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21화 (121/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3장 - 3. 미심쩍은 일(2)

석호는 그러한 변화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사실 이렇게 정신을 차린 모습과 광기 어린 모습이 교차하는 것이 악령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 아까는...

- 맞아요. 아까는 제 정신이 아니었지요. 또 언제 저를 밀어낼지 모르지요.

- 하지만 의사 선생님 말로는 중독성 장애라고 하시던데요.

- 네. 심한 알코올 중독과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이라고 하시지요. 그런데 그 분들은 잘못 알고 계세요.

지수의 말에 석호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기품있는 태도로, 그리고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이 의아했다.

- 네? 잘못 알고 계시다니요?

- 제가 술과 마약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되어서 술과 마약에 손대게 되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술로 버텼지만...

석호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떡였다.

- 증세가 더 심해져서 마약에 손을 대신 건가요?

지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그건 제가 몸이 아파서 찾아간 종교 단체에서 고통을 없애는 약이라고 준 것이에요.

- 그럼 그 종교 때문에 마약에 중독되신 거군요.

석호의 말에 지수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 후후. 아니요. 저도 거기서 주는 것이 마약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에는 어쩔 수가 없었지요.

- 그럼 고통 때문에 계속 마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 그 종교에서는 모두가 편안하기 위해서는 악을 물리치려 하지 말고 우리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라고 했지요. 제 몸이 괴로운 것도 모두 악을 물리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맞는 말이에요. 제가 악을 물리치려고, 고통을 물리치려고 했으니까요.

지수의 말에 석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지수는 허탈하게 말을 이었다.

- 이제는 차라리... 차라리 죽고 싶어요. 그런데...

이 말에 석호는 단호하게 말을 했다.

- 따님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해지시면 안 됩니다.

그 순간 지수는 갑자기 눈이 돌아가더니 몸을 벌벌 떨었다.

- 아냐.. 아냐..

석호는 그녀를 부여잡고 다급하게 소리 쳤다.

- 잠시만... 잠시만요...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는 다시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 네 놈이 고통의 끝을 알아? 온 몸을 바늘로 마구 찔러대고 사지를 톱으로 썰어내는 기분을, 눈에 침이 박히는, 내장을 후벼 파는... 아니 무슨 말로도 안 돼. 그 고통은...

-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의 병입니다.

석호의 말에 지수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 개소리! 마음의 병? 이렇게 몸이 찢어지게 아픈데?

석호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했다.

- 정신이 육체에...

그 때 지수는 석호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 닥쳐! 너 같은 소리 많이 들었으니 이제 꺼져.

석호는 얼굴에 묻는 침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지수를 잡고 말하려고 했다.

- 정신력으로 이겨 내셔야 합니다. 지수 씨.

지수의 눈은 뒤집혀서 석호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 당장 꺼져! 네 놈한테도 역겨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지수는 이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목이 부러질 정도로 고개를 꼬고 있어서 석호는 그녀를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석호가 놔주자 지수는 침대에 누우며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 히히히히. 얼른 꺼져. 니 에미 덕분에 봐준 거니까.

석호는 갑자기 지수가 자신의 어머니의 얘기를 하자 지수를 다시 붙잡았다.

- 제 어머니라뇨?

지수는 미친 듯이 웃으며 약 올리듯 말했다.

- 이히히히히... 곧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얼른 꺼져... 냄새 나!

석호는 지수를 놔둔 채 그녀의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수는 몸이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문 밖에는 언제 왔는지 원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현이 병원으로 들어왔을 때에 석호와 원호는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원호가 세현을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섰다. 그러나 석호는 세현을 보고 고개만 까닥했을 분이었다.

- 어디야?

세현은 석호의 굳은 표정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음을 알았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채 원호에게 말을 걸었다.

- 1001호 환자입니다. 심한 알코올 중독과 약물 중독으로 인해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요.

- 어쩌다가?

세현은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중증 환자만 입원하는 병원이었기에 원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남편 말로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그 안에서 무슨 의식 같은 것을 한다고 약물을 과다 투여했나 봅니다. 그래서 저렇게 되었다고 그러더라구요. 하늘 병원 김 원장님이 중증이라고 우리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원호의 말에 세현이 놀라서 물었다.

- 김 원장님이면 그 분야 마스터 아냐?

- 마스터마저도 손을 들었으니 뭐 우리는 거의 보호 수준이지요.

원호의 말을 들으며 세현은 환자의 차트를 펼쳐보았다.

- 치료 과정은?

- 차트에서 보시다시피 뭐 약물 치료 외에는 없습니다. 세로켈(Seroquel), 젤독스(Zeldox), 리스페달(Risperdal), 아빌리파이(Abilify), 클로자릴(Clozaril)... 이런 저런 약 다 써보고 있는데 별 효과는 없어요.

세현은 챠트 가득 빼곡하게 쓰인 것을 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어?

-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 그럼 약물 외에는 손을 놓고 있는 거야?

세현이 차트를 덮으며 묻자 원호는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 대화를 거부합니다. 극단적으로.

- 그래도 원호 씨는 뇌 분야엔 부분에서는 뛰어나잖아. 뇌 분석은 해봤어?

세현의 말에 원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당연하죠. 김 원장님께서 손 놓은 환자라니까요.

세현은 차트를 내려놓고 원호를 보며 말했다.

- 그렇구나. 오케이. 대충 얘기를 들었으니까.

세현은 옆에서 무언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석호에게 말을 건넸다.

- 신부님께서는 어떠세요?

석호는 세현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 저는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요.

그러자 세현이 웃으며 말했다.

- 아니요. 신부님께서 보시기에는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세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 악령은 없습니다. 아마도 마음의 병이 아닐까 합니다.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신부님께서는 악령을 안 믿으세요?

- 뭐 악령의 문제는 개인적 취향이라고 해 두지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짓고는 원호에게 말했다.

- 나도 한 번 봐도 될까?

세현의 말에 원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1001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수는 언제 일어났는지 멍하게 창살에 있는 창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 손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여서 입가에 흐르르 침을 닦지도 못하고 있었다. 눈은 초점이 없고, 입으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작적으로 소리를 치며 돌아섰다. 날카로운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발작적으로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 꺼져! 역겨운 냄새가 나! 으히히히.

지수의 눈이 뒤집히며 온통 흰자로 뒤덮여 있었다. 문을 열려다가 안의 소리를 듣고 석호는 멈춰 섰다. 세현은 석호의 뒤에서 그 소리를 듣고는 아랫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이 큰 소리를 내고 온 것이 아니 때문에서 귀가 아무리 예민해도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텐데 안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문 앞에 온 것을 알고 있듯이 말했다.

- 아까 왔던 예수쟁이가 괴물하고 같이 왔구나. 으히히히. 내가 미쳤다고? 이히히히.

그러다가 근엄하게 소리를 질렀다.

- 내가 미쳤다고? 그럼 얼른 들어와서 진찰해 보라고!

석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세현이 따라 들어 왔다. 그런데 그때 지수의 묶여 있던 팔에서 우드득 소리가 난다.

- 이히히히...

지수는 음산하게 웃더니 기절을 한 듯이 몸이 축 늘어졌다. 원호는 세현과 석호를 밀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원호는 밖을 향해서 크게 고함을 질렀다.

- 진정제 가져와. 부목하고..

원호는 지수의 여자의 환자복을 풀었다. 그러나 너무 단단하게 묶어서 그런지 잘 풀리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석호가 나서서 원호를 도왔다. 환자복 고리가 풀리자 지수의 팔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건장한 남자 간호사 둘이 병실 앞에 도착하자 원호가 약과 부목을 받으러 돌아섰다. 그런데 그 때 지수가 벌떡 일어나 석호의 팔을 물기 시작했다.

- 으악...

석호는 지수를 순간적으로 밀쳐냈지만 엄청난 힘에 석호도 구석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석호의 팔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이 새겨져 있었고, 그 사이로 피가 나오고 있었다. 남자 간호사들이 얼른 뛰어 들어와 지수를 붙잡았다. 원호는 지수의 팔에 주사기를 꽂고 팔에 부목을 댔다. 지수가 마구 요동을 쳤지만, 원호는 침착하게 팔에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는 지수에게 환자복을 다시 입혔다. 세현은 석호 옆으로 가서 석호를 보다가 석호의 팔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 피 나잖아요. 빨리 치료해야 해요.

석호는 강한 충격을 받은 것치고는 괜찮았다. 그러나 지수에게 순간적으로 밀려 자신이 날아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아까의 힘이라면 간호사가 아무리 건장하다고 할지라도 그들을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순순히 환자복을 입는 것을 보고는 아직까지 이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괜.. 괜찮습니다.

석호는 팔에 나는 피를 손수건으로 누른 채 지수를 보며 원호에게 물었다.

- 환자는 괜찮습니까?

원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석호에게 대답했다.

- 종종 있는 일이라 저희는 놀라지 않았지만, 신부님께서는 놀라지 않으셨어요?

- 네. 괜찮습니다.

- 일단 팔부터 치료하시죠.

석호는 머리를 세게 한 번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약간 휘청했다.

- 신부님 운동 좀 하셔야겠습니다. 이 정도 힘에 날아가시다니. 하하하.

원호는 석호를 보고는 웃었다. 석호는 벽에 부딪힌 등이 몹시 아파서 따로 대꾸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석호가 부딪힌 벽에 금이 가 있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 원호 씨!

세현은 원호의 비꼬는 말에 원호를 살짝 노려보았다. 원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앞서 갔다.

백호 정신병원 로비에는 석호와 세현이 앉아 있었다.

- 운동 부족인가? 무지막지하게 날아갔네요.

석호는 물린 팔에 감긴 붕대를 보다가 목이 뻐근한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나 세현은 그 말에 웃지 않았다.

- 원호 씨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 아니요. 원호 씨가 제대로 본 겁니다. 제가 요즘 운동을 등한시해서 쉽게 날아간 거예요.

- 신부님은 그렇게 약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런 분이 그렇게 날아가셨다니. 지수 씨는 저보다도 마르고 힘이 없어 보이던데.

세현은 석호가 바티칸에서 특별히 파견할 정도로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세현의 말에 석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른 말로 얘기를 돌렸다.

- 심각해 보입니까?

석호의 물음에 세현은 지수를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 저런 분은 처음 봐요. 저러한 행동은 정신병이라기보다는 마치...

세현이 말을 흐리자 석호가 그 말을 이어받았다.

- 악령에 사로 잡혔다는 말씀인가요?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세현이 주저하자 석호가 세현을 보며 물었다.

- 저는 세현 씨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저도 아직은 뭐가 뭔지... 원호 씨가 그 동안 환자를 봐왔으니까 그 의견을 따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석호는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을 했다.

- 저는 원호 씨의 의견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조금 이상한 것이 있어서 여쭤보는 것입니다.

- 뭐 흔한 모습은 아니죠. 그리고 금단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폭력적이고, 또...

석호는 뒤에 이어질 말을 대신했다.

- 기괴하죠. 마치 악마에 사로잡힌 것처럼.

- 네.

석호는 세현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고 석호가 밝게 말했다.

- 그런데 요즘 세현 씨는 괜찮으세요?

그러자 세현 역시 표정을 풀고 밝게 대답했다.

- 뭐. 그럭저럭 괜찮아요. 예전보다 한결 마음이 편하니까요.

- 주무실 때 이젠 안 깨세요?

석호의 질문에 세현이 잠시 표정을 풀며 말했다.

- 악몽은 여전해요. 이제 다른 악몽도 나타나고 있어요.

- 그렇군요...

석호는 그런 세현을 안심시키려 얘기를 했다.

- 저도 요즘 들어 이상한 꿈을 많이 꾸네요. 지방에서 한가롭게 지내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석호의 말에 세현이 석호를 보며 말했다.

- 뭔가 불안하신 게 있나 보네요.

- 글쎄요. 딱히 없지만 요즘 왠지 불길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후훗. 이런 사람이 신부라니 우습죠?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뭐, 저도 심리 치료를 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니까요. 저도 의사 자격이 없네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우리는 무자격자들이로군요.

- 제 생각에 신부님의 경우에는... 불길한 생각이 아니라 직업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경험이 아닌 왜곡된 기억이랄까?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그런가요? 제 직업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면... 교황님과 마주칠 때 외에는 없죠.

- 풋...

세현은 잘 생기고, 강인해 보이는 신부가 교황님 얘기를 할 때면 항상 약간 몸서리를 치는 것이 조금 우스웠다.

- 진짜에요. 저 멀리서 교황님께서 나타나시면.. 으~

- 여전하시네요. 교황님이 그렇게 무서우세요?

세현이 농담처럼 묻자 석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 무서운 건 아닙니다. 다만...

- 다만?

- 다만 자꾸 어려운 걸 물어보셔서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크게 웃었다.

- 하하하. 냉철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진하시네요.

- 남자들끼리만 살아서 그런가 봐요.

- 큭... 그럼 군대에 간 사람들은 다 순진하겠네요.

세현은 석호의 말도 안 되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석호는 그 말에 사뭇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 아마 군대도 독방 생활을 하면 모두 순진해 질 겁니다.

석호와 세현이 얘기를 하는 동안 원호가 멀리서 다가왔다.

- 어떠세요?

원호의 질문에 세현이 대답을 했다.

- 글쎄.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일단은 중증인 것만은 분명하네. 나머지 서류들도 보내 줄 수 있어?

세현의 말에 원호는 반색을 하며 말했다.

- 원장님께서 도와주신다면야...

원호의 말에 세현은 손짓을 했다.

- 원장님은... 이제 편하게 부르라고 했잖아.

하지만 원호는 세현의 말에 빙긋이 웃고는 석호를 쳐다보았다.

- 신부님께서는 뭔가 알아내신 게 있나요?

석호는 원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 저는 알아보러 온 게 아니라 얘기를 전달하러 왔으니까요.

석호의 말에 원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세현을 보며 말했다.

- 저 환자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에요. 이번 일은 정말 저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니까요.

세현은 원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 의사가 환자를 놓으며 안 되지. 아무튼 나도 알아볼 테니까 닥터 리도 수고 해줘.

세현의 말에 원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때 자료들 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세현과 석호는 병원에서 나와 차 있는 곳으로 갔다. 밖으로 나온 석호는 뭔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세현에게 얘기를 했다.

- 이 병원... 뭔가 이상하군요.

석호의 말에 세현 역시 무언가를 감지한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 의도적으로 무언가 감추려는 것 같아요. 그게 무언지 모르겠지만. 닥터 리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세현의 말에 석호가 얘기를 했다.

-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네요. 이 느낌이.

석호의 말에 세현도 고개를 끄떡였다. 세현은 석호와 돌아 나오다가 병원을 다시 돌아보았다. 증상도 특징도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나 하늘 병원 원장이 저런 환자를 쉽게 이곳으로 보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고집불통 원장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실력은 자기 아래로 평가했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환자도 자기 손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게 하지 절대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