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65화 (165/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3. 알 수 없는 정황(2)

- 그런데 아주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었어요.

- 이상한 일이요?

성준의 물음에 여선생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을 했다.

- 네. 그게... 성표가 어느 날부터인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혼자 중얼거리더라구요. 왜 그러나 싶어서 성표에게 물어보면 성표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펄쩍 뛰더라구요. 그런데 아이들의 말로는 그 의사 선생님이 사는 집이 귀신이 사는 집인데 거기 놀러 갔다 와서부터 귀신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애들한테 주의를 주었죠. 그 이후에 성표와 상담도 자주 했는데, 성표는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어요.

여 선생님의 말에 성준이 재차 물었다.

- 혼자 중얼거렸다구요? 그러면 그건 그 의사 선생하고 관련이 있는 건가요?

성준의 질문에 여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 의사 선생님은 아주 점잖고 좋은 사람이었죠. 특히 아이들한테 아주 잘 해줬어요.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요.

그 때 철구가 나서서 여 선생님에게 물었다.

- 그 의사 선생님은 혼자 사셨나요?

철구의 질문에 여 선생님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 네. 결혼하신 적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튼 혼자 사셨죠.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다가 여 선생님에게 다시 물었다.

- 그 사고 이후에 홍성표 씨는 어땠나요?

철구의 질문에 여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 사고 이후에 성표는 전학을 갔어요. 충격이 컸나 봐요. 들리는 말로는 병원 치료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여 선생님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물었다.

- 어디로 전학을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여 선생님은 성표와 관련된 자료를 꺼내더니 말했다.

- 서울로 전학을 갔네요. OO 고등학교로.

철구는 그 고등학교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여 선생님에게 물었다.

- 혹시 그 사고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철구의 질문에 여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 글쎄요.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전기 합선으로 인해 불이 났던 걸로 알고 있어요.

철구는 그 말에 다시 물었다.

- 방화가 아니구요?

철구는 선생의 말에 반문을 했다. 그러자 성준이 자료철을 보며 말했다.

- 방화 사건이 아니라 화재 사건이라고만 나와 있는데요?

철구는 수첩에 적던 기록을 보다가 여 선생님에게 물었다.

- 졸업 사진도 없으니 성표 씨의 사진 같은 건 없겠죠?

철구의 말에 여 선생님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렇죠. 졸업 사진에...

그러다가 무언가 문득 떠올랐는지 말을 했다.

- 아! 개인 사진은 없어도 수학여행 사진은 남아 있어요. 학교 행사철에 보관이 되어 있거든요.

그 말에 철구와 성준은 여 선생님을 따라 학교 행사철을 보관해 놓은 보관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여 선생님이 꺼내 준 사진첩을 펼쳐 성표가 속했던 1학년 4반 수학 여행 사진을 보았다. 철구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전화기를 꺼냈다.

- 난데, 홍성표 그 놈 좀 잡아 놔줘. 중요한 일이니까.

철구가 전화를 끊고 여 선생님에게 말을 했다.

- 이 사진 좀 가져가면 안 될까요?

철구의 말에 여 선생님은 조금 난색을 표했다. 그때 옆에 있던 성준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그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었다.

- 이렇게 하면 안 가져가도 돼죠.

철구는 그런 성준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 그렇군. 참 좋은 세상이야.

철구의 씁쓸한 말에 성준이 말을 이었다.

-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

철구는 다시 전화를 걸어 세현이 말하는 이메일 주소를 성준에게 알려주었다. 성준이 사진을 보내자 철구는 여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성준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철구를 보았다. 철구는 그런 성준에게 말을 꺼냈다.

- 서울 가 보면 알아.

그러면서 철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진짜 또라이 새끼 하나 걸렸네.

발악을 하는 성표 앞에 성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성표 앞에 내밀었다.

- 이 사람이 홍성표입니다.

성표는 성준의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아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 이... 이 자식이 철민이야.

철구는 성준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말했다.

- 아니. 이 사람이 홍성표야. 학교에 가서 확인까지 했고, 또 전학 간 학교까지 갔었지. 홍성표를 찾느라 애 좀 썼어.

철구는 성표와 눈높이를 맞추려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 성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 넌 누구야?

성표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야. 아니야. 내가 성표고, 그 녀석이 철민이야. 진짜라고.

철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리고 그 집, 방화가 아니라 누전으로 인한 화재였어.

그 말에 성표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 아니야. 시골 경찰들이 대충 대충 해서 그런 거야. 절대 그런 게 아냐.

철구는 압박복을 입고 있는 성표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도대체 넌 뭐 하는 놈이야?

그 때 세현의 스마트폰에 사진과 정보가 떴다. 세현은 놀란 눈으로 철구를 불렀다.

- 철구 씨, 잠깐만요.

철구는 세현을 돌아보았다. 세현은 철구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철구는 세현의 스마트폰에 뜬 내용을 읽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 뭐? 이 녀석 이름도 홍성표라고?

철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뭐 이름이야 같을 수 있는데,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틀리잖아.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정신 분석이나 심리 분석은 이제부터 해 볼 예정이에요.

세현은 철구 가까이 와서 조그맣게 얘기를 했다.

- 그런데 저 사람을 이렇게 가둬놓아도 되는 거예요?

철구는 그런 세현을 보며 말했다.

- 저런 미친놈을 풀어 놓는 게 더 나쁜 거 아닌가?

철구는 성준을 쳐다보았다. 성준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런데 감금은...

철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저 놈 원래 쓰러져 있었다면서? 그럼 응급 환자네. 응급 환자 검사라고 둘러대면 되지.

세현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뭐 이제 와서 법을 따지긴 그렇죠. 뭐.

철구는 위로 올라와 성준을 보내고 사무실에 앉았다. 그리고는 A4지 한 장을 꺼내 사건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 의뢰자 : 홍성표

● 칠곡에서 찾은 홍성표와 의뢰자는 같은 사람이 아님.

● 미친 또라이 새끼 : 김광민(의사, 사망) -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김철민(초등학생, 사망)

● 의뢰자 홍성표는 칠곡에서 찾은 홍성표를 김철민으로 착각함. 의뢰자 홍성표가 보여준 소설과 실제 사건은 다름. 하지만 의뢰자 홍성표는 그것을 사실로 믿고 있음.

● 소설을 올린 곳은 톰슨 병원(누가 올렸는지 신원 파악이 안 됨.)

철구가 그렇게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급한 기계음이 들렸다.

- 삐삐. 방금 소설이 올라왔다.

철구는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화면에는 방금 올린 웹소설 화면이 보였다. 철구는 그 글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 이거 뭐하자는 거야?

철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때, 세현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 그 소설 읽었어요?

철구는 고개를 끄떡이고 아래층에 있는 성표에게 갔다. 성표는 괴로운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철구는 문을 벌컥 열고 성표에게 소리쳤다.

- 그 미려라는 여자, 연락처 알아?

철구의 뜬금없는 말에 성표가 철구를 쳐다보았다.

- 아는데...

철구는 성표가 입고 있는 압박복을 풀면서 말했다.

- 당장 그 여자한테 전화해서 이리로 오라고 해.

- 네? 왜... 왜 그러죠?

철구는 자신의 핸드폰을 넘겨주며 말했다.

- 웹소설이 올라왔어. 그 여자가 죽은 걸로.

성표는 그 말에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 빨리. 급하니까.

철구의 말에 성표는 철구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말했다.

- 제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철구가 그런 성표를 보며 소리쳤다.

- 전화번호 못 외워?

- 네.

철구는 세현에게 전화를 걸어 성표의 스마트폰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세현이 다급하게 성표에게 스마트폰을 가져다주었다. 성표는 암호 패턴을 풀고 미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미려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철구가 성표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 집이 어딘지 알아?

- 모... 몰라요.

그러자 세현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그리고 철구에게 말을 했다.

- 종로구 운니동...

철구는 재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말했다.

- 할매, 그 자식 잘 봐.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철구의 말에 세현이 뭐라고 하려다가 말고 성표를 보았다. 그리고 세현이 성표에게 말했다.

- 일단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하니까 협조 부탁해요.

세현의 말에 성표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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