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13화 (113/114)

113화

카타르 청사진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2019 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동아시안컵에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차지한 대한민국은 의심의 여지 없는 아시아 축구 최강을 인증했다.

2021년 3월 기준 피파 랭킹 19위.

사실 피파 랭킹 자체가 실제 실력을 가늠하는데 별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받지만, 한국의 현 전력은 여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22년 카타르 월드컵 최고 다크호스는 한국!]

[아시아에서 돌풍이 일어난다면 그건 대한민국이 될 것!]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현 한국 전력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며, 특히 이승민-전상욱-황찬희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그리즈만-음바페의 프랑스, 메시-라우타로-디발라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 공언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건 현 대한민국 대표팀 전력의 7할 이상이라 평가받는 전상욱의 존재.

거기다 전상욱을 지도한 바 있고, 수비 전술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짜는 반니스텔루이 감독과 함께 한국은 앞으로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스쿼드]

FW 전상욱(맨시티), 조성규(셀틱)

MF 임강민(마요르카), 이성재(마인츠), 백호승(전북), 나호상(서울), 황진범(올림피아코스), 황찬희(울브스), 이승민(아스날), 정영우(알사드)

DF 김재민(나폴리), 강경원(감바 오사카), 김수진(전북), 박홍철(대구), 김윤환(전북), 김권영(울산)

GK 김규승(가시와 레이솔), 조우현(울산)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발표한 한국의 스쿼드를 실로 단단했다.

앞서 말한 선수들 외에도 K리그 득점왕 출신의 이번 시즌 셀틱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조성규가 공격 백업을 잘 지키고 있었으며, 전상욱에 이어 한국 축구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받는 임강민, 분데스리가 리그 베스트 출신의 이성재가 중원을 꾸렸다.

게다가 수비에는 지난 시즌 아약스 돌풍의 주인공이자 더리흐트의 빈자리를 메우다 못해 그 이상으로 평가받은 김재민이 나폴리로 이적해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 한국 좀 센데?”

“좀 센 게 아니라 존나 세지. 지난 월드컵에서 발린 주제에 왜 이리 허세를 부려?”

“그건 내가 대표팀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거였는데? 지금 내 컨디션이면 아시아 팀 정도는 박살 내지.”

오늘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구단에서 제공한 고급 빌라에 사는 상욱과 하디. 분명 하디 역시 지근거리에 집이 있을 것인데 이상하게 퇴근을 자신의 집으로 하는 친구의 모습이 조금 짜증 난 상태다.

“야, 심심한데 클럽이나 가자.”

“지랄 말고 너희 집으로 꺼져. 간만에 넷플 보면서 좀 쉬고 싶으니까.”

“아니면 술 한잔할래? 여기로 파티걸들 몇 부르면 돼.”

“그만 좀 놀아 임마. 나 진짜 피곤해.”

내일 오전 훈련도 없겠다, 어떻게든 놀고 싶은 하디와 그런 친구가 너무나 귀찮은 상욱.

물론 이런 짜증을 눈치채고 조용히 자신의 집으로 갈 하디가 아니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 옆에서 귀찮게 깔짝대는 걸 즐겼다.

“너 군대 안 가냐?”

“뭔 개소리야 임마. 너 약 먹었냐?”

갑자기 이상한 말을 뱉어 대는 하디의 말에 그의 핸드폰을 뺏어 들어 영문 기사를 읽는 상욱.

[진, 군 면제 언제? 내년 카타르 월드컵이 관건!]

[진,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 2년간 군인으로 복무해야!]

[셰링엄 “진 같은 선수가 군대에 간다면, 그건 세계 축구사에 불행.”]

요약하면 현 한국 대표팀 주축이라 부르는 이승민, 황찬희, 이성재 등은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아 해외 활동에 문제없으나, 바로 다음 해 아시안컵을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시킨 전상욱은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아직 면제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시안컵 MVP와 발롱도르, 골든 슈를 받은 선수가 군 면제가 안 된다? 병역 기준 애매모호.]

[병역 특혜는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뿐!]

뭐 상욱 본인은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으나, 축구 팬들과 그의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는 ‘혹시나’ ‘설마’하며 벌써부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너 진짜 군대 가냐? 와우! 그러면 최소 2년 동안 발롱은 내가 받겠군.”

“네가? 나 없는 발롱도르는 음바페랑 홀란드지, 대체 네가 왜 받아?”

“닥치고- 만약 군대 가면 꼭 말해라. 한국이든 영국이든 같이 따라가서 배웅해 줄게! 크큭!”

멋도 모르고 설쳐 대는 하디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차던 상욱은 이내 바로 내년으로 다가온 카타르 월드컵을 의식했다.

‘당장 지난 월드컵 데뷔전이 어제 같은데······.’

지난 월드컵은 상욱에게도 꿈 같은 시간이었다.

psv에서의 활약으로 유럽에서 핫한 유망주로 떠올랐던 그는 월드컵에서 무려 골든볼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세간에선 러시아 월드컵은 전상욱의 독무대였으며, 모든 것이 그를 위한 것이었다라는 평가가 있었으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4강, 아니. 이번에는 무조건 그 이상이다.’

8강에서 무너졌던 지난 대회와는 달리 이번엔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다른 팀도 아니고 한국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월드컵 MVP를 차지한다면 그보다 더한 명예는 없을 것이며, GOAT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놀러 나가자니까.”

“ 이제 빨리 꺼져. 나 피곤해.”

끝까지 뭔가 하고 싶어 부들거리는 하디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밖으로 내보내자 동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

[진! 전화 좀 받아! 넌 말이야, 내가 PSV 있을 땐 먼저 연락도 곧잘 하던 놈이 어떻게 한국으로 가니까 전화 한 통 없냐!?]

[넵, 감독님. 제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한국 대표팀 감독 반니스텔루이의 전화. 그는 서운한 듯 소리치더니 이내 이해한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뭐 됐다. 어차피 진 네 소식은 주말마다 TV에서 잘 보고 있으니까. 아, 그런데 너 이번 평가전은······ 이번에도······ 안 오니?]

작년 브라질과의 평가전 이후 한국에 들어간 횟수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상욱.

당연히 이번 칠레와의 평가전 역시 부상을 핑계로 출전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조금 생각을 바꿨다.

[갈게요. 월드컵도 얼마 안 남았는데, 가야죠.]

***

[시즌 중반을 넘어 막판으로 넘어가는 시기입니다만, 도대체가 맨시티의 상승세는 주춤할 생각을 않습니다.]

[감히 막을 팀이 있을까요? 리버풀이 어떻게든 추격해 오고 있긴 합니다만 현재 시티를 넘기엔 많이 어려워 보입니다.]

EFL, 통칭 리그 컵 결승에서 만난 맨체스터 형제.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맨시티와 챔스는 애초에 탈락, 리그는 4위권 수성도 힘들어 보이는 맨유가 맞붙었다.

대단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솔샤르 감독은 맨시티전에 대비해 아틀레티코가 했던 극단적인 2줄 수비와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카바니를 앞세운 역습 축구를 시전 했고, 이는 뭐 크게 나쁜 전략은 아닌 듯했다.

단지 현재 맨시티의 전력이 너무 강했을 뿐.

[마레즈가 툭툭 치면서 올라가는데요. 쇼가 압박하면서 막으러 내려옵니다만, 이미 돌파했습니다! 라인 뚫으면서 수비 뒷공간으로 공 전달하는데요!]

[라인 무너뜨리면서 진이 돌파했습니다! 아 정말- 지긋지긋한 선수입니다! 진 왼발로 슈웃!]

오른발잡이였던 상욱은 지옥에 가까운 훈련량으로 어느새 양발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했고, 월드클래스 골키퍼 데헤아 앞에서도 늘 그렇듯 득점을 만들었다.

[들어갔습니다! 스코어 4:1. 안 그래도 기울어 있던 경기에 방점을 찍습니다!]

[지난 리그 레스터전에서 무득점으로 끝낸 것에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진, 왜 레스터 전에서 득점 못한 걸 맨유에게 화풀이하나요!]

후반 20분. 이미 스코어는 2점 차로 벌어졌고 점수뿐 아니라 경기력이나 스텟 등 모든 부분에서 맨유는 전혀 라이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번엔 하디가 공 잡습니다. 이번 시즌 11골 16도움, 월드클래스이자 본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죠.]

[사실 충분히 리그 MVP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성적이지만, 한 선수 때문에 빛이 바래네요.]

맨유는 괴로웠다.

진이라는 거목(巨木)을 막는 것도 버거운 데 최근 제대로 스텝 업한 하디까지 상대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맨유가 어떻게든 측면 쪽으로는 돌파당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다하는데, 아! 수비 2명 사이로 공 뺏어 내면서 질주합니다!]

[이거 또 위기예요! 포든이 페널티 라인 위로 올라가는데요!]

프레드가 넘어지면서 목숨 걸고 막은 덕분에 골까지 이어지진 않았으나, 딱 그것뿐. 여전히 경기는 맨시티가 압도하고 있었다.

[매치 업이 당최 상대가 안 됩니다. 중원에 포그바는 더브라위너보다 한 수 아래고요, 브루노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하디 크루거는 올 시즌 유럽 최고의 공미입니다. 게다가.]

무언가 말하려던 해설이 순간 말을 삼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맨유의 카바니와 맨시티의 전상욱. 두 선수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니까 말이다.

[경기- 끝났습니다! 2020-21시즌 리그컵 우승팀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불꽃 튀는 라이벌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만 실상은 맨시티가 압도한 경기였습니다. 뭐 맨시티가 약한 시즌이 있었겠냐마는 올 시즌은 정말, 정말- 강합니다!]

[리그컵은 우승했고, 리그는 우승이 유력한 데다 FA컵과 챔피언스리그는 동시에 8강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대로라면······ 99년 퍼거슨 맨유를 이후로 트레블을 이룩할 수도 있겠는데요!]

시티에서 첫 우승을 기념하며 웸블리에 모인 팬들과 우승컵을 차례로 바라보는 상욱.

대단히 기쁘고, 영광스런 우승이나 그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야! 진, 빨리 와!”

“뭐 하는 거야! 너만 우승컵 안 들었잖아!”

단상에 올라 환호하며 자신을 부르는 동료들을 향해 웃으며 다가가는 상욱.

“다음은 빅이어를 들고 찍는다!”

***

챔피언스리그 8강 상대로 도르트문트를 만난 맨시티.

선수 개인 기량에서는 상대가 안 됨을 파악한 도르트문트는 어떻게든 조직력과 빠른 스피드. 강한 압박으로 시티를 상대했으나.

압박과 조직력이라면 유럽 최고라 불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스피드라면 리그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 맨유를 상대한 맨시티는 이를 가뿐히 넘었다.

1차전 2:0, 2차전 1:1. 상대를 손쉽게 제압한 시티는 리그에서 역시 순항을 거뒀고, 4강에 진출했다.

동시에 5월 초 챔피언스리그 4강 경기를 앞두고 있을 무렵, 이들은 리그 우승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맨시티, 35R 리버풀전에서 리그 우승 결정짓는다!]

[리버풀전 승리하면 맨시티 리그 우승 확정!]

리그 우승까지 –1.

리버풀은 마지막 기적을 위해 목숨을 다해 뛸 것이고, 맨시티는 팀의 5번째 리그 우승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것이다.

< 우승결정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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