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82화 (182/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7. 새로 올라온 소설(1)

7. 새로 올라온 소설.

세현은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모두 뭉뚝했고, 손톱은 얼마나 물어뜯었는지 제멋대로 나 있었다. 어느 손톱은 톱니처럼 울퉁불퉁 했고 어떤 손톱은 손끝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몹시 불안한 듯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현은 그런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 도대체 왜 그러신 거죠?

세현의 질문에 남자는 세현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세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저.. 전 정말 미친 건가요?

세현의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 아뇨. 아니에요.

세현의 벌써 똑같은 질문에 네 번째 답을 했다. 세현이 질문을 할 때마다 그는 항상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강박증이 심하더라도 남자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 홍성표 씨? 자꾸 이러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없어요.

성표라고 불린 남자는 흐리멍덩한 눈을 들어 세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 제가 미친 건가요?

세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놈들 도대체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해 놓은 거야!

세현은 밖으로 나와 석호에게 말했다.

- 저 사람의 인격이 뭔지 갈피가 안 잡혀요. 성표인지 아니면 철민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다른 인격인지.

세현의 말에 석호는 무겁게 고개를 끄떡였다.

- 성표의 인격은 갖고 있는 거죠?

석호의 말에 세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해리성 인격 장애는 대부분 어린 시절의 학대나 성적인 수치심 등으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 때의 기억을 잊는 거예요. 굳이 말하자면 새로운 인격이 생기는 게 아니라 기존의 기억과 상태를 부정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새로운 인격을 부여한다는 게 사실 어불성설이죠. 그리고 새로운 기억을 넣는다고 해서 인격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기억과 섞이면서 혼란을 줄 뿐이죠. 하지만 저 성표라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두 사람으로 나뉘어 있어요. 마치 야누스처럼.

세현의 말에 석호는 잠시 병실 안에 있는 성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세현에게 말을 걸었다.

-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원래 해리성 인격 장애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는 거네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 그게 저도 의문이에요. 의학적으로 따졌을 때 저런 상태는 있을 수 없거든요. 몸은 하나인데 두 영혼이 마치 번갈아가며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무속 신앙에서 빙의같은 상황이에요.

석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결국 자연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힘들단 말이군요.

세현이 고개를 끄떡이자 석호가 다시 말을 했다.

- 우리가 파악한 것으로도 통제가 되는 건가요?

세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했다.

- 음... 글쎄요. 그건 세뇌의 일종인데요. 인격이 새로 생겼다는 것과 세뇌를 당하는 것...

세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이 자신의 책장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두꺼운 책을 하나 꺼내서 무언가를 읽기 시작했다.

- 어쩌면....

세현의 중얼거림에 석호가 세현을 쳐다보았다.

- 신부님, 그들의 행동하게 된 게 세뇌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 좀 보세요.

석호의 표정을 보며 세현은 책을 들고 석호 앞으로 다가왔다.

- 암시와 각성?

세현이 펼쳐 보여준 것은 이슬람 테러 집단이 자살 테러를 감행하도록 하게 하는 방법이 기술된 것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던지며 테러를 자행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은 테러를 할 사람에게 끊임없이 죽음 이후에 대한 희망과 그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신념을 암시를 통해 주입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암시가 성공적으로 각인되었을 때 그들을 각성하도록 유도하여 직접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 대부분 이러한 암시와 각성 때문이었다.

- 그럼 그들은 단순히 암시만이 아니라 수술이나 외부적인 것으로 더 큰 자극을 만들 수 있었겠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어쩌면 그것보다 더 심하게 아예 명령에만 반응하도록 평소에는 깊숙이 그러한 암시를 잠복시켰다가 특정한 상황에서만 발현되도록 할 수도 있겠죠.

세현과 얘기를 나누던 석호는 크게 놀랐다.

- 그럼 그런 자극을 주면 언제든지 깨어날 수 있겠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런 자극이 웹소설의 어떤 패턴과 관련이 있다면...

그 때 철구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 다 죽어나는군. 휴...

그러다가 앉아 있는 석호를 보며 철구가 다가와서 물었다.

- 신부님, 병원에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철구의 말에 석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냥 살짝 칼에 긁힌 것뿐입니다.

석호의 말에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거 한 20년 된 강력계 형사처럼 말하지 마세요. 신부님이 칼 맞는 일이 흔한 일도 아니고.

철구의 말에 석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이젠 괜찮습니다.

철구는 세현을 쳐다보며 눈짓으로 확인을 했다. 세현은 작게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석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잘생긴 신부님이 다치시면 저기 대장이 우울할 테니까 조심하십쇼.

철구가 모니터를 보며 말하자 '삐삐'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구는 몸을 돌려 상황판에 내용을 고쳤다.

홍성표 1 ? 칠곡군에 살던 인간(실존 여부 모름)

홍성표 2 ? 정신 병원에 입원 중

홍성표 3 ? 미려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잡혀 있음

홍성표 4 ? 미려를 죽이고 도망친 놈(병원)

홍성표 5 ? 총기 자살(안경 쓴 놈)

홍성표 6 ? 총기 자살(뚱뚱한 놈, 현재 확인 불가)

홍성표 7 ? 익산에 사는 정신 나간 놈(총 맞아 죽음)

철구가 자리에 앉자 세현이 석호와 웹소설에서 찾아낸 것들을 얘기했다. 그러자 철구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 뭘 그렇게 복잡하게 지령을 내....

그 순간 익산의 성표가 이상해진 순간을 떠올렸다. 그들이 밖에서 했던 이상한 말을 떠올리며 철구는 칠판에 그 글을 썼다.

- 너의 성지인 대구로 향해 가라. 정당한 장군.

철구가 쓴 글을 보자 세현이 이상한 눈으로 그 글을 쳐다보았다.

- 이게 뭐에요?

철구는 글의 내용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 익산에 사는 성표란 놈이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미쳤거든.

철구는 빨간색 펜을 들고는 글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 너성인구향가정한군...

그러다가 남은 글자들을 읽었다.

- 의지대로 해라 당장

빨간 펜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 이게 뭐야?

그 때 석호가 말을 꺼냈다.

- 수열이군요. 단순한 수열이지만, 2의 배수...

그러면서 석호가 대장을 향해 소리쳤다.

- 그 사람들 학과가 어떻게 된다고 했죠?

그러자 모니터에 성표들의 학과가 나열되었다.

'경영학과 1명, 수학과 2명, 물리학과 1명, 기계 공학과가 2명, 수학교육과 1명'

철구는 그 학과들을 보면서 말했다.

- 수학 잘 하는 놈들이군.

철구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맞아요. 어쩌면 우리가 소설에서 아무 것도 찾지 못한 건 수학적인 배열일 수도 있겠네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자 그럼 정리해 봅시다. 일단 수학을 잘 하는 놈들을 모았고, 그들에게 '성표'라는 인간의 기억을 주입하고, 수학적으로 배열된 무언가가 있는 소설을 읽게금 만들어서 행동을 하게 한다. 그런데 실험이 잘못된 건지 자살하는 놈도 생기고, 나한테 의뢰를 한 놈도 생기고, 이상한 짓을 하는 놈도 생겼다.

철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그 때 철구의 핸드폰이 울렸다. 철구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 그 녀석 맞아? 뚱뚱하고 턱 두 개이고, 코가 뭉뚝한 놈. 오케이.

철구는 상황판에 '홍성표 6 ? 총기 자살(뚱뚱한 놈, 현재 확인 불가)'에서 '현재 확인 불가'를 지웠다.

- 자 그럼 이제 살아 있는 놈이 세 놈이니까. 그 놈들만 족치면 되는 거겠네.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현이 고개를 저었다.

- 정신 병원에 들어간 성표 씨, 처음에 의뢰했던 성표 씨는 지금 심각한 정신 분열 증세로 하루에도 서너 번씩 자살 시도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아래층에 있는 성표 씨 역시 정신 분열 증세가 심각해요. 남은 건 경찰에 잡힌 성표 씨인데, 아마도 같은 증상일 거라고 생각해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현은 다시 말을 이었다.

- 어쩌면 저 성표라고 불리는 사람들 모두 해리성 인격 장애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전혀 다른 사람들인데 원래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고 마치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성표가 된 건데, 원래 기억과 주입된 성표의 기억이 처음에는 나뉘어 있다가 현재 혼합되면서 분열증을 앓게 되는 것 같아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이젠 사람의 정신마저도 실험의 대상으로 삼다니...

석호의 말에 세현 역시 무서운 듯이 몸을 손으로 감쌌다.

- 도대체 왜 저들에게 그런 실험을 한 걸까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미간을 문지르며 말을 했다.

- 일단 그 놈들한테 정보를 알아내기 힘들면 원점에서 찾아야지.

그러면서 대장에게 말을 했다.

- 새로 올라 온 소설 없어?

철구의 말에 '삐삐' 소리가 들렸다.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축계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연재가 현재 지연되고 있습니다. 연재는 독자님들과의 약속인데 벌써 며칠째 연재가 늦어지고 있네요. ㅜㅜ

제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요즘 도저히 업데이트할 틈이 나지 않네요. 물론 에피소드 1 마지막 챕터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이전 챕터들은 모두 완성이 되었거든요. 마지막 정리만 하면 에피소드 1이 마무리될 테고 연재도 그 때 조금 쉬면 되겠지만 요즘 제 사정이 사정인지라...

아무튼 며칠만 기다리시면 다시 연재를 재개하겠습니다. 아마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재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연재가 늦어지는 것에 사과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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