빼고 옆 방 녀석을 똑바로 눕혔다. 지호는 철구의 발길질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철구 옆으로 와서 말했다.

- 죽... 죽인 거예요?

그러자 철구는 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죽은 거야. 저 게거품은 독약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갈 때 나타나는 거야.

옆 방 남자는 게거품을 물고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철구는 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 어. 그래. 여기가...

그러고는 차에 올라타며 지호를 손으로 불렀다. 지호는 철구 쪽으로 가며, 이상한 듯이 그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철구는 지호가 차에 올라타자 시동을 걸었다.

- 저렇게 놔두면 안 되지 않아요?

지호의 말에 철구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 경찰이 와서 발견하겠지. 우린 없는 사람들이니까.

철구의 말에 지호는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지호의 일이 처음에 맡았던 단순한 미스터리한 사건만이 아님을 알고는 더욱 표정이 굳었다.

철구와 지호가 자리를 떠날 무렵 그 시체는 발광을 하면서 쪼그라들기 시작해 일그러진 모습으로 변했다.

철구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세현과 석호가 일어나며 말했다.

- 미행이 붙었다면서요?

철구는 석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고는 한 마디 했다.

- 이 녀석, 실험체 같아요.

그러자 세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요?

철구는 고개를 저었다.

- 글쎄. 귀신을 보는 능력이 저들한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철구는 관자놀이를 손을 문질렀다. 그러자 석호가 한 마디 했다.

- 제 생각으로는 귀신을 보는 것은 부작용 같은 것이고, 사실은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닐까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석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 다른 것?

- 뭐.. 지난번에 최 베드로 신부님을 보았을 때 눈이 전구처럼 빛난다던가 하는 것.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그게 무슨 신호일까요? 아니면...

세현이 말끝을 흐리자 다들 침묵했다. 그 때 지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 사실은 아까...

지호가 입을 열자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지호에게 향했다.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향하자 무안한지 뒤통수를 긁다가 말을 이었다.

- 그 옆 방 사람이요.. 죽어가면서 보니까 눈이 빛나기 시작했어요.

- 뭐? 그걸 왜 지금 말해?

철구가 버럭 소리를 치자 지호는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

- 아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철구는 그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전화를 걸었다.

- 나다. 그 시체... 뭐? 사라져? 우리가 자리를 뜬 게 4시 30분 정도인데... 그래. 알았어.

철구가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자리에 털썩 앉아 말했다.

- 그 시신이 사라졌다는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근데 확실해? 눈이 빛나는 게?

지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을 했다.

- 네. 처음엔 아닌가 했는데, 차에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니까 눈이 전구처럼, 마치 최 베드로 신부님처럼 빛났어요.

지호의 말에 석호가 한 마디 했다.

- 죽어가는 사람의 눈이 빛났고, 살아 있는 사람의 눈이 빛났다. 눈이 빛난 건 공통점이지만 한 사람은 죽었고, 한 사람은 살아 있네요.

그렇게 말하다가 석호가 갑자기 탁자를 탁 치며 말했다.

- 그렇다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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