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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47화 (147/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3장 - 8. 그들의 의도(4)

그러자 조폭이 웃으며 말했다.

- 이자에 이자, 그리고 저 문이 생각보다 비싸거든.

철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래? 내 주먹이 생각보다 비싸. 한 대에 백만 원 정도 하니까 백 대로 퉁치면 되겠네.

철구의 말에 조폭들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 저 개새끼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그러며 한 놈이 철구를 향해 각목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철구는 재빨리 몇 명인지 상황을 파악을 하고는 달려오는 놈을 피하며 주먹으로 명치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그러자 숨을 컥컥거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철구는 그가 쓰러지자 재빨리 한수 옆에서 칼로 한수를 위협하고 있는 녀석 곁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점프를 뛰며 날아 차기로 서 있던 녀석의 관자놀이에 구둣발을 꽂아 넣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조폭 하나가 구석으로 날아가며 쓰러졌다. 그러자 곁에 서 있던 두 녀석이 칼을 꺼내며 철구를 위협하듯 진형을 짰다. 철구는 한수를 등지며 말했다.

- 괜찮아?

- 어? 괜찮은데... 저... 저 녀석들 이 바닥에서 잔인하기로 소문난 놈들이야.

한수의 말에 철구는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 그런 놈들한테 왜 사채를 써?

철구의 말에 한수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 사.. 사정이 있어서..

- 그 사정은 나중에 들읍시다.

철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칼을 들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 어린 애들이 그런 물건 가지고 놀면 다치니까 놔둬라.

그러나 철구의 말에 자극을 받은 두 녀석이 동시에 철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철구는 둘이 도착하는 타이밍이 조금 다른 것을 파악하고는 먼저 달려드는 오른쪽 녀석의 팔을 피해 그 녀석이 든 팔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에서 달려드는 녀석 쪽을 향해 칼을 뻗었다. 그러자 왼쪽에서 오던 놈이 기겁을 하며 몸을 틀었지만 갈비뼈 아래쪽에 칼이 꽂혔다. 철구는 팔꿈치로 자신이 잡고 있는 녀석의 관자놀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러자 짚단이 쓰러지듯 풀썩 하고 쓰러졌다. 칼에 찔린 녀석은 그런 철구를 보며 질린다는 듯이 칼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뒤에서 소리치던 녀석은 상황이 안 좋게 보이자 재빨리 도망을 쳤다. 철구는 도망치는 녀석을 놔둔 채 칼에 찔린 녀석 앞으로 다가갔다.

- 어차피 넌 도망 못 가니까 순순히 부는 게 좋아.

철구는 자신의 가슴 아래에 꽂힌 칼자루를 붙잡고 떨고 있는 녀석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 녀석은 그 칼을 뽑으려고 했다. 그러자 철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죽고 싶으면 뽑아. 나한테 맞아 죽기 전에 과다출혈로 먼저 죽을걸?

철구의 말에 그 녀석은 칼을 뽑으려다가 멈췄다. 철구는 그 녀석의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 난 바쁜 사람이니까 빨리 끝내자.

철구가 얘기를 했지만, 녀석은 얼이 빠졌는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철구는 그 녀석의 뺨을 세게 한 대 올려붙이고는 다시 말했다.

- 나 바쁜 사람이라구. 알았어?

철구의 말에 녀석이 고개를 심하게 끄떡거렸다. 그리고는 뭔가 김이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철구가 보니 녀석의 아랫도리가 몽땅 젖어 있었다.

- 새끼. 조폭이 이런 걸로 쫄기는.

철구는 녀석을 버려져 있는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 너 어디 소속이야?

철구의 말에 녀석은 덜덜 떨며 말했다.

- 호.... 호봉이파입니다.

철구는 '호봉이파'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호봉이파? 혹시 호봉이가 대치동 호봉이 말하는 거냐?

철구의 말에 녀석이 고개를 격하게 끄떡였다. 철구의 인상이 몹시 구겨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이 새끼가 내가 없으니까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나. 오늘 내가 갈아마셔버리든지 해야지.

철구의 말에 조폭은 손마저 덜덜 떨며 말했다.

- 혀... 형님은 이런 짓 하지...

철구가 그 녀석을 보며 말했다.

- 하긴 니가 뭔 잘못이겠냐. 시킨 녀석이 잘못이겠지.

철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수를 부축하고 나가며 조폭에게 말했다.

- 칼 뽑지 말고 병원으로 가라. 칼 뽑으면 아까 말한 대로 과다출혈로 골로 갈 수 있으니까.

철구는 밖으로 나와 한수를 차 옆에 태우며 말했다.

- 이 새끼 내가 가만 두지 않겠어.

철구의 말에 한수가 죽는 소리를 하며 말했다.

- 나... 난 병원에 좀...

철구는 한수를 보며 말했다.

- 아직 말할 힘이 있는 거 보니까 죽을 것 같진 않네. 나랑 같이 가야지.

철구의 말에 한수가 펄쩍 뛰며 말했다.

- 내가 왜 그 조폭들한테 가는데?

한수의 반응에 철구가 말했다.

- 말짱하구만. 그런데 사채는 뭐유?

철구의 말에 한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철구가 한수를 다그치며 말했다.

- 또 도박한거유?

철구의 말에 한수가 주먹을 쥐어 철구를 치려다 손을 내렸다.

- 그런 거 아냐. 임마.

- 그럼 뭐유? 도대체 뭐 때문에 사채를 쓴 거냐구?

철구의 질문에 한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철구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대답 안 할 거유? 강제로 알아낼까?

철구는 달리던 차를 세우며 한수 쪽을 쳐다보았다. 차가 멈추고 한수를 보자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한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어? 형.. 왜 그래?

철구의 질문에 한수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연기라고 하기엔 한수는 너무나 서럽게 울었다.

- 무슨 일이냐구? 답답하게 울지만 말고 대답을 해봐.

철구의 물음에 한수는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철구에게 얘기를 했다.

- 수... 수연이가 아파.

한수의 입에서 나온 말에 철구는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평소 딸이라면 간이라도 내어줄 것처럼 예뻐하던 한수의 입에서 그냥 나온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나 급박한 상황에서도 딸을 갖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어디가?

철구의 말에 한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 배... 백혈병이래.

그렇게 얘기하고는 한수는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그럼 사채는 수연이 병원비였어?

철구의 말에 한수가 고개를 끄떡였다.

- 이 바보 같은 인간아! 말을 해야지!

철구의 말에 한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어떻게 얘기하냐? 넌 아내하고 아들하고 다 잃은 놈인데. 그리고 너한테 돈이 어디 있다고?

철구는 그 말에 인상을 쓰며 말했다.

- 돈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잖아. 세현 씨도 있고, 정 안 되면 원 회장님한테 부탁을 해도 되고.

철구의 말에 한수가 고개를 저었다.

- 벼룩이도 낯짝이 있는 법이야.

철구는 시동을 걸며 말했다.

- 형은 벼룩만도 못하니까 괜찮아.

철구는 가는 길에 무영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무영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렸다. 철구는 무영에게 아쉬운 부탁을 했다. 그러자 무영의 목소리가 다소 누그러지며 당장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철구는 세현에게도 전화를 걸어 한수의 사정을 부탁했다. 그러자 세현 역시 당장 그 쪽으로 가보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더니 철구는 청담동 한복판에 차를 세우고 한수에게 말했다.

- 형은 가서 수연이 병원 옮기는 거 봐줘. 내가 가서 형 빚은 해결할 테니까.

철구의 말에 한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 너한테 도움만 받는구나. 남들한테 고개 숙이게도 만들고.

한수의 말에 철구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 남사스럽게 왜 그래? 얼른 수연이한테 가봐.

철구는 한수가 문을 닫자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한수는 그렇게 떠나가는 철구의 차를 쳐다보며 말했다.

- 고마워... 고맙다구 임마...

철구는 차를 몰고 문이 닫혀 있는 룸살롱 입구에 섰다.

- 여기였나?

철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룸살롱 입구가 굳게 닫혀 있었다. 철구는 그 문을 마구 두드렸다.

- 손님 왔으니까 얼른 손님 받아야지!

철구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앳된 얼굴의 남자 하나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 아직 영업 시간 아닌데요?

철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여기 호봉이 있냐?

철구의 말에 앳된 남자애는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그... 그런 사람 없는데요?

철구는 문을 붙잡아 거칠게 열면서 말했다.

- 거짓말을 하려면 잘 해야지.

철구는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안은 아직 영업 전이어서 그런지 조금 어두웠다. 철구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 불 켜고 호봉이 좀 불러라.

철구가 그렇게 얘기를 하자 남자는 놀라서 구석으로 가 룸살롱 불을 환하게 켜고 철구를 한쪽 방으로 안내했다. 철구는 룸 안으로 들어가 세팅이 되어 있는 것들 중 물을 하나 따서 마셨다. 얼마 후에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리면서 철구가 있는 방문이 벌컥 열렸다.

- 어떤 새끼가 우리 형님을 오라 가라야!

누군가가 크게 소리를 쳤다. 철구는 들어온 녀석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자 거기에는 아는 얼굴이 하나 보였다.

- 번개야, 오랜 만이다.

철구의 말에 번개라고 불린 사내가 의아한 듯이 앞으로 나섰다.

- 너 누군데 나를 불러?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애들 치우고 얘기 좀 하자. 호봉이도 부르고.

철구가 그렇게 얘기를 하자 번개는 갑자기 번개를 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 혹시 박 형사님?

번개의 말에 철구는 살짝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번개가 놀란 얼굴이 되며 말했다.

- 주... 죽었.. 아니 돌아가..

그러자 철구가 손가락을 들어 입을 가리며 말했다.

- 호봉이랑 좀 보자구.

철구의 말에 번개는 놀라 고개를 끄떡이고는 똘마니들에게 말했다.

- 나가.. 얼른 새끼들아.

번개의 한 마디에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낮에 사색이 되어 들어온 놈이 '당했다'는 말을 듣고 어떤 놈인지 벼르고 있다가 자신들의 나와바리에 그 녀석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손을 보러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신들 사이에서 가장 강하다는, 어쩌면 보스보다도 더 싸움을 잘 한다고 알려진 번개가 꼬리를 내리고 자신들을 내보내는 것을 보고는 더욱 놀랐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번개는 철구의 앞에 무릎을 꿇더니 갑자기 큰절을 하는 것이었다. 철구도 놀라서 번개를 보며 소리쳤다.

- 뭐하는 거야?

그러자 번개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 살아계셔서 감사해서요.

번개의 말에 철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내가 살아 있는 게 왜 감사한 일인데?

번개는 자리에서 일어나 철구를 보며 말했다.

- 형님 오면 얘기 나누시지요.

번개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짧게 얘기를 끝내더니 철구에게 얘기를 했다.

- 한 10분 후면 오실 겁니다.

철구는 그 말에 웃으며 말했다.

- 호봉이 많이 컸네.

철구의 말에 번개는 마치 자신이 칭찬을 받은 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 다 형님께 배워서...

번개의 말에 철구는 인상을 굳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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