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1. 일상의 파괴(5)
- 침착해야해. 생각을 하자구. 생각을...
성표는 이 소설을 올리는 사람이 누군지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인간을 잡으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알고 있으며, 또 어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성표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사람 찾는 일을 검색하였다. 성표는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려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기에 성표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곳을 찾았다. 성표가 찾아간 곳은 시장통에 있는 허름한 건물이었다.
- 여기가 뭐가 유명하다고...
성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한수가 다방 레지와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들어오는 성표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 어떻게 오셨나요?
성표는 그런 한수의 모습을 보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일단 용건이라도 얘기해 보자는 심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 사람을 찾으려구요.
그러자 한수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아! 그러시군요. 일단 이리로 앉으세요.
그러더니 다방 레지를 보며 말했다.
- 뭐해? 손님 오셨는데 커피 한 잔 타봐.
조금은 천박한 화장을 한 레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알았어요.
한수는 성표를 앉히더니 자기 나름대로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다.
- 누구를 찾으시는지... 저희는 도망친 마누라, 돈 떼먹고 도망친 인간, 아니면...
한수의 말에 성표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런 게 아니구요.
그런데 그 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철구가 들어왔다. 철구는 한수 옆에 앉은 레지를 보며 소리쳤다.
- 또 왔냐?
철구의 목소리에 한수는 화들짝 놀라면서 레지에게 말했다.
- 가.. 가봐. 오늘은 손님이 오셨으니까...
성표의 커피를 타던 레지는 철구를 보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한수에게 말했다.
- 알았어요. 그럼 커피 값은...
한수는 그런 레지의 등을 떠다밀며 말했다.
- 내가 마담한테 전화할 테니까 일단 가봐.
다방 레지가 등 떠밀려 나가자 철구는 성표를 쳐다보았다. 얼굴에 그늘이 진 모습이 무언가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철구는 한수가 앉았던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한수는 그런 철구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 그럼 누굴 찾으시는지...?
한수의 질문에 성표는 아예 한수를 외면하고 철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 어떤 사람을 찾습니다.
한수는 자신을 외면하는 성표에게 말을 했다.
-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찾으시는지...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수 옆에 앉으며 말했다.
- 죽일 거요?
철구의 노골적인 질문에 성표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어쩌면 죽은 사람일 수도 있어서요.
성표의 말에 한수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죽은 사람? 죽은 사람을 찾으려면...
그러나 철구가 한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죽은 사람이라... 무엇 때문에 찾는 거죠?
철구의 말에 성표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성표의 말에 철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었다.
- 뭔가 사연이 있겠지만, 그냥 죽은 사람을 찾으라면 차라리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 게 빠르겠네요.
철구의 시니컬한 말에 성표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 인터넷에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성표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상하군요. 죽은 사람일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인터넷에 소설을 쓴다라...
철구의 말에 성표가 고개를 끄떡였다.
- 아무튼 인터넷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을 찾아주십시오.
성표의 말에 철구가 다시 물었다.
- 찾으면 죽이실 겁니까?
철구의 말에 성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내가 무슨 살인자인 줄 알아요? 그냥 찾아달라면 찾아주면 되지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성표의 말에 철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죽일 거면 안 찾으려고.
철구의 말에 성표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 죽이지 않을 겁니다. 다만 묻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럼 일단 그 사람을 찾아서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데려와야 하는군요.
철구의 말에 성표가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는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 여기에 찾을 사람과 관련된 정보를 아는 대로 써 주세요. 그래야 찾기 쉬우니까요.
성표는 종이를 받아들고 철구를 쳐다보았다. 철구는 그런 성표를 보며 말했다.
- 사람 위치만 찾는 데는 300, 찾아서 데려오는 데는 500, 알고 싶은 정보를 알아내는 것까지 하는 데에는 700 플러스 알파. 그렇습니다.
성표는 종이에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쓰고는 철구에게 넘겨주었다.
- 네. 찾아서 데려와 주십시오.
그런데 성표가 넘겨준 종이를 보던 철구는 고개를 저었다.
- 찾는 사람의 인적 사항이 명확하지 않군요. 정보를 파야하고..
철구의 말에 성표가 조금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 돈은 더 들어도 되니까 최대한 빨리 찾아 주세요.
성표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럼 계약금으로 일단 300입니다.
철구의 말에 성표는 자신의 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보자 철구가 비웃듯이 말했다.
- 저희는 카드는 취급 안 합니다.
그 말에 당황한 성표가 돈을 뽑아 오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철구는 성표가 나가자 한수에게 물었다.
- 형, 저 인간 알아?
철구의 말에 신문을 보던 한수가 신문을 접으며 말했다.
- 모르지. 내가 어떻게 저런 인간을 알겠냐?
한수의 말에 철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그런데 어떻게 여길 알고 왔지? 소개받은 것도 아니고 말야...
철구의 말에 한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인터넷 보고 왔겠지. 이따 오면 물어봐야겠군.
한수의 말에 철구가 의아한 듯이 한수를 보며 물었다.
- 인터넷이라니?
한수는 철구 앞에 놓여 있는 담배를 들어 불을 붙이며 말했다.
- 요즘 같은 시대에 언제까지 발로 사람 모을래? 내가 정보원들하고, 애들 좀 풀어서 인터넷에 광고 좀 했지. 게시판에 돌아다니면서 글도 남기라고 하고...
철구의 한수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 형, 그게 무슨 짓이야?
철구의 말에 한수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피우며 말했다.
- 먹고 살아야지. 우리 수연이 병원비랑 학원비...
철구는 또 한수의 푸념이 한바탕 이어질 것 같아 아예 말을 끊었다.
- 알았으니까. 앞으로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놈들은 형이 접수해.
철구의 말에 한수가 크게 고개를 끄떡였다.
- 그렇지. 바로 그거야. 나는 사무실에 앉아서 접수를 받고, 너는 나가서 활동을 하고. 그러려면 전화 받는 애 하나를...
한수의 말에 철구가 한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담배 연기가 목에 걸린 듯이 한수는 켁켁거리며 철구에게 말했다.
- 케... 켁... 내.. 내가.. 크... 전화 받으면 되지.. 케헥... 컥컥...
철구는 한수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성표가 써놓은 것을 보았다.
- 웹소설을 쓰는 소설가라...
철구는 귀를 파며 중얼거렸다.
- 이거야 원... 그 쪽에 난 깜깜한데...
철구는 전화를 들어 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대장한테 부탁을 하나 해야 할 것 같은데?
철구의 말에 세현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 대장한테 연결해 줄까요?
철구는 아니라고 부정을 하며 얘기를 했다.
- 내가 인터넷에 대해선 꽝이잖아.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인터넷에 글 쓰는 사람이어서.
철구가 성표가 쓴 내용을 얘기해 주자 세현이 그걸 받아 적었다.
- 내가 부탁해 볼게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말했다.
- 무리한 거면 안 해도 된다고 해. 괜히 건강 버리지 말고.
철구의 말에 세현은 웃으며 말했다.
- 알았어요.
철구와 전화를 끊은 세현은 철구가 겉으로는 냉정한 척해도 본성을 따뜻한 사람이란 걸 새삼 느꼈다.
- 언제 친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