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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12화 (112/114)

112화

우린 최선을 다했다

“진, 좀 신기하지 않아?”

“뭐가?”

3번째 골이 들어가고 맨시티의 8강 진출이 유력해졌을 때 하디가 문득 상욱을 보며 중얼거렸다.

“1차전 지고, 절치부심해서 2차전 이기는 패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잖아. 우리가 잘하긴 했지?”

“어이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문득 말하는 하디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 상욱.

“네가 지금처럼만 했으면 1차전도 이겼어. 지금처럼 좀 잘하지 그랬냐.”

“아오! 이 미친 자식! 또 시작이네!”

오늘도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러나 1차전관 달리 하디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감독이 말했던 스스로 껍질을 깨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었다.

“집중해, 멍청아. 시메오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냐.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다.”

후반 75분이 지났을 때.

흐름은 완전히 맨시티 쪽으로 넘어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티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으나, 상욱의 말대로 시메오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른쪽 골라인 근처에서 비톨로와 모라타가 전진을  시도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 아! 모라타!]

[모라타가 어떻게든 공을 끌고 올라갑니다! 아틀레티코는 이대로 굴복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네요!]

팀 공격의 첨병 역할을 맡는 모라타가 자신에게 들러붙은 양쪽 수비벽을 어떻게든 끌고 시티의 페널티 라인 위로 올라갔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시메오네의 지도를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모라타는 좋은 위치를 선점한 수아레즈에게 공을 연결했다.

[수비 많은데요. 수아레즈가! 한 방에 들어갑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그 말이 정확히 맞는 장면입니다. 기가 막힌 위치에서 기가 막힌 원터치 슛으로 기어코 한 점을 따라붙습니다!]

한 점만 더 넣는다면 원정 다득점에 의해 아틀레티코가 승리하는 상황.

상대는 모든 힘을 다해 시티의 골문을 노렸고, 철옹성같던 맨시티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상욱이 하디의 엉덩이를 차며 중얼거렸다.

“뭐 하냐? 저거 안 막고?”

“뭐가? 난 오늘 최종 공격수잖아!”

“공격수면 뭐? 아까 내가 태클한 다음에 바로 역습까지 하는 거 못 봤냐? 수비 가담 안 할 거야!?”

짜증 폭발하여 쏘아붙이는 상욱의 모습에 하디는 순간 그의 모습에서 싸이코패스 같은 펩이 겹쳐 보였다.

“진, 저 자식이 감독이라고 생각하면 어휴······.”

치가 떨리는 듯 혼자 몸을 부르르 떠는 하디를 신경도 쓰지 않던 상욱이 이내 친구를 툭 치며 중얼거렸다.

“일단 한 골 더 넣자.”

“뭐? 내려가서 수비하라며!”

“너 수비 존나 못하잖아. 그냥 잘하는 거 해.”

“음, 그건 틀린 말이 아니지. 이 천재의 재능은 공격에 맞춰있으니 말이야.”

앞에 무슨 욕을 하던 뒤에 ‘잘한다’라는 말만 붙으면 만족스러워하는 단순한 하디를 조련하는 상욱.

“게다가······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 몰라?”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진행될 줄 알았던 경기가 어느새 양팀의 공격 축구가 빛을 발했다.

[펠릭스가 다시 한번 모라타 쪽으로 패스 길게 해 주는데요! 워커가 몸을 날려서 막았습니다!]

[맨시티가 곧바로 역습에 나섭니다! 로드리가 압박 벗어 내면서- 길게 흘려 주는 공!]

공미 자리에서 뛰다가 순식간에 중앙 공격수 자리로 이동한 상욱. 동시에 이를 확인한 하디가 상욱의 라인 브레이킹을 위해 앞쪽으로 공을 재빠르게 보냈다.

[하디의 패스! 아, 살짝 길었습니다!]

너무 힘을 주고 깔아 올린 하디의 패스가 상욱의 말에 걸리긴커녕 상대 수비마저 지나 골키퍼마저 지나갔다.

“아오! 이 멍청아!”

간만에 터진 한국어로 하디를 욕하던 상욱은 순식간에 더욱 빠르게 움직이더니 이내 슬라이딩하며 본인의 긴 다리를 뻗어 공을 터치했다.

[저, 저게 무슨······ 진! 슈웃!]

다리를 길게 뻗은 것뿐인데 공은 꽤 빠르게 힘을 받아 움직이며 수비와 골키퍼를 지나 골대로 굴러갔다.

[고오······ 아! 골대 맞습니다! 골까지 연결되진 않았으나 아마 진이 어느 정도 클래스를 가진 선수인지 그대로 보여 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과 하디는 그저 서로 호흡만 잘 맞는 게 아니에요! 서로의 실수와 단점까지 보완해 줄 수 있는 대단한 실력까지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줄 알았던 상황에서 절망했던 시메오네가 다시 희망을 갖고, 반대로 펩은 아쉬운 듯 머리를 싸맨다.

“아오! 그것도 못 넣냐!?”

“너 진짜 정신 나갔니? 나 아니었으면 애초에 살리지도 못했을 똥 볼을 줘 놓고서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더브라위너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들을 바라봤으나, 저들이 실패할 거라는 의심 따윈 하지 않았다.

이렇게 싸워도 둘의 호흡은 이미 이번 경기에서도 여러 번 증명됐으니 말이다.

[경기 막판, 아틀레티코의 압박이 더욱 거세집니다!]

[투혼이라는 단어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다시 한번 비톨로가 움직이면서 펠릭스 쪽으로 패스합니다. 돌파하면서 코케가 위로 올라갑니다.]

수비를 위해 라인을 내린 맨시티의 방패를 어떻게든 뚫기 위해 노력하는 아틀레티코는 여러 번의 짧은 패스로 길을 열어서 추가 골을 노렸다.

후반 88분.

양팀은 무아지경의 경지로 서로의 골문을 노렸다.

아틀레티코는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수아레즈를 위시로한 역습 전개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맨시티는 역습으로 라인이 벌어진 상대의 약점 공략에 최선을 다했다.

[아틀레티코의 공격! 자 이거 위험합니다! 코케가 돌아 들어가는 모라타에게- 아! 하디가! 공 차단합니다!]

[자! 바로 역습 가야 해요! 상대 수비진 열려 있거든요!]

뒤로는 맨시티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뭉치고, 앞으로는 아틀레티코 선수들이 어떻게든 골을 넣기 위해 들이닥쳤다.

도저히 패스 줄 곳이 없었던 하디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을 때.

“야!”

하프 라인에서 미친 듯 뛰어 들어가는 친구의 외침이 들렸다.

상욱이 팔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슈팅에 가깝게 거친 킬패스를 내지르는 하디.

강한 세기의 패스였으나 아까완 달리 이번엔 정확히 상욱의 발에 떨어졌다.

[아직 경기 안 끝났습니다! 진이 상대 심장에 칼을 꽂기 위해 달려갑니다!]

[너무너무 빠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틀레티코의 수비도 많습니다!]

아틀레티코 수비가 어떻게든 라인을 갖추며 상욱에게 다가오자 그는 순간 속도를 줄여 돌파를 위해 이곳저곳을 살폈다.

“야!”

이번엔 대체 어디서, 언제 올라왔는지 모를 하디가 손을 들고 그에게 강하게 외쳤다.

상욱은 본능적으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위로 그에게 패스했고, 하디는 공을 받자마자 다시 상욱 쪽으로 공을 전달했다.

[진이 하디에게, 다시 한번 하디가 진에게! 라인 다 무너졌어요! 남은 건 골키퍼 하나!]

오블락 골키퍼가 자세를 낮춘 채 상욱에게 몸을 날리나 이미 공은 또 한 번 하디에게 넘어간 직후였다.

[무슨 서커스도 아니고······ 하디! 들어갔습니다! 더 이상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영혼의 투톱! 그 표현이 정확히 맞는 것 같습니다! 태어난 곳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르지만 두 선수의 조합은 감히 역대 최고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조합이네요!]

하디의 추가 골이자 진정한 결승 골이 들어가자마자, 시메오네를 포함한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전의를 잃고 자리에 드러눕거나 무릎 꿇었다.

[그리고- 경기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8강에 진출합니다!]

[이번 시즌 맨시티의 이적시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알게 된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적생 진과 하디가 만들어 낸 8강입니다!]

이미 라리가에서 실패한 하디를 오버페이에 영입하고, 정말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던 상욱.

둘이서 만들어 낸 8강에 시티를 비판하던 이들을 한 번에 잠재울 만한 활약이었다.

“진! 하디! 이 자식들! 내가, 내가 뭐랬냐! 너흰 할 수 있다고 했잖아!”

반쯤 정신 나간 채로 승리에 도취된 펩이 두 사람을 격하게 포옹하며 외쳤다.

너 스스로를 구원하라.

감독이 했던 말처럼 상욱과 하디는 스스로를 구원하며 시티의 위대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너답지 않게 제법이었다, 소시지.”

“이럴 때라도 이름으로 부를 수 없냐?”

경기가 끝난 뒤 이죽거리며 서로 장난치는 상욱과 하디를 본 펩은 문득 10년 전 자신이 지휘했던 바르샤 시절을 떠올렸다.

역사상 최고의 축구팀이자 세계 축구계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거머쥐었던 2010-11시즌 바르셀로나.

더브라위너와 로드리, 디아스, 포든, 하디, 그리고 진. 지금 맨시티라면 본인 커리어의 정점이었던 10시즌 바르샤와 견줄 수도, 아니 그 이상으로 올라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른 얘기이지만.”

축구 자체가 상향 평준화되고, 이제 막 이적한 상욱을 역사상 최고의 팀과 비교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했으나 감독의 맘 한편에선 이상하게 지금 팀을 더 우위로 두고 있었다.

“그냥 기분이 그래. 메시도, 사비도. 왜 저놈들이 다 이길 것 같냐 이거다.”

***

경기가 끝난 뒤 시메오네 감독의 인터뷰.

Q 아틀레티코에겐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소감 한 말씀 해 달라.

A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팀을 상대로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우린 수비를 잘했고, 공간을 쥐어짠 뒤 역습으로 상대하려고 했으나, 맨시티는 그때마다 이를 역이용해 득점했다.

Q 1차전과 달리 오늘은 진을 잘 막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우린 1차전에서 진을 나름 잘 막았으나 오늘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2번이나 완벽히 막을 순 없다.

게다가 하디의 존재가 컸다. 하디가 최종 공격 라인에서 뛰어다니니 진에 대한 수비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들의 호흡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에 빠진 시메오네는 최대한 솔직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상대로 만났긴 했지만, 솔직히 진과 하디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 그들은 축구가 아닌 영화를 찍고 있는 듯했다.”

***

“젠장! 왜 공동 MOM인건데! 결승 골은 내가 넣었잖아!”

“까불지 좀 마, 하디. 사실 espn 평점은 내가 더 높았던 거 알지?

이번 경기 MOM은 이례적으로 하디와 상욱, 2명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사실 둘 중에서도 차등을 두어 한 명만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나, 이번 경기에선 한 몸처럼 움직였던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를 감안한 수상이었다.

8강 진출의 기쁨이 얼마 가지 않았을 무렵 조용히 핸드폰을 보고 있던 하디가 상욱을 보며 질문했다.

“너, 군대 안 가냐?”

< 카타르 청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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