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60화 (260/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5. 실마리(1)

5. 실마리

- 불법 생체 실험 대상으로는 연고지 없는 고아가 적격이겠죠.

세현의 말에 철구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 그럼 지호 녀석이 불법 생체 실험을 당한 건가?

철구는 유리벽 너머에서 안정제를 맞고 자고 있는 지호를 보았다.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그런 석호를 철구는 흘끗 쳐다보고는 세현에게 눈을 돌렸다.

- 네. 사실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세현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이며 석호를 쳐다보았다.

- 내려가신 일은...

철구가 석호를 쳐다보며 묻자 석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했다.

- 그 얘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일단 지호 씨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

는 게 중요하니까요.

석호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현은 그런 석호를 보고 말을 이었다.

- 일단 어제 검사했던 내용들인데, 최 베드로 신부님께 묻고 싶은 것들도 있어서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음.. 일단 우리가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는 알아보고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석호가 말을 마치자 '삐삐'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음이 들렸다.

-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대장이 말을 던졌지만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조용해졌다. 세현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모두에게 말을 했다.

- 일단 지호는 지금까지 전혀 시행되지 않았던 수술을 했어요.

- 시행되지 않던 수술?

철구의 반문에 세현은 모니터 쪽에 화면을 하나 띄웠다. 철구는 알 수 없는 화면에 인상을 썼다.

- 말로 하라구. 이런 알지도 못할 거 띄우지 말고.

세현은 철구가 무어라고 얘기를 하건 화면을 보며 말했다.

- 여기 이건 보통 사람들의 뇌사진이에요.

철구는 화면을 흘끗 보고는 말을 했다.

- 보통 사람? 지호 것이 아니고?

- 다음 화면이 지호 씨 뇌 사진이에요.

세현이 다음 화면을 넘기기 전에 철구를 보며 말했다.

- 이런 수술을 할 곳은 제가 알기로는 한 곳밖에 없어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잠시 세현을 쳐다보다 말을 했다.

- 톰슨 병원이겠지.

철구가 말을 하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네. 맞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파악한 톰슨 병원의 실험은 주로 뇌 쪽이죠. 그런데 이 실험은 조금 특이해요. 그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주로 뇌나 척추 등 중추 신경계 쪽 실험이었는데, 이번에는 연장선을 연구한달까?

- 연장선?

철구의 물음에 세현이 지호의 MRI를 가리키며 말했다.

- 여기 특이점이 있죠.

그러자 석호가 조금 짜증난 듯이 말했다.

- 지호의 특이점이 뭐냐구.

세현이 모니터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을 했다.

- 이 사진을 보면 여기 뇌에 연결된 신경이 연결되어 있어요.

- 어차피 뇌 사진이잖아.

세현의 말에 철구는 멍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 일반인의 뇌와 이 사진과의 차이점이 뭘까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거 참. 쉽게 가자구.

- 이거 원래는 없는 거예요.

세현은 미간 부분에서 뻗어 나온 한 줄기의 선과 뇌의 중심이 연결된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 없는 거라고?

철구는 그 사진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아까 사진과 번갈아 기억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세현이 그 선과 연결된 부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 뇌의 중심에는 송과체라는 게 있어요.

- 송과체?

철구의 반문에 세현은 송과체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며 말했다.

- 송과체는 지금은 성적(性的) 발달이나 대사, 멜라토닌 생성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죠. 하지만 과학적 진화 견해에 의하면, 송과체는 빛의 변화를 잘 포착하도록 특화되어 포식자가 공격해 올 때 가장 효과적으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고 해요. 다시 말해 송과체는 눈과 유사한 기능을 했고, 유일한 차이라면 두뇌 내부에 퇴화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죠.

세현의 말에 철구는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생물 수업이 아니니까 어찌된 일인지만 말해주라고.

세현은 철구의 태도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걸 알아야 다음 내용이 이해가 되요.

세현은 다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런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자연적인 두뇌 구조상 이런 곳에 송과체 쪽으로 시신경이 지나가면 안돼요.

석호는 MRI를 살펴보며 물었다.

- 그렇다면 송과체와 시신경이 의도적으로 연결된 것인데,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죠?

세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 친구는 시신경이 3개예요. 선천적인 두 눈과 인공으로 만든 눈 하나.

세현은 모니터에서 새로운 신경 쪽을 가리켰다.

- 그렇다면 눈이 세 개란 이야기입니까?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 뇌 구조상으로는 그런 거예요. 바로 여기.

세현은 자신의 눈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 바로 여기에 시신경 말단이 연결되어 있어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낮은 탄식을 하며 혼자 읊조렸다.

- 망막이 없는 시신경 연결이라..

석호와는 다르게 철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눈이 세 개면 뭐 달라지나? 뒤통수에 있다면 모를까.

철구의 말에 세현은 과학적인 이론으로 설명을 했다.

-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눈이 한 개면 평면, 즉 2차원을 인지하죠. 인간은 눈이 두 개라서 입체, 즉 3차원을 인식할 수 있고.

- 그렇다면, 눈이 세 개라면?

- 검증된 건 없지만, 4차원을 볼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죠.

세현의 말에 철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 그게 눈이 아니잖아. 그냥 시신경을 연결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이론적으로는 그렇죠. 눈이 있어야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망막이나 특수한 것이 없더라도 무언가를 인지할 수는 있는 구조에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무언가 인지하는 거? 뭐 단순하게 말해서 귀신을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긴가?

철구의 말에 세현이 잠시 심각한 표정을 하다가 말을 했다.

- 아무래도 볼 수 있다는 개념보다는 느낀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곤충의 더듬이 같이.

철구와 세현의 얘기 중간에 갑자기 컴퓨터에서 소리가 났다.

- 챠크라. 제 3의 눈이다.

갑자기 모니터에 여러 삼지안, 챠크라에 대한 고대, 중세의 그림들이 떴다.

- 고대 인더스에서부터 심안, 삼지안, 챠크라라 불리는 제 3의 눈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삼지안에 눈을 뜬 사람은 미래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로서도 많은 동양 종교들에서 심안을 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챠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서 인체 내의 작은 우주를 뜻하며, 머리 쪽에 있는 6의 차크라가 열린 사람은 진리와 미래를 보며, 모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7의 차크라를 열 수 있다고도 한다.

철구는 대장의 말에 혼자 중얼거렸다.

- 생물에, 신화까지.. 참나.. 그게 챠크라든 세눈박이 괴물이건 결국 지호처럼 귀신같은 걸 볼 수 있다는 말이잖아.

철구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확신은 못하지만, 가정은 할 수 있어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 그럼 말야. 지호 녀석이 본 것이 정말 사실일 수도 있다는 거네?

- 그럴 수도 있죠.

철구는 그럼 됐다는 듯이 말했다.

- 그럼 지호를 불러다가 확인해 보면 되는 거네. 안 그래?

철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지호를 데리러 진료실 쪽으로 나갔다. 철구가 밖으로 나가자 석호가 한참동안 생각을 하다가 대장을 보며 말했다.

- 대장! 듣고 있어요?

- 삐삐.

- 음.. 우선 국내 고아원 및 복지기관 소속 아이들 중 중추신경계 치료중인 아이들을 검색할 수 있나요?

석호의 말에 대장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했다.

- 삐삐. 그런데 그 아이들은 왜?

석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이었다.

- 그 아이들의 치료기관을 찾아봐 줘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톰슨 병원 포함해서.

- 삐삐.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등 12개의 병원 확보. 미국을 중심으로는 4개 병원 확보했다. 그 아이들을 왜 찾는가?

석호는 그 말에 대답을 했다.

- 네 개 병원의 교집합을 찾아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요?

석호의 말에 이번엔 세현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 교집합이라뇨? 그 아이들의 교집합이...

세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석호가 말을 했다.

- 그들하고 연결된 치료 기관들에서 치료받은 아이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 진료 내용, 수술한 환자의 병명, 후원자 등 여러 정보들을 조합하면 지호 씨랑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 좋은 생각이네요.

세현의 말이 끝나자 대장이 말을 했다.

- 삐삐. 그건 빅데이터 분석이라 시간이 좀 시간이 걸린다.

- 네. 최대한 빨리 부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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