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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55화 (25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3. 알 수 없는 것들의 향연(3)

태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 아무리 제가 사채를 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안 갚으면 협박은 좀 하지만...

철구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꺼냈다.

- 자! 잘 기억해라. 아니면 한 대 씩 맞을 테니까.

- 네.

태호는 철구 앞에서 순한 양이 되었다. 철구는 깊게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

- 지호라고 알아?

- 지호요?

태호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 아! 예전에 같이 일하던 녀석인데요.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좀 더 강한 어조로 물었다.

- 그 새끼가 사람 죽였냐?

- 사람이요? 아뇨. 가만 있자.. 그런데 왜 그 녀석 얘기를..

태호가 철구에게 다른 말을 꺼내려 하자 철구는 주먹으로 태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 빡..

그러자 태호는 다시 탁자 위로 머리가 푹 내려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내려가는 속도 때문이었는지 코에서 쌍코피가 흘렀다. 그러자 태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 아... 씨발..

철구는 그런 태호를 무시하고 말했다.

- 닥치고 묻는 거에나 답해.

- 아!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저도 이제 옛날 그 똘마니가 아니라구요.

태호의 반항에 철구의 입가에는 비릿한 웃음이 지어졌다.

- 똘마니건 아니건. 나한테는 깡패 태호 새끼일 뿐이야. 더 맞기 싫으면 이제 닥치고 말해.

철구의 말에 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며 말했다.

- 아 씨발.. 이제 형사도 아니잖수. 예전에야 형사님이니까 무서워서 그랬다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무 하시잖수.

태호의 말에 철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 너 이 새끼. 많이 컸어.

철구는 그 말을 끝으로 태호에게 발을 날렸다. 태호는 철구가 공격해 올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인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 똥개도 나와바리에선 오십프로 먹고 들어가. 새꺄. 아무리 호봉이 형님 말이라도...

태호는 그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사시미 칼을 꺼냈다.

- 아까부터 고까워서 그어버리려다가...

철구는 그런 태호를 비웃으며 말했다.

- 깡패 새끼. 그러고도 사람을 안 죽였다고? 이 새끼 오늘 니 입으로 불게 해 주지.

태호가 칼을 그으며 다가오자 철구는 앞에 놓인 탁자를 밀었고, 태호의 허벅지에 탁자가 부딪혔다.

태호가 탁자에 맞아 허리가 숙여지자 재빨리 탁자 위로 올라가 태호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있는 사시미 칼을 다른 발로 밟았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태호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태호가 구석으로 넘어지자 철구는 앞으로 다가가 구둣발로 허벅지를 밟았다.

- 으... 으악..

태호의 비명에 문 밖에서 똘마니들 소리가 들렸다.

- 형님.. 괜찮으십니까?

그러고는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구는 태호의 허벅지를 좀 더 세게 밟으며 말했다.

- 애들 보내라. 오늘부로 영업 접고 싶지 않으면.

그러자 태호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밖에 소리쳤다.

- 가 있어. 새끼들아!

태호가 버럭 소리치자 문 밖에 조용해졌다. 철구는 허벅지에 발에 힘을 조금 빼며 말했다.

- 이 새끼는 예전에도 개기다가 한 방에 가더니. 멍청한 새끼. 좀 더 배우고 개겨. 너같은 새끼가 오야라니 너네 조직도 알 만 하다.

그러자 태호가 입가에 피를 닦으며 말했다.

- 아.. 씨... 씨발...

철구는 태호가 아까보다 순순한 눈이 되자 철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이제 솔직히 말할 자세가 됐군. 병신 되기 싫으면 이제 솔직히 말하자.

철구의 말에 태호는 인상을 썼다. 그런 태호의 인상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묻기 시작했다.

- 지호가 한 일이 뭐지?

철구의 물음에 태호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철구는 다시 발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태호의 허벅지가 구둣발에 눌리자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 아! 새.. 생각을....

태호의 말에 철구는 발에 힘을 풀었다.

- 생각이라. 5초 주지.

철구는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셌다. 그러자 태호는 황급하게 말을 했다.

- 그.. 그 새끼는 돈 받아내는 회수.. 회수꾼이었어요.

철구는 태호의 말에 다시 물었다.

- 회수꾼이라. 그럼 가장 심한 일을 했겠네. 그 새끼 사람 죽였어?

철구의 말에 태호가 대답했다.

- 사... 사람 죽였다는 건... 못 들었는데요.

- 너 같으면 나 사람 죽였소하고 말하겠냐? 멍청한 새끼.

그러고는 철구는 잠시 생각을 하다 말을 다시 했다.

- 5년 전 장부 있지?

- 장부라뇨.. 장부는 저희..

그러자 철구의 발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태호가 다시 자지러지게 소리를 쳤다.

- 장부... 장부는 사무실 금.. 금고에..

철구가 다시 허벅지를 세게 밟자 태호가 비명을 질렀다. 철구는 태호에게 다시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 같이 갈까?

- 장부는 저희 조직에...

태호가 다시 거부의 의사를 보이자 철구가 다시 발에 힘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태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드.. 드릴 게요.

철구가 태호의 허벅지에서 발을 떼고 태호에게 눈짓을 했다.

- 일어나서 니 사무실로 가자.

철구가 허벅지에서 다리를 떼자 태호는 자신의 허벅지를 비벼댔다.

- 아 씨발.. 부러진 거 같은데..

태호가 꾸물거리자 철구가 태호의 뒤통수를 냅다 내려쳤다.

- 뭘 꾸물대.

철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태호는 다시 바닥에 철푸덕 넘어졌다.

- 안 일어나면 목을 밟아버린다.

그러자 태호가 벌떡 일어났다. 철구는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니가 잘 도와주면 장부는 놓고 가고, 아까 같으면 장부 가지고 경찰서로 가고.

철구의 말에 태호는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철구는 태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아까 같은 태도를 또 보이면 오늘 너네 조직 없어지는 날이야!

철구의 말에 태호는 순간 얼음장이 되었다. 철구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풀풀 풍겼기 때문이었다.

이 세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태호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태호는 비굴한 말투로 말했다.

- 형님.. 아까는.. 제가.. 저도 자존심 때문에 형님께..

- 닥치라고 했지?

철구가 부드럽게 말하자 태호는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태호가 문을 열자 밖에 있던 똘마니들이 화들짝 놀라며 태호를 쳐다보았다.

- 비켜. 새끼들아!

태호가 다리를 쩔뚝이며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자 뒤이어 철구가 담배를 입에 문 채 태호의 뒤를 따라갔다. 태호는 사무실 금고가 열고 장부를 꺼냈다.

- 형님. 이건 저희 밥줄이라서..

- 알았어. 새꺄. 그러니까 닥치고 저기 앉아 있어.

철구는 책상 앞에 앉아서 장부를 넘기며 사채를 빌린 사람들의 집주소와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특히 연체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적어 내려갔다.

- 여기 젊은 여자들은 빚 못 갚으면 팔았냐?

철구의 갑작스런 질문에 태호는 허벅지를 문지르다가 말했다.

- 파... 팔기는요. 돈 갚으라고 저희 업소에 취.. 취직을..

철구에게 한 번 당해서 그런지 태호는 순순히 대답을 했다.

- 그게 그거지. 나쁜 새끼네. 하긴. 너 같은 새끼한테 돈 빌린 것들도 문제지.

철구의 말에 태호는 분위기가 풀렸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햇다.

- 형님은 사채 쓰지 마십쇼. 저희는... 저희는 그나마 인간적으로 하는 거죠. 옆 동네는 장기까지 빼서 판다고...

태호의 말에 철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미친 새끼.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철구가 웃자 태호 역시 철구를 보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 장부는 옆 동네가 더 지저분...

태호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고 있는 철구는 웃으며 말했다.

- 안 가져가. 새꺄. 근데 지호는 아직 너네 조직이냐?

철구의 물음에 태호는 안 가져간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아! 그 새끼요? 그 독한 새끼. 지금은 나갔죠.

철구는 태호의 입에서 '독한 놈'이란 말이 나오자 피식 웃었다.

- 많이 독한 녀석이었나 보군. 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면.

- 아.. 독했죠. 특히 그 사채 연체한 인간들한테는... 뭐 우리한테는 괜찮은 놈이었지만.

그러다가 철구를 흘끗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 근데 왜 아까부터 그 녀석한테 관심이?

- 몰라도 돼. 그 새끼 족치려고 하는 거니까.

철구의 말에 태호가 의아한 듯이 말했다.

- 혹시 형님 아는 분을 연체했다고 조졌.. 아니 죽였나요? 제 밑에서?

태호의 말에 철구가 태호를 인상을 쓰며 쳐다보았다. 그러자 태호는 당황하며 말했다.

- 그.. 분이 누군지 말씀하시면 제.. 제가..

태호는 철구가 지호와 자신을 노리는 것이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사채를 써서 고초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쩔뚝거리며 책상 옆으로 와서 철구가 한참동안 보던 장부의 서류를 들어서 찢었다.

- 이.. 이게 원본이니까.. 그리고 4년 전에 빌렸으면 이제 원금은 다 갚았을 테니까 제가 직접 찢을 게요.

태호는 마치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아이처럼 철구를 쳐다보았다. 태호는 철구를 도운 것 같아 뿌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철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직 다 갚지 못한 사람들인거야?

철구의 질문에 태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저희 돈 다 갚은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는데요?

그러자 철구는 어이없다는 듯이 장부를 들어 찢기 시작했다. 태호는 당황하며 철구를 말리려고 했다.

- 4년 쯤 지났으면 원금은 다 끝났을 테니까 찢어도 되는 거잖아.

철구가 젊은 여자로 보이는 서류들만 챙기고 나머지 서류들은 발기발기 찢기 시작했다. 그러자 태호는 철구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 철구는 그런 태호의 팔을 꺾고는 말했다.

- 4년 이전 것만 찢지. 나머지도 아직 많잖아. 이 존나 나쁜 새꺄.

철구는 최대한 잘게 찢어서 태호 앞에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러고는 태호의 주머니에서 아까 불을 붙여주었던 라이터를 꺼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쓰레기통에 불을 붙였다.

- 아.. 그.. 그건...

태호의 낮은 절규에 철구는 태호의 팔을 풀어주며 말했다.

- 앞으로 심하게 하지 마라. 또 올 테니까.

그러고는 태호의 뒤통수를 한 방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또다시 태호는 자리에 철푸덕 넘어졌다.

- 나 간다. 나오지 마라.

철구가 문을 닫고 나가자 태호는 혼자 비명을 질렀다.

- 아! 씨발 새끼. 내가 저 새끼 조만간 죽여버릴 거야. 씨발..

그러고는 태호는 책상 위의 집기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뒤에서 그러건 말건 철구는 똘마니들 사이를 지나쳐 룸살롱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 어. 나야.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이 중 사망자 명단을 좀 추려주라.

철구는 자신의 수첩에 적인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전화기에 불렀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한 시간 쯤 후에 연락드릴게요.

철구는 전화를 끊고는 차에 올라타서 동그라미 친 사람의 집 쪽으로 향했다.

- 이 새끼. 사실인지 아닌지는 가보면 알겠지.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하세요. 글쟁이 구라도사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공지를 두 번이나 올리게 되었네요. 그간 보잘 것 없는 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도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금 바빠진 관계로 업데이트가 불규칙함에도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평점이 무려 9.95나 되다니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새해에는 하시는 일 다 잘 되시고 늘 건강하세요. 저도 새해에는 체력 관리도 하고 글도 더 많이 쓰고 연재 주기도 지키는 구라도사가 되겠습니다.

구라도사가 하는 말이라고 해서 구라라고 생각지는 마시고.. ^^

그럼 다음에 글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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