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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25화 (22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6. 죽음의 위기(4)

- 강한 분이니까 살아계실 거예요.

석호는 얼굴을 굳히며 외쳤다.

- 어떤 사람이 철구 씨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반드시 찾아서 처벌을 받게 하겠습니다.

석호의 목소리가 얼마나 비장했는지 마을 주민들은 사제인 석호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세현 역시 비장한 목소리의 석호를 쳐다보았다.

'시.. 신부님 저건 연기가 아닌데..'

그리고는 석호가 마을 주민들에게 외쳤다.

- 철구 씨를 찾을 때까지 저 역시 여길 안 떠날 겁니다.

그리고는 뒤 울타리 너머를 쳐다보며 외쳤다.

- 거기 숨어서 우릴 감시하는 사람. 철구 씨의 실족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 눈에 띄면 제일 먼저 잡아낼 겁니다.

석호의 외침에도 울타리 너머는 조용했다. 석호는 강하게 외치고 세현과 천석에게 말했다.

- 밤에 돌아다니는 게 더 위험하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내일은 저랑 세현 씨랑 천석 씨가 나눠서 계곡 아래를 돌아다녀 보죠.

석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들 일으켜 세우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모니터를 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 다 됐나요?

모니터에서는 'OK'라는 글자가 크게 보였다.

'위성으로 받는 거라 조금 느렸다. 아무리 압축 패킷으로 받아도...'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 아저씨도 빠져 나갔다.'

석호는 대장의 글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철구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다행이군요.

석호는 조그맣게 말을 하고는 천석과 세현이 있는 거실 쪽으로 갔다.

- 일단 천석 씨도 아래 내려가셔서 오늘밤은 쉬세요. 내일은 많이 힘드실 테니까요.

석호의 말에 천석은 연신 '어떠케유.'만 외쳐대다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아래 미옥이 살던 집으로 내려갔다.

- 천석 씨에게 거짓말을 하려니 조금 마음에 걸리네요. 저렇게 슬퍼하는데..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하지만 천석 씨는 순진하기도 할뿐더러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은 게 좋아요.

- 그야 그렇지만...

세현은 석호의 말에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그런데 이런 걸 언제까지 해야 하죠?

석호는 세현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철구 씨가 살아 돌아올 때까지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모두들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이렇게 이상한 짓을 하려니 제가 정말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네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말했다.

- 일단은 저들에게 철구 씨의 행적을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냥 우리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 되면 되는 거예요.

세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석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 신부님은 안 어색하세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대답했다.

- 음.. 처음엔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철구 씨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까 저절로 그렇게 행동이 되더라구요.

세현은 석호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아닌 게 아니라 석호는 정말 철구를 찾아 헤매는 미친 사람 같아 보였다.

석호를 보면서 세현은 정말 철구가 실종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둘이 앉아 얘기를 할 때면 누구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에 세현은 석호야 말로 배우가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외모에 저런 연기력을 갖고 있다면 자신이 생각했을 때 단연 우리나라 탑 배우가 될 만했기 때문이었다.

- 저도 그래봐야겠네요. 철구 씨가 뻔히 동네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찾아 헤매는 짓을 하려니까 참...

세현의 말에 석호가 빙그레 웃었다.

- 그래도 저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져요. 철구 씨가 비록 안 좋은 일을 당할 뻔 했지만 전화위복으로 숨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니까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아닌 게 아니라 세현 역시 철구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을 땐 정말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석호가 철구를 만나고 철구 역시 이 상황을 이용해 드러나지 않게 정보를 모은다는 계획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현은 철구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이후 보이지 않자 왠지 철구가 보고 싶기도 했다.

-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야 될 것 같아요. 철구 씨가 우리에게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저희는 철구 씨를 찾는 척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어쩌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을 수도 있겠죠.

석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세현에게 말하고는 노트북을 보았다. 노트북은 보통의 윈도우 바탕화면이 아닌 검은 바탕에 커서만 반짝이고 있었다.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컴퓨터에 에러가 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석호는 노트북을 보며 말했다.

- 아까 다운 받은 정보는 뭐에요?

석호의 말에 노트북 화면이 바뀌면서 기계음이 나왔다.

- 최 씨네 집에 있는 컴퓨터와 연결이 되어 거기 안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 빼놨다. 그런데...

석호와 세현은 의아한 듯이 노트북 쪽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노트북 화면에 잔뜩 얼굴을 찌푸린 그림과 육두문자들이 나왔다.

- 그 새끼는 천하의 개쓰레기다. 아니 쓰레기라고 하기엔 쓰레기가 불쌍할 정도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당장 가서 시궁창에 처넣고 싶다.

대장은 분노에 차에 타이핑을 쳤다. 그 말에 석호가 대장에게 말했다.

- 진정해요. 도대체 뭐가 있길래 그래요?

그러자 노트북 화면이 바뀌며 최 씨 컴퓨터 화면 그대로 나타났다.

- 프로그램도 없고, 별 쓸 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하드디스크가 꽉 차 있다. 그 이유는...

대장은 원격으로 컴퓨터를 조정하듯 폴더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파일 제목과 스크린샷을 보고 석호와 세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 이게...

- 전형적인 페도필리아(Pedophilia)에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세현은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말했다.

- 사실 페도필리아의 성향을 가진 페도파일(Pedophile)의 경우에는 정신병이지 그게 범죄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처럼 아동성애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그런 성향을 겉으로 드러내면 범죄가 되죠. 최 씨의 범죄 경력에서 보면 여섯 살짜리 아이를 강간한 경력이 있는데... 여전히 이런 짓을...

모니터에는 각종 아동성애동영상이 있었다. 거기에는 끔찍하게도 아주 어린 1, 2세 아이들도 있었다. 석호는 그 영상들의 스크린샷을 보며 말했다.

- 도대체 이런 걸 찍는 인간들은...

석호의 분노에 찬 말에 세현이 말을 받았다.

- 선천적으로 페도필리아를 앓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페도파일들은 같은 나이 또래나 아니면 연상의 대상과의 관계에서 실패했거나 아니면 열등감 등으로 인해 자기와 동등한 사람과는 정상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건 사실 아동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저 자기가 힘으로 약한 존재를 억누를 수 있다는 지배 심리 때문이죠.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어쩌면 범죄자가 아니라 환자일 수도 있다는 거로군요.

세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렇게 범죄자가 되거나 아주 쓰레기가 되는 거죠.

세현의 말에 대장이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난 이 인간이 치료를 받기보다 저주를 받아 죽기를 바란다.

대장의 말에 석호가 모니터를 향해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를 했다.

- 그런 생각은 몸에도 나쁘고 정신에도 나빠요. 곧 올바른 죗값을 받을 거예요. 현실에서 그렇지 못할지라도 하느님의 준엄한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조금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 그런데...

세현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 대장, 이 영상들을 본 건 아니죠?

세현의 말에 대장은 펄쩍 뛰며 말했다.

- 난 보여줘도 안 본다... 다만... 여기..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검은 화면의 스크린샷이 보였다.

- 이게 뭐죠?

그러자 화면이 바뀌며 뭔가 다른 게 나왔다.

- 인코딩 방법이 다른 파일이다. 위의 것은 대부분 불법 성인 사이트에서 받은 것이라 상업용 인코더를 사용했는데, 이 파일은 일반 컴퓨터에서 인코딩을 했다.

석호는 그 파일을 더블 클릭했다. 검은 화면이 몇 초간 계속 되다가 목소리가 들렸다.

- 잘 녹화되고 있는 거제?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석호와 세현은 그 화면을 보다가 재생을 종료했다.

- 아주 나쁜 놈들이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 그 놈들 반드시 벌을 받게 만들어야 해요. 나쁜 놈들..

한편 손쉽게 최 씨네 집에서 컴퓨터 정보를 빼낸 철구는 다음 대상을 찾았다. 철구는 아무래도 가장 의심이 가는 이장의 정보를 빼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간인지 아무리 봐도 틈이 보이지 않았다. 밤을 보내고 다음날 마을이 한바탕 시끄러워진 걸 보고 철구는 동정을 살폈다.

마을 위에는 석호와 세현, 천석이 계곡 아래로 내려가 철구의 행적을 찾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을 거라고 얘기를 하였고, 이장과 그 패거리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용한 무당을 섭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철구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틈을 봤다.

- 그 돈으로 여그까지 온다는 무당이 읎구만...

이장의 말에 고 씨가 말을 했다.

- 무당보담 저 위에 있는 넘들 보내야 쓰것는디.. 그 놈의 자슥 시신이라도 찾아야 갈랑가...

고 씨의 말에 이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 그란디 신경 쓰지 말고 마을에만 신경을 쓰라구.

이장의 호통에 머쓱해진 고 씨가 입을 삐쭉거렸다.

- 아무튼 고 씨랑 유 씨, 최 씨는 마을 주민들 단디 단속혀고, 굿 허는디 돈을 모아야 허니까 잘들 얘기허고.

이장의 말에 다들 대답을 하고 마을로 흩어져 갔다. 철구는 이장의 보일러실에 숨어 그들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 그런데 다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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