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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계(逐界)-쫓겨난 이들의 세계-82화 (82/309)

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2장 - 5. 비밀(4)

- 무슨 일이시죠?

- 이상한 게 있어서요. 저 여자 제가 예전에 병원에 갔는데 1996년 사진을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었어요. 10년이나 지났는데 전혀 늙지 않았다는 말이죠.

- 음.. 뭐 여자는 화장이나 그런 걸로 나이를 가릴 수 있으니까요.

- 흠흠... 신부님이어서 여자를 잘 모르시겠지만, 여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아무리 화장으로 가리려고 해도 가리기 힘든 게 있죠. 목의 주름이라든가 피부의 처짐, 아니면 머리카락의 푸석함, 뭐 그런 거야 관리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는 늦출 수 있지만, 그래도 10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죠.

- 그렇군요. 아무튼 세현이라는 저 여의사한테 뭔가 있는 건 맞는 것 같네요. 좀 더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요.

석호가 안으로 들어와서 세현에게 말을 했다.

- 괜찮으시다면 좀 더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끄떡였다. 세현은 왠지 석호와 얘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느낌은 어느 누구한테도, 심지어는 자신의 애인인 정태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세현은 소파에서 일어나 석호가 안내하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 복도 끝에서는 철구가 안 간다고 발버둥을 치는 한수를 계단 아래로 밀고 있었다.

- 나도 끼워 달라고. 이래 뵈도 나도...

그 때 철구가 한수의 팔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 형도 박 형사님처럼 잃고 싶지 않아서 그래.

철구의 낮은 읊조림에 한수는 입맛을 다셨다.

- 하긴. 그래. 수연이도 있고, 내가 없으면 우리집 전세는...

그러면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철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 미안하다. 이렇게 위험한 일인 줄 몰랐는데...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러나 철구는 한수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이제 돈의 문제가 아니야. 나의 문제이지.

철구가 돌아서 사무실 쪽으로 가자 계단 아래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 죽지 마! 너 죽으면 우리 사무실 망하니까.

철구는 그 말에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반대쪽 계단으로 올라오던 석호와 세현은 그들의 짧은 대화를 들었다. 복도 끝에서 그들을 보다 철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무실 문을 열었다.

- 들어들 가슈. 안 무너지니까.

세현은 석호와 철구의 맞은편에 앉았다.

- 자! 이제 정리를 해 봅시다.

철구는 구석에 놓여 있던 화이트보드를 끌어다가 그들 앞에 세웠다.

- 나는 기억이 그놈들한테 지워졌고, 여기 있는 의사 선생은 스스로 기억을 잃고 있고. 나는 한 열흘 정도, 그 미래생명공학 연구소인가 뭔가 안에서의 기억만 없고, 여기 신부님은 그 기억을 갖고 있고.

철구의 나열에 세현은 놀란 눈으로 석호를 쳐다보고, 철구를 쳐다보았다.

- 기억이 지워지다뇨? 그게 무슨... 그리고 신부님은 누가...

- 아! 아까 얘기를 안 했던가요?

석호는 간단하게 철구의 상황과 자신이 신부임을 세현에게 알려주었다. 세현은 놀란 표정으로 석호와 철구를 쳐다보았다.

- 둘 다 믿지 못하겠는데요. 그리고 신부님이 사제복을 안 입으시고...

그 말에 석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 제가 좀 날라리 신부라서 그렇습니다.

석호와 세현의 대화가 끝나자 철구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일단 제 잃어버린 기억은 여기 계신 신부님께서 채워줄 수 있지만, 의사 선생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 순간 철구의 머리에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 그 당신 선배 있잖아?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야?

철구의 말에 세현은 갑자기 인상을 쓰며 말했다.

- 그런데 아까부터 왜 반말이에요?

그 말에 철구가 세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 나보다 어리니까.

그 말에 세현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 그럼 신부님은요?

- 날 구해준 분이니까.

철구의 말에 석호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선배는 애인이라고 했으니까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 정태 씨는... 저랑 언제부터 만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지만, 아무튼 2년은 넘어요.

- 음... 그럼 의사 선생의 기억을 맞춰볼 수 있는 어쩌면 거의 유일한 사람이겠군.

철구의 말에 석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그 분은 어디서 일을 하시죠?

석호의 말에 세현은 석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 한마음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 세현 씨도 그 곳에서 일하시나요?

- 아니요. 저는 따로 나와서 일하고 있어요.

- 그렇군요.

- 그런데...

세현이 잠시 말을 흐렸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다짐하듯이 말을 꺼냈다.

- 저도 그 곳에서 일했던 기억이 얼핏 나요. 물론 정태 씨는 그럴 리가 없다고 얘기하지만, 가끔 그 곳에서의 기억이 스치곤 해요.

- 그럼 같이 일한 걸 부정한다구요?

석호는 그 말에 반문을 했다.

- 아뇨. 그게 어쩌면 제 기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제가 미래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일했다고 했잖아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말을 받았다.

- 거기서 일했는지는 몰라. 단지 그 때 그 보라색 나비 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몰라.

- 아뇨. 저도 거기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꿈이라고 하더라도 보라색 나비 핀, 하늘색 실린더 같은 상징이 일치할 수는 없어요.

- 그런가?

철구의 말에 세현이 말했다.

- 제가 내일 정태 씨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손을 내저었다.

- 안 돼. 일단 그 정태라는 사람이 당신의 기억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부정했던 걸 물어본다고 대답해 줄 리도 만무하고 그 사람이 그들과 관계된 사람이라면 더더욱 일이 꼬이는 거지. 만약 당신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감시하는 거라면...

철구의 말에 세현이 버럭 소리를 쳤다.

- 정태 씨는 제 편이에요. 지금까지 제 곁에서 유일하게 나를 도와주고 이해해 준 사람이에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더욱 냉정하게 말을 했다.

- 이해라... 어쩌면 다른 의도라면?

- 다른 의도요? 원래 그렇게 사람을 의심부터 하세요?

- 그 정태라는 사람이 당신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솔직히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야. 우리나라에서 살인범 중에 면식범이 50%가 넘어.

- 뭐라구요? 면식범이요? 경찰처럼 말하네요.

철구는 그 말에 책상을 탕 내려치며 소리쳤다.

- 그래. 그 놈들 때문에 이렇게 됐지.

철구는 세현을 노려보았다. 세현 역시 지지 않고 철구를 노려보았다. 그 때 석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을 꺼냈다.

- 어찌 되었건 지금은 서로 조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석호의 뜬금없는 말에 세현과 철구는 석호를 쳐다보았다.

- 일단 정태 씨라는 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 그 분의 정보를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세현 씨의 기억도 그 분과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정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니까 믿는 마음보다 일단 여러 사실을 확인해 보는 게 올바른 방법 같습니다.

석호의 말에 세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무언가를 마음먹은 듯이 말을 꺼냈다.

- 제가 선배에게 얘기해 볼게요.

세현의 말에 철구가 인상을 찌푸렸다.

- 얘기? 그럼 그 사람이 내가 그랬소 그럴까?

철구의 말에 세현이 발끈해서 말했다.

- 범죄자처럼 취급하지 마세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다시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 지금은 그렇게 물어서 확인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조사를 해야 하지요. 무턱대고 의심을 해서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세현 씨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말해보고 도움을 요청할래요. 애초부터 그러려고 했잖아요.

- 그때랑 지금이랑 같아요? 거참 답답하네. 적인지 아군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쪽 패를 먼저 보여준답니까?

철구가 나서서 말을 하자 세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 정태 씨는 제 편이에요. 절대 나한테 해코지 할 사람이 아니에요.

철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거참 답답한 양반일세. 일단 그 정태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때 움직이자구. 나도 선이 있으니까.

- 네? 어떻게 알아본다는 거예요? 아무나 막 함부로 뒷조사 하고 그러면 불법 아닌가요?

세현의 말에 철구는 느물거리며 웃었다.

- 들켜야 불법이지. 안 들키면 불법이 아니거든.

세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철구를 쳐다보았다.

- 전직 경찰이시라면서요?

그러자 철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지금은 아니니까. 일단 알아보고 나서 움직이기로 하자구. 하루 이틀만 기다리면 되니까 그 뒤로는 알아서 해도 돼. 가서 다 말하든지, 아예 그 선배랑 같이 살림을 차리든지.

그렇게 말하는 철구를 세현은 화가 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그러자 석호가 말을 꺼냈다.

- 일단 이틀 만 조사를 하고 그 다음에는 세현 씨가 하자는 대로 하죠. 이러면 된 거죠?

세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했다.

- 네. 좋아요. 이틀이에요.

철구는 세현의 말이 떨어지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전화기를 꺼냈다.

- 어, 성준아. 부탁 하나만 하자.

철구가 밖으로 나가자 석호에게 세현이 투덜거렸다.

- 저 사람 원래 저래요?

세현의 투덜거림에 석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글쎄요.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금 까칠하죠. 하지만 좀 더 지내보시면 알 겁니다. 저 사람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희생적인지를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인상을 구겼다. 그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가 석호에게 질문을 했다.

- 신부님께서는 왜 저 분하고 일을 하시죠? 흥신소 직원하고 신부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잖아요?

그 말에 석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 글쎄요. 조합이라고 하면 어색하겠지만 같은 목적이 있다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저희의 목적과 세현 씨의 목적이 일치하거나 상반될 수도 있지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눈이 커지며 말했다.

- 목적이 일치하거나 상반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세현 씨가 그들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은 기억을 잃으셔서 모르시겠지만, 기억을 찾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동지 혹은 적이 될 겁니다.

-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것도 있잖아요.

세현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끄떡였다.

-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 둘 중에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세현 씨의 꿈이나 세현 씨의 기억을 찾는다면 알 수 있겠죠.

석호의 완강한 대답에 세현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제가 피아를 구분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자신을 두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꿈이나 기억이 결코 그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자 몸서리가 쳐졌다. 자심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그 과거라는 상자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세현은 두려웠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비밀이 들어 있을 수도 있었고, 최선의 비밀이 들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현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 아니 아무 것도 확실한 게 없으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하고...

세현의 푸념에 석호가 말을 했다.

- 세상에 분명한 건 없습니다. 저 역시도 제가 왜 신부가 되었는지 아니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태어났는지도 모르니까요.

석호의 말에 세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저야 기억을 잃어서 가족을 알 수 없지만...

세현의 말에 석호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 어렸을 때 성당 앞에 버려지면 그렇답니다.

- 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 어렸을 때는 그게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단지 제 친부모가 궁금할 뿐이죠. 버려졌다던가 신부가 되었다던가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그렇게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세현은 자신의 경솔한 말에 석호가 좋게 대꾸해 준 것이 고마웠다.

- 신부님 말씀을 듣다 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지네요.

세현의 말에 석호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 그래서 제게 고해성사를 하시는 분들은 모든 비밀을 더 털어 놓으신답니다. 하하하.

세현은 석호의 말에 웃는 얼굴이 되었지만 미간은 약간 찡그려지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 신부님은 지난번에 집 앞에 있는 성당에서 만났던 외국인 신부님하고 비슷해요. 그 분도 정말 잘 생기셨는데.

세현의 말에 석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 그런 분은 딱 한 사람을 알죠. 하하하.

세현과 석호가 대화를 나눌 때 철구가 안으로 들어왔다.

- 내일이면 대충 털릴 테니까 그 때 만나죠.

철구의 말에 세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

그러자 석호가 말을 했다.

- 저랑 방향이 같은 것 같은데, 같이 가시지요.

석호의 말에 세현이 석호를 보며 말했다.

- 저는 저희 집 방향을 말씀드리지 읺은 것 같은데요.

그러자 석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 아까 저랑 비슷하다던 신부가 있는 성당에 저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방향이겠죠.

석호의 말에 세현은 웃으며 말했다.

- 신부님은 사제가 안 되셨다면 여러 여자 울리셨겠어요. 말씀도 잘 하시고 어떤 말을 하는지 그 의도도 잘 아시니...

그 말에 석호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러니까요. 저도 가끔 제가 사제가 된 게 안타깝답니다.

석호의 농담에 두 사람은 웃었다. 철구는 그냥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 아무튼 신부님께도 자료 조사가 끝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철구의 말에 석호는 웃으며 말했다.

- 앞으로 며칠간은 이곳으로 출근할 겁니다.

석호의 말에 철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 오셔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신부님이 이런 지저분한 곳에 들락거리는 게 미안해서요.

-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괜한 부탁을 드려서 번거롭게 해드린 건 아닌지 해서 죄송하네요.

석호에게 유난히 정중한 철구가 세현은 못마땅했다. 생각해 보면 철구에게 자신이 그렇게 하데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대를 했고, 세현 역시 그러한 태도에 반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많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 그럼 두 분 대화 나누세요. 전 이만 가 볼게요.

세현이 밖으로 나가자 석호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철구에게 던졌다.

- 제 생각에는 그들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여요. 어떻게든 기억을 찾게 하는 게 급선무 같네요. 저는 가면서 캘 게 있으면 더 캐볼게요.

석호의 말에 철구는 고개를 끄떡였다. 철구가 아까 들어왔을 때 석호가 세현과 대화를 하던 것은 상대의 심리 방어 기제를 무너뜨리고 내부의 얘기를 하게 하는 심문 방식이었기에 철구는 다소 놀랐다. 하지만 석호 역시 바티칸에서 그 쪽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떡였다. 더욱이 정신 분석을 하는 의사에게 그런 대담한 수법을 쓰리라고는 철구도 생각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분위기와 석호의 잘생긴 외모, 그리고 최면에 거는 듯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한 일이었지만, 철구의 입장에서는 대단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 그럼 고생하십시오.

석호는 인사를 하고는 세현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 뭐야. 저 신부.

철구는 계단을 내려가는 석호와 세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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