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14화 (114/114)

114화

우승 결정전 (1)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의 이번 시즌은 결코 좋지만은 않았다.

티아고 알칸타라, 디오구 조타 등 필요했던 포지션에 A급 스타를 데려왔고, 올림피아코스의 핵심이라 불렸던 레프트백 치미카스를 싸게 업어 오며 꽤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수비진의 핵심인 버질 반다이크가 시즌 아웃을 당하고, 조 고메즈와 마팁과 같은 주전 센터백이 차례로 전멸당하며 이는 곧 팀의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공격진에서는 마누라 라인의 축을 담당했던 피르미누와 마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에이스 살라의 부담감을 가중시켰고,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점칠된 리버풀의 공격은 예년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였다.

“우린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클럽 감독과 리버풀 선수단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폭발한 살라는 시즌 35골을 쑤셔 박으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 냈으며, 로버트슨은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여 자신이 왜 팀의 중심인지 증명했다.

또한 이적생 조타와 알칸타라 역시 이적 첫해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쌓아왔던 위닝 멘탈리티와 팀 스피릿을 발휘하여 꾸역꾸역 2위까지 올라왔다.

1. 맨시티 34경기 30승 2무 2패, 92점 +73

2. 리버풀 34경기 28승 1무 5패, 85점 +62

3. 첼시 34경기 22승 7무 5패, 73점 +31

4. 아스날 34경기 21승 6무 7패, 69점 +26

사실 리버풀의 리그 우승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승점은 7점 차였으나, 맨시티전에서 승리한 뒤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면 상대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중반까지 챔스권 수성도 힘들었던 리버풀은 현재 리그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원팀’이 된 이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클롭 “우린 모든 걸 바쳐 싸울 것이다.”]

[로브렌 “우승이 아닌, 남은 모든 경기에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뛸 것.”]

챔스도, 리그컵도, FA컵도 모두 탈락한 리버풀에게 유일하게 남은 대회는 오직 리그 하나뿐.

우승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알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는 한 리버풀은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마왕, 괴수, 몬스터. 리버풀 팬들은 지금 시티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으며 동시에 자신들의 팀을 악마성에 도전하는 용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맨시티 선수들은 지금의 악역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

“우승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리버풀 전을 앞둔 펩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8월부터 5월까지 10개월간 잘 달려온 시티는 남은 3주간 실수하여 지금껏 쌓아 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역대급 페이스를 보이고도 챔스, 리그 등 한두 번의 실수로 미끄러진 경험이 많았던 펩은 이번 시즌이야말로 모든 영광을 가져올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상대는 모든 걸 걸고 싸울 거야.”

클롭의 열정적인 리더십을 잘 알고 있었던 펩은 그가 어떤 식으로 리버풀 선수들을 결집시킬지, 선수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 위에 나타날지 예상했다.

“아마 올 시즌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될 거다.”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세계적인 명장들의 대결.

전략, 전술이라면 그 누구와 맞붙어도 자신 있는 펩이었으나 단 한 사람. 펩이 자신의 호적수라고 거의 유일하게 인정했던 클롭만은 예외였다.

먼저 펩이 점유에 초점을 맞췄던 바르셀로나 시절에 머물지 않고, 유연한 측면 플레이와 속도감, 롱패스를 통한 공격 등 현대 축구에 뒤처지지 않고, 늘 헤게모니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도 높은 압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겐 프레싱’ 전술을  사용하던 클롭은 체력 문제로 전술의 한계가 드러나자, 적극적인 로테이션과 더불어 후방에서부터 안정된 필드업 및 플레이메이커 활용을 통해 공격의 다변화를 이끌었다.

[펩vs클롭, 역사상 최고의 전술가들의 싸움!]

[세기의 라이벌 클롭과 펩, 세계 최고 감독 누구?]

이미 언론은 두 감독의 지략 싸움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당연히 펩은 이 싸움에서 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더브라위너-로드리는 절대 중원 압박에 넘어가선 안 된다. 올 시즌 보면 알겠지만 리버풀은 한번 기세를 타면 전혀 손대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는 팀이야. 하디는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반다이크의 시선을 돌려놓는다. 포든과 마레즈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해야 해.”

평소보다 더욱 전술 지시에 열을 올리는 감독. 큰 틀에선 전술 분석부터 작은 틀에선 세세한 공격 루트까지 알려 주던 펩의 시선은 이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상욱에게 멈춘다.

“진.”

“네?”

“넌 평소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말이야······.”

설명을 끝내고 상욱에게 다가와 장난스레 말하는 감독.

“이번에는 세계 최고가 아닌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란다.”

“어? 아직 저를 그렇게 생각 안 하셨어요?”

너스레 떠는 상욱의 장난에 미소를 보이던 감독은 어느새 멈춰 서더니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난 리오넬 메시의 전성기를 직접 본 사람이다. 그럼에도 진, 재능 면에서는 말이다. 난 네가 레오를 까마득하게 넘는다고 생각한다. 그 리오넬 메시를 말이야.”

“어휴, 부담스러워라.”

어느새 펩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장난기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역대 최고의 재능과 함께하고 있다는 흥분감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넌 될 수 있다.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전설들을 넘어 역대 최고가 될 수 있는 건 오로지 진, 너뿐이다.”

***

[2020-21시즌 전상욱 기록]

47경기 53골 18도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최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기록이고, 레반도프스키의 커리어 하이보다 높은 성적이다.”

감독이 스크린에 전상욱의 올 시즌 성적을 보여 주자 리버풀 선수단이 술렁인다.

경이적인 기록에 몇몇은 전의를 상실한 듯 보였으며, 몇몇은 그저 허탈하게 웃고 있었다.

“저게 말이 되는 성적이냐? 쟤, 나이가 몇 살이라고?”

“다 떠나서 저 정도 기록을 쓰고 있는 선수랑 붙어 볼 수 있는 것조차 영광이야.”

엄청난 선수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선수들 사이로 감독은 더욱 솔직하게 뱉는다.

마치 선수들이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진짜 무서운 건 그저 진의 기록뿐만이 아니야. 기록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진짜지.”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평점 순위]

1. 전상욱 8.26

2. 해리케인 7.76

3. 모하메드 살라 7.67

4. 알렉산더 아놀드 7.56

5. 하디 크루거 7.51

리그 평점 순위에서조차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 중인 상욱. 그의 능력은 단순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하는데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경기장 전체를 뛰어다니며 중원을 조율하고 수비 라인을 맞추며, 공격을 지휘하는, 말 그대로 올라운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리버풀 선수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역대 후스코어드 평점에서 올 시즌 진보다 위에 있는 선수는 오로지 13/14시즌 수아레즈뿐이다.”

끝없이 상욱의 경이적인 기록을 읊으며 선수들을 겁주는 클롭.

“만약 운 좋게 진을 막는다고 해도 맨시티의 하디, 포든, 제주스 등 리그 탑 공격수들이 끊임없이 우리 수비진을 노릴 거다. 수비는 또 어떻고? 스톤스-디아스는 반다이크가 없던 이번 시즌 최고의 센터백들이었어.”

클롭은 말을 마친 뒤, 겁먹고 있던 선수단을 지그시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래서 겁나나?”

선수들을 보며 빙긋 웃어 보이는 감독과 감히 아무 말도 못 하는 리버풀 선수단.

사실 겁먹지 않았다며 억지로 웃기라도 할 법하나 이들은 진심으로 걱정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린 지지 않는다.”

클롭의 표정이 지금까지와 달리 비장하고 근엄하게 바뀌었다. 좀 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진이 대단하긴 하지. 그래도 복귀한 반다이크를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디나 포든도 그래, 난 최근 컨디션의 우리 수비가 밀릴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아.”

클롭의 자신감 넘치는 말은 일리가 있었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현 유럽 최상위 수비수 반다이크가 복귀했고, 스피드로는 리그 최고라 불리는 고메즈가 올 시즌 스텝업을 한 채로 버티고 있었으며, 알칸타라-파비뉴-핸더슨이 버티는 중원은 맨시티의 압박을 충분히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놀드와 로버트슨이 자리한 양쪽 풀백은 사실 시티보다 전력상 우위였고, 공격 쪽이 다소 밀리긴 했으나 이는 전상욱이 사기인 거지, 그만 어떻게든 막으면 승산은 보였다.

“내가 주전들 다 빠진 올해 초면 나도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질 거라고 생각해? 정말? 핵심 전력 전원이 복귀했는데?”

마네, 반다이크, 고메즈, 조타, 파비뉴 등 부상으로 빠졌던 핵심 선수들의 이름을 열거하던 감독은 마치 화라도 난 것처럼 선수단 중앙에 서서 소리쳤다.

“이번 시즌 우리는 주축 선수 대부분이 부상으로 빠져 있었고, 지금은 전원 다 복귀했다! 뭐가 무섭나! 진이? 하디가? 너희와! 내가! 함께하는데 뭐가 두렵냔 말이다!”

클롭의 열정적인 라커룸 대화는 엄청난 효과를 보였다. 사실 그가 했던 멘트는 으레 감독이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본래 클롭이 풍기는 분위기와 선수단 전체와 구단에서 감독이 받는 압도적인 신임이 선수들의 사기를 말 그대로 창천(蒼天)시켰다.

“고작 20살짜리 공격수가 무섭나!? 디펜딩 챔피언은 우리야!”

지금껏 한껏 겁먹어 있던 리버풀 선수들이 각자 소리치며 승리를 다짐했다.

“우, 우!”

“그래, 할 수 있다! 아직! 아직 우승할 수 있어!”

“일단 맨시티부터 잡고 보자!”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 한들 축구공은 둥글고, 자신들의 전력도 못지않다.

‘할 수 있다’

리버풀 선수들 사이에 ‘희망’이 퍼지고 이들은 어느 때보다 독기를 품은 채 맨시티전을 준비했다.

***

“무서워해야지, 멍청이들아.”

안필드, 리버풀 홈구장.

압도적인 모습의 리버풀 팬들을 슥 둘러본 상욱이 혼자서 이죽거렸다.

엊그제 주장 고메즈의 ‘리버풀이 무서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인터뷰를 보고, 상욱은 다시금 축구화 끈을 강하게 묶었다.

리버풀은 오늘 모든 것을 걸고 경기에 나설 것이며 이에 홈팬들은 선수들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응원으로 보답할 것이다.

마왕을 앞에 둔 용사. 리버풀의 상황이 딱 그러했으며 이들은 역전 우승을 위한 빌드업을 시작했다.

“웃기지도 않아.”

물론-

상욱은 이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네놈들의 그 희망, 절망으로 바꿔 주마.”

< 우승결정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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