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3장 - 3. 미심쩍은 일(3)
매튜를 심문하는 취조관은 진술 거부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정보국장의 닦달도 짜증이 났지만, 이 정도로 몰아붙였는데도 완강하게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더 짜증이 났다. 윽박도 질러보고, 이런 저런 회유도 해 보았지만, 매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 지금 자네 실수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당장 말을 하라고. 매튜!
매튜는 취조관을 외면한 채 벽 쪽을 쳐다보았다. 오늘 아침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아들과 함께 축구장을 향하던 매튜를 바티칸 정보국 소속 정보원들이 아무런 언질도 없이 끌고 갔기에 매튜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부를 했다. 그러나 정보원 중 하나가 '해킹!'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매튜의 커다란 덩치는 힘없이 무너졌다.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는 아빠를 쳐다보았고, 매튜의 아내는 매튜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매튜는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안심시킨 후 아들에게 얘기를 했다.
- 오늘 경기에 아빠는 가기 힘들겠구나.
매튜의 아들은 몹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매튜는 그런 표정을 지은 아들을 보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에드워드는 절대로 발설하지 않았을 테니, 정보국에서 알아차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튜는 취조관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매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취조 과정이 이상했다. 아니 이 일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들을 옭아매려는 것이라고까지 생각이 됐다. 해킹을 막지 못한 책임은 있었지만, 그들이 대답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기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이미 너희는 해킹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렇잖아.
매튜는 어이없는 질문에 취조관을 쳐다보았다. 취조관은 매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 아니 너희는 몰랐다 쳐도 그렇게 허술하게 뚫릴 리가 없잖아.
취조관의 다음 말에도 매튜는 여전히 입을 닫았다.
- 이 자식이...
심문관은 화가 머리까지 뻗쳤다. 그래서 그는 조서를 탁자 위에 쾅하고 내려쳤다. 하지만 매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전히 그는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었다.
- 빨리 얘기하고 끝내자. 아들이 기다리잖아.
매튜는 아들 얘기에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심문관은 결정적인 것을 잡았다고 판단을 하고는 집요하게 아들 얘기를 꺼냈다.
- 너희는 잘못이 없는 거 알아. 물론 잘못이야 약간은 있지. 하지만 그건 윗선에서 다 이해해 주실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빨리 진술하고 아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어?
매튜는 취조관을 분노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 이봐.. 아들하고 챔피언스 리그를 봐야 할 거 아냐. 원한다면 내가 지금이라도 보내 줄 수 있어. 어때? 이제 얘기해 보자구.
- 제...
매튜가 입을 열자 취조관은 이제 됐다는 표정으로 매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취조관이 원하던 방향의 대답이 아니었다.
- 제 아들 얘기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 이 자식이...
- ...
- 너 때문에 너희 가족이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 상상도 못할 걸?
- 제 가족 얘기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매튜의 완강한 태도에 취조관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매튜에게 말했다.
- 다른 취조실에서 에드워드가 얘기를 한 것 같군. 자네에 대한 선처도 끝난 것 같아.
매튜는 취조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취조관은 그런 매튜를 비웃으며 말했다.
- 자네는 어제 일찍 나갔는데 자네가 이 일에 연루된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았을까?
취조관의 도발에 매튜는 취조관을 쳐다보았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지만, 지금은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튜는 들끓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취조관은 그 모습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쉬고는 밖으로 나갔다. 다른 취조실에서는 에드워드에 대한 심문이 한창이었다. 에드워드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킹에 대한 조사이려니 하고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점점 해킹의 배후에 대해 묻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바티칸 내의 '누군가'를 지목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이제 그만 다 털어 놓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하느님께서 다 용서해 주실 것일세.
에드워드를 심문하던 취조관이 회유를 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여전히 완강하게 거부하는 의사를 보였다.
- 아닌 것을 어떻게 말씀드립니까? 그리고 저는 베네딕토 추기경님께서 설교하실 때에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용기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합니까?
에드워드의 말에 취조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심문하라고 한 사람이 베네딕토 추기경이라는 것을 에드워드는 절망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조만간 거짓말 탐지기로 심문을 할 걸세. 그 때 밝혀지면 자네는 이단 심판을 면치 못할 거야.
그 말에 에드워드는 강하게 말했다.
- 오히려 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음....
- 도대체 해킹을 당했는데, 배후를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에드워드는 답답하다는 듯이 항변을 했다.
- 내부에서 지시 받은 사항도 없단 말인가?
- 내부에서 지시 받은 것은 '해킹'을 막으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그 녀석은... 정말 엄청났거든요.
취조관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지난밤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자네는...
취조관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그동안 진술한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그의 입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듣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 어떻게 그들이 배후가 누구인지 말했나?
베네딕토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정보국장을 다그쳤다. 정보국장은 머리를 조아린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 아직... 하지만 이제 곧 실토할 것입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을 동원했으니까요.
베네딕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정보국장에게 말했다.
- 이건 우리 바티칸의 근간(根幹)과 관련된 문제네. 한시 바삐 알아내도록 하게.
- 네. 조만간 원하시는 답을 얻으실 겁니다.
베네딕토 추기경과의 면담을 마친 정보국장은 곧바로 취조실로 갔다.
- 이 녀석들이 정말...
정보국장은 화가 잔뜩 나서 취조실로 통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매튜와 에드워드를 심문하던 취조관들이 앉아 서류를 쓰고 있었다. 정보국장이 들어오자 취조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보국장을 맞이했다.
- 아직까지 입을 안 열고 있나?
정보국장 말에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에드워드를 담당한 취조관이 정보국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아무래도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그들에겐 과실...
취조관의 말에 정보국장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취조관에게 언성을 높였다.
- 과실? 언제 스파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봤나? 그리고 정보국장인 내가 정보를 파악해서 그들을 심문하라고 한 것인데, 내가 조작이라도 하라고 했나?
정보국장의 말에 취조관들은 할 말을 잃었다. 정보국장이 나서서 사건의 배후가 있다는 것과 그 배후가 '누구'인지도 알려 주었고, 그러한 정보를 얻은 것이 베네딕토 추기경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주었기에 취조관들은 지금 정보국장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 그들에게서는 혐의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매튜를 취조한 취조관이 그렇게 얘기하자 정보국장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 자네마저?
매튜를 취조한 취조관은 매튜의 상황을 다 알고 있고, 그의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는 결단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일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이번 일을 그대로 진행한다면 저는 상부에 그대로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튜를 취조한 취조관이 그렇게 얘기를 하자 정보국장은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 이 놈! 협박하는 거냐?
하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얘기를 했다.
- 충고 드리는 겁니다. 어둠에 눈이 멀지 마십시오.
매튜를 취조했던 취조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정보국장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번 일이 심하게 꼬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베네딕토 추기경과의 연합을 위해 자신이 선택한 이 수가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보국장은 허탈하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에드워드를 취조하던 취조관이 그런 정보국장을 보며 말했다.
- 이제라도 원래대로 하시죠.
정보국장은 그래도 자신이 가장 믿는 두 사람을 통해 슈테판 추기경과의 연루를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그들의 도덕성과 정의감이 자신과의 유대감보다 크다는 사실에 정보국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원래대로라... 그런데 말야.
정보국장의 말에 취조관은 정보국장을 쳐다보았다.
- 이미 너무 멀리 왔어.
정보국장의 말에 취조관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보국장은 조금은 회한이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이건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지. 어쩌면 바티칸을 뒤흔들 스캔들이 될 수도 있어.
취조관은 정보국장의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과 취조한 내용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물론 그 안에서 일어난 다양한 일들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나 정보국장이 충분히 무마할만한 수준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국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무 것도 모르는 자네들에게 미안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정보국장의 말에 취조관은 무슨 말인가 싶어 정보국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정보국장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기대앉았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바티칸은 다섯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매튜와 에드워드는 꼬박 이틀 동안 취조실에 잡혀 있다가 밖으로 나와 그 소식을 듣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자신들을 취조했던 취조관들과 정보국장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제 두 명까지 빈 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바티칸은 그들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베네딕토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의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보고하는 정보국 제 1 과장을 쳐다보았다. 정보국 과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베네딕토에게 나머지 보고를 했다.
- 현재까지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진 게 없습니다.
베네딕토는 인상을 구겼다. 이것은 분명 내부의 누군가의 짓이라고 확신을 했다. 슈테판이 그런 짓까지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들과 연계되어 있다면 충분히 그들을 통해 일을 저지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보국 대부분이 슈테판의 지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정보를 파악하거나 알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고작 자신과 고향이 같아 친분이 있는 정보국 과장의 보고에 의존할 부밖에 없었다. 하지만 베네딕토는 이 일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문서 하나를 만들어 자신과 연계된 추기경들에게 보냈다. 그리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 이 일은 분명 무언가 있어.
그날 오후 바티칸은 이 일로 몹시 시끄러웠다. 특히나 베네딕토와 뜻을 같이 하는 추기경들은 조사 위원회를 새로 꾸며야 한다고 성토를 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정보국을 총괄하고 있는 슈테판에게로 쏠렸다. 슈테판은 회의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 그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정보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정보국과 연계해서 파악해 가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슈테판의 말은 곧바로 베네딕토에 의해 부정되었다.
- 정보국과 관련된 사람에게서 일어난 일이니 정보국은 배제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오!
베네딕토의 말에 추기경들은 수군거리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슈테판은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 감찰국과 관련된 일이면 감찰국이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보국 자체가 비위(非違) 사실이 있다거나 부정한 일과 연루되었다는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슈테판의 말에 베네딕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보국 요원들의 죽음에 대한 조사일 뿐이었다. 정보국 누군가의 잘못된 일을 파헤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베네딕토는 이 일의 배후에 슈테판이 있다고 확신했기에 억지를 부렸다.
- 그래도 객관적으로 접근을...
베네딕토의 말에 슈테판이 피식 웃다가 얼굴을 굳히면서 말을 했다.
- 혹시 그들의 죽음의 배후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인가요?
슈테판의 말에 모든 추기경들은 놀람의 목소리를 냈다. 베네딕토는 슈테판이 직설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에 조금은 당황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베네딕토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말을 돌렸다.
- 설마 그럴 리가 있겠소? 다만 그 죽은 정보국 요원들의 비위 사실이 나왔을 때, 같은 국(局)에 소속되었기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슈테판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그래서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조사 위원회는 추기경님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시지요. 실질적인 조사나 분석에도 정보국 요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슈테판이 그렇게 얘기를 하자 베네딕토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정보국의 배제를 주장한다면 슈테판을 의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베네딕토는 정보국 요원들의 솜씨를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조작이나 정보 누락 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의가 끝나자 베네딕토는 자신의 세력들과 함께 조사 위원회에 참여할 사제들과 요원들을 선발했고, 그들이 선발한 요원들은 모두 별다른 이의 없이 조사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 어려운 일이로군.
슈테판은 자신의 사무실 안에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우렐리오 정보국장이 베네딕토 추기경과 가까이 지내고, 최근에 그들의 심문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라는 강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그가 주검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 중 두 명이 심문에 참여한 취조관이었고, 두 명이 정보국 대외 비밀 담당이었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보아도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은 아우렐리오 국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가 어떤 사람이었기에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슈테판은 이 일을 좀 더 은밀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을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믿는 최베드로가 없다는 게 뼈아팠다.
- 이 친구는 중국에 가더니 전화 한 통이 없네.
슈테판은 내심 아쉬운 마음에 푸념을 하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5월의 신록(新綠)이 건물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어디선가 날아온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빙빙 돌다가 멀리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