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111화 (111/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2장 - 10. 심연(深淵) 속으로(3) (完)

앤더슨은 실린더 안에 있는 액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삼촌은 항상 조심한다고 하면서 결국 이런 꼴로 남으셨군요. 하지만 그 혜안(慧眼)만큼은 인정하죠.

앤더슨은 예전에 다나카가 자신에게 한 얘기를 떠올렸다.

-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네가 날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술을 주마.

앤더슨은 그 때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그런데 그 때 자신에게 기억 주입술을 했고, 갑자기 모든 것에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간 몰랐던 것들이나 아니면 필요한 내용들이 머리 안에서 저절로 떠올랐다.

- 기가 막히는군.

앤더슨은 돌아서서 거대한 실린더 안에 들어 있는 '다나카 이치로들'을 보았다. 이 중 절반 성공체인 CD107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혼자서 무어라고 다나카에게 말했다.

- 이제 당신이 내 삼촌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그냥 포기해 버리면 삼촌은 사라지는 거겠죠?

앤더슨은 한 사람의 운명이 자신의 손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더욱이 그 사람이 동아시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다나카 이치로라는 것이 더욱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앤더슨은 피식 웃으며 실린더를 쳐다보았다.

- 이제 제가 삼촌의 위에 설 수도 있겠네요. 그 전에 제가 삼촌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이렇게 제게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앤더슨은 CD107 앞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액체 상태로 보관된 다나카의 기억 캡슐을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준비는 됐죠?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 앤더슨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는 구석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CD107과 기억 캡슐을 밖으로 이송했다. 앤더슨은 다나카를 복원하는 것이 불탄 하드디스크를 살리는 것보다도 쉽다고 생각했다. CD107에 기억 캡슐을 연결하고, 뇌에 그 기억을 주입하는 과정만 거치면 금방 다나카 이치로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다나카 이치로가 깨어났을 때, 앤더슨은 그 옆에서 다나카에게 말을 했다.

- 일어나셨어요?

깨어난 CD107, 아니 다나카의 복제본은 무언가 어색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 여기가 어디지?

앤더슨은 깨어난 다나카에게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 현재 기억은 현재 시간보다 딱 보름 전 기억이구요, 보름 간의 기억은 소실되었습니다.

다나카는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다가 앞에 놓여 있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내.. 내가?

앤더슨은 다나카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 저 역시 젊은 시절의 삼촌의 모습 때문에 '삼촌'이라고 부르기가 힘들군요.

다나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30대의 얼굴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톰슨 원장이 일을 제대로 했구나 하는 생각과 이렇게만 된다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 젊어졌군... 놀라워...

다나카가 거울을 보며 자신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 앤더슨이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하지만...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고개를 돌려 앤더슨을 쳐다보았다.

- 하지만? 무슨...

다나카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앤더슨은 입맛을 살짝 다시다가 말을 꺼냈다.

- 현재 밝혀진 부작용이 세 가지가 있어요.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부작용이라니?

- 일단 복제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지금 갖고 계신 몸, 그러니까 클론 다나카(Clone Danaka) 107호는 원래의 신체보다 약 세 배 정도 빠르게 노화가 진행돼요.

다나카는 앤더슨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현재 자신의 신체가 30살이니까 10년을 더 살면 60대의 몸이 되는 것이었다.

- 그럼 왜 30대의 몸으로 진행을 한 거지?

다나카의 말에 앤더슨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 20대의 뇌에는 삼촌의 기억이 다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이죠. 10대나 20대의 몸에 몇 차례 시도를 해 봤는데, 모두 실패를 했죠. 그나마 기억 주입이 가장 원활했던 것이 30살의 몸이었거든요.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고개를 끄떡였다.

- 늙으면 다시 몸을 바꾸면 되는 거니까... 아무튼 다른 부작용은 뭐지?

다나카의 말에 앤더슨이 입을 열었다.

- 두 번째 부작용은 기억 주입술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 뭐... 뭐라고?

- 삼촌 뇌에 담긴 기억은 거의 100년을 넘기는 기억인데, 그 기억이 고스란히 30대의 뇌 안에 다 들어가기 힘들죠.

다나카는 앤더슨의 말에 낮게 신음을 흘렸다.

- 그래서 소실된 기억이 뭐지?

앤더슨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차트를 보여주었다. 다나카는 그 차트를 보더니 앤더슨을 쳐다보며 말했다.

- 전체적으로 주입하기는 했지만, 완료된 게 하나도 없군.

앤더슨은 다나카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 클론 연구를 좀 더 하면 조만간 완전체로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것이죠.

다나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지금부터 쌓일 기억을 다시 추출해서 본체와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에 다나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표정을 보고 앤더슨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물었다.

- 어떤 기억이 떠오르지 않죠? 저도 완벽하게 기억 주입술과 관련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서요.

다나카는 왠지 모르게 기억의 허전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딱히 무엇이라 규정지을 수 없는, 뭐랄까 감흥이 없는 데이터 보존이랄까, 그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앤더슨과 함께 톰슨 원장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상황은 떠올랐지만, 그와 결부된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 뭔가 허전하긴 하군. 그럼... 마지막 부작용은 뭐지?

앤더슨은 다나카의 말에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마지막은 부작용이라기보다...

다나카는 앤더슨의 마지막 말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앤더슨은 마지막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하기 위해 다나카를 이끌고 갔다.

- 지금 보이는 게 모두 삼촌의 복제품들이죠. 이 앞에 있는 106번까지는 조만간 폐기될 예정이구요.

다나카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 앞의 것까지는 세포 분열 속도가 빨라서 빨리 노화된다고 들었지. 그런데 왜 지금 이 앞으로 와서...

다나카의 말에 앤더슨이 피식 웃었다.

- 톰슨, 그 여우같은 인간이 그렇게만 말했겠지요.

다나카는 그 말에 놀란 표정으로 앤더슨을 쳐다보았다.

- 그게 무슨 말이지?

앤더슨은 앞의 클론들을 보며 말했다.

- 이것들은 모두 실패작들이죠. 삼촌 모습을 한 복제품들에게 실패작이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다나카는 자꾸 앤더슨이 변죽을 울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큰 것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앤더슨은 돌아서서 다나카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 106번까지는 세포 분열이 빠른 것도 있지만, 저것들은 뇌에 특정한 코드를 각인시킬 수 없는, 그러니까 순수한 복제품이었다는 것입니다.

다나카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특정한 코드라니?

앤더슨은 그런 다나카를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 역시 삼촌의 기억이 완전히 복원되지 않아서 기억을 못하시는군요.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왠지 뿌연 안개가 가득 찬 것처럼 모호하게만 느껴졌다.

- 말해 봐. 도대체 그게 뭐지?

- 말 그대로입니다. 특정 기억을 조작해서 일정한 음성이나 자극이 주어지면 코드가 해독되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하게 하는.

- 그건 이미 있어.

- 네. 이미 기억 조작이나 이식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인데, 아예 복제품에 그런 걸 내장해 놓는 것이죠.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고개를 저었다.

- 그건 이미 피터 스미스가 했던 일이야.

그 말에 앤더슨이 고개를 끄떡였다.

- 네. 알고 있습니다. CS 시리즈가 그런 일을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기술이 소실되었죠.

다나카는 그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피터의 뇌에 그 기억이 보존되어 있을 거야. 그것만 찾으면 돼.

앤더슨은 다나카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 찾을 수 있다면야 쉬운 일이죠. 그 톰슨이라는 작자가 그걸 어디에 숨겼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문제죠.

다나카는 그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 그렇다면?

- 톰슨을 살려야 하는데... 하지만 우습게도 이 연구를 주도했던 톰슨이 자신의 클론을 만들긴 했는데, 너무 빨리 노화되어서 지금은 모두 폐기 상태더군요.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가 말을 했다.

- 그 녀석은 서번트 증후군이었어. 그래서 기억을 옮길 수가 없다더군.

다나카의 말에 앤더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렇군요. 음...

앤더슨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표정을 풀더니 말했다.

- 톰슨이 얼마나 연구를 완벽히 했는지 알아보면 되겠죠.

앤더슨의 말에 다나카는 앤더슨을 쳐다보았다.

- 알아보다니 무엇을?

다나카의 말에 앤더슨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 Expergiscimini a somno. (잠에서 깨어나라.)

앤더슨의 입에서 흘러나온 주문같은 말에 다나카는 앤더슨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갑자기 구석에 있는 벽에 머리를 들이받았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벽에 몇 차례 더 머리를 들이받고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죽어갔다. 다나카는 앤더슨을 경악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고, 앤더슨은 뭔가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 톰슨이 이건 성공했군. 후후.

그러더니 쓰러져 있는 다나카의 복제품을 보며 말했다.

- 잘 가게. CD107.

앤더슨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몇 분 후에 톰슨이 내려왔다. 톰슨은 노란 표정으로 구석에 놓인 시신을 쳐다보았고, 앤더슨이 톰슨에게 말했다.

- 실험 실패야. 이걸 치우고, 내일부터 다시 연구를 시작하지.

톰슨은 앤더슨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을 불렀다. 앤더슨은 두 사람이 동시에 죽자, 삼촌의 유언대로 삼촌을 되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왠지 자신은 그 두 사람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후원자가 될 수 있게 다나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쓰이다 버림받는 꼴을 당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삼촌이라 할지라도 자신 역시 다나카의 '부하' 중 하나였기에 언제든 본인이 위험할 경우에는 제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톰슨 병원을 먼저 장악해야 했기에 앤더슨은 톰슨을 먼저 부활시켰다. 그리고 톰슨에 대한 기억은 주입할 수가 없어 자신의 기억을 주입하면서 자신을 상관으로 여기도록 기억을 조작했다. 외모는 톰슨이었지만, 기억은 자신과 공유하는, 그리고 제동 장치가 적절하게 있는 충직한 부하를 만든 것이었다. 앤더슨은 톰슨의 작업이 성공하자 진짜 후원자 역할을 할 다나카를 부활시켰다. 몇 차례 다나카의 부활과 자살 명령이 성공하자 앤더슨은 이제 자신의 뜻대로 실행할 수 있는 수족(手足)이 마련된 것에 매우 만족하였다. 앤더슨은 병실 밖으로 나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동시에 죽어버리니 아주 편하군. 당분간 둘은 내 꼭두각시가 되어줘야겠어. 내가 조직을 장악할 때까지 말야.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완결 공지]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2장 완결

오늘 창고 대방출로 2장을 모두 업데이트 했습니다.

지난 3일간 업데이트가 없어서 궁금해 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아닌가요??)

올해 안에 완결 지어서 올릴 생각이었는데, 12월을 맞이하여 몽땅 업데이트를 하고 2장 수정과 3장 집필에 들어가려구요.

현재 3장은 150페이지 가량 진행된 상태입니다만 거의 완결이 되면 연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휴재를 할 계획입니다.

기간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그리 길지는 않을 겁니다. *^^*) 휴재를 하는 동안 3장도 집필하고, 닥터 프로이트 보고서도 좀 집필할 예정입니다.

원래 계획은 1, 2, 3장을 진행하고 0장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0장은 모든 사건의 시작 격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진행한 이후에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아무튼 긴 이야기를 그동안 보아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을 모두 업데이트 하고 나니 머리가 멍해서 공지 내용이 어떤 내용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아무튼 머리 좀 정리되면 다시 공지 사항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현재 상태에 대한 보고.

그간 좀 뜸했죠?

이런 저런 일도 있었고, 3장을 열심히 집필하고 있었기에 그간 조금 소홀했습니다. 물론 1장과 2장도 수정 중이긴 합니다만 현재는 3장 집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총 10챕터로 구성되는 3장에서 현재 6챕터를 집필 중입니다. 물론 뒤에 있는 7,8,9,10 챕터도 조금씩은 집필을 해 놓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 달 안에 글이 어느 정도 완결될 것 같습니다만...

2장이 너무 늘어지고, 얘기가 많아 복잡하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3장은 조금 타이트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 벌인 일들에 대한 수렴도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지요.

3장을 마무리 지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에피소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에피소드는 짧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틈틈이 1장과 2장을 수정해서 다시 수정판으로 올릴 예정입니다만... 그것도 뭐 좀 더 나중 일이 되겠지요.

아무튼 연말이 되어 개인적으로도 조금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새해에도 많은 일이 벌어질 예정이어서 조금은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만 글쟁이 천형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네요.

물론 지금 저 혼자 좋아라 하는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만 그것도 조금은 지지부진하네요. 뭐 항상 처음처럼 의욕이 넘친다면 이미 무수히 많은 글을 썼겠지요. 하. 하. 하.

오랜만에 혼자 게시판에 주절거리네요.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3장 일일 연재와 바로 에피소드 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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