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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35화 (23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8. 마을의 비밀(4)

무나 섬 탐보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모두 한 마을 사람들로 대부분 마을 안에서 실종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된 사람들의 연령대 역시 매우 다양하여 어린 아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이 마을은 마을 사람들끼리 유대도 강하고 또한 주변에 나는 약초나 과일 등을 팔아 평범하게 사는 마을이어서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벌인 사건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마을 주민들 37명 중 34명이 실종되었고 실종이 일어난 기간도 고작 8개월에 불과했다.

철구와 세현은 무겁게 침묵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도네시아 사건은 이 사건과 유사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신문에서 그 이유나 정황을 정확하게 쓰지 않아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긴 힘들었지만 여러 가지를 비교해 보면 아주 흡사한 면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보고서 내용이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었다. 사실 보고서의 내용은 그리 중요한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내용 중 '인도네시아 실험 성공. 추가 실험 필요. 지역 : 한국, 필리핀, 마다가스카르.'라는 부분이 눈에 띠었다.

- 이건 그냥 실험 성공 보고서잖아.

철구의 말에 대장이 대답을 했다.

- 이 보고서의 발신 지역이 인도네시아 무나(Muna) 섬이다.

대장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석호가 말을 꺼냈다.

- 이 사건은 그냥 실종 사건이라고 보기엔 여러 가지 앞뒤가 맞지 않아요. 더욱이 이장이 미군과 연락을 주고받는 걸 보면 더욱 미심쩍고요. 제 생각으로는 미군이 여기서 뭔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져요.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는 미군 실험실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게 보면 왜 굳이 이런 산골 마을을 거점으로 해서 실험을 진행하냐는 거죠.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면 다른 손쉬운 방법도 많은 데도 말이죠. 특히나 그 복덕방 주인이 이곳으로 사람을 보내는 것 같은데,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거든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였다.

- 하긴 사람을 갖고 실험을 하려면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보다 노숙자 같은 사람이 더 어울리지.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어렵군. 아무리 이장을 조저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모른 채 끝날 수도 있다는 거로군. 젠장...

철구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좀 거 명확한 뭔가가 필요해요.

그 때 세현이 나서며 말했다.

- 저도 조금 이상한 게 있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해 봤어요.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봤더니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어요. 우선 실종된 노부부 집에서 머물렀을 때 났던 묘한 향기. 낯설지 않은 향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향 냄새랑 포도당 냄새 같은 거였어요. 물론 다른 것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최음제 냄새였어요. 두 노부부가 사는데 그런 향을 뿌릴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그 냄새가 그 노부부 집에서만 난 게 아니라 이 마을 전체에서 미약하게나마 나고 있어요. 물론 실종된 미옥 씨네 집이나 천석 씨네 집에서 좀 더 진하게 풍기고 있구요. 그리고 이거.

세현은 이미 지난번에 본 성분 분석표를 다시 내밀었다.

- 이건 본 거잖아. 그 때 별 다른 게 없다고 그랬잖아.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성분들만 본다면 그다지 문제될 게 없긴 하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완벽하게 무기물만이 결합된 물질은 세상에 없다는 거예요. 하다못해 돌멩이에도 유기물이 섞여 있죠.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외계에서 온 운석에도 유기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죠.

석호의 말에 철구가 얘기를 꺼냈다.

- 자. 그럼 정보를 종합해 보자구. 일단 다 이상하지만 냄새랑 무기물 가루들, 그리고 밖에서 일어나는 식물들의 변화. 이게 뭘 의미하지?

철구의 말에 석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혹시 미군이 여기서 실험을 하는 게 어떤 약품을 이용해서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아닐까요?

석호의 말에 철구는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 약품을 이용해서 그렇게 한다면 결국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생태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란 건가요?

철구의 말에 석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 글쎄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얼굴에 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그럼 이제 남은 건 하나밖에 없군요. 이장을 조저 보는 거.

지금 상황으로는 철구의 방식 외에는 없어 보였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정보들이 가리키는 결과를 유추하기가 힘들었다. 철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두에게 말했다.

- 일단 이장을 건드리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준비들 해요. 세현 씨랑 천석 씨는 마을 아래로 내려가 있고, 신부님은 뒤쪽에 차를 대고 기다려 주세요.

- 어떻게 하시려고...

석호는 걱정스럽게 철구에게 물었다.

- 이 동네는 이장의 나와바리잖아요? 똥개도 자기 동네에선 오십 퍼센트 먹고 들어가니까 일단 이장을 잡아다 다른 동네에서 취조를 해야죠.

철구는 취조라는 말을 강하게 발음했다. 석호는 철구의 행동이 과격해 보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기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럼 일단 준비해요.

그런데 그 때 천석의 집 밖에 몹시 소란스러워졌다. 그 소리에 철구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이미 도착한 몇 명의 사람과 그 뒤로 이어 오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 뭐 하자는 거지?

철구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장과 그의 떨거지들이 나왔다. 이장은 철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 아즉도 안 갔냐?

이장의 말에 철구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내가 똥갠가,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말게.

철구의 말에 옆에 있던 고 씨가 소리를 쳤다.

- 아따 고 놈, 어른 말씀허시는디 따박따박 말대꾸허는 것 좀 보소.

철구는 고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 어른이 어른다워야지. 쓰레기를 어른 취급할 이유는 없잖아?

철구의 말에 고 씨가 버럭 소리를 쳤다.

- 어따 고놈 말허는 싸가지 보소. 개새끼도 저 늠보다 낫겠구먼.

고 씨의 말에 철구가 말을 받아쳤다.

- 하긴 개만도 못한 새끼가 볼 땐 개새끼가 참 높아 보이겠지.

철구의 말에 고 씨가 발끈하여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이장이 철구를 향해 소리쳤다.

- 잔말 말고 언능 이 동네서 가라고. 너그들이 와서 동네가 많이 시끄러우니까 말여.

철구는 이장의 말에 이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럼 동네에서 나갈 테니까 이장님도 저희랑 같이 가시죠.

철구의 말에 이장이 철구를 노려보며 말했다.

- 뭐라? 나가 와 너그들과 같이 가능가?

철구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 이 동네 비밀을 이장님은 다 아실 테니까요.

철구의 말에 이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 이 동네야 약초 캐서 묵고 사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여. 비밀이고 뭐고가 없지.

- 정말 그럴까요?

철구의 말에 이장은 볼을 씰룩거렸다.

- 저 늠들이 협박을 혀는구만. 어허.. 말세여. 말세.

이장의 말에 철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이 동네 산삼이 아주 많이 나더군요.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지천으로 깔려 있던데요?

철구의 말에 떨어지자 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이 눔. 그거는 우리 동네 사람들헌티 산신님이 내려주신거여. 너희 같은 떨거지들이 노리는 게 아녀.

이장의 말에 철구가 어깨를 으쓱했다.

- 글쎄요. 제가 알기로 여기는 사유지가 아닌 걸로 아는데요. 그럼 누구든지 산삼을 캘 수 있는 거잖아요?

철구의 말에 이장이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서서 외쳤다.

- 저.. 저 서울서 온 늠이 결국은 산삼을 노리고 온 거시여. 저런 넘들은...

이장의 외침에 마을 주민들이 동요하자 철구가 나서서 말했다.

- 저런 산삼은 줘도 안 가져. 저기다 뭔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 이 마을, 아니 이 산 전체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말야.

철구의 외침에 이장이 고개를 돌리며 철구를 쳐다보았다.

- 뭔 짓을 혀다니?

철구는 이장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 이 마을에서 뭘 키우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아주 곤란할 거야.

철구가 그렇게 외쳐대자 이장은 눈이 커다래지며 소리쳤다.

- 키우긴 뭘 키워?

철구는 그 자리에 서서 크게 외쳤다.

- 모르쇠로 일관하시겠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주지.

철구는 이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 이 마을이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다들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야. 우선 이 마을에서 풍기는 묘한 냄새. 알아보니까 최음제 성분이더라구. 이장은 알고 있었지?

철구의 말에 이장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철구를 노려보았다.

- 그리고 8개월 전에 이곳에 놀러온 두 연인. 남자가 미쳐서 여자를 죽였지. 언론에 나오진 않았지만, 그 영상은 인터넷에 떠돌더군. 그리고 저 산에서 자라는 이상한 식물들! 모른다고 할 수는 없겠지. 당신네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니까 말야.

철구는 이장을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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