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6. 사건의 동시다발(1)
6. 사건의 동시다발
철구의 차에 오른 성준은 재빠르게 상황 설명을 했다.
- 이 사건 엄청 복잡해요. 현재 사망자만 4명이에요. 그리고 용의자가 두 명이고. 윗선에선 특별전담반을 꾸리네 어쩌네 하는데 아직 갈피도 못 잡고 있어요.
성준의 말에 철구가 인상을 찌푸렸다.
- 뒷북은 여전하군.
철구의 말에 성준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 형님 같은 분이 이렇게 계신데 당연한 일이죠.
성준의 말에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수배자한테 하는 말하는 거 하고는... 자식.
철구의 말에 성준이 같이 피식 웃었다.
- 아무튼 왜 익산으로 가시는 거에요?
철구는 성준에게 사무실에서 있었던 얘기를 했다. 그러자 성준이 크게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렇군요.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철구가 고속도로를 달리며 성준을 흘끗 보며 말했다.
- 세상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천재들이 많더라구.
철구의 말에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런데 익산에서 3일 전에 사용 내역이 나왔다면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준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였다.
- 튀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놈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울산 쪽이었거든.
철구의 말에 성준이 철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럼 익산에 갔다가 울산으로 넘어가는 건가요?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그냥 말을 얼버무렸다.
- 그 쪽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가고 있어. 일단은 익산에서 그 놈의 행적을 알아내는 게 우선이야.
그러면서 성준에게 다시 말을 했다.
- 아까 CCTV에서 그 놈 얼굴 땄지?
성준이 고개를 끄떡이며 품 안에서 컬러로 뽑은 용지 하나를 꺼냈다. 그러자 철구는 그 용지를 보지도 않은 채 말을 했다.
- 그거 사진으로 찍어서 내가 말하는 번호로 전송 하나 해라.
성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철구는 대장이 말해준 번호를 성준에게 불러주었다. 그리고 사진을 전송한 후에 보낼 메시지를 불렀다.
- 용의자 용모 파악. 확인 바람.
성준이 그렇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철구가 조금 얼굴이 굳으며 말했다.
- 미안한데, 지금 보낸 번호는 삭제해라.
철구가 그렇게 말하자 성준은 두 말 않고 번호를 삭제했다. 철구는 그런 성준을 보고는 다시 피식 웃었다.
- 묻지 않는군.
철구의 말에 성준이 철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 물어도 말씀 안 하실 거잖아요. 그럴 바에야 안 묻는 게 낫죠.
- 자식.. 이제 눈치 100단이야.
철구의 말에 성준이 웃으며 말했다.
- 제가 짬밥이 얼만데요.
그러다가 조금은 긴장되는 표정으로 철구에게 말을 했다.
- 조심하셔야 됩니다. 무슨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일은 가급적이면...
성준의 말에 철구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 남의 뒷조사나 하는 게 뭐가 위험해? 그냥 벌어 먹기 위해 하는 거야.
철구의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이 성준은 더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이 더 이상 얘기해봤자 철구가 들을 리 만무했기에 성준은 입을 닫았다. 차 안의 공기가 조금 어색해지자 철구가 말을 돌렸다.
- 제수씨는 잘 지내고?
철구의 뜻밖의 질문에 성준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 네.. 그런데 뭐... 우리 직업이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 있는 날이 더 많으니까요.
철구는 성준의 말에 웃음을 머금었다. 마치 예전에 박 형사에게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철구는 기어를 바꾸며 성준에게 얘기를 했다.
- 제수씨한테 잘 해. 임마. 시간 나면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고.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철구는 성준에게 얘기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혜민이 떠올라 조금은 아련해졌다. 성준도 그런 철구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그냥 짧게 '네'라고만 대답을 했다. 세 시간정도 달리자 익산역이 보였다. 해가 져서 그러지 사방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차에서 내린 성준이 기지개를 켜자 몸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철구는 그런 성준을 보고 말을 했다.
- 일단 난 그 놈 주소지 근처로 먼저 가볼게. 넌 이쪽 경찰에 협조 좀 구해놔라.
철구의 말에 성준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익산역 지구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철구는 성준이 적어 놓은 쪽지를 들고 주소지를 찾아 걸었다. 모텔이 가득 들어차 있는 골목을 빠져 나오자 공구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나왔다. 철구는 공구 상가들 사이를 걸으며 주소를 눈으로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찾는 주소를 발견했다.
- 이 놈 뭐하는 놈이야?
철구는 건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정상적인 집이라고 보기 힘든 구조물이 하나 보였다. 철근으로 얼기설기 엮었고, 그 위에 비닐처럼 보이는 천이 덮여 있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 계십니까?
철구는 초인종도 그렇다고 대문도 보이지 않는 구조물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서 철구는 여기서 사람을 부르는 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을 할 즈음 철근으로 엮인 곳이 벌어지면서 누군가가 밖을 쳐다보았다. 철구는 철근을 밀고 나오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 혹시 홍성표 씨십니까?
철구의 질문에 남자는 조금 긴장한 표정이 되더니 철구에게 되물었다.
- 혹시 댁도 홍성표입니까?
철구는 안에서 나온 남자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이 사람은 홍성표가 여럿인 걸 아는 사람이다.'
철구의 머리에 이러한 생각이 스치자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 네. 혹시 홍성표 씨이십니까?
철구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더니 철구를 조금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말했다.
- 무얼 보고 찾아 오셨습니까?
성표의 질문에 철구는 머리를 굴렸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철구는 그냥 아는 대로 대답했다.
- 웹소설을 읽고 왔습니다.
철구의 말에 성표는 철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당신 누구야?
철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음.. 걸린 것 같군요. 저는 홍성표가 아닙니다. 홍성표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입니다.
철구는 일부러 '홍성표들'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얘기를 했다. 그러자 성표는 철구에게 당황하며 말했다.
- 다... 당신이 어떻게...
철구는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얘기를 했다.
- 어쩌면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죠.
성표는 도망갈 준비를 하는지 몸을 뒤로 움직이며 말을 했다. 철구는 성표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성표 앞으로 다가서며 얘기를 했다.
- 당신들을 돕고 싶습니다. 몇 명 남지 않았지만...
철구의 말에 성표는 잠시 행동을 멈췄다.
- 도.. 돕다니.. 무.. 무얼..
철구는 성표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당신들의 정신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
철구의 말에 성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철구를 이끌고 자신의 이상한 구조물 안으로 데리고 갔다. 철구는 성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 구조물은 그냥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고, 집은 특이하게도 지하에 있었다.
- 이상한 집이로군요.
하지만 성표는 철구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몸을 떨며 얘기를 했다.
- 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이렇습니다.
철구는 두서없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차근차근 얘기해 보세요.
철구는 성표와 함께 아래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 신문하고 인터넷에 광고를 띄웠어요. 그들의 암시 기법을 이용해서. 그리고 찾아오는 사람들... 당신이 세 번째에요.
- 네? 그게 무슨...
성표는 철구가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혼자 계속 지껄였다.
- 그들이에요. 그들이 곧 알아채고 올 거예요. 전 기다렸어요. 나 같은 사람들.. 그리고...
철구는 성표의 두서없는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철구는 성표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 이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지만 성표는 이번엔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 그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나랑 같은...
그러더니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구석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래에 있는 VHS 테이프를 하나 꺼냈다. 그러더니 VTR에 테이프를 넣더니 재생을 시작했다. TV에는 흐릿한 화면과 함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겠지?
안경을 쓴 남자의 말에 조금 몸집이 있는 남자가 대답했다.
- 네 생각이 그렇다는 건 내 생각도 그렇다는 거겠지.
안경을 쓴 남자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 나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니 내가 누군지 그리고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가 나일 수도 있고 내가 너일 수도 있는 이런 현실이 무서워.
안경을 쓴 남자는 고개를 끄떡였다.
- 나는... 내가, 아니 나만 이런 기억을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기억을 가진 사람이 또 있다는 게... 그리고 그게 내가 원래 갖고 있던 기억이 아니라는 게...
몸집이 작은 남자는 안경을 쓴 남자의 말에 눈을 감았다. 그러자 안경을 쓴 남자가 카메라 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 너는, 너는 어때?
화면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 우리가 서로 외모는 다르고 비슷한 점도 하나 없지만 기억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도 너희만큼이나 무서웠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나 생각해 봤지만 전혀 기억에 없고...
안경을 쓴 남자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래.. 하지만 왜 이런 일이....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은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