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02화 (102/114)

102화

vs 브라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짱인데 말이야.”

네이마르의 돌파를 막아 낸 상욱이 그대로 하프 라인을 질주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허세나 자만감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세계에 자신보다 뛰어난 공격수는 없음을 확신했다.

메시의 폼은 올해 초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으며, 호날두는 폼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아예 더 이상 팀에서 핵심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발롱도르 수상자 레반도프스키는 여전히 뛰어나나 작년과 같은 페이스를 보여 주지 못하고, 포스트 메날두라 불리는 음바페와 홀란드는 세계를 선도하긴 아직 부족했다.

전상욱이야말로 메날두 시대를 종결하고 앞으로 10년 이상 축구계를 선도할 유일한 선수라 평가받았다.

“네이마르는······ 아니잖아!”

3년 전 PSG 이적 당시면 몰라도 부상으로 최전성기의 커리어를 잃은 네이마르는 지금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전상욱이 우리 진영에서 빠르게 뛰어 올라갑니다! 프레드와 카세미루 사이로! 와아······ 와!]

[저, 저렇게 빠를 수 있을까요!? 당장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때보다 더 빠른 것 같습니다!]

전성기 베일이나 앙리, 호나우두를 웃도는 미친 스피드에 브라질 선수들이 그저 상욱의 발끝만을 쳐다보며 달린다.

공이 발에 붙어 있는지 드리블하면서 질주하는 상대를 뚫어 내고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는 상욱.

[알베스가 자세 낮추고 달려옵니다! 이건 혼자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이 속도로 따라올 수 있는 선수가 없어요!]

알베스는 전설적인 풀백이지만 37세의 나이로 전상욱의 스피드를 따라갈 순 없었다.

알베스를 가볍게 제치고, 상대 페널티 라인까지 돌파해 들어가는 상욱.

[브라질 수비 달라붙습니다! 이제 저 선수가 어떻게 할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전상욱!]

이번엔 PSG 최우수 수비수라 불리는 마르퀴뇨스가 라인을 만든 뒤 다리를 뻗자, 상욱은 그대로 터치 한 방에 공을 앞으로 보내 놓고, 질주하여 페널티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공 보내는 전상욱! 그리고- 골키퍼 나오는데! 아! 어떻게!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아, 에데르송이 나오면서 팔을 벌리는데요! 넘어지면서 슛! 세상에! 들어갔습니다!]

대표팀을 우습게 보니, 네이마르를 무시하니- 상욱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별다른 말도 필요 없었다.

그는 그저 모든 걸 축구로 증명했다.

[여러분 믿어지십니까!? 브라질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선취골을 기록했습니다!]

[방금 골은 더 볼 것도 없이 올해 푸스카스 상을 수상할 겁니다. 내기해도 좋아요! 전-상-욱! 이 선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대표팀을 제외하고 해외 축구에 크게 관심 없는 일반 관중들과 간만에 제자의 실력을 본 반니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잠시 충격에 빠졌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아니 어떤 축구게임에서도 에디터를 쓰지 않는 이상 저런 식으로는 골을 기록할 순 없을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전상욱! 미쳤다!”

늦게서야 정신 차린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내고 브라질 선수들은 입을 떡 벌리고, 그 장면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저게 아시아인이라고? 카카나 호나우두, 아니 그보다 더 빠른 것 같았는데,”

상욱의 뒤를 따라가기만 하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져 있는 마르퀴뇨스와 실바가 허탈한 표정을 짓자, 주장 알베스가 다가와 이들에게 손을 뻗어 일으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들 정신 차려. 깜빡하다간 저놈에게 다 삼켜질 거야.”

***

전반 29분.

한국은, 아니 상욱은 선제골 이후에도 끝없이 브라질 골문을 공략했다.

이승민이 날카로운 드리블로 제친 다음 상욱에게 공을 연결하면 그는 순식간에 뛰어가 셀레상(*브라질 대표팀 별명)의 숨통을 노렸다.

[네이마르가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크로스- 김재민이 헤더로 막아 냈습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볼의 정확한 위치를 찾은 상욱이 달려가면서 공을 탈취해 상대 진영으로 뛰어 올라간다.

이번에는 미드필더와 수비수 3명이 그를 감싸듯이 다가와 발을 뻗으나, 상욱은 그저 유려하게 상대를 벗겨 내며 앞으로 공을 몰고 달려갔다.

[또 시작입니다! 전상욱! 세계 최고 브라질을 상대로 돌파해 달려갑니다!]

[저, 저! 수비가 제대로 쫓아가지도 못하는 거 보세요! 여러분 지금 전상욱이 상대하는 선수가 아시아팀이 아니에요, 무려 세계 최강 브라질입니다!]

마르퀴뇨스는 상욱의 유니폼을 잡아끌었고, 실바는 그의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때리려고 팔을 뻗었으나, 죄다 실패했다.

당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페널티 라인까지 들어간 상욱은 골라인 근처까지 돌파하며 골을 밀어 넣는다.

[전상욱! 그대로 슈우우웃! 아! 아깝습니다! 에데르송이 쳐 냈습니다!]

[브라질을 상대로 2골 차로 리드할 수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매지션(Magician)이 따로 없는 활약. 관중들을 포함한 브라질 벤치에서마저 상욱의 활약에 눈이 휘둥그레졌을 때, 네이마르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영웅이 되게 놔둘까 보냐!”

오른쪽 터치라인에서 공을 잡은 비니시우스가 반대 방향에서 돌파해 가는 네이마르에게 직선으로 공을 연결했다.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베스트 수비수 김재민이 수비를 위해 뛰어갑니다!]

[이야······ 와아! 네이마르도 정말 예술입니다!]

전상욱의 클래스가 특출난 거지, 한국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양쪽 발을 들며 점프한 네이마르는 공중에서 볼을 터치하며 김재민을 벗겨 냈고, 이내 특유의 삼바 드리블을 이용해 돌파를 시도했다.

[김권영이 발을 뻗어 보는데요······! 낮은 크로스! 위험합니다!]

[아······! 네이마르를 잘 막아야 했었는데요······.]

대한민국의 왼쪽을 거의 파괴하다시피 들어온 네이마르는 이내 뛰어 들어오는 비니시우스에게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전달했고, 그는 넘어지면서 동점 골을 성공시켰다.

[동점 골을 내줄 수는 있어요. 그 대신 경기 흐름을 내줘선 안 됩니다. 브라질 같은 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그렇죠. 아- 카세미루가 한 번 더 네이마르에게!]

한국에 전상욱이 있다면 브라질에 네이마르가 있다.

한국 선수들 머리에 이것이 박혔고 순간 수비수 몇몇이 네이마르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이마르가 중앙으로 오면서 그대로 비니시우스 쪽으로 패스합니다!]

[자! 김권영이 공간 잘 잡았습니다! 이거 뺏어 내야 해요!]

비니시우스가 공 잡았으나 이미 수비 김권영이 바로 달려와 발을 뻗었다.

패스든 드리블이든 뭐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을 받은 비니시우스가 순식간에 발뒤꿈치로 공을 뒤로 보내 김재민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냈다.

[아······! 세상에 비니시우스가 파케타에게 전달합니다! 그대로 슈웃!]

7분 만에 브라질의 동점, 역전 골이 동시에 터졌다.

처음에야 상욱의 미친 활약에 당황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적인 강팀답게 중심을 잡으며 경기를 풀어 갔다.

[우리에겐 전상욱 하나뿐이지만······ 브라질은 전상욱 같은 선수가 최소 3명은 있습니다,]

[방금 플레이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도 잘했어요. 상대가 너무 잘한 겁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윙포워드이며, 현 브라질의 새로운 에이스라 불리는 인물이다.

네이마르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이나 비니시우스는 역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보이는 비니시우스의 활약에 경기 흐름은 순식간에 브라질 쪽으로 넘어갔다.

[오늘 카세미루는 정말, 정말 잘하네요!]

[세계 탑티어 미드필더에게 한 수 제대로 배웁니다. 와- 참 우리 중원이 그대로 삭제되고 있어요.]

1:2.

안 그래도 지고 있는 경기는 쉴 새 없이 밀리고 있었다.

브라질의 공격진에 한국은 전원이 수비해 겨우 실점하지 않으며 막아 내기에 급급했고, 한국의 중원은 넒은 활동 반경과 저돌적인 수비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홀딩 미드필더 카세미루에게 그야말로 삭제당하고 있었다.

“사실 이게 당연하긴 한데······.”

전반 추가 시간을 둔 승민이 한국의 3번째 실점을 본 뒤 중얼거렸다.

분하고 속상하긴 했으나 상대는 세계 최고의 팀이고, 이들을 상대로 1점이라도 따낸 것이 기적이었다.

물론 그 1점도 상욱의 개인 능력 덕분이었지만 말이다.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아니죠?”

“음?”

어느새 다가와 장난스레 묻는 상욱. 승민은 생글거리는 상욱을 보고 씩 웃어 보이곤 앞으로 뛰어나갔다.

“당연히 포기 안 하지. 네가 있는데.”

***

“남은 시간 2분, 이대로 전반이 끝나면 승리는커녕 무승부도 불가능해진다.”

터치라인 근처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하는 반니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국 선수들은 나름 잘해 주고 있었으나 상대가 너무 강했다.

게다가 이들 하나하나가 승리를 위해 거의 목숨 걸고 뛰는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았으나 반니는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진, 믿을 건 너뿐이다!”

브라질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은 전상욱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이승민은 이를 순순히 인정하게 둘 생각이 없었다.

[이승민이 빠르게 돌파합니다! 다닐루 있는데요. 아! 와아! 좋습니다, 이승민!]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윙포워드 중에 가장 폼이 좋은 선수입니다!]

빠른 방향 전환으로 브라질 풀백을 벗겨 낸 뒤 왼쪽 위로 돌진하는 승민.

“원래 한국 에이스는 나라고!”

동시에 그는 페널티 라인 중앙으로 높게 크로스 올렸다.

갑작스런 돌파와 갑작스런 크로스. 브라질 선수는커녕, 한국 선수들마저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티아고 실바를 이를 처리하려고 할 때.

[어······ 어어!? 전상욱! 전상욱이이이이!]

대체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상욱이 수비 압박을 뚫고 나오더니 이내 서전트 점프 후 골문 중앙으로 헤더를 내리꽂았다.

[들어갔습니다! 전상욱! 2:3! 전반 끝나기 직전에 추격 골이 들어갑니다!]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이게 믿어지십니까!? 상대는 브라질이에요!]

브라질을 상대로 이 정도까지 몰아붙이는 아시아 팀이 또 있었던가.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정으로 두려웠다.

“우리 선수들 전원이 진에게 밀리고 있다.”

전반이 끝난 다음 반니스텔루이 감독은 전상욱과 이승민을 투톱으로 세우며 이들에게 공격 전권을 맡겼다.

경기 시작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세웠던 반니이나 후반엔 밸런스를 맞추다 못해 오히려 공격적으로 전술을 바꿨다.

“난 오늘 경기에서 이겨 볼 생각이다.”

이승민의 좋은 컨디션과 전상욱의 비이상적인 플레이에 모든 걸 건 것이다.

“똑똑히 보여 줘라, 진. 지금 세계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말이야!”

< 그래도 안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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