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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65화 (26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6. 그 곳에서 있었던 일.(1)

6. 그 곳에서 있었던 일.

철구는 대장이 보내준 지도를 따라가다가 번잡하지 않은 곳이자 사고 다발 지역에 섰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한숨을 한 번 푹 내 쉬었다. 지호도 허리가 아픈지 차에서 내려 허리 운동을 했다.

- 여기에 뭐가 있다고 오신 거죠?

철구는 지호의 말을 무시하고는 아래로 내리 뻗은 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구석으로 치워진 교통사고 잔해물들을 보았다.

얼마 전에도 사고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었다.

- 여자... 퇴근 길.. 그런데 왜지?

철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지호는 철구에게 뭔가를 물어보려다 입을 닫았다. 철구는 혼자서 연신 중얼거리다가 좀 더 크게 말했다.

- 왜 못 찾는 걸까? 둘 중 하나겠지. 이곳이 아니거나, 못 보거나.

옆에 있던 지호가 철구를 돌아보며 물었다.

- 저한테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러자 철구는 지호를 쳐다보았다.

-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는 거냐? 지하실처럼 뭐 보이는 것도 없고?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 길이 맞는데...

철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철구가 다시 차에 올랐다. 그러자 지호 역시 재빨리 옆자리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한참을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 이곳만 계속 돌고 있는 거 아세요?

지호가 답답한 마음에 한 마디 했으나 돌아오는 건 핀잔뿐이었다.

- 조용히 해 임마.

그 때 철구의 전화기가 울렸다. 철구는 운전대를 잡고 한 손으로 운전을 했다.

- 네. 신부님. 네.. 그런가요? 김효정 씨 아버지도요. 음..

그러다가 갑자기 차가 한 쪽으로 미끄러졌다. 철구는 놀라 핸들을 틀었다. 별로 빠른 속도도 아닌데 차가 밀려나가지 철구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 무슨 일이시죠?

전화기에서 석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철구는 바닥에 떨어뜨린 핸드폰을 들었다.

- 아무 것도 아니에요. 차가 밀려서요.

그 순간 철구는 멈칫 했다.

- 잠시만요. 제가 다시 연락드리지요.

철구는 석호와의 전화통화를 끝내자 대장에게 전화를 했다.

대장의 기계음이 들리자 철구는 자신의 용건을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 10분이 지나도 내비게이션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 뭐지? 이건 어려운 일인가?

철구는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철구는 다시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이. 대장님. 그 교차점 찾는 게 어려운 일인가?

- 삐삐. 좀 있다 알려주겠음.

- 응? 또 좀 있다야? 대장. 급하다니까.

철구는 다급하게 말을 했다.

- 삐삐. 잘 알겠음.

그 순간 철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 대장! 바보!

- 삐삐. 이제 거의 다 찾아감.

그 순간 철구는 전화기에 대고 욕을 했다.

- 이런 우라질. 내가 지금 자동 응답기에 대고 혼자 쇼한 거야?

그 순간 저 쪽의 기계음이 멈췄다.

- 지금 보낸다. 삐삐.

그러더니 갑자기 내비게이션에 두 군데 지점이 찍혔다. 철구는 어이없어 하며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 대장 잔 거야?

- 삐삐. 자료 검색 중이었음.

철구의 말에 대장은 조금 당황하며 말을 했다.

- 뭐 몇 초도 안 되서 찾았구만. 뭘 검색한 거야?

- 삐삐. 지도 알고리즘과 헥스(HEX) 코드를 분석하여 상황 값에 대입하고...

대장의 말에 철구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을 했다.

- 어이.. 대장. 내가 잘 모른다고 막 말하는 거 아냐?

철구의 말에 대장은 정색을 하며 말을 했다.

- 삐삐. 아니다.

- 알겠어. 아무튼 다음에는 잘 받아.

철구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대장은 다시 '삐삐' 소리를 내고는 전화를 끊었다.

철구는 대장이 지정해 놓은 지점으로 향해 갔다. 철구는 한참을 가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 왜 그러세요?

그러나 철구는 아무 대답이 없이 룸미러를 한 번 흘끗 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피식 웃었다.

- 뭐 하는 놈들이지?

철구는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과는 다른 방향의 길로 들어갔다.

지호는 철구를 보고 말하려 했지만 철구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 꽉 잡아.

철구는 지호에게 한 마디 하더니 갑자기 좁은 도로에서 유턴을 하였다. 지호는 몸이 문 쪽으로 쏠리며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균형을 잡고 의자에 앉았을 때 자신의 옆으로 지나치는 검은 색 차량을 보았다. 검은 색 차량은 철구가 유턴을 하자 갑자기 급정거를 하였다.

철구는 그런 검은 차를 본 채도 하지 않고 차를 몰았다. 그러더니 속도를 올려 조금 달리다가 옆길로 빠졌다. 그리고는 한참을 달렸다.

철구는 전화기를 꺼내 급하게 전화를 하였다.

- 신부님 사무실로 바로 가세요.

철구의 말에 석호는 당황하며 말을 했다.

- 무슨 일이시죠?

철구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말했다.

- 미행이 붙었어요. 지호 쪽인지 우리 쪽인지 모르지만.

- 음... 알겠습니다.

-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철구는 전화를 끊고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 아.. 뭐가 이렇게 꼬여. 너 뭔가 숨기는 거 있냐?

철구가 차 안에서 지호에게 묻자 지호는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드렸는데요..

철구는 잠시 지호를 흘끗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 근데 너 혹시 옆방 사람이 너 감시하고 있었던 건 아냐?

- 네? 옆방 사람이라뇨?

지호는 철구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몹시 놀랐다.

- 니 옆방에 살던 놈이 아주 조직적으로 널 감시했다고 하던데.

- 저를요? 왜요?

지호는 철구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무리 봐도 감시받을 만큼 대단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말야. 수술을...

그러다가 철구는 이마를 쳤다.

- 너... 실험체.. 아 참나...

지호는 철구의 말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실험체라뇨?

철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 아니다. 알아서 좋을 거 없으니까. 아무튼 그 녀석들이 붙었다면.. 아무튼 나랑 있는 동안 몸 조심해라. 니 몸은 니가 챙기는 거다. 뭐 그 녀석들이 너는 살려두겠지만.

지호는 철구가 갈수록 알 수 없는 말만 하자 의아한 표정으로 철구를 보며 물었다.

- 그 녀석들이라뇨?

-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니 일이나 먼저 해결하자.

철구는 차를 몰아 내비게이션에 찍힌 첫 번째 지점인 버스 정류장 근처로 갔다. 버스 정류장 주변은 시골 읍내 같았다.

번화하진 않지만 이런 저런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철구는 차를 한쪽 구석에 세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실례합니다.

철구가 안으로 들어오자 머리가 덥수룩한 가게 주인이 코끝까지 내려왔던 안경을 올려 쓰며 철구에게 다가왔다.

- 그래. 뭘 사러 오셨나?

생김새와는 다르게 다소 경박한 말소리에 철구는 자신도 모르게 한 쪽 입고리가 올라갔다.

- 뭐 좀 여쭤 보려구요.

철구의 말에 가게 주인의 안색이 돌연 바뀌면서 퉁명스러운 말투로 바뀌었다.

철구는 그런 반응을 많이 겪어보아서인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지만, 같이 따라 들어온 지호는 무안하여 얼굴이 빨개졌다.

- 어이구 참. 장사도 안 되는데..

- 혹시 이 근처에서고한 3, 4년 전쯤에 큰 교통사고가 있었나요?

철구의 말에 가게 주인은 한 쪽 구석에 있는 물건을 옮기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 이 조그만 동네에서 교통사고가 많을 리도 없고. 그리고 난 여기 작년에 와서 3, 4년 전 일은 모르는데.

- 그럼 아실만 한 분은 없나요?

가게 주인은 물건을 쌓아 놓고 철구 일행에게 귀찮은 듯이 말했다.

- 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복덕방 있으니까 거기 가서 물어보슈.

철구는 가게 주인의 쌀쌀한 반응에도 철구답지 않게 살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 감사합니다.

- 이 동네를 뜨던지 해야지. 맨날 파리만 날리고 오는 사람이라곤..

아저씨의 푸념 소리를 뒤로 하고 철구와 지호는 아저씨가 가르쳐준 골목 쪽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건물 아래에 '한벗 부동산'이란 간판이 보였다. 철구는 그 복덕방 문을 열며 들어갔다.

- 실례합니다.

복덕방 안은 매캐한 담배 냄새에 찌들어 있었고, 다 낡아서 솜이 드러난 소파에는 할아버지 둘이 장기를 두고 있다.

철구와 지호가 들어서자 할아버지 중 한 명이 고개만 돌리며 말했다.

- 어떻게 오셨수?

그러나 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맞은편 할아버지의 말에 장기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 장이야! 하하. 외통이지.

고개를 돌렸던 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말했다.

- 아니. 이 사람이. 아까 마가 저 쪽에 있었잖아. 그런데 왜 여기서 장을 치누?

그러자 장을 부른 할아버지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 뭐라고? 마가 여기 있었지.

고개를 돌렸던 할아버지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어허. 내가 자네 말을 다 보고 있었는데두 시치민가?

장을 부른 할아버지는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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