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09화 (109/114)

109화

시메오네의 진심

“맨시티는 올 시즌 유럽 최고의 팀입니다.”

맨티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상대의 실력을 분명히 인정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과 개성이 강해 팀플레이에 취약합니다. 맨시티야말로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하나로 만든 엄청난 팀이고, 이들을 통솔하는 펩은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입니다.”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경기밖에 패배하지 않은 압도적인 성적인 맨시티. 그러나 시메오네 감독은 오히려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금의 우리도 충분히 강한 팀입니다.”

작년엔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 그리즈만을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내줬으나 시메오네는 무너지지 않았다.

올 시즌 유럽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수비 라인에 알바로 모라타와 루이스 수아레즈를 영입해 공격진을 다시 세운 아틀레티코는 공수 양면에서 유럽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좋은 팀을 완성했다.

거기다 트리피어와 마르코스 요렌테 양쪽 풀백은 라리가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마지막으로 팀의 새로운 크랙 주앙 펠릭스는 팀에 부족했던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Q 올 유럽 최다 득점 팀과 최소 실점 팀의 대결입니다. 감독님 자신 있으십니까?

A 대단히 어려운 경기가 되겠으나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감 잡고 있습니다. 아틀레티코의 모든 선수들이 한 몸이 되어 상대할 것입니다.

Q 시티에는 발롱도르 수상자 진이 있습니다. 아틀레티코의 수비가 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입니다. 그는 반드시 우리 수비 뒷공간을 뚫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린 수비 집중력을 강조하면서 플레이할 겁니다.

뒤이어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상대는 강하나 우리도 만만찮다며 평이한 대답을 하던 그는 마지막 질문에 씩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늘어놓는다.

Q 감독님과 펩 감독은 전술적으로 대척점에 있습니다. 펩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펩은 위대한 감독이고 뛰어난 전술가에 틀림없으나 우리가 질 거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

‘절대’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평소 상대에 대한 도발적인 멘트는커녕 지루한 인터뷰로 유명한 시메오네의 발언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동시에 펩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펩 “올 시즌 시티를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

[펩 “가장 맨시티답게 상대를 분쇄시킬 것.”]

펩 ‘Psycho of Manchester’ 과르디올라라는 별명답게 그는 잔뜩 분노해 시메오네의 인터뷰를 반박하는 인터뷰를 시전했다.

이는 상대에 분노도 있겠으나 경기 시작 전 장외 마이크 싸움에서 패배해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펩의 방법이기도 했다.

“승패는 물론이고 경기력조차 압도해야 한다!”

경기 시작 직전.

어느 때보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펩. 승부에 대한 집착과 선수를 과할 정도로 몰아세우는 감독의 성격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나, 오늘은 그 강도가 평소보다 더했다.

“심판과 상대방은 없다고 생각해라. 그저 니들 할 거에만 집중해. 그러면 이길 수 있을 거니까!”

자신의 전술 철학이 명확한 펩은 이번 경기를 완벽히 승리로 이끌어 현 유럽 최고의 전략가라는 위상을 공고히 하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오늘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 열 번을 토하던 그는 문득 라커룸 중앙에서 별생각 없이 그를 바라보던 상욱을 보며 소리쳤다.

“진!”

이글거리는 눈매로 쏘아보는 감독의 모습에 상욱은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오늘 우리가 지면 가장 큰 책임은 나와 에이스인 너에게 있다!”

“어······ 네?”

이게 뭔 미친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상욱과 죽일 듯 선수단을 바라보며 악을 지르는 감독.

“그러니까 무조건 이겨! 반드시, 반드시!”

콘테보다 더한 또라이.

왜 자기는 가는 곳마다 저런 이상한 보스만 만나는지 한숨을 내쉬며 그라운드 위로 오르던 상욱의 뒤로 하다가 심술스럽게 중얼거렸다.

“어이, 발롱도르.”

“······에휴.”

동료의 부름을 몇 번이고 무시하던 상욱에게 다가와 장난스럽게 이죽거리는 하디 크루거.

“발롱도르 탔다고 이제 형님한테 대답도 안 하다니! 예의를 중시하는 동양인은 네 앞에선 거짓말 같구나, 진!”

하디가 잘생긴 백인 꼰대임이 스멀스멀 생각난 상욱이 귀찮은 듯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리자, 하디는 괜히 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젠장, 원래 내가 받았어야 했는데.”

“뭔 개소리야 임마. 월베에 들지도 못했으면서.”

하디의 얼굴은 어느새 장난기 없이 심각한 얼굴로 변한 뒤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해.”

“나도 알아. 지금까지 감독한테 지겹도록 들었어.”

2년 전, 상욱이 인테르로 이적한 뒤 PSV의 에이스가 되어 자신의 천재성을 맘껏 뽐낸 하디는 곧 시메오네의 부름을 받아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세간 모든 사람들이 선수 자유도와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라리가에서 하디의 성공을 점쳤으나, 11명은 선수들이 철저히 원팀으로 움직이는 시메오네의 조직력 축구는 하디의 창의성을 죽여 놓았다.

게다가 선수들과 관계는 원만하나 오만함은 결코 참지 못하는 시메오네에게 완전히 찍힌 그는 팀 역사에 남을 만한 대실패를 거둔 채 도망치듯 맨시티로 이적했다.

“난 알레띠(*아틀레티코 별명)놈들이 싫어 미치겠어.”

“그건 걔들도 그럴 거야······.”

팀에 아무런 적응도 못한 채 겉돌기만 한 뒤 저번 시즌 라리가 최악의 영입 Best11에도 이름 올린 하디.

시즌 막판에는 전혀 중용받지 못한 채 인저리 타임 서브 멤버로까지 내려갔던 그는 자신을 내몰았던 구단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고 싶었다.

“아니 근데 언제 아틀레티코가 널 버렸냐? 그냥 니가 못해서 내쳐진 거 아님?”

“입 좀 닥쳐!”

상욱의 팩트 폭행에 사자후를 날린 하디는 어느 때보다 강한 다짐을 앞세우며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뒤에서 앞서 뛰어가는 친구를 보며 슬쩍 웃어 보였다.

“네 복수는 내가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친구.”

***

[라리가와 EPL, 각 리그 1위 팀들끼리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이자 현대 축구 전술의 선두 주자이며, 대척자인 펩 과르디올라와 디에고 시메오네의 대결입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1차전은 예상대로 맨시티의 강력한 창과 아틀레티코의 최고의 방패간의 백중세로 이어졌다.

[로드리가 공 잡고요. 왼쪽 끝으로 달려가는 하디에게 공 연결하는데요! 트리피어가 바로 압박합니다! 진이 손 들어 보지만- 협력수비로 위험을 벗어나는 아틀레티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압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펩 과르디올라와 디에고 시메오네.

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감독임과 동시에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진 특이한 지도자들이다.

펩의 축구가 기본적으로 공을 소유한 채로 라인을 끌어 올리는 전략이라면, 시메오네는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만큼은 절대로 상대에게 공을 내주지 않은 채로 조직적이고 강도 높은 압박으로 역습하는 방어 축구를 구사했다.

[전방에 수아레즈를 포함한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압박하면서 맨시티의 공간 창출을 막고 있습니다!]

[완벽한 수비를 보여 준 아틀레티코. 트리피어가 주앙 펠릭스 쪽으로 연결합니다!]

아틑레티코의 신성(新星) 주앙 펠릭스가 오른쪽에서 롱패스를 받은 뒤 곧바로 중앙으로 수비진을 벗겨 내며 드리블했다.

[펠릭스가 빠르게 달려 나가다가! 순식간에 감속합니다! 수비진 뚫리고요. 페널티 라인 쪽으로 달려가는 수아레즈에게 연결합니다!]

[맨시티의 빌드업과 달리 아틀레티코는 많은 패스가 필요 없어요, 어쨌든 축구는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스포츠 아닙니까!]

맨시티의 공간을 차단한 아틀레티코는 순식간에 역습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이번엔 전방에서 상대를 압박했다.

[맨시티 위기입니다. 공격진은 물론이고, 트리피어-요렌테 풀백까지 올라왔어요!]

[수아레즈가 침투해 들어가는 모라타 쪽으로 킬패스 하는데요! 아! 페르난지뉴가 막아 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후방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상대 패스를 차단하면서 동시에 재빠른 전환 패스로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오늘 맨시티의 키 플레이어는 페르난지뉴군요!]

[라볼피아나 전술입니다. 페르난지뉴가 벌어진 수비 간격 왼쪽 끝으로 볼을 보냅니다.]

라볼피아나(Lavolpiana)

후방 필드업 시 센터백이 넓게 벌려 있는 상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게 관여해 주는 전술을 말한다.

과르디올라의 대표적 전술이자 아틀레티코와 같은 카운터 어택을 사용하는 팀에겐 효과적인 전략이다.

[순식간에 상대의 압박을 벗어 낸 맨시티. 이야- 두 명장들의 지략 대결이 정말 재밌네요!]

[말 그대로 최고의 창과 최고의 방패 간의 대결입니다!]

전반 내내 양팀의 쉴 새 없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거의 반코트 수준으로 라인을 올려 상대를 두드려 패는 맨시티와 이를 끝까지 막아 내면서 어떻게든 제대로 된 카운터를 때리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아틀레티코.

[워커가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서 뛰어 들어가는 하디에게 패스합니다!]

[하디가 개인기 하면서 앞으로 돌파하는데요. 아! 아틀레티코의 압박이 너무 좋습니다. 사비치가 결국 걷어냅니다.]

‘천재’ 하디 크루거는 자신이 움직이기 편하고 공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했으며, 이는 반대로 움직임에 제약이 있으면 제대로 된 능력이 발현되지 못함을 의미했다.

아틀레티코는 이런 하디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제대로 된 드리블이나 패스를 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마크하고 있었다.

[진이 오른쪽 측면으로 드리블해 나갑니다. 도저히 중앙 돌파는 답이 나오지 않는 걸 느낀 것 같아요.]

[자- 진이 또 묘기를 부립니다! 제로백! 순식간에 돌파합니다!]

비상식적인 속도로 돌파하여 상대 수비가 자리 잡기 전에 상대 진영을 유린한 채 슈팅하는 전상욱의 필살기가 나왔다.

보통은 이런 장면에서 상욱이 늘 득점했으나 상대는 유럽 최강의 방패를 지닌 팀이었다.

[저 라인 일정한 2줄 수비 좀 보세요. 제가 다 토할 것 같습니다.]

[10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슈팅은커녕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차단합니다. 아무리 진이어도 이건 못 뚫죠!]

시간이 갈수록 아틀레티코의 수비는 더욱 단단해졌고, 끊임없이 공격하나 제대로 된 성과는 내지 못하던 맨시티의 집중력은 갈수록 떨어져만 갔다.

그리고 상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맨시티의 집중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도 하디도 아틀레티코의 수비에 고전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카라스코가 바로 역습 시작합니다!]

[카라스코가 펠릭스에게 빠르게 뛰어갑니다! 맨시티 선수들 커버 위에 뛰어 올라가는데요! 펠릭스가 다시 받고요. 전방에 수아레스 있습니다!]

후반 73분.

아틀레티코의 후반 첫 공격이자 오늘 경기 가장 좋은 찬스가 수아레즈 발끝에 걸리면서 맨시티의 전방 배치된 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페르난지뉴 달려오는데요! 늦었습니다! 그대로 슈웃!]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처럼 비록 속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수아레즈는 감각적인 터닝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들어갔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승부의 균형이 드디어 무너졌습니다!]

0:1.

1차전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리로 끝났다.

< 영혼의 투톱 (1)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