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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93화 (93/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2장 - 7. 진실의 문(5)

한편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두워지자 일남은 귀를 쫑끗 세워 주위 소리를 세심하게 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일남은 조심스럽게 몸을 폈다.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몸 이곳저곳이 몹시 쑤셨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고 일단 주위를 살피는 일이 먼저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일남은 컨테이너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주변 공사장은 안전을 위해서 최소한의 불만 켜 놓고 모두 꺼놓았기 때문에 주변이 다소 어두웠다. 일남은 재빨리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자신이 아까 도로에서 왼쪽으로 뛰어왔다는 걸 알았다. 일남은 자신의 그림자를 감추며 아까 왔던 것과 반대로 갔다. 대각선으로 가면 빠르지만, 일남은 거리와 소리를 가늠하면서 일단 직선으로 달렸다. 조그만 소리라도 들리면 몸을 주변 물건에 의지하여 은폐하면서 전진했다. 일남은 공사 중인 건물 외벽에 기대어 잠깐 생각을 했다.

'만약 자신이 책임자라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당연히 한 명씩 수색하는 인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손쉽게 빠져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일남은 이곳으로 들어올 때를 생각해 보았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면 오직 하나의 길밖에 없었다. 새로 뚫린 도로. 나머지 길은 모두 공사 중이라 막아 놓았다. 당연히 공사장 쪽에 인원을 많이 배치하느니 도로를 봉쇄하거나 나가는 차만 검사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공사 중인 도로에도 몇 명의 인원만 배치하면 저인망(底引網)으로 훑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 젠장. 빠져 나갈 길이 없는 건가?

일남은 공사장 벽에 기대며 다시 생각을 했다.

'그들은 나를 모른다. 뛰는 뒷모습만 봤으니까. 오히려...'

일남은 오히려 도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일남은 윗옷을 벗어버리고 도로를 따라 길을 걸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 몸을 구기고 있느라 옷이 다소 구겨져 있었지만, 누가 봐도 영락없는 샐러리맨의 모습이었다. 길을 걷다보니 저 앞에 톰슨 병원이 보였다. 일남은 앞에 있는 경비원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했다.

- 무슨 일이시죠?

일남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 야근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요.

경비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야근이요? 아직 공사장인데, 어디서 야근을...

일남은 도리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경비원에게 말했다. 그리고 투덜거리며 말했다.

- 저 길 건너에 있는 시공사 직원이거든요. 10부제 한다고 오늘 차도 놓고 왔는데 아까 낮에 일이 있어서 그런지 택시도 없고....

경비원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 아! 일단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일남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간호사의 안내로 침상에 누웠다.

- 어디가 불편하시죠?

인턴인 듯한 의사가 일남에게 묻자 일남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 아까부터 속이 많이 쓰려서요. 뭐 그리 많이 아픈 건 아닌데, 위궤양이 있거든요. 그런데 약국도 없고 해서 여기로 왔습니다.

의사는 종이에 무언가 적다가 얘기를 했다.

- 하긴 여긴 다 공사장이어서 좀 불편하죠. 평소에 위궤양 약을 꾸준히 드셨나요?

- 직장인이 뭐 그렇게 꼬박꼬박 먹나요. 택시도 없고 여기까지 걷느라 더 힘드네요.

의사가 목소리를 조금 낮춰서 얘기를 했다.

- 아까 여기 앞에서 난리가 났었거든요. 중국에서 들어온 깡패들이 난리를 쳐서, 아마 지금 도로 통제 중일 거에요.

일남은 고개를 끄떡였다.

- 의사 선생님도 힘드시겠어요. 저야 직장에서 까라면 까야 되니까 야근하는데...

일남의 말에 의사는 인상을 조금 찌그리며 말했다.

- 뭐 야간 근무가 다 그렇죠. 아무튼 조금 누워 계시면 제가 약 처방해 드릴게요. 피검사나 엑스레이 촬영은 생략할 게요.

- 저... 혹시 공중 전화가 어디 있습니까?

일남의 질문에 의사가 바깥 쪽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 바깥으로 나가서 보호자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시면 있어요.

의사가 가자 일남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호자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 공중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일남에게 전화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뭔가 긁히는 소리가 잠깐 났다. 그 순간 일남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 긁히는 소리는 일남에게도 익숙한 소리였다. 유선 전화를 도청할 때 나는 소리였다. 일남은 표정을 굳히며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무작정 여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빠져 나가야만 했다. 약을 받아 나가서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나 아니면 멀리 있는 건물까지 걸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 순간 일남의 머리가 번뜩였다. 자리에 20분 쯤 누워 있자 의사가 다가왔다.

- 약 나왔습니다. 이 약은 식후에 드셔야 하는데, 속이 쓰리시면 지금 하나 먼저 드시고요. 3일 간 드시다가 여전히 불편하시면 낮에 내원하세요.

의사의 말이 끝나자 일남은 웃으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죄송한데요. 혹시 핸드폰 좀 쓸 수 있을까요? 제가 아까 사무실에서 그냥 나오느라고 지갑하고 핸드폰을 놓고 왔네요.

의사는 일남의 말에 흔쾌하게 핸드폰을 빌려주었다.

- 쓰세요. 저도 그런 적 많은 걸요. 그런데 오늘은 도로를 통제해서 그런지 병원이 한가하네요.

일남은 밝게 웃으며 의사 앞에서 무영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가 갔을 때 일남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상대편에서 무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남은 천연덕스럽게 얘기를 했다.

- 아! 처남.

송도로 가던 도중 전화를 받은 무영은 일남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같이 연기를 했다.

- 네. 어디세요?

일남은 다시 사정을 얘기하듯이 말했다.

- 오늘 야근인데, 아까 몸이 안 좋아서 지금 송도에 있는 톰슨 병원 응급실에 와 있거든. 그런데 내가 지갑하고 핸드폰을 사무실에 놓고 와서. 아까 낮에 여기 난리가 났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택시도 없고 해서. 아까는 아파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지금 가려니까 힘드네. 그래서 말인데.. 미안한데 혹시 이리로 와 줄 수 있어? 병원비 가지고.

일남의 말에 무영이 흔쾌히 대답을 했다.

-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갈게요.

일남은 전화를 끊고 무영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참 친절하신 의사 선생님이시네요.

일남의 말에 의사는 또다시 말을 했다.

- 사실 뭐 저희도 친절하게 하고 싶은데, 워낙 정신없고 바쁘고 힘드니까요. 저희도 사람인지라 그럴 때가 있죠. 오늘같은 날만 있으면야 아마 다들 친절할거에요.

일남은 웃으며 말했다.

- 그렇군요.

그런데 그 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닥터 서. 선생님 호출이야!

닥터 서라 불린 의사는 일남에게 황급히 황급하게 인사를 하고 복도 끝 쪽으로 뛰어갔다. 일남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찌되었건 이제 일남이 도착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누군가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왔다.

- 어! 매형!

일남은 습관적으로 무영에게 인사를 하려다 무영이 능청스럽게 자신을 매형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대답을 했다.

- 어? 어. 처남. 미안해. 이렇게 밤에 오라서 해서.

그 말에 능청스럽게 무영이 대답을 했다.

- 평소에 무리하시니까 이렇게 응급실에 오시는 거예요. 회사로 들어가셔야 되요?

두 사람은 일부러 사람들이 들으라고 조금 큰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 회사에 전화하고 오늘은 퇴근해야지. 병원비 계산하고 가자.

무영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프론트에서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경비원들이 서 있었고, 구석 쪽에서 의사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경비원들은 일남과 무영을 조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 때 일남이 의사 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 저 가볼게요. 아까 고마웠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우던 닥터 서라는 의사가 일남을 보고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인사를 하자 경비원들도 의심의 시선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을 때 일남이 얘기를 꺼냈다.

- 죄송합니다.

처남이라고 부른 것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이 꼬인 것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모르게 얘기를 꺼냈다. 무영은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을 했다.

- 생각이 짧았어. 그 녀석들도 전문가니까.

차는 텅 빈 도로를 달렸다. 도로 곳곳에 경찰들과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 가는 동안 몇 번이나 검문에 걸렸고, 그 때마다 병원으로 전화를 해서 응급환자였는지 확인을 했다. 송도를 빠져 나왔을 때 무영은 차를 허름한 건물 지하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일남과 함께 택시를 타고 본가 쪽으로 향해 갔다. 본가에 도착했을 땐 이미 12시가 넘었고, 무영은 원 회장이 잠이 들었다는 것을 듣고 일남에게 말했다.

- 내일 얘기하자. 일단 모든 작전은 멈춘다.

일남은 무영에게 걱정스럽게 얘기를 했다.

- 첸이 잡혔습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불지 않을 녀석이라는 걸 알지만...

- 일단 그 녀석을 믿는 수밖에 없어. 지금은 기다릴 때야.

무영의 말에 일남은 고개를 숙였고, 무영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분노의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도 큰 패배감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병원에 자신의 옆에 있는 철구를 보고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철구가 보고 말했다.

- 아까는... 내가 흥분해서... 깨어난 거 아니까 일어나.

철구의 말에 석호가 뒤로 돌아 세현에게로 갔다.

- 괜찮아요?

세현은 석호를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 저도 갑작스런 일이라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철구 씨의 말을 빌자면 뒷부분의 조각은 어느 정도 맞춰졌어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고개를 돌려 석호를 쳐다보았다. 석호는 세현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 지금은 안정이 우선이니까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석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세현이 석호를 잡았다. 조금은 갈라진 목소리로 석호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 지.. 지금 말씀해 주세요.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니까요.

석호는 철구를 쳐다보고 고개를 한 번 끄떡였다. 철구는 석호의 눈을 보고 마찬가지로 고개를 한 번 끄떡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석호는 몸을 돌려 세현이 누워 있는 침대 앞 의자에 앉았다.

- 음... 기억이 나지 않으실 테지만, 세현 씨는 우리의 적입니다. 지난 번에 차에서 말씀 드렸듯이요.

- 저.. 적이라뇨?

석호는 잠시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을 했다.

-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석호의 말에 세현은 간절한 눈빛으로 석호의 손을 잡았다.

- 신부님,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게 더 괴로운 일이에요.

석호는 세현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했다.

- 네. 알겠습니다. 세현 씨는 그 미래 생명 공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입니다. 그것도 아주 높은 위치였죠. 그리고 철구 씨의 부인이 지하실 그 실린더 안에 담겨 있을 때 철구 씨 부인을 연구하던 사람이죠. 그리고 철구 씨와 제가 그 연구소에서 빠져나올 때 인질로 잡았던 사람이기도 하죠.

석호의 말에 세현의 눈이 커졌다.

- 제.. 제가 거기서 일을요? 저는 전혀 기억이...

석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 기억이 나지 않으실 수 있어요. 그들이 기억을 지우고 내보냈을 수도 있으니까요.

- 기억을 지우다뇨?

- 그들은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 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 말에 석호가 대답을 했다.

- 저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따 철구 씨 사무실로 저희의 의문을 해결해 주실 분이 오기로 하셨어요. 세현 씨가 깨어나면 일단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일단 저희의 인질이 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석호의 말에 세현은 체념하듯 말했다.

- 제.. 제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었나요?

석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말했다.

-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미래 생명 공학 연구소에서 핵심적인 일을 했다면 일단 좋은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세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제가 그런 일을 했다니... 흑흑흑..

세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자신의 지워진 기억을 찾고 싶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르고 살았을 때보다 더 힘들고 괴로워졌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 같은 것들이 그렇다면 진짜였던 것이었고, 어쩌면 악몽에서 본 것들도 모두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자신이 무서워졌다. 더욱이 자신이 그러한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것이 세현을 더욱 괴롭게 했다. 석호는 그런 세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을 했다.

- 현재 세현 씨를 봤을 때 과거에 어땠는지 유추해 본다면 선뜻 그러한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다만 그게 사실일지라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우편(右便) 강도를 용서하셨듯이 세현 씨가 진심으로 모두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모두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석호의 말에 세현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 많이 힘드셨고, 앞으로도 많이 힘드실 겁니다. 쉬실 수 있을 때 조금 더 쉬세요.

석호는 세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묵언 기도를 올렸다. 성호를 긋고 돌아서 나오는데 세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저는 도대체 뭘까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걸음을 멈추고 세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 저 같은 성직자에게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아들, 딸들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세현은 그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두려웠어요. 처음에는 기억이 지워지는 게 두려웠어요. 과거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억이 떠오르는 게 더 무서워요. 기억이 떠오르면 제 속에 있던 괴물이 되돌아올까봐.

세현의 말에 석호가 세현 쪽으로 다가와 세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그 모습이 비록 괴물일지라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쳐나가야죠. 그리고 세현 씨가 괴물이었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이유를 알고 해결해야지요. 두렵고 무섭다고 피한다면 결국 피해를 받은 이들이나 피해를 준 세현 씨나 모두 희생자일 뿐이니까요. 약해질 땐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한다면 다시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석호의 말에 세현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젖은 눈으로 석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 철구 씨의 아내... 제가... 제가 죽인 건가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닙니다. 죽인 것은 아니고, 그 때 관리자였던 피터 스미스와 함께 모종의 실험을 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들어서 알게 된 얘기였는데, 철구 씨의 아내는 유전 공학으로 만든 인간이었답니다. 열성 유전자의 발현체라고...

세현은 열성 유전자의 발현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 예전에 본 사이언스지(紙)의 논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그건 이제 연구 단계인 얘긴데요. 그런 일을 했다는 게...

- 자세한 얘기는 이따 철구 씨 사무실에 오실 분께서 말씀해 주실 겁니다.

세현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가요. 저도 모든 것을 알아야겠어요. 두려워하기보다 이제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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