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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49화 (249/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축계 Pilot - 2. 그들과 만나다.(1)

2. 그들과 만나다.

어두운 방 안에는 컴퓨터 서버에 등록된 내용을 쳐다보는 붉게 충혈된 눈이 있었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동여맨 마치 미라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 하나가 흐린 모니터의 화면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 이거 냄새가 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뭐가 우스운지 혼자 킥킥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의미심장한 표정이 되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발송했다.

전장에 걸린 흐린 전구는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방이 어둡다거나 음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불빛이 방 안의 분위기를 조금은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 한쪽 구석에선 오래된 LP에서 흘러나오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알르망드'가 흘렀다. 와인 잔을 들고 한 여인이 천천히 안락의자에 기대어 몸을 눕혔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채 와인 잔을 들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이 점점 장중해질 무렵 커피테이블 위에 있는 태블릿에 '딩동'하면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마도 믿지 못하실 겁니다.......'로 시작되는 메시지였다. 그 다음 태블릿으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여인은 낮게 한숨을 쉬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 어디죠?

조그만 동네 성당에서는 한 젊은 신부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엇이 괴로운지 얼굴은 몹시 어두웠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크게 소리를 내어 기도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몸은 격렬하게 떨렸다. 그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신부의 몸은 차차 괜찮아져 갔다.

이윽고 기도가 끝났는지 신부는 성호를 긋고 다소 편한 표정으로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 딩동

신부의 스마트폰에는 '아마도 믿지 못하실 겁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또다시 떠올랐다. 신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메시지를 보냈다.

- 곧 가죠.

오래된 건물에는 '제일 흥신소'라는 촌스러운 창문 코팅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모습이 보였다.

주위는 어둑어둑 했으나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그 안에는 대머리 중년 사내가 소파에 기댄 채 코를 골고 있었다.

사무실로 조심스럽게 한 사내가 들어왔다. 허름한 복장에 미니카메라를 한 손에 든 채 사무실로 들어오다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대머리 사내를 보고 낮게 한숨을 쉬며 그를 흔들어 깨웠다.

- 이제 들어가서 주무쇼.

사내의 말에 대머리 사내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입가에 침을 닦으며 말했다.

- 응? 뭐야? 벌써 밤이네.

그러다가 불현듯 뭔가 생각이 났는지 허름한 옷의 사내를 보고 말을 했다.

- 아. 사진을 찍어 왔어?

그러자 사내는 말없이 카메라를 건넸다. 대머리 사내는 카메라를 켜보고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 흐흐흐. 수고했어. 역시 자네만한 사람이 없어. 또 한 건 했네. 흐흐.

그러더니 사내를 돌아보며 손으로 소주 마시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 어때? 오랜만에 한 잔 할까?

그러나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피곤이 묻어난 얼굴이었기에 대머리 사내는 입맛만 다시면서 연신 '그래, 그래' 했다.

- 그래. 그래.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대머리 사내가 카메라를 캐비닛 안에 넣고 문을 건 다음 문 앞으로 가며 말했다.

- 피곤할 텐데 푹 자라고.

대머리 사내가 밖으로 나가자 허름한 옷의 사내는 피식 웃으며 그 뒷모습을 보다가 소파에 꺼지듯이 앉았다. 그러다가 속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펼치자 그 속에 한 여자의 사진이 보였다. 그는 깊은 시선으로 사진을 쳐다보았다. 그때 그의 감상적인 기분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 딩동

'아마도 믿지 못하실 겁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시지가 보이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메시지가 또 왔다. 허름한 옷의 사내는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무실 문이 열리자 허름한 옷의 남자가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와 투덜거렸다.

- 뭐야? 귀신을 보는 놈이라고?

그러자 몹시 잘생긴 사제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 글쎄요. 단순히 귀신을 보는 정도라면 무당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제의 말에 30대 초반의 여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무당을 찾으라뇨. 신부님한테 들으니까 새로운데요?

여자의 말에 사제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제 출신 성분이 독특하잖아요.

사제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한 말에 허름한 옷의 남자가 컴퓨터 모니터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떨렁 그거 가지고 모두 지치고 힘든 우리를 불러 모은 건 아니겠지?

허름한 옷의 남자의 말에 모니터는 삐삐 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 그게 전부다.

모니터에서 나온 말에 허름한 옷의 남자가 탁자를 탁 치며 말했다.

- 뭐? 떨렁 그 내용으로 뭘 하자는 거지? 설마 우리보고 귀신을 잡으라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여자가 남자 쪽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철구 씨, 일단 대장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죠.

철구는 여자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할매, 너무 대장 감싸고돌면...

그 순간 사제가 입을 열었다.

- 글쎄,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번 일은 뭔가 있는 것 같아 보여요. 일단 세현 씨 말대로 대장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죠.

그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대장의 기계음이 들렸다.

- 일단 접수된 내용은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일은 얼마 전에 일어난 '원룸 미라 사건'과 연결된 것 같다. 정확한 동선까지는 파악하진 못했지만, 경찰청 내부 수사 자료와 시간 상 일치한다.

대장의 말에 철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잖아?

철구의 말에 대장은 다시 삐삐 소리를 내며 말했다.

-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때 찍은 사진도 있다. 그걸 바탕으로 여러 정황을 파악해 본 것이다.

대장의 말에 사제, 석호는 두 손을 모아 턱에 대며 말했다.

- 이런 일에 감이 개입되면 안 되겠지만, 왠지 저는 뭔가 큰일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요.

철구는 석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석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건 거의 막무가내 수준으로 이 일을 맡자는 것이었다. 철구는 석호의 그런 모습에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그간 보아온 석호도 석호려니와 자신도 경찰 시절에 '감'으로 일을 처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욱이 석호가 말하는 '감'은 본질적으로 그냥 누구나 하는 추측이나 느낌 정도가 아님을 철구는 잘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떡였다.

-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야. 그럼 한 번 파 봅시다.

철구의 딴죽이 있을 줄 알았던 세현과 대장은 철구가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이자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철구가 석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모두들 그저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철구는 탁자를 탁 치며 말했다.

-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대장?

철구가 일어서자 석호도 따라 일어났다.

- 같이 가시죠.

철구는 석호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 그럽시다.

그 때 석호의 스마트폰에 메시지와 지도가 하나 떴다.

- 그리로 가면 된다.

석호는 스마트폰을 보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출발하죠.

한적한 주택가 거리에 승합차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철구는 허리를 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여기가 맞나?

그러자 석호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석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뚜~'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 도착했어요. 이 근처가 맞나요?

석호의 말에 기계음은 잠시 주춤하다가 말을 했다.

- 맞다.

- 더 자세한 주소는 알 수 없나요?

그러자 기계음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마디 했다.

-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때 철구가 석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는 깜박이는 PC방 간판을 가리켰다. 석호는 고개를 들어 PC방을 보며 말했다.

- 저기요?

그러자 철구는 먼저 PC방 계단 쪽으로 향해 가며 말했다.

- 네. 내 느낌이 그래요.

철구의 말에 석호는 피식 웃으며 철구의 뒤를 따랐다. PC 방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을 한 번 휙 둘러보았지만, 석호는 이상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철구는 PC방 알바생이 반대쪽 방향에 자리가 있다는 것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뒤섞여 떠드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저씨, 그 쪽은 자리 없어요.

그러나 철구는 그 말을 무시하고 구석 자리 쪽으로 갔다. 그러나 구석 자리에는 사람은 없고, PC만이 켜져 있었다.

모니터에는 귀신의 사진이 떠 있었다. 석호는 그런 철구를 그냥 쳐다보았고, 알바생은 철구 쪽으로 가다가 무언가 이상했는지 한 걸음 떨어져서 그냥 철구를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게임을 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철구는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놓여 있는 의자를 뒤로 뺐다. 그러나 의자는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빠지지 않았다.

철구는 피식 웃으며 힘을 주어 의자를 뺐고, 그러자 안에 숨어 있던 지호가 의자에 딸려 앞으로 나오며 넘어졌다. 철구가 피식 웃으며 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호는 그 손을 떨리는 손으로 잡으며 일어섰다.

- 경, 경찰인가요?

그 말에 철구는 뒤를 돌아 석호를 보며 윙크를 하고는 말했다.

- 아니.

지호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확인하듯이 말했다.

- 절 잡으러 오신 게 아니라구요?

- 그래. 아냐.

이 말에 지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철구에게 물었다.

- 그럼,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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