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30화 (230/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7. 알고 싶은 비밀(4)

- 우리나라 토지 구획상으로는 산림과 주거지가 혼합된 곳으로 나온다. 하지만 군사 지도에는 미군 군사 지역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석호는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만약에 여기가 미구 군사 지역이라면 군사 시설이 있어야 되잖아요. 혹시 지하에 있는 건가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삐삐 소리를 냈다.

- 지하 시설은 만들 수 없다. 산 아래가 모두 돌로 되어 있다.

대장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가 왜 미군 군사 지역일까요?

철구의 질문에 대장은 또다시 삐삐 소리를 냈다.

- 위성사진으로 봐도 인가 몇 채와 산 밖에 없다. 군사 훈련 시설도 없고 그렇다고 미군이 주둔하는 곳도 없다.

대장의 말에 석호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떡였다.

- 음... 아무튼 이곳과 관련된 정보가 있으면...

석호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 거기와 관련된 정보가 더 있다. 이건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찾은 거다.

- 정신 나간 놈이요?

석호의 질문에 대장은 뭔가를 준비하더니 말을 했다.

- 딥웹(Deep Web)에서 나름 유명한 인간이다. 일단 이 영상이다.

석호의 스마트폰이 저절로 어떤 사이트에 접속을 하더니 동영상 하나를 재생하기 시작했다. 석호는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화면 안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하나 나와 책장을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 안녕하세요, 나는 오컬트 쇼의 마틴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조금 으스스한 내용입니다. 뭐냐구요? 하하하. 바로 시작하면 재미없으니까 질문 하나 하죠. 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종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동네가 어딜까요? 사람이 믾은 서울? 아니면 범죄율이 높은 인천? 아니면 부산? 다 아닙니다. 실종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동네는 바로 여러분들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동네인 소백산에 있는 오정리입니다. 처음 들어 보시죠? 사실 저도 처음 들어봅니다. 하지만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실종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동네이니 이제부터라도 잘 기억해 둬야겠죠? 물론 실종자의 절대적인 수를 따지면 대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마을 인구와 비례해서 본다면 아주 아주 높은 지역입니다. 현재 이 동네에 주민으로 등록된 사람은 총 36명, 그런데 실종 신고가 된 사람은 8명. 놀랍지 않나요? 네 명 중 한 명이 실종된 겁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최근 2년간 벌어진 일입니다. 마침 제보가 하나 있어서 소개를 해 드릴 텐데요. 먼저 영상을 보시죠.

석호는 오정리라는 말에 눈이 커졌다. 하지만 더 놀란 건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 때문이었다.

- 이제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심장이 약한 분이나 노약자, 임산부는 시청을 금합니다.

잠시 주의 화면이 나오고는 이상한 장면이 나오면 그 위로 멘트가 나왔다.

- 이 영상은 오정리에 방문했던 두 남녀의 내용입니다.

석호는 화면에 나오는 장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남자로 보이는 하얀 수술 장갑을 낀 사람이 계곡 사이 너럭바위 위에 여자를 눕혔다.

여자의 몸은 조금 꿈틀거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무언가 열락에 사로잡힌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가끔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 너무 예뻐....

흰 장갑을 낀 사내는 나신으로 누워 있는 여인을 카메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찍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진한 쌍꺼풀이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입술 역시 화장을 하지 않는 상태였지만 선홍색의 붉은 빛깔이 돌고 있었다. 옅은 갈색으로 염색을 한 풍성한 머리카락이 너럭바위 위에 넓게 흩어졌고 그 사이로 목선이 길게 뻗어 있었다.

두 다리가 모아져 있어서인지 허리 옆으로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는 치골이 보였고 치골 아래로는 매우 탄력이 있는 엉덩이가 뭉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눈부실 정도로 매끈한 다리가 보였다. 군살 하나 없는 허벅지부터 적당한 탄력이 보이는 종아리를 지나 힘줄이 조금씩 수축되는지 발목은 다소 빳빳해 보였고, 발목 아래로 핑크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는 길고 시원해 보이는 발이 있었다.

- 널... 널 영원히 내가 가질 거야...

그러나 흰 장갑을 낀 사람은 여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찍은 후 자신과 여인이 잘 보일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놔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에 매여 있던 가방을 풀어 한 쪽에 놓았다. 가방 안에서 조그만 상자를 하나 꺼냈다. 상자를 열자 온갖 수술 도구가 보였다.

하지만 흰 장갑을 낀 사람은 가방을 다시 뒤지더니 이번에는 여러 가지 칼이 꽂혀 있는 칼집을 꺼냈다. 칼집을 조심스럽게 풀더니 안에서 가장 날카롭게 벼려진 칼을 하나 꺼냈다.

흰 장갑을 낀 사람은 칼을 들고 날을 살폈다. 그러더니 조금 만족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는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흰 장갑은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가늘고 날카로운 칼을 들고 여인의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지체없이 정수리에 칼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여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허리를 들썩이며 몸을 꼬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의 정수리부터 이마까지 칼로 내리그었다. 피가 새어나왔지만, 남자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칼을 세워 이마부터 천천히 아래로 내리 그었다.

칼은 이마를 지나쳐 미간 사이, 그리고 콧날 위를 지나 인중과 입술, 그리고 턱 아래까지 그어졌다. 그어진 사이로 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런 섬뜩한 모습과는 반대로 여자는 여전히 들뜬 얼굴이었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어서 오히려 분위기가 더욱 무서웠다. 그녀의 몸에 기다란 자상을 남긴 남자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다시 칼을 들고는 그녀의 치골 쪽으로 그었고, 다리 옆선을 따라 허벅지와 무릎 옆 부분, 종아리를 거처 다리까지 그어 내려갔다.

- 이.. 이 자식 뭐하는 거야?

석호가 그 영상을 보며 중얼거리자 대장이 말했다.

- 다음은 더 충격적이다.

그러자 석호가 대장에게 말을 했다.

- 이런 영상은 안 좋아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 이거 스너프 무비(Snuff Movie)인가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삐삐' 소리를 냈다.

- 실제 사건이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질문을 했다.

- 실제 사건에 대한 영상을 어떻게 이 사람이 가지고 있을 수 있죠? 그리고 이게 실제 사건이라면 이렇게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 자체가 범죄 아닌가요?

석호의 질문에 대장이 대답했다.

- 지금 마틴이란 사람은 지명 수배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못 잡고 있다.

석호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다시 화면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여자의 몸에 칼을 그었고, 어느덧 다 했는지 고개를 들어 카메라 쪽을 쳐다보았다.

- 이 여자는 내 꺼야.. 영원히... 내 꺼야..

그렇게 외치더니 칼을 한 쪽을 집어 던지고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칼로 그은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더니 힘을 주어 피부 가죽을 벗겨냈다.

피가 범벅이 되고,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여자는 자신의 살이 찢겨 나가는데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남자는 힘을 다해 자신이 칼집을 낸 피부를 벗겨냈다. 근육과 피부가 연결되어 벗기기 힘든 부분은 메스를 들고 잘라내 갔다. 석호는 너무나 참혹한 장면에 눈을 돌렸다.

- 이런 미친 새끼..

석호가 화면을 끄려고 하자 대장이 말했다.

- 저 인간이 그 다음엔 더 심한 짓을 한다.

석호는 대장의 말에 처음으로 소리를 쳤다.

- 이걸 끝까지 봤다구요?

대장은 석호의 말에 다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 동네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건...

석호가 대장에게 말을 하는 순간 남자는 상반신의 피부를 다 벗겨내고는 헉헉거리는 장면이 나왔다. 피부가 벗겨져 피 칠갑이 된 채 근육 조직이 훤히 드러난 채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은 아까와는 다르게 몹시 무섭게 느껴졌다.

- 히히히... 예쁘다. 예뻐..

화면 속의 남자는 근육 덩이만 남은 여자를 보며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시체 앞으로 다가가서 아래쪽의 피부를 벗겨냈다. 석호는 핸드폰 화면을 터치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무려 50분이나 되었다.

- 대장, 이런 장면만 앞으로 50분이나 계속 되는 거예요?

석호의 질문에 대장은 '삐삐' 소리를 냈다.

-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 나도 그 장면에서 역겨워서 화면을 꺼버렸다. 물론 뒤로 넘겨서 보면 되지만, 도저히 계속 볼 수가 없었다.

석호는 화면을 빨리 돌리려고 손가락으로 오른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버퍼링 화면이 나오더니 더욱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 우웩...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나왔다. 석호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화면을 꺼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석호는 다시 손가락을 들어 화면을 앞으로 돌렸다. 얼마 동안 화면을 넘기자 아까보다 더한 장면이 나왔다.

남자는 아주 날카로운 칼로 여인의 근육을 잘라내고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아직까지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이번에는 발부터 뼈와 연결되어 있는 근육들을 발라내고 있었다.

- 이런 젠장...

석호의 입에서는 욕지거리가 나왔다.

- 이 자식 뭐 하는...

그런데 다음에 아주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남자가 잘라낸 근육의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무언가 검은 것이 그 근육을 덮었다. 석호는 역겨운 화면이었지만 자세히 보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자세히 보았다.

- 이게 뭐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