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05화 (105/114)

105화

맨체스터의 주인

웃기는 말이지만 솔샤르는 맨유가 이번 여름에 전상욱 영입을 확신했다.

20살짜리 선수에 2,000억 넘는 돈을 제시했고, 팀 내 최고 연봉과 동시에 7번 자리도 비워 뒀다.

다른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세계 최고 구단이라 불리는 맨유에서 이 정도로 제안하면 전상욱이 아니라 펠레가 재림한다 해도 승낙할 줄 알았다. 아니, 승낙해야만 했다.

“하필이면 시티로 갈 게 뭐람-.”

감독실에 홀로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는 솔샤르.

본인이 직접 전화까지 했음에도 전상욱은최근 들어 시끄러워진 이웃 맨시티로 이적했고, 월드클래스 공미 하디 크루거까지 영입하며 이번 이적시장에서도 빅클럽의 위용을 보여 주었다.

“하디와 포그바, 반더비크와 더브라위너, 카바니와 진.”

팀의 코어 선수들과 주전, 서브 자원들을 아무리 돌려 봐도 맨시티와의 비교는 무의미했다.

현 시티는 맨유가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언과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전력이었으며, 이미 이번 챔피언스 리그 우승 후보 1순위로 뽑히고 있을 정도였다.

“올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마이크. 들어오세요.”

팀의 수석코치 마이크 펠란이 다소 밝은 얼굴로 들어와 감독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내일 경기 명단입니다. 진-더브라위너-포든 모두 나옵니다.”

“공격만 빼고 봐도 로드리, 디아스. 괴물 같은 놈들 뿐이군. 어? 하디가 선발이 아니네요?”

과르디올라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이자 진-하디라 불리며 리그 최고의 듀오로 활약 중인 하디가 아예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어제 훈련에서 부상을 었답니다. 가벼운 타박상이라 경기는 나올 줄 알았는데, 아마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휴식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어 ······그래요?”

순간 얼굴에 미묘하게 미소를 띠는 지어진 솔샤르 감독. 동시에 펠란 코치는 그에게 더욱 좋은 소식을 전했다.

“더브라위너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디와 더브라위너가 동시에 부딪친 것 같은데 시티에서 핵심 2명을 동시에 빼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는가 봅니다.”

주전 미드필더 1명이 부상, 1명이 컨디션 난조는 큰 문제였다. 게다가 이런 더비 매치에는 더더욱.

하디에 이어 더브라위너까지. 이젠 아예 눈이 반짝이는 솔샤르가 펠란과 간단한 회의를 끝마친 뒤 팀의 새로운 에이스를 불렀다.

“시티의 단단한 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브루노, 오직 너뿐이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저번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선수로 시즌의 반만 뛰고 맨유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리그 탑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이번 시즌 역시 맨유의 공격과 중원을 동시에 이끌고. 2R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등 말 그대로 팀을 하드 캐리하고 있는 중이다.

“우린 네 공격 운영에 모든 것을 건다. 자신 있니?”

솔샤르의 절박한 모습에 긴장한 티가 역력했으나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말하는 브루노.

“물론이죠, 감독님. 맨체스터의 주인은 유나이티드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겠습니다.”

***

“아씨! 내보내 달라고! 나 없이 라이벌리를 어떻게 이기려고 그러는데!”

맨체스터시 중앙에 있는 부촌 최고급 빌라에 거주하는 상욱의 집에 놀러 온 하디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신경질을 부린다.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장하고 싶은 하디. 부상을 당하긴 했으나 본인 딴에는 별일 아니라 생각해서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반드시 한 경기 쉬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고, 겨우 살려 놓은 팀 케미를 한 경기 무리해서 망치고 싶지 않았던 펩은 장고 끝에 하디를명단에서 제외했다.

“하디, 불만 있으면 감독한테 직접 말해. 나한테 징징거리지 말고.”

“뭐!? 내가 펩한테 그 정도 요구도 못 할 것 같아!?”

“응 넌 절대 말 못해.”

“시발······ 그건 그래.”

이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이 늘 오만하고 당당한 하디 크루거였으나 펩은 달랐다. 그저 감독으로서의 위엄과 엄격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싸이코 같은 자식이지.”

“그 말에 100% 동감.”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혼내는 콘테나 잘하건 못하건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뛰는 코쿠와 달리 펩 과르디올라는 괴상한 인간이었다.

이기고 있어도 전술대로 뛰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지고 있어도 정확한 패스워크와 경기력이 맘에 들면 오히려 선수를 칭찬했다.

“문어 대가리가 앞에서 눈에 불을 켜고 소리 지르고 있으면- 어휴,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단 말이다.”

짜증 가득한 표정의 하디를 보며 씩 웃어 보이는 상욱.

“걱정하지 마. 팬들한테는 네가 그립지 않도록 네 역할까지 해 줄 테니까.”

“······뭐?”

***

맨체스터더비 당일 라커룸,

다소 어두운 표정의 펩은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에 대한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를 스윙칭해 가며 뛰는 하디가 빠지고 중원과 왼쪽 윙을 번갈아 가며 공간을 만들어 내는 더브라위너가 오늘은 중원의 볼배급만 맡았다.

“중원 싸움이 쉽지 않을 거다.”

펩은 그저 선수들을 겁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포그바-프레드로 이어지는 맨유의 중원은 대단히 강력했으며, 라이벌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진, 오늘은 할 일이 좀 많겠구나.”

평소 전술적으로 완성된 맨시티의 공격수로 득점과 라인 브레이킹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공격 전반으로 조율하면서 공격을 이끌고, 마무리한다.

또 필요하면 미들라인까지 내려와서 중원을 조율하고 공 배급까지 맡아야 했다.

컴플리트 포워드.

타켓맨과 같은 몸싸움과 포처의 라인 브레이킹과 골 결정력, 어드벤스 포워드의 연계와 팀 조율까지. 평소 상욱에게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뛰라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펩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지금 그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알 수 있는 듯하다.

“오늘 경기에서 질 생각은 죽어도 없다. 진, 컨디션은 괜찮니?”

“완벽해요, 오늘은 우리가 승리합니다.”

이번 시즌 정식으로 부임한 솔샤르는 본인 딴에는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한 듯 전술적으로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실 솔샤르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축구를 실현하기 위해 전상욱을 영입해 방점을 찍고자 했으나, 실패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전술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는 비슷한 팀이나 하위 팀을 상대로 그렇단 거지, 리버풀, 맨시티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는 맨유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카운터어택을 성공시켜 왔다.

[오늘 맨유의 패스 플레이는 물 샐 틈이 없네요. 너무 깔끔합니다.]

[내려앉아 있지만 밀리진 않습니다. 이건 맨유가 잘하고 있고요. 특히 포그바와 프레드가 포백 보호가 상당히 훌륭합니다. 비사카가 앞으로 뛰어가는 브루노에게!]

시티에게는 불행하게도 오늘 맨유의 3미들은 어느 때보다 뛰어났다.

서로 유기적으로 공을 전달하며 점유율 축구하는 맨시티에게서 어떻게든 공을 따냈고, 브루노, 포그바와 함께 초고속 역습 축구를 선보였다.

[브루노가 오른쪽 터치라인 위에서 뛰어 들어갑니다! 그대로 길게 크로스!]

[래시포드가 받아서 카바니에게 전달하는데요!]

한때나마 전상욱의 라이벌로 불렸던 래시포드가 공을 받아 페널티 라인 오른쪽으로 돌파했고, 뛰어 들어오는 카바니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첫 골이 터졌다.

[카바니! 어······ 아! 들어갔습니다! 전반 5분 만에 맨유가! 득점합니다!]

[퍼거슨 시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브루노의 원터치 패스와 동시에 래시포드의 짧은 크로스, 카바니의 마무리!]

솔샤르는 맨시티와 같은 강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수비를 단단하게 걸어 잠그면서 프레드가 포백 보호를, 포그바가 후방에서 빌드업. 브루노가 전방 플레이메이킹이라는 역할 분담을 가져가면서 상대의 압박을 벗어 냈다.

[포그바가 탈압박 벗어 냅니다! 지금 맨유가 앞서 나가는 이유는 하납니다. 중원 싸움을 이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 다시 한번 브루노에게 공 전달됩니다. 빠르게 올라가면서 이번엔 래시포드 쪽으로 로빙 크로스!]

래시포드의 머리에 맞은 공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으나, 맨유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대를 공략해 나갔다.

[필포덴이 공 잡고 뒤에 있는 진에게 연결합니다. 진이 공 잡자마자, 수비 3명이 전담마크. 아! 아무리 진이라고 해도 이 위치에서 이 압박은 벗어나기 쉽지 않죠.]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전력상으론 맨유는 언더독이 맞았으나 이들의 투지는 상대를 서서히 압도하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 대한 솔샤르 감독의 의중이 보입니다. 이번 경기!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죠, 다시 한번 기회 잡습니다! 중원에서 포그바가 더브라위너 제치면서, 아 좋습니다! 앞으로 연결!]

오늘 경기 최고의 컨디션인 포그바가 브루노에게 연결하고 맨유는 기어코 또 한 번 득점을 만들어 냈다.

0:2.

맨시티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10경기 9승 1무로 기록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올 시즌은 더더욱.

[사실 지금까지 시티의 페이스가 너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는 팀은 없어요. 아무리 강팀이라도 지기 마련이고, 주전 선수가 부상당하면 삐거덕거리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이런 패배가 팀을 성장시키고, 선수들을 더욱 뭉치게 만들 것이다.

오늘 경기에 패배해도 맨시티는 여전히 1위이고, 하디가 돌아오고 더브라위너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다시 한번 고공 행진할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 나도. 그런데······.”

경기를 보고 있는 펩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자신감 넘쳤다. 이미 2점이나 뒤지고 있었으나 펩은 이상하리만큼 이번 경기에서 질 것 같지 않았다.

“왜 뭔가 할 것만 같냔 말이다. 저놈이······.”

그리고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지금은 즐겨 둬. 곧 뒤바뀔 테니.”

전반 29분.

2번째 골을 넣고 아예 맨시티 서포터 앞에서 춤을 추며 기뻐하는 포그바를 보며 쏘아붙이는 상욱.

“이미 2골이나 먹혔는데? 아아- 한 3골 더 먹히면 정신 차리려나?”

“이봐, 폴.”

반쯤 농락하는 포그바를 본 상욱은 기가 차다는 듯 웃으며 곧 사라졌다.

“잠깐만 기다려.”

동시에 상욱은 팀의 로컬보이이자 당대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필포든에게 다가갔다.

“필, 넌 나랑 자릴 바꿀 거야. 한 번에 라인을 깨면서 들어가, 공을 줄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어? 내, 내가 할 수 있을까?”

1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나 포든은 이를 갈며 고압적인 태도로 다가오는 상욱을 보며 무서워 뒷걸음질 쳤다.

190cm 육박하는 키에 덩치 큰 팀 에이스가 무서운 얼굴을 하니 170cm 초반의 포든은 무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 필.”

어느새 밝아진 표정의 상욱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발만 대고 있어. 바로 골 넣을 수 있게 해 줄게.”

< 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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