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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66화 (266/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6. 그 곳에서 있었던 일.(2)

- 아니 이 사람이. 장기에서 지니까 헛것을 봤나? 이 마는 원래 여기 있었네.

- 마가 저 자리에 있었데두.

- 여기 있었어.

철구와 지호는 할아버지들의 말다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급기야 철구 일행에게 말을 했던 할아버지가 철구를 향해 말했다.

- 손님들. 아까 들어왔을 때 마가 여기 있지 않았소?

솔직히 지호는 들어와서 담배 냄새 때문에 두 할아버지가 장기를 두고 있는지도 몰랐었다.

철구 역시 두 이 장기를 두는 것만 보았을 뿐 마의 위치가 어디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철구는 묻는 할아버지의 말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 원래 저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고개를 돌렸던 할아버지의 표정에 화색이 돌며 말했다.

- 거 봐. 원래 저기 있었다잖아.

그러자 맞은 편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아니 들어오자마자 장기판을 어떻게 봐?

- 봤다잖아.

맞은 편 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뒤집으면서 버럭 화를 냈다.

- 어디서 비렁뱅이 같은 놈이 와서는... 헴...

그러더니 철구를 째려보며 밖으로 휙 나가 버렸다.

- 저.. 저.. 성질머리하고는...

그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철구는 남은 할아버지와 장기짝을 같이 주웠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구석으로 가서 봉지 커피를 타오며 말했다.

- 그래. 어쩐 일로?

할아버지는 방금 일 때문인지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철구는 할아버지가 커피를 들고 오는 것을 얼른 받으며 말했다.

- 뭐 좀 여쭤 보려고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뭐든지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소파에 앉아서 철구 일행을 소파에 앉게 했다.

철구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본론을 말하기보다 할아버지를 추켜세우는데 열중했다.

- 이곳은 상당히 유서가 깊어 보이네요. 아까 뵈니까 성품도 온화하신 것 같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허허허. 젊은 양반이 눈썰미가 좋아. 여긴 예전에 대통령도 오셨던 곳이라네.

- 아. 그렇군요. 어쩐지...

- 내가 여기서 복덕방을 한 지는 한 삼십 년 정도 되나? 여기 있는 모든 집은 거의 내가 소개했다고 보면 되지. 허허허.

할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연발하며 말했다.

- 처음엔 여긴 허허벌판이었지. 여기가 재개발 지역으로 허가가 나서 조금 발전하나 싶었는데...

할아버지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뭐 나라에서 하는 일이나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일이지마는....

철구는 할아버지의 말에 연산 고개를 끄떡이며 맞장구를 쳤다. 지호는 그런 철구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다.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얘기해 줄 태세가 되어 있는데 오히려 철구가 질질 끄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지호는 답답한 듯이 철구를 돌아보았지만, 철구는 그런 지호의 시선은 가볍게 무시하며 잡담을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젊은 시절 얘기를 꺼내더니 월남전 파병에서는 상사로 제대한 것까지 얘기를 했다.

철구는 그런 할아버지의 말을 끊기 있게 잘 들어주었다.

- 아! 참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

철구가 할아버지를 치켜세워주자 할아버지는 신이 나서 말을 했다.

- 암. 나 같은 늙은이들이 없었으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었지.

- 그럼요.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퍼뜩 생각이 났는지 말을 했다.

- 아이고. 그러나 저러나 자네 물어볼 말이 있다면서?

철구는 마치 자신의 용무를 잊었던 것처럼 말을 했다.

- 아. 네. 할아버님 말씀이 하도 재미있어서 저도 잊고 있었네요.

할아버지는 철구의 반응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철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허허허. 그래, 무슨 일인가?

철구는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다가 자신의 용무를 말했다.

- 다른 게 아니고 혹시 이 근처에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는가 해서요.

철구의 말에 할아버지는 기억을 더듬듯이 눈을 감고는 중얼거렸다.

- 교통사고라... 혹시 큰 사고 말인가? 자잘한 사고야 노상 있으니까.

철구는 참을 성 있게 할아버지의 말을 듣다가 말을 했다.

- 혹시 사람이 죽었다던가 하는 사고는 없었습니까?

철구의 물음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 에이.. 이 조그만 동네에서 사람이 죽을 만큼 빨리 달리지 않지.

- 네. 그렇군요.

철구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할아버지는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은 모르겠고, 한 5년 전인가 저기 철길에서 크게 사고가 한 번 있었지.

할아버지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들고 할아버지를 봤다.

- 그 젊은 사람이었는데, 큰 길 건너편에 살던 사람 아들이었지. 아마.

- 그렇군요. 그 분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구석에서 서류 뭉치를 뒤지며 말했다.

- 원래 말해주면 안 되는 건데....

그러면서도 이 착한 젊은이에게 뭐라도 하나 해 주고 싶어서 할아버지는 서류 뭉치를 열심히 뒤졌다.

-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끝내 찾지 못하고는 허탈하게 말했다.

- 버리진 않았을 텐데.... 어디 있는지...

그러자 철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닙니다.

- 아냐. 좀 더 찾아보면...

그러다가 할아버지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 그 건물에 살던 사람이 법원에서 근무했었지. 맞아. 그리고 아들 죽고 나서는 부인도 자살했다지. 아마.

할아버지의 말에 철구의 눈이 반짝이며 고개를 끄떡였다.

- 아.. 그렇군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더 이상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지 입맛만 쩝쩝 다시며 말했다.

- 도움이 되지 않아서 어쩔꼬.

철구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했다.

- 아닙니다. 아주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많은 걸 알았는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철구의 반응에 할아버지는 마치 자신의 아들을 보듯 흐뭇한 표정으로 철구를 보며 말했다.

- 아니 뭐. 나중에라도 여기 지나갈 때면 한 번 들르게나. 오늘은 우리 할멈이 일찍 오라고 해서 들어가 봐야 되네만, 나중에 쇠주라도 한 잔 함세.

- 아. 저야 감사하죠.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철구와 지호가 복덕방에서 나오자 할아버지는 그런 철구와 지호에게 손까지 흔들며 배웅을 했다. 차에 올라타자 지호는 철구를 새삼스레 쳐다보았다.

- 혹시 다 계산하고 할아버지 말씀을 들으신 거예요?

철구는 지호를 한 번 흘끗 보며 말했다.

- 노인 공경. 단지 그것뿐이야.

지호는 철구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철구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지호는 처음에 투덜거림은 사라지고 철구가 존경스러워 보였다.

- 이쯤인가?

철구가 철길을 지나갔다. 그리고 거기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지호에게 눈짓을 하였다. 지호는 자리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는 게 없었다.

- 아무 것도 없는데요?

- 그래?

철구는 실망하지 않고 다시 차에 올라타서 차를 몰았다. 지도에 찍힌 다른 지점을 향해 가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갑자기 차를 유턴했다.

그리고는 오던 길을 다시 갔다. 그런데 올 때는 급커브 길 안쪽이어서 그랬는지 그냥 지나갔던 곳이었는데 반대로 가다보니 차가 옆으로 밀렸다.

철구는 핸들을 꼭 부여잡았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소년이 차 앞에 서 있었다. 라이트에 놀라 뒤돌아보는 소년은 다가오는 차에 겁이 질린 모습이었다.

- 조심해요!!!

지호는 철구에게 크게 소리쳤다. 철구는 급하게 외쳤다.

- 알아!

그 때 소년이 차에 부딪혀 뒤로 튕겨나갔다. 차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섰다.

- 아악!

지호가 소리를 치자 차를 멈춘 철구가 지호에게 버럭 소리를 쳤다.

- 왜 소리를 질러, 임마!!

철구의 말에 지호는 지지 않고 같이 소리를 쳤다.

- 지금 사람을 쳤잖아요!!

지호의 말에 철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햇다.

- 뭐?! 무슨 사람을 쳐? 임마!!

지호는 씩씩거리며 말을 했다.

- 지금 쳤잖아요!! 저기 안 보여요?

지호의 반응에 철구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지호를 보며 물었다.

- 무슨 소리야? 너 혹시...

철구는 멈춰 있는 차에서 내렸다. 단지 차가 미끄러져 위험해서 지호가 소리친 줄 알았다. 철구는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보았다.

철길까지는 불과 5미터. 차가 미끄러지는 부분. 그리고 지호가 본 것. 철구는 고개를 돌려 철길 먼 곳을 보았다.

'빠앙~'

멀리서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철구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 뺑소니 신고가 안 된 이유... 알 거 같군.

철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 어. 대장. 자고 있었어? 미안한데,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이곳에서 일어난 철도사망 사고 조사 좀 해줘. 그리고 인적 사항도 찾아줘. 땡큐.

그러더니 철구는 지호 쪽으로 가서 말했다.

- 어이. 니가 본 것 좀 얘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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