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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36화 (236/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8. 마을의 비밀(5)

- 최고 복덕방! 당신의 공급책이지.

철구가 거기까지 말할 때 이장이 버럭 소리를 쳤다.

- 그게 무슨 소리여! 워디서 얼토당토헌 소리를 혀댄댜!

그 말에 철구가 소리를 질렀다.

- 그들이 당신네 정보를 알아냈나 보지? 그래서 납치했나?

- 납치라니.. 허허.. 이 눔 보게나..

이장의 말에 철구가 모두를 돌아보며 소리를 쳤다.

- 이 마을에 아주 악당들만 모아놨더군. 당신들이 아무리 깨끗한 척 하고 살아봤자 당신들의 습성은 변치 않았어. 특히 당신들은 말야. 어떤 방식으로 그 사람들을 납치하고 없앴는지는 모르지만 당신들 같은 놈들이 여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거야.

철구의 외침에 이장은 싸늘하게 말을 했다.

- 서울서 온 나쁜 넘들이 오히려 우릴 악당으로 모네. 허 참. 당신들이 오기 전엔 아무 문제 읎던 동네였어. 어디서 덤태기여.

철구는 이장의 말에 냉정하게 대꾸를 했다.

- 최 씨. 사기 및 특수 강간. 전과 8범. 고 씨 살인 및 특수 폭력. 전과 7범. 저 뒤에 있는 유 씨. 유괴 및 협박, 살인 및 미성년 강간. 전과 11범.

철구의 외침에 최 씨가 곡괭이를 쳐들고 말했다.

- 저 눔에 자식이...

철구의 외침에 그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철구가 말한 선량한 이들이었다.

단지 산삼이 많이 나서 살기 좋은 곳이란 얘기를 듣고 이주해 온 이들이었다. 철구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 실종된 사람들 모두 아주 선량한 사람들이었지. 천석 씨나 그의 어머니, 그리고 미옥 씨도 그렇고 저 위에 사셨던 오 할아버지 내외도 말야. 특히 미옥 씨는...

철구는 그 부분을 얘기할 때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너희 같은 개새끼들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말야.

철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 씨네 집 컴퓨터에서 발견한 동영상 안에서 미친놈들 같았던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 기억날 텐데. 조미옥! 너희들한테 강간당한 여자!

철구의 외침에 이장은 물론이고 뒤에 있던 떨거지들의 표정도 바뀌었다. 철구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소리쳤다.

- 최 씨. 당신 컴퓨터에 아주 좋은 영상이 남아 있더라구. 이 개새끼야!

철구는 이장을 향해 소리쳤다.

- 미옥 씨가 너희한테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몰라도 너희는 개새끼들이야. 조사하면 다 나오겠지만, 너희는 빼도 박도 못해. 알아 새끼들아!

철구의 외침에 다혈질인 유 씨가 먼저 달려들었다.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었다. 철구는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오히려 한 걸음 앞서 나갔다.

다른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칼을 비틀면서 철구에게 달려든 유 씨를 철구는 몸을 슬쩍 피하며 뒷덜미를 당수로 내려쳤다. 그리고는 당수에 맞아 넘어지는 유 씨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걷어찼다.

- 빠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유 씨가 쓰러졌다. 유 씨는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철구는 유 씨의 허벅지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 너희 같은 좆만이들한테는 안 당해. 새꺄.

그런데 그 순간 석호가 철구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 이장이 이상해요. 가슴이 불룩한 게..

철구는 석호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더욱이 자신아 유 씨를 손쉽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도 이장만 아무 미동이 없었기에 철구 역시 무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철구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신부님, 모두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세요.

철구의 말에 석호가 철구를 쳐다보았다. 철구는 석호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저도 매트릭스 네오는 아니니까 총은 못 피해요. 하지만...

철구는 자신의 발아래를 한 번 쳐다보았다. 눈썰미가 좋은 석호는 철구의 다리에 무언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 성준이 걸 빌렸죠. 후훗.

철구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이장을 보며 말했다.

- 우리끼리 할 말이 있지 않을까?

철구의 말에 이장은 크게 웃었다.

- 하하하. 믄 헐 말이 있남? 유 씨를 그랗게 묵사발을 만들고 말여.

철구는 이장의 말에 어깨를 으쓱 했다.

- 덤비니까. 난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놈이 제일 싫거든.

철구의 말에 뒤에 있던 최 씨와 고 씨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했다. 이장은 고 씨와 최 씨를 보며 말했다.

- 마을 사람들 돌려보내.

이장의 말에 최 씨가 의아한 듯이 이장을 보며 말했다.

- 저 깟 놈 쪽수로 밀어...

이장은 최 씨의 말을 자르며 강하게 말했다.

- 얼른 보내란 말여.

이장의 말에 최 씨는 찔끔하고는 뒤돌아서 마을 사람들이게 말했다.

- 여그는 이장님허고 우리들이 정리헐테니 일단 집으로 다들 가 계쇼.

마을 사람들은 철구의 싸움 실력과 자신들과 함께 살던 이들의 정체를 알고 난 다음에는 얼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장의 눈 밖에 날까 고민하던 차에 집으로 가라는 말이 떨어지자 두 말 않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이 틈에 철구 역시 다들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장은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우리 둘이 해결하는 건가?

마을 사람들이 다 가고 철구 일행도 다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이장이 철구를 보며 말했다.

- 어디서 굴러 묵다 온 넘인지 몰라두 이제라두 조용히 가믄 놔 줄테고 아니믄 다 쥑일거여.

이장의 말에 고 씨가 말했다.

- 저.. 저 눔들 풀어주믄 우.. 우리는...

고 씨의 말에 이장이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 내가 다 해결헐 테니께.

고 씨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철구는 이장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떡이며 조롱하듯 말했다.

- 오호... 지명 수배자이자 집단 강간범인 범법자를 해결해 준다라... 그냥 동네 이장이 아니구만.

철구의 말에 이장은 철구를 쏘아보며 말했다.

- 살구 싶으믄 그 아가리 닥쳐.

철구는 이장을 보며 말했다.

- 얼마나 대단한 분이길래 왕처럼 얘기하시나? 어디 뭐하시는 분인지 얘기나 들어볼까? 아니면 이따가 따로 만나서 얘기를 나눌까?

철구의 말에 이장은 가슴 안으로 손을 넣었다. 철구 역시 다리 부근으로 손을 내렸다. 이장이 가슴 안에서 총을 꺼내자 철구 역시 다리에서 총을 풀어 꺼냈다.

- 아! 이것 때문에 자신만만하셨던 건가?

이장은 철구의 손에 들린 총을 보자 흠칫 놀랬다. 철구는 능글거리며 말했다.

- 이 봐. 산골 이장이 총을 갖고 있으면 이상하잖아. 격에 맞지 않아.

철구가 이장을 향해 총을 겨누자 이장 역시 철구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고 씨와 최 씨는 뜻밖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총으로 겨누자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 따까리들도 당신이 뭐하는 인간인지 모르고 있었나 보군. 하긴 당신 입장에선 그냥 저런 쓰레기들은 이용 대상일 뿐이겠지만. 그런데 다른 선량한 사람들까지 이용해 먹으면 안 되지

철구의 말에 이장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 니가 참말로 뒈지고 싶은 갑네. 엉?

철구는 여전히 느물거리며 말했다.

- 적어도 나 혼자 죽진 않지. 당신도 대강은 알 텐데. 총 들고 서 있는 폼이 한두 번 잡아본 솜씨가 아니잖아. 그리고 그 왼발. 아주 훌륭해. 몸을 비틀어서 피하려는 자세 말야.

철구의 말에 이장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 원하는 것이 뭐여?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마치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다 해준다는 말 같군.

이장은 표정을 풀며 말했다.

- 다 해 줄 수 있으니...

철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 되도 않는 사투리 좀 그만 써 줄래? 처음 올 때부터 아주 거슬려 죽겠으니까.

철구의 말에 이장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 눈썰미가 아주 좋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이장이 갑자기 표준어를 쓰자 고 씨와 최 씨는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지금의 이장은 자신이 아는 사람과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철구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

- 당신 같은 충청도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자 이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 멍청한 놈들은 다 속았는데, 넌 조금 다르군. 그런데 니가 원하는 게 뭐지?

이장의 말에 철구가 말했다.

- 진실!

철구의 말에 이장이 크게 웃었다.

- 하하하. 우습군. 진실이라... 경찰까지 있는 걸 보면 어차피 우린 한 편인데 이만 덮어 두지?

이장의 말에 철구가 비웃으며 말했다.

- 한 편이라.. 당신과 한 편은 저 뒤의 두 사람 아닌가?

철구의 말에 이장은 철구에게서 등을 돌리고 고 씨와 최 씨를 보며 말했다.

- 이런 쓰레기들과 한 편이라...

그 순간 이장의 총구에서 불을 뿜으며 고 씨와 최 씨에게 총알을 발사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고 씨와 최 씨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이장을 쳐다보며 쓰러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을 쏜 총알이 정확히 그들의 이마를 관통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마에 총을 맞은 채 그대로 경사진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 뭐 하는 짓이야!

철구의 외침에 이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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