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계(逐界) - 쫓겨난 이들의 세계 - 2장 - 2. 의뢰(2)
상하이 뒷거리는 금요일 밤인데도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낮부터 내린 비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흑사회들 간의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에 긴장한 경찰들만 상하기 거리를 순찰을 돌았고, 일반인들은 투덜거리면서도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가게들 역시 금요일 저녁 대목을 포기하고 일찍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밤이 깊어가도 흑사회들 간의 전쟁은커녕 그들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기 않았다. 밤이 깊어 경찰들마저 헛소문이라고 판단하고 모두 돌아갈 무렵 상하이 거리의 어둠을 뚫고 건장한 청년 여섯 명이 주변을 삼엄하게 살피며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검은 문에 잡아먹히듯 한 명씩 들어갔고, 그들이 모두 문 안으로 사라지자 상하이 거리는 다시 침묵과 암흑에 휩싸이게 되었다.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위압감을 풍기며 중간책 보스들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가장 상석에는 개량한복을 입은 채 정중하게 전화를 받는 늙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마치 신의 계시라도 받듯이 매우 정중했고, 경건했다. 회장이 전화를 받는 동안 모두들 긴장으로 터질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 네, 회장님.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하명을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늙은 남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아래 서 있는 사람들과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 회장님께 연락이 왔구나. 일남아.
늙은 남자의 말에 일남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잠시 얼굴을 씰룩거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네, 사장님.
사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 네가 가지고 최고의 자객, 세 명만 준비해라.
그러자 일남은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사장은 회전의자의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이번엔 꼬리를 제대로 잡은 것 같구나.
사장의 말에 일남은 고개를 다시 숙이며 말했다.
- 영광입니다.
일남 옆에 서 있던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사장은 그의 표정을 잠시 쳐다보다가 지긋한 눈빛으로 남자를 눌러버렸다. 남자는 사장의 눈빛을 받자 당황하며 표정을 거두었다. 사장은 등받이에서 머리를 떼고 책상에 두 팔을 기대며 남자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 훈기야. 너도 부상할 준비를 해야겠다.
사장의 말에 훈기는 놀란 표정으로 사장을 보다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 네. 알겠습니다.
사장은 모두에게 말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 그 동안 본국에 준비한 선들을 최대한 가동해라. 이제 밖으로 나올 때가 되었구나.
사장의 말에 서 있는 사람들과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남자들 모두 크게 대답했다.
- 네. 알겠습니다.
훈기가 그 말끝에 한 마디 덧붙였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장은 모두를 한 번 훑어보고는 크게 외쳤다.
- 지금부터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들의 원혼을 씻어 줄 피의 잔치가 시작된다. 과거에는 우리들의 피가 땅을 적셨지만 이제 우리들과 그들의 피가 함께 땅을 적시고 강을 물들일 것이다.
사장의 말에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사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 감격한 표정들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인천 공항 검색대는 세 사람의 입국 심사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세 사람은 모두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의 외모는 모두 판이하게 달랐지만, 눈빛만큼은 모두를 제압할 만큼 강했다. 안경을 쓰고 하얀 얼굴을 한 첫 번째 사내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 사내가 검색대를 통과할 때 "삐삐삐"하는 고리가 들렸다.
- 금속 제품은 모두 검색대 위에 올려놓으셨나요? 벨트 버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빼셔야 됩니다.
공항 검색대 직원의 말에 그 남자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자신의 바지를 보여주었다. 벨트를 하지 않았다. 다시 그 남자가 검색대를 통과하자 '삐삐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잠시만 가주시겠습니까?
보안 직원이 남자에게 다가오자 남자는 여유있게 대답했다.
- 아마도 제 팔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물품 검색대로 자신의 왼쪽 팔을 쑥 밀어 넣었다. 엑스레이에는 그의 왼쪽 팔 뼈 대신 금속 막대가 보였다.
- 수술을 받아서요.
그러나 직원들은 남자를 데리고 전신 검색대로 옮겨갔다. 남자는 '또 시작이군.'하고는 직원들을 따라 전신 검색대로 갔다. 전신을 엑스레이로 투시했을 때 남자의 왼쪽 팔을 제외하고는 금속 물질이 보이지 않았다.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안 직원이 경례를 하자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신 검색대 밖으로 나와 자신의 짐이 있는 검색대로 갔다. 남자가 도착했을 때 이번에는 다른 남자에게서 "삐삐삐"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공항 직원들의 시선이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 남자는 키가 2m는 되어 보일 정도로 커다란 몸집을 가진 사내였다. 얼굴에 흉터마저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험상궂어 보였다. 검색대 직원이 긴장하여 다시 보안 직원을 불렀다. 보안 직원이 도착했을 때에 그 남자는 자신의 가슴을 들어올렸다. 남자의 가슴은 온통 흉터투성이였고, 깊은 상처에는 금속이 하나 박혀 있었다. 보안 직원과 다른 직원들은 그 모습에 모두 놀랐지만 보안 직원은 침착하게 대응을 했다.
- 전신 검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덩치 큰 사내는 혼자서 뭐라고 투덜대기는 했지만 보안 직원을 따라 전신 검색대로 향해 갔다. 첫 번째 남자와는 다르게 두 번째 남자는 연신 투덜거렸지만, 직접 대고 말하지는 않았다. 보안 직원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 투덜거리는 것을 못들은 채 하였다. 전신 검색을 한 결과 가슴에 박힌 철심 몇 개와 가슴 근처에 박힌 긴 금속 물질 외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 다 됐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안 직원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두 번째 남자가 혼잣말로 뭐라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와 자신의 짐을 찾아 검색대 밖으로 나갔다.
- 오늘 뭐 저런 사람들이 많아?
보안 직원이 덩치 큰 남자가 사라지자 혼잣말로 지껄였다. 그런데 또다시 검색대에서 "삐삐삐" 소리가 들렸다.
- 뭐야? 또야?
보안 직원은 호출이 오기도 전에 그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갔다. 그 곳에는 웬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늘씬한 미녀였다. 특히 다리가 미끈하게 쭉 뻗어 시원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으로 검색대 앞에 서 있었다.
- 무슨 일이시죠?
-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요. 그것 때문에 아마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보안 직원은 오늘 수술 받은 사람들 단체 입국하는 날인가 싶을 정도였다. 보안 요원은 여자를 데리고 전신 검색대로 갔다. 뜻밖에도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한 두 다리 관절과 뼈가 모두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여자는 무언가 비밀이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했고, 보안 요원은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민망했다. 전신 검색을 한 결과 두 다리가 금속으로 대체된 것 외에는 금속 물질이 보이지 않았다.
-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속 물질은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피해를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보안 직원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검색이었지만,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자 보안 요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과를 하였다. 여자는 살짝 고개만 끄떡이고는 밖으로 나왔다. 보안 요원은 그녀가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는 자기 인생에 있어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 휴. 그림의 떡이지. 뭐.
여자마저 검색대를 통해 밖으로 나가자 그 다음에는 일반적인 실수로 인해 울리는 벨소리 말고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인천 공항 입구에는 검은 색 벤이 서 있었다. 공항에서 입국하는 세 사람은 차례로 차에 올라탔다. 안에는 일남이 앉아 있었다. 차 문이 닫히고 차가 출발하자 세 사람 앞에 가방을 하나 꺼냈다.
- 필요한 것 있으면 챙겨라.
세 사람은 가방을 한 번 흘끗 보더니 안경을 쓴 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을 저었다. 안경을 쓴 사내는 45구경 총과 소음기를 챙겼다.
- 겁쟁이 새끼.
덩치가 큰 사내가 안경을 쓴 사내를 향해 한 마디 했다. 안경을 쓴 사내는 그런 말을 듣고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조심하는 거지.
그 때 일남이 날카롭게 말했다.
- 분쟁은 금지다. 누구라도 이 말을 어기면 1호로 처분할 것이다.
일남의 말에 덩치 큰 사내는 입을 다물었고, 안경을 쓴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총을 살펴보았다.
- 숙소에 가면 신분증이 있을 거다. 명령대로만 움직인다. 일체의 개인행동 불가(不可)다.
세 사람은 그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였다. 일남은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칼침을 맞은 채 밀항선을 타고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오는 고국 땅이었다.
세현은 정태에게 가기 위해 정리를 서둘렀다. 일단 오전에 예약되어 있는 상담을 모두 마친 후 더 이상 환자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간호사들에게 먼저 퇴근한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잠깐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세현은 생각을 차를 몰고 가려는 생각을 바꿔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자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앞 쪽에 있는 택시 승강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문득 누군가 자신의 뒤를 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리에 멈춰 서서 핸드백을 열었다. 그리고는 립스틱을 꺼내 건물에 붙은 창문 쪽으로 가서 입술에 바르며 자신이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자기를 미행한다는 느꼈던 남자가 자신을 지나쳐 갔다. 세현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다 피식 웃었다. 그 남자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웃고 있었다. 세현은 아무래도 꿈과 환자로 찾아온, 꿈에서 보인 남자 때문에 신경과민인가 싶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택시 승강장으로 가서 택시에 올랐다.
그 때 건물 안쪽에서 세현을 지켜보던 철구는 얼른 자신의 차에 올라 세현이 탄 택시를 따랐다. 택시는 서울 중심가를 벗어나 한적한 외곽 길을 달렸다. 그러다가 멀리 나무들이 울창한 도로가 나타났다. 철구는 그 도로 입구에 차를 세웠다. 그 앞에 마치 군부대마냥 커다란 간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새마음 병원'
철구는 차를 한 구석에 세워놓고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문득 저 멀리 숨겨져 있는 CCTV가 보였다.
- 뭔 입구부터 CCTV야.
철구는 CCTV 사각 지대를 찾아 가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그런데 저 앞에서 택시가 한 대 나왔다. 철구는 몸을 나무 뒤에 숨겼다.
- 내렸나 보군.
철구는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숲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한참을 가로 질러 가다 보니 아직 철거가 끝나지 않았는지 마치 시골 보건소와 같은 모습의 건물이 하나 있었다. 철구는 그 건물 쪽으로 걸어가다가 낡은 건물 외벽에 있는 글자를 보았다.
- 미래 생명 공학 연구소?
철구는 그 병원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철구는 그 건물에 의아함을 느끼며 그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보이는 대형 저택 같은 병원을 보았다.
- 이거 뭐야? 병원이야, 회장 저택이야?
철구는 분명 그 안에도 CCTV가 돌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철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장비도 없이 지금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 어쩐다...
철구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냈다. 누군가는 분명 밖으로 나올 테고, 혹시 세현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기다리다 철구는 금방은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여 아까 보았던 그 낡은 건물 쪽으로 갔다. 철거를 할 예정인지 안에는 내부 시설을 떼어낸 것이 보였다. 철구는 입구에 섰을 때 머리에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떠오를 것 같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전혀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철구는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 부서져버린 1층 로비를 살펴보았다. 철구는 뭔가 의구심이 들자 이 건물을 조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위험하긴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3층, 4층까지 올라가 보았으나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철구는 착각이었나하는 생각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그가 걸어간 곳은 정문이 아니라 지하실 입구 쪽이었다. 그 쪽에 지하실 입구가 있는 줄도 몰랐던 철구는 왜 자신이 그 쪽으로 걸어왔는지 스스로에게 놀랐다. 지하실 안쪽은 몹시 어두웠다. 철구는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플래시를 꺼냈다. 그리고 안쪽을 비춰보았다. 그냥 평범한 계단이었다. 철구는 조심스럽게 아래쪽으로 걸어내려갔다. 계단 끝에서 만난 커다란 문이 있었다. 철구가 그 문을 열자 녹이 슬었는지 삐익하면서 문이 열렸다. 철구는 아무도 없는 걸 알고 있었지만, 뒤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아래층 역시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곳이었다. 유리창이 모두 깨져 있고, 낡은 책상과 의자가 널브러져 있는 전형적인 폐가의 모습이었다. 철구는 돌아 나오려다가 문득 저 안쪽에도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구는 왠지 이곳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구는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들어가다 잠겨있는 문을 하나 발견했다. 철거를 할 건물이면서 문을 잠가놓았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철구는 안주머니에서 핀 두 개를 꺼내 자물쇠를 열었다. 자물쇠가 열리자 철구는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계단이 있었다.
- 뭐야? 지하 2층?
철구는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주변이 몹시 어두웠다. 철구가 아래로 내려오자 위층과는 다르게 아래층은 깨끗했다. 철구는 플래시를 비치며 이 방 저 방으로 돌아다녔다. 방문이 모두 잠겨 있었지만, 철구는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가 문득 마지막 방 앞에서 철구는 무언가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다. 철구의 머리는 마치 누군가 바늘로 찌른 듯 따끔했다.
- 억...
철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 이게 뭐지?
철구는 처음으로 느낀 두통에 전신이 찌릿했다. 철구는 머리를 세차게 한 번 흔들고는 그 문을 땄다. 복잡한 구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열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철구는 문을 열자 그 안은 몹시 어두웠다. 플래시로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깨진 유리 조각, 찢어진 옷가지 등이 보였다. 그러다가 플래시가 비친 곳을 보니 거기엔 깨져있는 거대한 실린더가 있었다.
- 뭐 이런 게...
그 때 철구의 머리가 또다시 아파왔다.
- 으... 윽...
철구가 머리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았다. 머리의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자 철구는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철구는 인상을 쓰며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으나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 문 밖으로 나오려는데 철구의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CS2..."
철구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 CS2? 그게 뭐... 뭐야?
철구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아까보다 더 심한 두통이었다. 누군가 머리를 깨는 듯한 고통에 철구는 그 자리에 쓰러져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