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79화 (179/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6. 사건의 동시다발(3)

세현의 말에 석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내가 잘못 생각했나?

석호는 또다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철구 씨만한 통찰력이 있으면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텐데...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저었다.

- 신부님 정도의 통찰력이면 대단한 거죠.

세현의 말에 석호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 아무튼 이 일은 밤에건 내일이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죠.

석호는 내비게이션을 보며 말을 했다.

- 앞으로도 두 시간은 더 가야 되는군요. 가는 동안 눈 좀 붙이세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 저도 가면서 소설 내용을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홍성표 씨가 보던 웹소설이 총 스물 네 개인데 그 중에서 특이한 내용을 갖고 있는 소설이 여덟 개군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나머지 것들은 한 번 읽어 봤는데 그냥 평범한, 아니 뭐 평범하다기보다 그냥 장르 소설이더라구요.

세현은 석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로맨스 소설이 많네요. 판타지 소설도 많고.

석호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 현실에서 사랑이 부족하고 환상적인 일이 부족하니까 그런가 보네요. 아름다운 사랑과 환상적인 모험이라...

세현은 석호의 말에 깔깔 웃으며 말했다.

- 신부님 얘긴가요? 대장과의 사랑과 그들을 쫓는 모험?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 저와는 완전히 반대죠.

석호의 말에 세현이 대답을 했다.

- 하긴 저희와는 다른 얘기죠.

세현은 다시 태블릿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웹소설 중 하나를 다 읽고 나서 얘기를 했다.

- 도무지 모슨 내용인지 모르겠네요. 일기도 아니고 그냥 그런 거네요.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을 그

럭저럭 때우다 보면 어느 샌가 죽음의 문 앞에 와 있겠지. 하루

의 끝이 이렇게 허무하다면 이젠 여기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터

전을 옮겨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여기의 기

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의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과연 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될 것만 같다. 그렇게 여기를 떠나 새로운 기

대가 가득 찬 곳으로 가게 된다면 나는 지금까지와 다른 진정한 나의 추억

을 쌓을 수 있을까?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세현은 다시 터치를 해서 다른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 이 소설은 조금 독특하네요.

세현은 '그루터기의 기억'이라는 소설을 읽고 난 다음 석호에게 말했다.

그 녀석을 다시 만난 건 커다란 나무가 베여나간 그루터기 앞이었다.

녀석은 아주 호리호리 한 몸매였는데 그 사이 몸무게가 많이

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지만, 살이 쪄서 그런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사정을 봐주고 싶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눈을 외면하였다.

라디오에서는 오래 전 유행했던 가요가 흘러나왔다. 꽃이

져서 땅에 떨어지고, 나뭇잎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해

야 할 말이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봐 줄 수는 없는 건가요?"

다시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 올 수 없는 거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라디오에선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를 외면했다.

- 음... 이 소설 왠지 재미있는데요? 궁금증도 생기고.

세현의 말에 석호가 피식 웃었다.

- 가끔 그런 소설들도 있겠죠. 그런데 성표 씨가 읽은 소설들은 대개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소설들 같더라구요.

세현은 다시 목록 화면으로 와서 보고는 말했다.

- 그런 것 같아요. 조회수가 고작 10 내외에요.

세현은 또 다시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고, 석호는 좀 더 속도를 올려 울산으로 향했다.

- 도착하면 저녁때가 될 것 같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더 달려 언양 JC로 나가며 세현이 말했다.

- 배가 고픈데 도착하면 밥 먼저 먹어요.

석호는 조금은 출출했는지, 고개를 끄떡였다. 울산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울산대학교 근처에서 차를 세웠다. 석호가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 멀군요.

- 고생하셨어요.

그리고는 뒤쪽 골목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놓여 있는 입간판을 보고 석호가 피식 웃었다.

- 왜요?

세현이 석호를 보며 묻자 석호가 대답을 했다.

- 여기 놓인 입간판 때문에요.

- 입간판?

- 이거 이렇게 읽으면 웃겨서요.

석호가 입간판을 보며 말했다.

족 발 보 쌈

만 두 정 식

한 식 일 체

제 육 볶 음

부 대 찌 개

- 앞의 것만 읽으면 '족만한제부'잖아요. '발두식육대'... 하하하.

석호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세현이 석호를 보며 말했다.

- 신부님도 참... 이상한 것만...

그러다가 세현이 갑자기 태블릿을 꺼냈다.

- 잠깐만요. 신부님...

세현은 태블릿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석호에게 손가락으로 내용을 가리켰다.

- 성표 씨가 읽은 소설의 순서를 따라 읽다보면 이렇게 나와요. 그리고 이게 마지막에서 두 번째 소설이거든요. 이건 마지막 부분...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을 그

럭저럭 때우다 보면 어느 샌가 죽음의 문 앞에 와 있겠지. 하루

의 끝이 이렇게 허무하다면 이젠 여기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터

전을 옮겨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여기의 기

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의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과연 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 될 것만 같다. 그렇게 여기를 떠나 새로운 기

대가 가득 찬 곳으로 가게 된다면 나는 지금까지와 다른 진정한 나의 추억

을 쌓을 수 있을까?

- 그루터기의 기억?

소설의 끝 글자만 읽던 석호는 재빨리 다음 소설을 읽었다.

- 이건 앞이로군요.

그 녀석을 다시 만난 건 커다란 나무가 베여나간 그루터기 앞이었다.

녀석은 아주 호리호리 한 몸매였는데 그 사이 몸무게가 많이

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지만, 살이 쪄서 그런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사정을 봐주고 싶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눈을 외면하였다.

라디오에서는 오래 전 유행했던 가요가 흘러나왔다. 꽃이

져서 땅에 떨어지고, 나뭇잎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해

야 할 말이 있었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봐 줄 수는 없는 건가요?"

다시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 올 수 없는 거야."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라디오에선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를 외면했다.

- 그녀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죽여라...

그 순간 세현과 석호는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배열의 문제. 아니 어쩌면 내용과 배열 모두와 관련된 문제였던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근처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들어가 성표가 읽었던 소설들의 내용이 아닌 배열을 찾아보았다.

'스몰 사이즈.'

'호라이즌 스토리.'

석호와 세현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패턴을 찾아냈다.

- 이건 도대체...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석호는 그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정리한 후에 세현에게 말했다.

- 일단 여기에 사는 성표를 만나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죠.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석호와 세현은 일단 밥을 먹고 움직이기로 했다. 그 때 석호와 세현의 핸드폰에 대장이 보낸 메시지가 하나 떴다.

'CCTV에 찍힌 홍성표의 사진'

석호와 세현은 그 사진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 병원에 있는 홍성표 씨와 다르게 생겼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러네요.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외모는 다르지만 기억이 같은 도플갱어라... 무섭군요.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용카드 거래 내역이 찍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 곳은 옷가게였다.

- 혹시 4월 12일에 이 사람이 여기서 옷을 산 적 있나요?

옷 가게 안으로 들어간 석호와 세현은 옷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이미 한 달도 넘었기에 반신반의하며 물었는데, 뜻밖에도 옷 가게 주인은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 글쎄 그 날이 4월 12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여기 와서 옷을 사간 건 맞아요.

옷 가게 주인의 말에 석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 네? 한 달 전인데 기억이 나시나 보네요.

석호의 말에 옷 가게 주인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요. 옷 두 벌을 사는데, 철 지난 상품을 다짜고짜 내놓으라고 해서요. 이젠 안 나온다고 해도 어찌나 막무가내인지.. 본사에 전화해서 당장 내놓으라고... 아휴 난리도 아니었다니까요. 그런데 형사들이시우? 이 사람 뭔 일 저질렀죠?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석호는 옷가게 주인에게 고개를 까딱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까 보내준 사람. 미려 씨를 죽인 사람 맞아요. 혹시 주소지 확인 가능해요?

석호의 말에 대장은 세현의 핸드폰으로 주소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석호의 핸드폰으로는 '조심해라.'라는 문자를 보냈다. 세현은 석호의 핸드폰을 쓱 보더니 피식 웃었다.

- 저한테는 조심하란 말은 없네요. 후후.

석호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 어린 아이니까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웃으며 말했다.

- 얼른 주소지로 가보죠.

두 사람은 차에 올라 대장이 찍어준 주소로 이동을 했다. 그 주소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석호와 세현은 이상한 듯이 사람들을 쳐다보았고, 한쪽 구석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죽여... 죽여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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