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Ep1 - 1. 일상의 파괴(1)
에피소드 1. 웹소설의 비밀
1. 일상의 파괴
제목 : 제 6 회
저 많은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 내가 연결될 아무런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유명한 인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명수배가 되어 전국에 내 얼굴이 내걸릴 만한 나쁜 짓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저 스쳐 지나면 어디선가 우연히 나를 봐도 그저 처음 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저 주차장의 아저씨만 해도 일 년 전에 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보았던 사람이다. 내가 아저씨와 크게 실랑이를 벌이거나 아저씨에게 각인될 만한 기억을 심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게 나는 그저 처음 보는 사람일 뿐이다. 하긴 매일 그가 마주치고 인사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 수백 명일 테니 아저씨에게 나란 존재는 그저 이용객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 횟수도 잦지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 건더기가 없지 않은가!
이 수많은 스쳐 지나치는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이란 어쩌면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이가 아파온다. 어느 소설의 주인공처럼 경제적으로 궁핍해서 치과에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치과에 가지 않는 이유가 단지 이에 찾아오는 고통이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인 걸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온몸이 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에 항상 서글펐다. 물론 그렇게 죽어가는 게 나뿐이겠는가. 사람, 아니 생물이라면 모두가 죽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닌가. 성장한다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죽음을 향해 가는 화려한 변신 중 하나일 뿐이다. 일주일을 울기 위해 칠 년을 갇혀 사는 매미나 100년을 살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이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영겁의 세월 앞에서는 무의미한 것들이다.
그런 무의미에 의미를 던져준 것이 바로 치통이다. 온몸을 쥐어 짤 괴로움이 아니라 은근히 찾아오는, 그리고 은밀하게 쑤셔오는 그 고통은 문득문득 죽어가는 육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활력소 같은 존재이다. 처음에는 그 치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거울도 들여다보고 이도 대여섯 번씩 닦고, 치실로 이 사이를 청소도 해보았다. 하지만 치통은 어딘가 숨어있다 불만 끄면 나타나는 모기처럼 그 행동 사이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스스로 안도할 무렵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치통이 엄습하면 그간 무기력했던 내가 무언가에 쫓기듯 어떤 일이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 의욕도 없고 하루하루 시간을 때워가는 삶을 살았던 내가 치통이 왔을 때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치통을 느끼고 있다.
서서히 이가 안 아파온다. 이제 그만 쓸 때가 되었다.
성표는 스마트폰을 스탠드 아래에 집어 던졌다.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르지만 성표에게는 전혀 감흥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그저 쓸데없는 넋두리일 뿐이었다. 일기라는 형식도 맘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겪은 것 마냥 그렇게 써내려 간 그것은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연재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 웹소설이 다 그렇지. 뭐.
가끔은 자신이 활자중독이 있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잠이 들 때까지 글을 읽지 않으면 뭔가 무료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 짜증났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읽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밤에 침대에 누우면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으면 항상 후회하는 마음이 되고 내일은 다른 것을 읽어야지 마음을 먹으며 잠이 들었다.
- 치통이 삶의 활력소라니. 미친.
얼마 전 사랑니가 비뚤어지게 나는 바람에 치과에서 수술 아닌 수술을 한 성표는 그날의 기억만 떠올리면 진저리가 쳐졌다. 치과 특유의 냄새도 싫었지만 수술대 위의 모습은 더 끔찍했다. 수술 도구가 집게, 정, 망치, 지렛대 등 무슨 공사판 같은 분위기였다. 요한이 수술대에 눕자 기다란 주사기로 잇몸에 마취제를 놓았다. 불을 잇몸에 가져다 댄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 가만히 계세요.
누가 움직이고 싶어 움직이나하고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다.
- 잇몸은 신경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취를 해도 조금 아플 거예요.
마스크를 쓴 의사는 분명 '조금'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구대를 쓴 성표는 목구멍에 피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의도하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그게 조금 아픈 거면 많아 아프면 사람 잡겠다 싶었다. 물론 수술을 하고 이를 악 다문 채 복도로 나왔을 땐 지옥을 빠져 나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아이들이 성표를 보자 더 크게 울기 시작했고, 성표는 아주머니들의 원망 섞인 눈초리와 마주쳐야 했다. 성표는 지옥에서 나와 가시밭길을 걷는 느낌으로 병원에서 빠져 나왔다. 그의 뒤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 미친 인간. 치통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성표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성표는 졸란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갔다. 변기 위에 앉은 성표는 자리에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가 발 아래로 한기가 올라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을 살짝 떴다. 활짝 열린 화장실 문이 삐거덕거리며 조금 움직였고, 성표는 뚱한 표정으로 변기에서 일어나 변기를 향해 돌아섰다. 소변을 본 성표는 세면대 앞에 서서 잠시 주춤했다.
- 하... 암..
성표는 하품을 하며 세면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세면대 옆에 걸어 놓은 시계를 보았다.
- 여섯 시 사십 분이니까...
성표는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냉장고 앞으로 가서 우유를 꺼냈고, 찬장을 열어 그릇을 하나 꺼내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서 식탁 위에 놓인 시리얼을 들어 그릇에 넣고 우유를 부었다.
- 나가서 혼자 살더라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 알았지?
집에서 나와 독립해서 산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내건 유일한 조건이었다. 물론 어머니의 조건이 아니더라도 성표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침밥은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다.
- 아! 견과...
성표는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찬장 안에 놓은 견과류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시리얼 안에 넣고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입으로 쑤셔 넣었다. 그렇게 대충 시리얼을 먹은 성표는 싱크대에 그릇을 넣어 놓고 다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닦고 밖으로 나오자 어느덧 시계가 일곱 시를 알리는 소리를 냈다.
- 서둘러야겠네.
성표는 방으로 들어가 지난밤에 걸어 놓았던 옷을 꺼내 입었다. 양말을 신고, 와이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은 후 벨트를 차고, 넥타이를 맸다. 그리고 겉옷을 입고 앞에 놓인 거울을 보며 얼굴에 스킨을 발랐다. 그리고 드라이어를 꺼내 머리를 정리한 후 왁스를 조금 손에 묻혀 머리에 바른 후 침대 옆에 놓인 서류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왔다. 스마트키를 이용해 집 앞에 세워 놓은 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시계를 보자 일곱 시 십구 분이었다.
- 차만 안 막히면 괜찮겠는데...
성표는 차의 핸들을 왼쪽으로 한 번 꺾은 후 다시 오른쪽으로 다시 꺾어보았다. 그리고 바퀴를 일자로 만든 후 출발을 했다. 회사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러시아워(Rush hour)와 겹치면 대책이 없는 곳이었기에 성표는 가급적이면 가는 시간보다 일찍 출발을 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길이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라고 했지만, 그건 그들이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대껴야 하고, 또 애써 다려 입은 옷도 구겨져야 했고, 아니 무엇보다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런 밀폐된 공간 안에서 '시간'과 '운명'과 '목적지'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서 성표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 때면 늘 그냥 웃음으로 무마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뒤돌아서서는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 자기들이나 대중교통 이용하면 되지. 왜 남한테 강요야?
성표는 회사에서의 업무도 그다지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성표가 맡은 일이 고도의 창의력을 요구한다든가 엄청난 대인 관계망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적어도 성표는 스스로의 능력이 남들보다 많이 뛰어나진 않지만, 적어도 남들보다 한두 수 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맡은 일은 회계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일이었기에 주어진 데이터만 제대로 분석하고 정리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큰 위험도 없고, 큰 보상도 없는 그런 직책이었다. 오전 시간동안 3개월간 생산량과 판매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남들보다 앞서서 끝나면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 한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일을 맡기기 때문에 성표는 남들과 페이스를 맞추며 오전 일과를 마쳤다. 가까운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은 성표는 근처 카페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또 뭐가 올라왔나 싶어 웹소설을 기웃거리다가 문득 이상한 제목의 소설을 하나 보았다.
'죽음의 서(書) - Iron Min'
- 이게 뭐지?
성표는 왠지 모르게 손이 떨렸다. 손가락으로 일주일 전에 올라온 글을 눌렀다.
01. 시작에 관하여 묻다.
안녕?
아마도 넌 알고 있을 거야. 이 이야기가 그냥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야. 하지만 평범한 이야기이면 어떻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겠어. 이미 넌 알고 있을 테니까 말야. 그래도 무슨 이야기인지는 말해야 될 것 같은데... 아마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우리의 얘기야.
너 기억나?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말야. 니가 나보고 기집애 같다고 했었잖아. 난 그 말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지만, 니가 그렇게 얘기했을 때는 사실 그렇게 싫지는 않았어. 특히나 친구들이 괴롭힐 때 니가 와서 항상 날 도와주곤 했잖아. 그 못된 애 있잖아. 우영인가? 얼굴에 주근깨가 잔뜩 하고 배가 나와서 자기 고추도 제대로 못 볼 거라고 놀렸던 애. 걔가 나를 괴롭힐 때 니가 그 녀석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그래잖아.
"꺼져, 이 돼지 새꺄!"
아마 그 때부터였을 거야. 내가 너에게 마음을 연 게. 사실 내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어서 친구가 없었잖아. 그리고 그런 나한테 손을 내밀어준 처음이 너였어. 고마워...
성표는 스마트폰으로 여기까지 읽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 그럴 리가 없잖아.
성표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끄고 커피를 든 채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였지만, 성표는 자신의 자리에 앉기가 두려웠다. 자리에 앉으면 컴퓨터를 켜야 하고,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그 소설을 계속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표는 오래 전에 버렸던 손톱을 무는 습관이 저절로 나타났다. 뭔가 불안한 듯이 입구에 서서 얼음마저 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서성대고 있었다.
- 홍성표 씨, 여기서 뭐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던 과장이 성표를 보고 물었다.
- 네?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성표가 당황 하자 과장은 의아한 듯이 성표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성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각이나 결근을 한 적도 없었고, 업무 평가도 항상 우수 아니면 최우수로 나왔다. 입사 3년 만에 대리 승진 추천을 받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사람이었다. 대인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평판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인간 정도로만 비춰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식사 시간이 끝났을 때 자리에 없었던 적이 없었던 철두철미(徹頭徹尾)한 사람이었기에 과장은 오늘의 성표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 들어가자구.
과장이 성표를 보며 말하자 성표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떡이고 자리로 들어오다가 과장에게 말을 했다.
- 화... 화장실 좀...
성표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자 과장은 성표에게 고개를 끄떡였지만, 내심 유능한 직원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까봐 걱정도 되었다. 과장은 성표가 나가자 직원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 혹시 오늘 홍성표 씨 무슨 일 있어?
하지만 질문을 받은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글쎄요. 아까 저 앞 식당에서 혼자 밥 먹으러 갈 때까지는 똑같았는데요.
그러자 과장이 직원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 어지간하면 같이 밥도 먹고 그래. 동료니까.
과장의 말에 직원이 오히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저희야 몇 번이고 얘기했죠. 그런데 그 때마다 혼자 먹는 게 편하다면서 거절하는 데 어떻게 해요.
직원의 말에 과장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 하긴.. 좀 까다롭나... 대인 관계만 좋으면 참 괜찮은 놈인데 말야..
과장이 자리에 돌아가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서 거울과 마주한 성표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아닐 거야. 아니야. 확실해!
자리로 돌아온 성표는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진행하느라 여기 저기 전화를 걸었고,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낮에 읽은 소설은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업무가 끝나고 잠시 한숨을 돌리며 의자에 기대앉은 성표는 문득 왜 자신이 그 소설에 두려움을 느끼나 생각을 해보았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으레 성표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를 외치고 나가야 직원들도 하나 둘씩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성표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과장 자리 앞으로 다가갔다. 과장은 스마트폰을 보다가 성표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그래, 퇴근해.
성표에게 그렇게 얘기를 하자 성표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 오늘은 회식 한 번 하는 게 어떨까요? 그동안 제가 동료들에게도 조금 무심했던 것 같구요.
성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든 직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회식 자리는 늘 자신의 일상을 흩뜨려놓는다고 피하던 성표가 먼저 나서서 회식을 제안을 했다. 성표의 말을 들은 과장은 놀란 눈으로 성표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그래? 그래. 그러자구.
그러면서 직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 갑자기 생긴 회식이니까 일 있는 사람은 먼저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요 앞에서 간단히 한 잔 하자구.
성표의 뜻밖의 변화에 직원들은 웅성거렸고, 아기가 아픈 최 대리만 빠지고 영업 2과 직원들이 모두 회식에 참여를 했다. 술집에 앉자 성표는 과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제가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데 과장님께서 주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뉴판을 건네받은 과장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간 자리에서도 항상 자신의 것은 자기가 고르던 성표였기에 이러한 상황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래? 그럼... 이거.. 이거랑... 맥주 5000cc 두 개랑..
과장이 직원에게 주문을 하고, 사원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놀란 것 이상으로 직원들도 놀랐는지 모두 조금은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동안 술이 나왔고, 기본 안주가 나왔다. 다들 잔에 술을 채우자 과장이 나서서 한 마디 했다.
- 자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과장의 말에 직원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직원들도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또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오늘은 원없이 마셔봅시다.
그리고 건배를 하자 모두들 술을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로에게 술을 따라주며 다시 소소한 일상생활 얘기를 시작했다. 성표는 그런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신도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은 운동도, 공부도, 그렇다고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싫었다. 어쩌면 그 소설의 탓일 수도 있지만, 성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깟 소설 몇 줄이 자신을 변화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대인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성표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사회생활에서 업무 능력이 뛰어나 일을 잘 한다면 회사에서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될 거라는 믿음으로 지내왔지만, 점점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특히나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 괴로움은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표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직원에게 스스럼없이 농담도 던지고,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고, 같이 마시며 즐겼다. 아니 실제로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지만, 무척 즐거운 척을 했다. 과장의 폭탄주 제안에도 선뜻 응했고, 1차 회식 자리가 끝나고 2차 노래방을 갈 때에도 성표는 열심히 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 사원들은 열렬히 환호했고, 과장은 성표의 어깨를 치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저 아직 살아 있어요...
안녕하세요. 글쟁이 구라도사입니다.
3장을 완결한 후에 수정과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숨만 깊게 나오고 있답니다. 특히나 2장의 경우에는 고쳐야 할 내용이 워낙 많다보니 내용이 조금 틀어지게 되었답니다. 물론 이야기의 큰 줄거리에는 변화가 없지만,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소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만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답니다.
현재 에피소드 1을 집필 중인데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부담감이나 그런 건 아닌데 왠지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 편이 조금 무겁답니다.
에피소드들은 프롤로그보다 분량이 적겠지만, 그래도 200페이지 이상은 되는 장편이기에 길게 생각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약 100여 페이지 정도 썼고, 앞으로 100페이지 가량 남았습니다. 물론 스토리 라인은 모두 완성되었기 때문에 뒷부분은 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마음의 여력이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에 매진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요.
좀 더 속도를 내서 글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글쓰기가 그리 녹록치 않네요. 현재는 인물 관계도를 새로 설정하고, 사건 당 인물의 특징들을 정리하고 있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히기 마련이고, 조급하면 조급할수록 날림이 된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잊히는 것이 두려워 서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 글을 읽는 독자님들은 '날림'으로 무언가 계속 올라오기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글을 좋아하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연재 일자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좀 더 나은 글을 쓰고자 한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요즘 저는 또 새로운 글을 구상하고 있답니다. 축계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닥터 프로이트 보고서'마저 내팽개치고 있는 주제에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구상이니까 좀 더 다듬어야 하겠고, 지금은 축계를 쓰는 데에 조금 더 매진할 계획입니다.
거의 두 달간(연재를 쉰 건 한달 정도지만 3장을 완결한 건 두 달 가량 되었답니다.) 에피소드 1을 쓰고 있는데, 머리의 한계인지, 지식의 한계인지, 아니면 필력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막히네요. ㅜㅜ
조만간 뻥 뚫려서 완결을 가져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이상 생존 신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