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오일머니
-메시, 펠레에 대적하는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나오다니, 진짜 미쳤다ㅠㅠ
-브라질 상대로 4골? 그리고 이겼다고? 앞으로 전상욱 보고 A매치 안 나온다는 억까들 다 닥쳐라^^
-전상욱 선수 대표팀 활동 안 한다고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이번 경기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와 전상욱 진짜, 이게 말이 되냐? 지금 페이스면 발롱도르 받는 게 꿈도 아닐 듯?
-발롱은 ㅅㅂㅋㅋㅋ 이미 확정이지 임마
-킹상욱, 또 당신입니까······ GOAT
브라질과의 A매치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전상욱이 잘하는 거야 누구나 아는 사실이긴 했으나, 결코 넘지 못 하리라 생각했던 남미 최강팀을 상대로 한국이, 그것도 단 한 명의 힘으로 5:4로 승리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클럽팀에만 신경 쓰고 국가대표엔 별 관심 없다며 상욱을 비판하던 여론은 단 1경기 만에 바뀌었다.
평소 K리그나 유럽 추국 말고 오로지 국가대표 경기만 보는 축구 문외한들도, 아니 눈만 있으면 전상욱이 얼마나 잘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뛰는지 알 수 있었다.
“환상적인 밤입니다.”
경기가 끝난 뒤 몽롱한 표정으로 인터뷰하는 반니스텔루이 감독.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감독 데뷔전을 끝마친 그는 믹스존을 걸어가는 상욱을 붙잡아 껴안으며 기자들 앞에서 공표했다.
“오늘 경기로 진에 대한 오해가 사라졌길 바랍니다. 그는 누구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언제든 달려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끼는 제자가 혹시 여론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스런 표정의 반니 감독의 진심에 내심 감동한 상욱.
“감독님 말씀대로입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이름값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처럼 늘 잘하겠습니다.”
감동적인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상욱. 팀원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반니가 그에게 다가왔다.
“진! 정말 잘했다! 다음 달에 노르웨이랑 평가전 있는 거 알고 있지? 당연히 참석······.”
“아, 맞다 감독님. 그거요-.”
어느 때보다 명랑한 표정으로 감독을 보면서 웃어 보이는 상욱.
“저 노르웨이전 못 와요.”
“어······ 어!?”
“아니 다음 달에 맨체스터 더비도 있고요. 챔스 경기도 있고, 한국-영국까지 오래 비행하니까 아휴 너무 힘들더라고요.”
방금 감동적인 인터뷰를 하자마자 지금 웃으며 엄청난 말을 해 대는 상욱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반니.
상욱은 다소 지쳤으나, 어느 때 보다 즐거운 모습으로 반니와 어깨동무하며 밖으로 나섰다.
“자자- 가서 맥주나 한잔하시죠! 저야 컨디션 조절 때문에 못 마셔도 첫 경기 치른 회식은 해야죠!”
“지, 진! 야! 진!”
***
[우리는 전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메시-호날두에서 전상욱으로 넘어간 축구 헤게모니.]
[新 축구황제 탄생! 전상욱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를 정복 중!]
네이마르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상욱에게 전세계 언론은 찬양과 함께 상욱의 차기 황제 등극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아시아에서 온 사신, 괴수 등 살벌한 칭호를 받은 그가 영국으로 넘어가 맞붙은 팀은 다음 시즌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지원을 받게 될 전통 강호 뉴캐슬.
[맨시티의 저 말도 안 되는 역습 속도를 보자면- 참 짜증이 날 정돕니다!]
[더브라위너가 하디에게 길게 찔러 주고요. 하디가 재빠르게 돌파합니다! 그대로 진 쪽으로! 진이 라인 깨고 들어갑니다! 그대로 슈우우웃!]
맨시티 선수들 대부분이 A매치에 다녀와 지쳐 있다고 생각했던 뉴캐슬은 강력한 압박과 빠른 속공으로 상대를 압박하고자 했으나, 이는 완벽한 착오였다.
시티 선수들 대부분이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경기력을 유지했고 오히려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붕괴시켰다.
특히 ‘정점’ 전상욱은 오늘 2골을 몰아넣으며,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인지 한번 더 증명했다.
[스코어 3:0! 뉴캐슬이 오늘 경기를 위해서 단단히 준비해 온 건 알겠습니다만, 상대가 안 됩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진은 더더욱요!]
“저 선수가, 진······ 이라고 했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이자 총리이며,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라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뉴캐슬 인수 건으로 영국에 방문했던 그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뉴캐슬 홈구장)에서 전상욱을 목격했다.
“네! 맞습니다, 총리님. 얼마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아시안이 바로 저 선수입니다.”
자신의 심복 야시르와 말을 주고받던 그는 당최 상욱의 플레이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 전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보고 온 야시르가 반드시 사야 호언장담했던 선수였다.
“야시르, 자네가 그토록 갖고 싶다고 했던 이유를 알겠군.”
축구 규칙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빈 살만이었으나 지금 그라운드 위에서 누가 가장 뛰어난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속도, 상대를 압도하다 못해 찍어 누르는 파워, 서커스를 보는 것 같은 묘기에 가까운 개인기.
“자네 말대로 우린 뉴캐슬을 산다. 그리고 이 클럽을 세계 제일로 만들어 낼 거다. 그러기 위해선······.”
이 대목에서 상욱의 프리킥 추가 골이 한 번 더 터지자 이를 대단히 흥미롭게 바라보는 빈 살만.
“너의 말대로 저 선수를 반드시 사야겠구나.”
“총리 각하, 죄송한 말씀이오나 저 선수는 이번 시즌에 바로 영입된 선수입니다. 각하의 힘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음바페나 홀란드 같은 다른 선수를 고려해 보심이······.”
눈치 없이 중얼거리는 구단 이사의 말에 야시르를 포함한 측근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사는 분명 구단을 생각하는 의도로 한 말이었겠으나, 빈살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었다.
“이사, 잘 들으시오.”
그를 저지하려는 측근들에게 손을 들어 진정시킨 뒤, 씨익 웃으며 말하는 빈 살만.
“내가 못사는 선수는 없소. 필요하다면 이 구단을 산 만큼의 돈을 선수에게 줄 의향도 있소.”
조금의 허세도, 조금의 과장도 없이 그저 솔직하게 중얼거리는 빈살만.
“만나고 싶군. 저 친구와 독대할 수 있게 해 주시게.”
***
“안 가요.”
“아우······ 진! 한 번만 만나 줄 수 있잖아요!”
경기가 끝난 뒤, 멘데스 쪽에 정식으로 만남을 요구해 온 빈 살만 관계자.
그의 엄청난 권력과 힘은 당연하고, 왕자만 수백 명 있는 사우디 왕가에서 모략이나 음모로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일인자로 올라온 무서움을 알기에 상욱이 그저 약속 장소에 나가길 바랐다.
“조르제, 아직도 내 성격을 몰라요? 빈 살만인지, 빈 라덴인지 나 만나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훈련장 입구 앞에서 똑같이 기다려서 싸인 받으라고 해요.”
너무나 단칼에 거절하는 상욱의 모습에 다소 당황스러운 멘데스는 형이자 아버지 같은 맘으로 그에게 조언했다.
“진,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이 실력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싫어하는 것도 해야 하고, 원치 않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 법이에요.”
“조르제, 지금부터 똑똑히 전하세요.”
멘데스에게 다가가 읊조리듯 말하는 상욱. 그의 목소리엔 조금의 빈정거림이나 악의가 없었다.
오히려 고객과 에이전트 관계를 떠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조언해 준 것에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 역대 최고의 선수를 만나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만나 줄 거라고 말이죠. 아니면 구단에 바이아웃을 지불하고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하던지요.”
싱긋한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나는 상욱을 보고 자포자기한 듯 웃는 멘데스.
더 이상 어떤 말을 해도 고객의 맘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으하하하하!”
그리고 이를 들은 빈 살만은 어느 때보다 호탕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참고 기다리라고? 이 나를!?”
몇 번이고 되물어보는 빈 살만에 모습에 주위 측근들은 혹시 그가 화가 나진 않았는지 걱정했으나, 전혀. 그는 오히려 미소까지 띠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상욱의 오만하기까지 한 자신감이 맘에 들었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두려워 떨거나 혹은 자신에게 떨어질 콩고물을 줍기 위해 빌빌거리는 것이 전부인데 저 어린 아시안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거대한 믿음과 고고한 자존심, 그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는 모습은 저 소년에게 더욱 맘을 빼앗긴 빈 살만이었다.
“새로운 뉴캐슬의 에이스가 되려면 저 정도 자신감은 기본이지, 암 그래야 하고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그는 더욱 확신했다.
전상욱을 산다. 가격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는 유럽과 남미인들이 지배하는 세계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꿔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
최근 3경기 연속 승리가 없는 맨유의 솔샤르 감독은 진심으로 승리가 필요했으며, 이번 맨체스터 더비를 통해 승리를 발돋움하고자 했다.
작년 시즌 중반 무리뉴 감독의 임시 감독으로 맨유에 부임한 솔샤르 감독은 시즌 막판 5연승을 거머쥐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팀의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또한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 PSG와의 16강전을 승리로 이끌며 유럽 대항전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맨유, 솔샤르 정식 감독으로 선임! 계약 기간은 3년!]
애초 솔샤르를 임시로만 쓰고 후임 감독의 수석코치 정도로 쓸 예정이었던 맨유는 놀라운 성적에 감독 경력 일천한 그를 정식으로 채용했고, 막대한 이적 예산까지 지원받은 솔샤르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불태웠다.
[맨유, 이번 시즌도 맹구인가? 리그 2연패!]
[공격력 부진 맨유, 라이벌 맨시티는 리그 최다 득점!]
이번엔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과는 달리 맨유는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중원의 에이스 포그바의 폼은 지속적으로 떨어졌으며, 올 시즌 야심 차게 영입한 센터백 메과이어는 처참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격에 있었다.
팀의 주포 로멜루 루카쿠를 떠나보낸 자리에 대체로 전상욱을 영입하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급하게 PSG에서 에딘손 카바니를 데려와서 구멍을 메웠다.
카바니는 분명 클래스 높은 선수임이 틀림없으나, 35살의 폼 떨어진 카바니와 현 세계 최고 공격수 전상욱을 비교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Q 맨유는 이번 시즌 진을 영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타격을 크게 입고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십니까?
기자의 말에 다소 자존심 상한 듯한 솔샤르가 다소 강한 투로 중얼거렸다.
A 올여름 진을 노렸던 것은 사실이나 맨유는 선수 하나 영입하지 못한다고 무너지는 팀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래시포드, 카바니, 마샬 등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고, 언제든 출장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후에 믹스존에 있는 기자들 전체를 바라보며 외치는 맨유의 감독.
“우리는 이길 겁니다. 진이든 시티든 우리는 유나이티드입니다. 우린 결코 지지 않습니다.”
< 맨체스터의 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