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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54화 (254/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3. 알 수 없는 것들의 향연(2)

철구는 양 손가락을 한 번 꺾고는 차에서 내려 룸살롱 안으로 들어갔다. 철구가 룸살롱 계단으로 내려가자 덩치가 큰 기도 한 명이 철구를 막아섰다. 철구는 이미 예상이나 한 듯이 기도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 태호 만나러 왔으니까 얼른 달려가서 나오라고 해라.

문 앞을 지키던 기도 하나가 얼굴이 붉어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어디서 개 같은 새끼가 와서 짖어대는 거야!

철구는 그의 반응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 개소리는 니가 하고 있으니까 태호나 불러와. 아니면 내가 갈 테니까.

철구의 말에 기도는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철구는 기도의 주먹을 살짝 피하며 손끝으로 기도의 목울대를 찔렀다. 그러자 기도는 켁켁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 긴 말 안 할 테니까 태호 불러와.

기도가 당하자 안에 있던 날렵하게 생긴 녀석이 철구에게 다가왔다.

- 칠성이냐?

철구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날렵하게 생긴 녀석은 철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나 그런 거 아니니까 피곤하게 하지 말고 태호나 데려와.

그러자 날렵하게 생긴 녀석이 말했다.

- 우리 보스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녀석이라면 그만큼의 배짱도 있겠지.

철구는 날렵하게 생긴 녀석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 태호가 벌써 보스야? 그 새끼 오야 제꼈구만.

철구의 말에 날카롭게 생긴 놈이 철구를 노려보았다. 철구는 그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태호 새끼가 바닥을 길 때, 내가 몇 번 손을 봐주긴 했지. 근데 새끼, 많이 컸네. 내가 부르는데 똘마니 새끼들만 주르륵 나오고.

철구의 말에 날렵하게 생긴 녀석이 주먹을 내리 뻗었다. 철구는 그 주먹을 왼손으로 붙잡고는 오른손을 그의 목덜미 쪽으로 날렸다.

그러자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철구의 손을 피하며, 철구의 다리 쪽으로 자신의 발을 쭉 뻗었다.

철구는 손을 놓고 자기 쪽으로 날아오는 다리를 피했다가 그 정강이를 정확하게 밟았다.

- 빠각.

정강이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날렵하게 생긴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철구는 그를 놔두고 룸살롱 안에 크게 소리쳤다.

- 태호야! 내가 너 찾으면 넌 반쯤 죽는다고 생각해라.

철구가 소리치지 저 멀리 구석에서 여러 명의 검은 양복이 걸어 나왔다. 그 뒤로 태호는 인상을 구기며 밖으로 나오다가 철구를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 너 누구야?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호봉이 새끼, 입이 가볍진 않나보네. 아직 애들이 모르는 걸 보니까.

철구의 입에서 호봉이라는 말이 나오자 태호가 잠시 멈칫 했다.

- 너 누군데, 호봉이 형님을 그렇게 불러?

철구는 태호를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 많이 컸네. 나한테 반말도 하고. 궁금하면 둘만 있던가, 아니면 호봉이한테 전화를 해 보던가.

태호는 철구를 노려보며 전화기를 꺼내 호봉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는 도중에 태호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 그... 그게...

태호는 침착하게 전화를 끊고 말했다.

- 아이고. 박 형사님. 실종되셨다고 들었는데...

방금 전까지 뻗대던 태호가 굽실거리며 다가오자 철구는 태호의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한 대 내려치면서 말했다.

- 실종? 잠복이야. 새꺄. 그리고 내가 나오라는데, 이 새끼가 간을 봐?

뒤통수를 맞은 태호는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가 재빨리 일어나서 철구에게 말했다.

- 그거야... 형님인 줄 몰라서...

태호의 말에 철구가 웃으며 말했다.

- 그랬던 거야? 짜식. 난 또 간 보는 줄 알았지.

철구의 말에 태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제.. 제가 어떻게 박 형사님인 줄 알았으면...

태호가 빌빌거리자 철구가 다시 태호의 뒤통수를 한 대 더 쳤다. 그러자 태호는 앞으로 다시 철푸덕 하고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금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아.. 씨발... 애들도 있는데...

- 뭐? 애들 있는데? 간이 부었구나. 너.

철구의 말에 태호는 다시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 간이 분 게 아니구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박 형사님인 줄 알았으면 대접을...

태호의 말에 철구가 비웃으며 말했다.

- 대접 잘 받았지. 얍삽한 새끼.

자신들의 보스가 꾀죄죄한 남자에게 굽실거리자 양복을 입은 다른 녀석들의 불이 실룩대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철구는 태호에게 말했다.

- 니 똘마니들이 나한테 볼 일 있는 거 같은데?

그러자 태호는 정색을 하고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그럴... 그럴 리가요. 야! 이 새끼들이... 형님의 형님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태호의 말에 뒤에 거 있던 양복들이 모두 허리를 숙였다.

-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뒤 쪽에 철구에게 맞았던 녀석들은 기어와서는 말했다.

- 죄송합니다. 못... 알아 봐서..

그러자 철구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 내가 깡패냐, 새꺄! 애들 치우고 방으로 들어와. 물어볼 말이 있으니까.

철구가 가까운 방으로 들어가자 태호 주변으로 똘마니들이 모였다. 태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똘마니들에게 말했다.

- 아. 저 씨발 새끼. 죽었는지 알았는데...

- 저 새끼 누굽니까?

태호의 오른팔 격인 녀석이 말을 하자 태호는 그를 보며 말했다.

- 형사였어. 너도 알 걸. 강력계 꼴통이라고.. 호봉이 형님이 모시던...

- 꼴통이요? 아! 그 미드나잇 개박살 낸...

- 그래 임마.. 아. 씨발. 여긴 왜 온 거야. 아무튼 저 방으로 까리 두 명하고, 술 좀 준비해.

태호가 말을 하자 뒤에 있던 똘마니들이 인사를 하고 흩어졌다. 태호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문 앞에 선 철구와 딱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 놀래긴. 짜식. 꼴통이라. 좋군.

철구의 말에 태호는 잠시 긴장을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 그.. 그냥 저희 세계에게서는 다들 그렇게 불러서.

- 그건 됐고.

철구가 말을 꺼내려 하자 태호는 느물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철구를 자리로 옮겨 앉게 하며 말했다.

- 이렇게 오신 것도 인연인데, 저기 앉으셔서 한 잔 하시며 말씀하죠.

태호는 정중하게 철구를 상석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철구는 그냥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물어 볼 게 있어서 왔다. 솔직하게 대답하면 뒤통수 한 대로 끝나고, 그렇지 않으면 뭐 너희들이 알다시피 '미드나잇'처럼 해주고.

철구는 의도적으로 '미드나잇'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태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답했다.

- 뭐든지 솔직하게 대답하죠. 제가 언제 형님에게 거짓말한 적 있습니까?

태호의 말에 철구가 쓰윽 얼굴을 들이밀어 태호를 보았다.

- 후. 많이 봤지.

철구가 그렇게 말하고는 입에 담배를 물자 태호가 얼른 라이터를 꺼내 철구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불만스럽게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 중요한 손님 오셨는데, 이것들이 뭘 꾸물거려.

태호의 말을 떨어지자 거의 속옷만 걸친 여인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두 명이 싱글거리며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 미라에요.

- 소희에요.

태호는 여자 두 명에게 얼른 손짓을 하면서 철구 쪽으로 보냈다.

- 중요한 분이니까 잘 모셔. 이 오빠가..

태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철구가 조용히 말했다.

- 나가.

철구의 말에 여자 두 명은 순간 멈춰 서서 태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태호가 느물거리며 말했다.

- 형님.. 저의 작은 성의.

- 나가라고... 그리고 누가 니 형님이야?

철구의 싸늘한 말에 여자 두 명은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고, 태호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래도...

철구는 태호의 뒤통수를 냅다 내려쳤다.

- 닥치고. 아가씨들은 됐으니까 나가.

철구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두 여자를 밖으로 내보냈고, 문을 걸어 잠갔다. 뒤통수를 맞아 인상을 구기고 있던 태호는 철구가 문을 잠그자 당황하여 말했다.

- 아이고. 형님.. 제가 예의를 몰랐던 건 용서를...

태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철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아직 사채 하냐?

철구의 말에 태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철구의 표정을 살피고는 말을 꺼냈다.

- 아니.. 그건... 저희..

- 아.. 이 새끼는. 옛날에도 말이 길더니. 짧게 말 해. 하냐고?

철구가 눈을 부라리고 다가오자 태호는 당황하며 말했다.

- 네.. 합니다.

- 사채로 사람 죽인 적 있어?

철구의 말에 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 죽이다뇨.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태호의 말에 철구는 아까보다 더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

- 안 죽여? 고문하다 죽을 수도 있잖아.

- 고.. 고문이라뇨.

철구의 말에 태호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철구는 아까보다 조금 부드러움 말투로 말했다.

- 그럼 쉽게.. 협박하다가.

- 그런 적 없습니다.

태호는 철구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철구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말했다.

- 맞아야 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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