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57화 (157/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1. 일상의 파괴(2)

- 이렇게 잘 노는 사람이 말야... 그동안 얼마나 심심했을까? 안 그래?

과장은 성표에게서 마이크를 받아 자신의 애창곡인 '빠이빠이야'를 어설픈 춤과 함께 선보였다. 모두들 박장대소(拍掌大笑)하며 웃었고, 그렇게 노래방 2차가 마무리 되고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얼추 12시 쯤 되자 다들 내일을 생각해서인지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과장은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서 고 대리가 집으로 데리고 갔고, 마지막까지  남은 네 명이 집으로 갈지 아니면 한 잔 더 할지 얘기를 했다.

- 홍성표 씨는 어때요?

부서에서 가장 예쁜 여사원으로 소문난 미려가 성표를 보며 얘기를 하자 성표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다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저야 어디로 가시면 따라가는 주의라서요.

성표의 말에 미려 때문에 남은 광민이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저기 바(bar)에 가서 그럼 간단하게 한 잔 하고 가자구.

광민이 자신의 동기인 문재에게 얘기를 하자 문재는 조금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그러지.. 어이 홍성표 씨, 바 어때, 바?

문재의 말에 성표는 고개를 끄떡였다.

- 저야 상관없습니다. 미려 씨는 괜찮으신가요?

성표가 미려에게 묻자 미려 역시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저도 상관없어요.

네 사람은 동시에 발길을 돌려 근처에 있는 바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광민은 급하게 양주를 한 병 시키더니 모두에게 한 잔씩 따랐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연거푸 두 잔을 더 마시더니 주변의 잔을 살파보며 말했다.

- 어? 나만 빨리 마셨네? 홍성표 씨, 한 잔 하지.

광민의 말에 성표가 한 잔 들이키자 광민은 병을 들어 다시 모두의 잔에 술을 따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이트(Straight) 잔에 따라서 주었고 성표에게만 온더락(On the Rock)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성표는 그런 광민의 행동이 당혹스러웠지만, 술 취한 행동이라 생각을 하고 잔을 들었다. 광민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성표를 보며 말했다.

- 완샷!

광민의 행동에 오히려 미려가 나서서 한 마디 했다.

- 이걸 어떻게 완샷 해요?

미려의 말에 광민은 투덜거리며 말했다.

- 잘난 놈이니까 이 정도는 완샷할 수 있는 거 아냐?

광민의 말에 문재가 광민의 팔을 끌며 말했다.

- 야.. 취했으면 일어나자.

그러나 광민은 문재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 안 취했어. 임마. 그리고...

광민은 조금은 흐트러진 표정으로 미려를 보며 말했다.

- 어? 미려 씨도 그러는 거 아니야. 어!

광민의 말에 미려가 광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 많이 취하셨나 보네요.

미려가 조금은 쌀쌀맞게 말을 하자 광민이 탁자를 쾅 치며 일어났다. 그러는 바람에 앞에 있는 술잔이 넘어지고,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 내가 말야... 그렇게 얘기할 때는.. 어... 말야.. 그런데.. 오늘 이 자식이... 어.. 술 마시니까.. 여기까지... 말야.. 어... 당신 그러면 안 돼!

술잔이 넘어지고, 안주가 떨어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광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서 지껄였다. 문재는 그런 광민의 손을 끌었다.

- 가자.. 임마.. 아까 취했을 때 그냥 가는 건데...

그러면서 성표와 미려를 보며 말했다.

- 이 녀석이 많이 취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들 해. 미안... 먼저 갈게.

문재는 비틀거리면서 혼자 소리치는 광민의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다. 탁자 위는 어지러웠고, 성표의 바지에는 술이 잔뜩 튀어 있었다.

- 다 젖었네요.

성표가 조금 난감한 듯이 말을 하자 미려가 웃으며 말했다.

- 그럼 밖으로 나가실래요?

성표는 그런 미려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근처에 있는 모텔 쪽으로 향했다. 모텔 방에서 미려가 눈을 떴을 때는 아직 새벽녘이었다. 그리고 낯선 공간이라는 걸 확인한 미려는 이불 속에서 자신의 머리를 툭 쳤다.

-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미려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을 성표를 생각하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미려가 꿈틀거렸지만, 옆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자나 보네.

미려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당연히 옆에 누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성표가 자리에 없었다.

- 어?

그 때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친 성표가 밖으로 나왔다.

- 일어났네요.

미려는 성표를 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시트를 들어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런 미려를 보면서 성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등이 아프네요.

성표는 수건을 허리에 두른 채 몸을 돌려 자신의 등을 보여주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도 성표의 등에 난 손톱자국들이 여러 개가 보였다. 미려는 그 모습에 시트를 머리까지 뒤집어 썼다.

- 모.. 몰라요.

성표는 옆에 놓여 있던 옷을 갈아 입으며 말했다.

- 지금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야죠.

미려는 시트를 내리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6시 12분'

성표의 말대로 지금 집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을 하면 될 시간이었다. 미려는 시트를 몸에 두른 채 욕실 쪽으로 걸었다. 그 때 옷을 입던 성표가 미려가 두르고 있던 시트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미려의 몸이 성표 쪽으로 당겨졌다. 성표는 놀라서 자신을 쳐다보는 미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 이따 봐요.

성표는 다시 옷을 차려 입고는 미려를 보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을 당한 미려는 잠시 머리가 멍했다. 성표가 먼저 나간다고 나간 후에야 미려는 멍하니 있다가 부리나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미쳤어.. 내가 미쳤지...

욕실 안에서 미려는 혼자서 이런저런 푸념을 터트렸다. 미려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회사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경찰들도 회사에 와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미려는 고개를 돌려 성표를 찾았다. 그러나 성표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출근을 하면 커피를 갖고 다가오는 광민도 보이지 않았다. 미려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을 때, 경찰 한 명이 미려 옆으로 다가왔다.

- 강남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미려는 경찰의 말에 의자를 돌려 경찰을 쳐다보았다. 경찰은 빙그레 웃으며 미려에게 얘기를 했다.

- 어쩌면 민감한 얘기도 나올 수 있으니까 저쪽 휴게실에서 얘기를 하는 게 어떨까요?

미려는 경찰의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난밤을 성표와 보낸 것이 부끄러울 것도, 잘못도 아니었지만, 왠지 미려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경찰이 주는 특유의 압박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여자로서의 직감 때문이었다. 미려가 경찰을 따라 휴게실로 들어가자 나머지 경찰들도 하나씩 직원들을 만났다. 그 때 과장이 직원들에게 크게 물었다.

- 홍성표 씨는 아직 안 왔어?

앞 쪽에 앉은 조 대리가 고개를 빼꼼히 빼들고 말했다.

- 아직 출근 전입니다.

과장은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 이럴 사람이 아닌데... 잠깐만요.

과장이 휴대전화를 꺼내 성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과장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 전화기도 꺼져 있고.. 이 사람.. 이럴 사람이 아닌데...

과장의 말에 경찰 하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일단 그 분은 오는 대로 조사를 할 테니까 과장님 먼저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경찰의 말에 과장이 눈이 커다래지며 말했다.

- 저... 저도요?

경찰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의례적인 조사입니다. 그냥 알리바이 입증 차원이죠.

그러면서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 빨리 협조해 주시면 빨리 끝내고 가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직원들은 경찰들과 각각 면담을 시작했다. 과장 역시 앞에 있는 경찰과 얘기를 시작했고, 심지어 집에 먼저 간 최 대리조차 지난 밤 알리바이를 입증해야 했다.

휴게실로 경찰과 같이 간 미려는 자리에 앉자 무언가 몹시 불안했다.

- 지난밤에 어디 계셨죠?

미려는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 사생활인데 그게 중요한가요?

경찰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물론 사생활에 대해 조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밤에 김광민 씨가 변사체로 발견이 되었거든요. 그에 대한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려는 경찰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 네? 과... 광민 씨가요?

경찰은 미려의 놀란 반응에도 담담하게 얘기를 했다.

- 네. 그렇습니다. 어제 저녁에 회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미려 씨와 성표 씨, 그리고 문재 씨와 피살자. 이렇게 네 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경찰의 말에 미려는 고개를 끄떡였다.

-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미려는 바에 들어가서 일어난 일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 그.. 그럼 문재 씨가?

경찰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 글쎄요. 문재 씨의 경우에는 어제 광민 씨를 집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물론 집 CCTV도 확인을 했구요. 어젯밤 행적 파악이 안 되는 두 사람이 바로 미려 씨와 성표 씨거든요.

미려는 그 순간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하필이면 어제 같은 날. 물론 자신과 성표의 알리바이는 명확했다. 아침까지 같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경찰에게 그 얘기를 한다는 게 너무나 창피했다.

- 어... 어젯밤에...

미려는 몹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 저와 성표 씨가 같이 있었어요. OO 모텔에서...

그러자 경찰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미려에게 잠깐 웃음을 지은 다음 일어나 구석에서 전화를 걸었다.

- OO 모텔 CCTV 확인해 봐.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미려를 보며 말했다.

- 일단 CCTV가 확보되면 알리바이가 증명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성표 씨는...

미려는 마치 자신이 큰 잘못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 아.. 아침에 집에 들렀다가 옷 갈아 입고 나온다고...

미려의 말에 경찰이 고개를 끄떡였다. 경찰은 미려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경찰은 미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걱정하지 마세요. 알리바이만 확인되면 절대 정보가 밖으로 나가지 않을 테니까요.

미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찰이 얘기를 했다.

- 일단 회사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연재를 재개합니다.

연재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아직 에피소드 1이 완결이 안 된 상태이고, 에피소드 2도 수정 중입니다만 그래도 뭔가 저지르고 나면 서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연재를 재개했습니다.

에피소드 1은 현재 7챕터를 쓰고 있고, 8,9,10 챕터는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놨습니다. 거기에 살을 붙어야겠죠?

에피소드 2는 가본으로 약 100페이지 분량으로 이야기는 완성되어 있습니다. 이건 구조의 변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어쩌면 더 까다로운 작업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에피소드 3은 약 60페이지 정도로 '자세한 스토리 라인'을 잡아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 두 달간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생각만큼 진도가 팍팍 안 나가네요.

그래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까 연재 주기가 조금 불규칙하거나 아니면 좀 띄엄띄엄 나와도 이해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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