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61화 (161/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2. 흔적을 찾다(1)

2. 흔적을 찾다

'급한 일임. 낮에 조사하라고 한 사람과 관련된 중요 사항 발견.'

성표가 가고 철구는 세현에게서 어떤 정보를 받을까 생각하던 중 뜻밖에도 대장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 보내지는 않기에 철구는 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무슨 일이야?

철구의 말에 세현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투였다.

-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철구는 세현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어처구니없는 일 아냐?

철구의 말에 세현이 말을 했다.

- 장난치는 건 아닐 거예요. 장 신부님이 얼마 전에 독일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던데...

철구는 알았다고 하고는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석호 역시 메시지를 받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이런 상황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 어색함을 컴퓨터 모니터가 깨주었다.

- 삐삐.. 문제 발생.

철구는 그런 모니터와 기계음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석호가 모니터의 웹캠을 보며 물었다.

- 무슨 문제죠?

모니터의 화면이 갑자기 바뀌면서 어떤 사람과 관련된 정보가 나열되었다.

- 김철민. OO 고등학교 재학... 1999년 사망? 이게 뭐죠?

석호의 말에 철구가 의자를 당겨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 이게 그 사람이야?

철구의 질문에 '삐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사망? 그러니까 그 웹 소설을 올린 사람의 신상이 이렇단 말야?

철구의 연이은 질문에 다시 '삐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죽은 사람이라... 죽은 사람이 글을 쓴다면 그 죽은 사람을 사칭하는 거잖아?

철구의 말에 기계음이 들렸다.

- 죽은 사람의 주민번호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아이디로 글을 올릴 수도 있다.

그 말에 철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럼 누군지 알 수 없다는 얘기네?

철구의 말에 대장은 '삐' 소리를 냈다.

- 아니다. 죽은 사람이어서 일단 그 웹 소설에 글을 올린 사람 IP를 추적해 보았다. 대형 포털 사이트라 해킹하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 사람 IP를 찾았는데...

- 찾았는데?

기계음이 조금 주저하며 말을 했다.

- 그게 이상하다. 접속한 지역이 중구난방이다. 한 곳이 아니라 거리상 도저히 불가능한 곳에서 올린 것이다.

- 불가능한 곳?

- 영국 웨일즈 IP도 있고, 이라크 바그다드 IP도 있다. 모스크바 IP도 있고...

기계음의 말에 철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 뭐? 그게 가능해?

철구의 질문에 기계음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 프록시 서버(Proxy Server)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는 것도 어쨌든 경유하는 곳이기 때문에 원래 접속했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철구는 대장의 말에 귀를 파며 말했다.

- 어려운 말 말고, 아무튼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철구의 말에 대장의 기계음이 다시 들렸다.

- 원래 접속 위치를 찾았는데... 그 곳이...

- 뜸들이지 말고 말해.

- 톰슨 병원이다.

톰슨 병원이라는 말에 철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게 무슨....

철구는 핸드폰을 꺼내 성표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이 울린 후에 전화를 받은 성표에게 철구는 당장 만나자고 했다. 전화를 끊은 철구는 다시 대장에게 질문을 했다.

- 혹시 톰슨 병원의 병적 기록부나 이런 것도 찾을 수 있나?

철구의 말에 대장이 '삐삐' 소리를 내며 말했다.

- 보안이 심하긴 하지만 시간만 있으면 구할 수 있다.

철구는 그런 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 고마워.

철구의 말에 대장은 말이 없었다.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세현이 한 마디 했다.

- 철구 씨가 대장한테 고맙다고 다하고 별 일이네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 고마운 일은 고마운 거지.

그러면서 툴툴대며 말했다.

- 세상 참 좋군. 옛날에는 기어들어가고, 문 따고 해서 얻었던 정본데, 이젠 컴퓨터로 다 할 수 있으니.

철구의 말에 석호가 말을 받았다.

- 세상이 바뀐 거죠. 철구 씨도 이참에 컴퓨터를 배우는 게 어때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나 같은 놈은 몸으로 뛰는 게 편하지 앉아서 하는 일은 영...

그러면서 철구가 다시 대장한테 물었다.

- 소설은 읽어 봤어?

철구의 말에 세현이 대답을 했다.

- 그 내용은 제가 읽어 봤어요. 특이하게 2인칭을 사용한 소설이더라구요.

- 2인칭? 그게 뭐야?

세현은 출력한 종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 대개 소설은 1인칭으로 쓰거나 아니면 3인칭으로 쓰는데, 이 소설은 마치 누군가에게 얘기하듯이 편지처럼 썼어요. 그 대상이 누군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 사람에게 얘기하듯이 썼어요.

철구는 종이를 받아들며 말했다.

- 누군가에게 말한다라... 그 대상이 혹시 의뢰한 사람인가?

철구의 말에 세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었다.

- 옛날 얘기였어요. 입양된 아이가 양아버지에게 성적인 학대를 받았는데, 그 친구와 같이 아버지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른 얘기에요.

세현의 말을 들은 철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 막장이구만.

철구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이 사람을 찾는대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미간을 손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 물어볼 말이 있다는군. 그런데 대강 알 것 같아. 그 물어볼 말이 뭔지.

철구의 말에 석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 어쩌면 이게 소설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석호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끄떡였다.

- 자신과 그 글을 올린 죽은 김철민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죠. 그 얘기는 둘만 아는 사실인데, 올라왔으니까.

철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어쩐지 그 놈 얼굴에 그늘이 잔뜩 진 게 뭔 사고 친 놈 같았다니까.

철구의 말에 석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그 남자랑 톰슨 병원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석호의 말에 철구가 목을 이리 저리 움직였다. 그 때마다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기괴하게 들렸다.

- 일단 잡아 족쳐봐야죠. 뭐가 나오는지.

철구는 사무실을 나와 성표와 약속한 장소를 향해 갔다. 근처에 도착하자 저 멀리 성표와 웬 여자가 서 있었다. 철구는 그 둘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 복잡하게 됐군.

철구는 두 사람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철구와 마주 앉은 여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철구는 그런 여자를 향해 말을 했다.

- 사람 찾는 사람입니다.

철구의 말에 여자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예쁘장한 얼굴에는 무언가 잔뜩 수심(愁心)이 가득 차 있어 보였다. 한눈에 그 여자도 '광민'의 죽음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철구는 성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그 얘기는 본인 얘기인가요?

철구의 말에 성표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그런 성표를 보면서 물었다.

- 이 여자분은 그럼 '현재'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분이겠군요.

철구의 말에 성표는 또다시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성표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 본인이 죽인 겁니까?

철구의 말에 성표와 여자는 크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성표가 크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철구는 고개를 끄떡였다.

- 범인 대부분이 그렇게 부인을 하죠.

철구의 말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 성표 씨는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지난밤에...

철구는 그 여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 그럼 두 사람이 공범인가요?

철구의 억지스러운 말에 성표가 버럭 소리를 쳤다.

- 뭐요? 당신이 경찰이야?

철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했다.

- 경찰은 아니지만, 범인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거든.

철구의 말에 성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철구는 그런 성표를 보며 말했다.

- 우리 자세한 얘기를 좀 해야 하는데, 여자도 같이 갈까, 아니면 혼자 갈래?

철구의 말에 성표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 내.. 내가 왜 당신하고 가는데?

철구는 그 말에 의자 뒤로 몸을 빼며 말했다.

- 이전 거야 공소 시효가 이미 끝난 것 같지만, 두 번째 것은 이제 시작이니까.

철구의 말에 성표가 다시 말을 했다.

- 내가 아니라구. 당신이 뭔데... 사람이나 찾을 일이지...

성표의 말에 철구는 탁자를 쾅 내려치며 말했다.

- 사람을 찾다 보니까 네가 제일 의심스러워.

탁자를 내려치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쳐다보았다. 성표와 미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얼굴을 붉혔지만, 철구는 성표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철구의 말에 성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여자에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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