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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19화 (219/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5. 수상한 사람들(4)

철구는 성준의 얘기를 듣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장의 측근이란 것들이 모두 격리될만한 인간들이라는 사실에 철구는 어이가 없었다.

- 그 최 씨라는 인간은 어떻게 여기로 왔어?

철구의 말에 성준이 서류를 열어 보여주었다.

- 그 인간은 정말 악질이에요.

철구는 파일을 열고 안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최 씨라고 불린 이의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 전과 12범이라... 아동 성추행?

성준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성남에 사는 6살 여자애를 강제로 성폭행해서 성기의 60퍼센트를...

성준의 말에 철구는 파일을 덮으며 말했다.

- 완전 쓰레기라는 말이군. 그런 새끼는 조져야 되지.

철구가 그렇게 말하고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 그 일로 10년이 떨어졌는데, 무슨 까닭인지 마지막에 5년으로 줄어서 5년 전에 만기 출소했어요.

성준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런 개새끼가 올바르게 죗값을 치루면 대한민국이 아니지.

철구의 말에 성준은 경찰의 녹을 먹고 있었기에 얼굴이 붉어졌다. 철구는 성준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공무원이라고 부끄러워 하긴. 자식. 우리나라가 다 그렇잖아. 그래서 한 말이야.

철구의 말에 성준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 형님도 아시겠지만 그런 얘기 들으면 괜히 경찰들 욕하는 거 같아서요. 휴...

철구는 성준의 말에 이해한다는 듯이 성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알고 있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 쓰레기를 어떻게 조져서 얘기를 듣느냐지.

철구는 잠시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파일을 열었다.

- 이걸로 엮어보면 되겠군.

철구는 파일을 덮고 성준에게 건네주었다. 성준은 철구에게 파일을 받아 들고는 철구를 쳐다보았다. 철구는 최 씨네 집으로 걸어가며 성준에게 말했다.

- 아까 왜 5년으로 줄었는지 모르겠다고 그랬지? 파일 보니까 대충 알겠구만. 그 자식 나머지 전과를 보니까 대부분이 부동산 사기였더만. 그리고 지금 원상 건설 별장지기를 하고 있고. 그 원상 건설이라는 데, 원래 기획 부동산 하던 데거든.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10년 전에 30년 동안 모은 돈 기획 부동산 사기 때문에 다 날리고 자살한 할머니 사건 있었거든. 그 때 기획 부동산 이름이 WS 컴퍼닌가 그랬거든. 대충 각이 나오네. 후후. 이 자식 여기 온 게 분명 뭔가 있어.

철구는 최 씨네 집 앞에 서서 집 안 쪽을 살펴보았다. 세현과 왔던 산장이라 철구의 눈에 익숙해 보였다. 철구는 산장 옆에 있는 작은 별채 쪽으로 걸어갔다.

성준은 이곳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 행동하는 철구가 이상해 보였지만 그냥 철구의 뒤를 말없이 따랐다. 철구는 별채 앞에서 최 씨를 크게 불렀다.

- 최병운 씨. 계십니까?

철구의 외침에도 별채 안은 조용했다. 성준이 옆에서 별채 안을 쓱 쳐다보며 말했다.

- 안에 없는 거 아니에요?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아니. 안에 있어.

철구의 말에 성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어떻게 알죠?

철구는 최 씨가 사는 별채 현관문 앞에 서서 말했다.

- 아까 뒤쪽을 보니까 전기 미터기가 빨리 돌아가더라고.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돌릴 때보다 훨씬 빠르게 돌고 있었거든. 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거나 다른 가전제품을 쓰고 있다는 거지.

성준은 철구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안으로 들어오는 잠깐 사이에 그걸 확인한 철구가 내심 대단해 보였다. 철구는 현관문 앞에 서서 다시 크게 외쳤다.

- 최병운 씨. 안에 계신 거 다 압니다.

철구의 외침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철구는 다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둘 중 하난데... 우리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건 모를 테고... 그럼 남은 건 입 다물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건데... 냄새가 나.

철구는 문 앞에 서서 다시 크게 외쳤다.

- 최병운 씨. 좋게 좋게 합시다. 성질 건드리지 말고.

철구의 낮고 강한 외침에 안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철구는 손잡이가 살짝 열리는 걸 보고는 힘껏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최 씨가 손잡이에 달린 채 그대로 밖으로 튕겨져 나오며 바닥에 뒹굴었다. 철구는 느물거리며 말했다.

- 아이쿠. 저런. 제가 문을 너무 세게 열었나 보네요. 미안하게 됐시다.

바닥을 구르던 최 씨는 눈을 부라리며 철구를 쳐다보았다.

- 이게 뭐허는 것인겨?

철구는 최 씨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철구가 인상을 쓰며 최 씨에게 말을 하자 최 씨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 헐 말 없당께요.

최 씨는 그렇게 말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철구는 최 씨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 우린 할 말이 많아서 말야.

철구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최 씨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 이.. 이거 놔...

철구는 자신의 팔을 끌어 당가는 최 씨의 팔을 슬그머니 놓았다. 그러자 자신의 힘에 못 이겨 최 씨는 다시 앞으로 뒹굴었다. 벌떡 일어나 최 씨는 철구를 노려보았다. 철구는 그런 최 씨를 보며 말했다.

- 놔 달라면서요?

철구의 말에 최 씨는 인상을 구기며 집 쪽으로 몸을 돌렸다. 철구는 들어가는 최 씨의 뒤통수에 크게 소리를 쳤다.

- WS 컴퍼니! 아직 공소 시효가 남았지 아마?

철구의 말에 최 씨는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이내 진정된 표정으로 철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 뭐.. 뭔 소리여?

최 씨가 철구에게 대뜸 반말을 했다. 철구 역시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 모르시겠지. 하지만 조필례 할머니는 알지 않나? 널 자식처럼 아꼈지만 니가 사기치고 자서 자살한 할머니 말야!

철구의 말에 최 씨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 워디서 뭘 알고 왔는지 모르지만 말여 그따우 협박으로...

철구는 최 씨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협박이라... 난 그런 걸 할 줄 몰라서 말야. 다만 너의 그 실체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의무는 있어 보여서.

그렇게 얘기한 후 철구가 최 씨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그맣게 말했다.

- 그리고 그 여섯 살짜리 여자애는 죽었어. 열세 살 됐을 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말이지. 이 개새꺄.

철구의 말에 최 씨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 그게 와 내 잘못이여? 난 빵에 가서 죗값은 다 치렀당께.

최 씨의 말에 철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내가 너를 조질 맛이 나지.

철구의 말에 최 씨가 고개를 저었다.

- 워매, 무서운겨. 워쩔껴? 경찰도 아닌 넘이 말여. 그라고 옆에 형사님도 언능 딴데로 가쇼. 엄헌디서 동티 입지 말고.

최 씨는 철구가 경찰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지 철구와 성준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성준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 피해? 이 새끼가 장난까나. 내가 조지면 공무 집행이 되겠지. 개새꺄.

성준이 최 씨에게 달려들었다. 최 씨 역시 나름 운동으로 단련된 몸인지 성준의 주먹을 피했다. 하지만 예전의 성준이라면 최 씨와 다를 바 없었겠지만, 성준 역시 강력계의 짬밥을 많이 먹어서인지 몸이 최 씨보다 더 날랬다.

성준은 허리를 숙여 자신의 주먹을 피하는 최 씨를 향해 무릎을 들어 날렸다. 의외의 상황 전개에 최 씨는 당황하여 손을 뻗어 성준의 무릎을 막았지만 워낙 강하게 날아와서인지 손으로 막은 채로 자신의 턱을 그대로 가격 당했다. 그리고는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 씨발 짭새라고 이라고 막 패도..

그 순간 성준이 달려들어 최 씨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 그래 개새꺄. 너 같은 새끼 조지고 옷 벗으면 그만이야. 어디서 입을 털고 지랄이야.

성준은 옆구리를 가격 당하고 옆으로 구르는 최 씨 앞으로 다가가 구둣발로 정강이를 내리찍었다. 구둣발이 내려오자 최 씨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웅크렸다.

그 순간 성준은 다리를 돌려 최 씨의 허벅지를 세게 밟아버렸다. 그 고통에 최 씨가 비명을 질렀다.

- 으.. 으악..

- 너 같은 새끼들은 내가 조지는 법을 쫌 알지. 혹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서 망치라고. 그게 나거든. 이 개새꺄.

철구는 그렇게 허벅지를 밟는 성준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예전에 알고 있던 성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철구는 성준을 그저 예전의 후배로만 여겼는데 지금의 성준은 모습은 베테랑 강력계 형사의 모습이었다. 성준은 발을 떼며 말했다.

- 두 손으로 밥숟갈 들고 밥 쳐먹으려면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성준은 최 씨 옆에 쪼그려 앉아서 최 씨에게 말했다.

- 일단 넌 공무집행 방해를 했어.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을 모독했지. 더 나아가 자신의 죄에 대해 전혀 반성을 하지 않아 반성을 하도록 대한민국 경찰이 교육을 시킨 거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준은 허벅지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최 씨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 가장 존경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 팀장의 형님을 모욕했다. 알겠어? 이 쓰레기 같은 새꺄!

그런 후 성준이 최 씨의 귀를 팽개치든 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말했다.

- 최병운 씨, 이 동네 실종 사건에 대해 여쭤볼 말이 있는데 조사에 협조를 해 주시겠습니까?

성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최 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면 임의동행 형식으로 서로 가서 얘기를 나누시죠. 아직 정식 영장은 없지만 협조 부탁드립니다.

성준의 말에 최 씨는 인상을 구겼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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