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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20화 (220/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5. 수상한 사람들(5)

- 이.. 이게 뭐하는 짓이여!

철구와 성준이 뒤를 돌아보자 이장이 고 씨와 함께 최 씨네 집으로 오고 있었다. 그런 이장과 고 씨를 보고 철구가 피식 웃었다.

- 대장이 똥개를 끌고 온다.

철구가 성준에게 말을 하자 성준이 철구의 말에 같이 웃었다. 성준은 올라오는 이장과 고 씨를 보며 말했다.

- 아! 이장님이시군요.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되는데 실종 사건 조사가 급해서요.

성준의 말에 이장이 최 씨네 집 앞에 와서 말했다.

- 신고도 안 혔는데 뭔 경찰이 조사여? 그라고 최 씨는 와 저렇게 혔소?

이장의 말에 성준이 말했다.

- 신고도 안 하셨다고요? 아, 이런... 사람이 실종이 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신고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은닉죄에 해당하는데요? 그리고 저 최병운 씨는 공무집행 방해와 경찰 모욕과 경찰에게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공격을 해서 정당방위로 대응을 한 것입니다.

성준의 말에 이장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 흠흠.. 그.. 그라고 저 뒤에 천석이가 부른 남자 말여, 그 남자는 경찰도 아닌디 와 경찰이라고 혔소? 그거 사칭 죄 아닌감?

철구가 나서서 말하려고 했으나 성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저는 이 분이 경찰이라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이 분도 본인 입으로 경찰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거든요. 아마 뒤에 계신 고광용 씨께서 오해하시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성준의 조리 있는 반박에 이장은 여전히 무섭게 인상만 쓰고 있었다.

- 암튼 서울서 온 넘들 때문에 마을이 시끄럽당께..

고 씨가 두 사람을 보며 말을 하자 철구가 그 말을 받았다.

- 원래 이 마을이 시끄러운 건 아직 개과천선하지 않은 전과자들이 와서이지 우리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철구의 말에 고 씨가 옆의 이장을 믿고 눈을 부라리며 철구를 노려보았다. 철구는 그런 고 씨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 똥개가 주인 믿고 까부는 거 같은데?

철구의 말에 이장이 철구를 보며 말했다.

- 거 서울서 온 양반, 말이 좀 심허요.

이장의 말에 철구가 말을 받았다.

- 서울서 온 놈들이라서 입이 거칠거든요. 서울에서 온 양반은 입이 온화하죠.

철구의 말에 고 씨가 여전히 입을 씰룩거렸다. 그런데 그 때 뒤에서 유 씨가 헐레벌떡 최 씨네 집으로 뛰어왔다. 그리고는 숨을 헐떡거리며 철구와 성준을 노려보다가 이장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다.

- 뭐시여? 확인은 혔어?

이장의 말에 유 씨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야. 분명히 읎당께요. 그라고 아랫집에 사는 영흥댁이 저 두 사람이 가는 걸 봤다고 그라데요.

유 씨의 말을 들은 이장이 이번엔 조금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철구와 성준을 쳐다보았다.

- 혹시 구 씨 할아버지 댁에 가셨소?

이장의 말에 성준이 나서서 말했다.

- 갔었습니다. 마을 실종 사건 때문에 조사차 갔었죠.

성준의 말에 이장이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어허. 그람서 왜 암말두 안혔소? 구 씨 할아부지 내외가 읎어졌당걸 말여.

이장의 말에 성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네? 누구에게 말하죠? 그리고 구 씨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댁에 안 계신 게 실종이라도 된단 말인가요? 저는 그냥 댁에 안 계신 줄 알았는데요?

성준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이장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 사람이 집에 읎으면 문제가 아닌겨!

이장의 말에 성준이 말했다.

- 잠깐 마실 가셨을 수도 있지 않나요? 집에 없다고 다 실종이면 저도 실종인가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실종이로군요.

성준의 말에 어떻게든 마을의 문제와 엮으려는 이장의 의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이장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 아무튼 서울서 온 양반들 덕택에 아주 마을이 시끄러워서 좋소. 잉? 그라고 더 뒤집고 다니쇼.

이장은 철구와 성준 뒤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최 씨를 고 씨에게 부축하게 하고 마을 아래로 내려갔다. 네 사람이 마을 아래로 내려가자 철구가 성준에게 말했다.

- 뭔가 아주 구린 냄새가 나. 그리고 뭔가 어설픈데 찜찜해.

철구의 말에 성준 역시 고개를 끄떡였다.

- 그냥 실종 사건 같아 보이진 않아요.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감이 안 와요.

성준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성준을 보며 말했다.

- 자식. 이젠 강력계 반장해도 되겠네.

철구의 말에 성준이 웃으며 말했다.

- 보고 배운 게 있으니까요.

- 짜식.. 일단 숙소로 가자.

철구는 성준을 데리고 천석의 집으로 향해 갔다. 철구가 성준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을 땐 천석은 집에 없었다. 아마도 집에 오는 길에 들은 이장의 방송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이장은 확성기로 마을 주민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을 회관으로 오라고 방송을 했다. 철구는 집안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 이장이 별 쇼를 다하네.

철구의 말에 성준이 피식 웃었다.

- 그러게요. 또 뭔 짓을 할까요?

성준의 말에 철구가 어깨를 으쓱했다.

- 모르지. 우리 내쫓으려고 불이라도 지르려나?

철구의 말에 성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 마을 회관에는 이장의 방송을 듣고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였다. 모두 하던 일손을 놓고 모일 만큼 이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 구 씨 할아버지가 안 보이는데요?

누군가가 외치자 이장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구 씨 할아부지 내외가 오늘 또 읎어진 거 같어. 어허..

이장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그러자 이장이 다시 소리를 쳤다.

- 자, 다들 들어보라고 말여.

이장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장을 쳐다보았다.

- 저기 천석이가 아주 훌륭한 짓을 혀서 마을이 아주 좋아. 안 그려?

이장이 천석을 쳐다보자 천석은 머리를 푹 숙였다.

- 서울서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들쑤시니까 워뗘? 엄니는 엄니대루 못 찾구, 마을은 마을대로 시끄럽구 말여. 그라고 여기 최 씨를 봐.

이장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최 씨를 앞으로 내세웠다. 그러자 턱이 퉁퉁 부은 채 다리를 절며 최 씨가 앞으로 나왔다.

- 서울서 온 아주 훌륭한 손님들께서 이라고 만들었어. 이거이 사람 꼴이여?

이장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천석을 원망스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특히나 이장의 옆에 서 있던 고 씨와 유 씨가 천석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 오늘 모이라고 헌 게 말여. 그것 때문만은 아녀. 일단 그 눔들이 갈 생각이 읎는 것처름 보이니께 우리도 우리대로 혀야 된다는 거여.

이장의 말에 마을 주민들이 이장을 쳐다보며 경청하고 있었다. 이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말을 했다.

- 마을 입구에 보니께 장군목(將軍木)이 힘이 읎어보여. 이거이 다 지세가 약혀지고 마을이 흉흉해서 그런 것이여. 그라니까 용한 무당 불러다가 굿이나 한 번 혀야하지 않을까 혀서 말야.

이장의 말에 마을 주민들이 모두 좋다며 박수를 쳤다. 유일하게 천석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천석을 보며 이장이 물었다.

- 워뗘, 천석이. 용헌 무당 불러서 엄니 행방도 묻고, 천안댁 행방도 묻고 말여. 그라고 구 씨 할아부지네도 말여.

천석은 이장의 제안에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그 말은 곧 굿을 할 테니 네가 불러온 서울 사람들을 다시 쫓아내라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석은 차마 서울에서 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을 하기 힘들었다. 자기가 빌듯이 불러온 것도 있지만, 계속 옆에서 지켜볼수록 그들이 어머니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컴퓨터에서 말소리가 나오고, 의사 선생도 있고, 또 신부님에 형사까지 도저히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없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자 이장의 말보다 그들이 더 신뢰가 갔다.

천석은 특히 그 여자 의사가 분명히 무언가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천석은 자신의 꿈에서 나타난 그 여자, 그 여자가 바로 여자 의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자신의 꿈에서 나와 자신에게 산삼을 캐게 해 준 여자였기에 천석에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을 신뢰하는 데 더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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