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204화 (204/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2 - 2. 미궁의 사건(3)

철구의 말에 대장은 여전히 마침표만 찍었다. 그러다가 조금 후에 말소리가 다시 들렸다.

- 내일 오전 중에 도착할 거다. 배송지는 사무실로 해 놓았다.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전화번호 옮길 거나 정보 옮길 거 있으면 지금 옮겨 놓으면 된다. 내가 내일 새로운 폰에 입력을 해 놓을 테니.

철구는 자신의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전화번호 하나 저장되어 있지 않았고,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었다. 철구는 고개를 저었다.

- 그런 거 없어.

- 전화버...

그러다가 대장이 말을 끊었다. 대장 역시 철구가 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알겠다.

그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침묵을 했다. 이런 침묵이 어색했는지 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오늘은 무슨 일로 왔나?

철구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다가 모니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음... 신부님이 시킨 일.

'신부님'이라는 말에 대장은 흥분하여 말을 했다.

- 신부님이 어디 있나? 왜 연락이 안 되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대장의 연속되는 질문에 철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펴며 말했다.

- 어이! 하나씩 물어보라고. 나도 신부님 전화를 직접 받은 게 아니라 의뢰를 받은 거라고.

철구의 말에 모니터 화면에는 시무룩한 표정의 그림이 나타났다. 철구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어 모니터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신부님은 바쁜 사람이야.

철구의 말에 대장은 시무룩한 말투로 말을 했다.

- 알고 있다. 하지만...

철구는 회전의자를 돌려 모니터 쪽을 외면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 조금 있다가 할매 오면 깨워줘.

철구가 눈을 감아 버리자 모니터에는 '강철구 바보'라는 글자가 가득 채워졌다. 얼마 후 누군가 철구를 흔들어 깨워 철구는 눈을 떴다. 눈앞에는 세현이 서 있었다. 여전히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철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철구는 기지개를 한 번 켜며 말을 했다.

- 잠들었나 보네.

철구의 말에 세현이 말을 했다.

- 자려면 저기 침대 놔두고 왜 불편하게 의자에서 자요?

그 말에 철구는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세현을 보며 말했다.

- 신부님한테 연락 온 건 없었어?

철구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 요즘 바쁘신가 봐요. 무슨 일인지는 말씀을 안 하셨는데, 얼마 전에 몽유병과 관련된 데이터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메일이 한 번 오기는 했어요.

그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였다.

- 몽유병이라.. 뭐 그런가?

철구는 시큰둥하게 얘기를 하며 세현을 쳐다보았다.

- 한동안 서울을 비워야 될 것 같아서.

철구의 뜬금없는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아까 말한 것 때문에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 꽉 막힌 사건이어서. 현장에 가 보기 전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얘기라서 말야.

철구의 말에 대장이 삐삐 소리를 내며 끼어들었다.

- 뭔지 궁금하다. 말해 줘라.

대장의 말에 철구는 또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음... 조금 골치 아픈 일이야. 한 노인이 집안에서 아무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거든. 옷도 그대로 남겨둔 채 사람만 사라졌어.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그냥 나간 걸 수도 있잖아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내가 그 정도로 허접해 보이나? 그 노인이 치매라서 찾는 사람이 나갈 때 문을 잠그고 나갔다더군. 뭐 딱히 원한 관계도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해서 돈을 노린 납치나 그런 거 같지도 않고.

그러자 모니터에 이상한 글자들이 흘러갔다. 그러다가 곧 한 단어가 되었다.

'밀실 살인.'

철구는 그 모니터를 보고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

- 어이 대장, 만화 너무 많이 보지 말라고.

그러자 컴퓨터에서 '삐삐' 소리가 나며 말이 흘러나왔다.

- 만화 아니다. 어쩌면 그건 완벽한 밀실 살인일 수 있다. 안에서 사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고 사람이 사라졌다면 그것밖에 없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밖에서 안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루트를 찾는 것이다.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 차라리 그런 단순한 트릭이었으면 좋겠는데?

철구의 말에 대장이 발끈했다.

- 단순하지 않다. 밀실 살인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방법을 만들어...

철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지금은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고.

그러더니 세현을 보며 말했다.

- 나도 없고, 신부님도 없으니까 할매가 서울 잘 지키라고. 대장하고 말야.

그런데 그 때 세현이 나서서 말을 했다.

-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 어이. 할매까지 왜 그러는데?

철구의 말에 세현이 말을 했다.

- 사실 내일부터 병원 휴가거든요.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세현의 말에 철구가 말했다.

- 애인하고 놀러 가면 되잖아.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저었다.

- 그 사람 바쁘거든요. 그리고 대장도 많이 호전되었고, 만약 대장이 말한 대로 밀실 살인 사건 같은 거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이마를 짚었다.

- 이봐. 놀러 가는 게 아니야. 사건 의뢰를 받아서 가는 거라고.

- 그러니까 조수 같은 걸로 도와주면 되잖아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 뭐 따라오는 건 자유지만, 방해를 하거나 걸리적거리면 떼어 놓고 갈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철구의 말에 세현은 마치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 때 모니터에서 삐삐 소리가 들렸다.

- 나 혼자 심심하다.

철구는 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럼 뭐 놀이동산이라도 갈까? 다들 왜 그러지?

철구의 말에 대장이 얘기를 했다.

- 요즘 무엇 때문인지 그 녀석들이 잠잠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봐도 도무지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 오히려 그 녀석들이 대장을 능가하는 걸 수도...

그러자 컴퓨터에서는 길고 커다랗게 '삐' 소리가 들렸다.

- 절.대. 그.렇.지. 않.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이 나왔다. 철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그러자 세현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 그래서 같이 가자는 거죠. 뭐.

철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알겠으니까.. 그런데 대장은 안 되는 거 알지?

철구의 말에 모니터에서 '삐삐' 소리가 들렸다.

-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꼭 갖고 있어라. 아니면 노트북이라도 계속 연결해라.

대장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저었다.

- 거긴 산골이라고. 인터넷이 될래나 모르겠군.

그 말에 또다시 기계음이 들렸다.

- 하.하.하.

- 거기에 접속하는 건 나다. 그러니까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대장의 말에 철구를 고개를 끄떡였다.

- 그건 알아서 하고. 아무튼 오늘은 흥신소 사무실 정리도 해야 하고 하니까 내일 떠나도록 하지.

철구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대장 역시 무언가 준비를 하는지 모니터 화면이 꺼졌다. 사무실에서 나온 철구는 심부름센터로 갔다. 심부름센터는 한수가 자리를 비워서 그런지 몹시 썰렁했다.

- 이 형은 내려가서 연락 한 번이 없어?

철구는 핸드폰을 꺼내 한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연결이 되지 않아...'하는 소리였다. 철구는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았다.

- 밀실 살인 사건? 애들 상상력이란...

철구는 소파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벌써 7년이나 흘렀군... 혜민아...'

철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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