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100화 (100/114)

100화

티에리 앙리

“티티(*앙리 별명)가 거너스가 아니라 맨시티에 있군요.”

맨시티와 아스날과의 후반 경기를 지켜보는 해설자 제이미 캐러거가 감격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발과 한순간에 수비를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라인 브레이커, 묘기에 가까운 개인기.

전성기 시절 앙리를 빼다 박은 플레이에 그의 유일한 단점이었던 공중볼 경합마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은 왜 그가 현 세계 최고라 불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전혀 예상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침투력과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쏘는 슛은 정말······.”

“안 그래요, 티티? 아스날 시절 당신을 보는 것 같아요. 게다가 스피드는 아예 한 수 위인 것 같은데요?”

상욱의 플레이를 보는 해설 캐러거와 리차즈의 극찬에 앙리는 그저 상대 기분에 맞추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뭐······ 플레이 스타일이 겹치긴 하네요.”

티에리 앙리.

아스날 역대 최다 득점자이자 프랑스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2위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유로, 월드컵, 무패우승, 트레블 등 경이적인 커리어를 가졌고, EPL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왕을 차지한, 위대한 공격수 중 한 명이었다.

‘나랑 비슷하다고?’

상욱의 2번째 골을 본 앙리는 머리가 쭈뼛 서고, 그 자리에 서서 경악해 소리 지르려던 것을 간신히 멈췄다.

‘전성기 시절의 나라고 해도······ 진과 비빌 수 있을까?’

EPL 득점왕을 무려 4번이나 차지한 공격수가 20살짜리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주눅 들었다.

상대 수비수 근처에서 서성이던 상욱을 본 하디가 페널티 라인 깊숙이 스루패스를 날리자, 그는 비정상적인 속도로 순식간에 골대 앞까지 침투한다.

[또! 진이 달려갑니다! 저 속도는 반칙이에요! 왜 인간들의 축구에 외계인이 같이 뛰고 있습니까!]

[다비드 루이스와 마갈량이스로는 저 선수를 막을 수가 없어요. 아, 너무너무 빠릅니다!]

아스날의 모든 수비가 상욱을 막기 위해 달려드나, 그는 당최 어디서 찾는지 모를 구멍으로 공을 빼낸 뒤 기어코 슛까지 연결했다.

[정말 아까운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방금 플레이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제 아스날 선수들은 생각할 겁니다. 진은 언제든 혼자 자신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이죠!]

후반 72분.

상욱의 원맨쇼를 눈앞에서 감상한 아스날 선수들이 착각한 것이 있었다.

맨시티 공격은 전상욱만 막으면 된다. 팀의 모든 공격 작업을 맡아서 하는 상욱이 빠지면 시티는 아무것도 못 할 것이고, 오늘 경기는 그를 틀어막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

이것이 이들의 생각이었고 사실 그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앞선 3경기 시티의 득점 90%가 상욱의 발끝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마드리드, 바이언, 바르샤와 같은 유럽 최상위 클래스에 있는 팀들에게 통용되는 말이고 저번 시즌 챔스도 못 나간 아스날이 할 말은 아니었다.

[진이 측면에서 좋은 패스를 찔러 줬습니다. 더브라위너 받아서 그대로 들어가는데요!]

[드리블 좋습니다! 그대로 측면에 빠져 있는 하디 쪽으로 연결!]

애초 상욱이 없어도 맨시티는 아스날에 전력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흐름이 시티 쪽으로 넘어왔을 때 아스날에게 이 상황은 그저 사형 선고에 가까웠다.

[하디는 벌서 몇 시즌 간 펩 밑에서 뛰던 선수 같네요. 스위칭하고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포든이 위로 올라갑니다! 아스날 수비 막으러 가고 싶어도 안 돼요! 막으러 가면 진이 자유롭게 됩니다!]

상욱이 수비수들의 주의를 끌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돌파한 포든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기어코 역전 골을 기록했다.

전상욱만 막고, 점수쟁탈전을 벌이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아르데타의 생각은 철저히 무너졌고, 경기를 압도하기 시작한 맨시티는 사정없이 상대를 밟을 준비를 마쳤다.

[하디 크루거의 킬패스! 그대로 공간 열리고 진에게 전달됩니다!]

아스날 진영 왼쪽 터치 라인 끝에서 공을 받은 상욱이 그대로 위로 빠르게 돌파하기 시작했다.

티어니가 최대한 몸을 낮추며 따라붙었으나 그는 눈 깜짝할 새 볼을 그의 양쪽 다리 사이로 빼냈고, 페널티 라인을 그대로 뛰어 들어갔다.

[축구를 예술로 만듭니다! 공격 숫자가 수비보다 더 많습니다! 하디가 올라오고요!]

상욱은 곧장 슈팅인지 패스인지 구분이 힘든 공을 페널티 라인으로 빠르게 보냈고, 동시에 이를 받은 하디가 자연스럽게 골로 연결했다.

[들어갔습니다아! 하디-크루거!]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패스와 스위칭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진은 스스로의 힘으로 공간을 만들고 스스로 자리를 바꿔 가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줍니다!]

펩은 상욱에게 자신의 전술에 굴하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뛰도록 지시했으나, 지금 그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따르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전상욱이었다.

“저게 바로 감독님이 원하시던 축구 아닙니까?”

이를 본 후안마 리요 수석코치가 감탄하며 펩에게 말한다. 그 역시 30년이 넘는 축구 인생에서 전상욱과 같은 선수는 감히 본 적 없었다.

“아뇨. 난 저런 걸 바란 적이 없습니다.”

“네?”

코치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중얼거리는 펩.

“혼자 공간을 만들고, 혼자 패스하고, 혼자 골까지 만들고, 진은 지금 내 전술을 스스로 변화시키고 있어요. 이건 레오조차 하지 않았던 일인데······.”

4:2.

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팀과 점수쟁탈전을 벌인 것에 아스날 선수들 대부분이 후회하고 있었다.

아스날의 트리오는 시티를 위협할 만큼 강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전상욱은 혼자서 이들을 집어삼킬 만큼 강했다.

2골 1도움을 기록한 전상욱. 이미 역전에 대한 희망 따윈 사라진 아스날은 그저 5분간 남은 시간 어떻게든 추가 실점 없이 경기가 끝나길 바랐으나, 결국 시티에게 마지막 공격권을 내주고 만다.

수비를 위해 잠시 내려와 있던 더브라위너가 공을 탈취하고 천천히 공을 몰던 순간, 왼쪽 터치 라인을 타고 뛰어 들어가는 하디에게 공을 연결했다.

[반대쪽으로 크게 열어 줍니다!]

[더브라위너와 하디가 공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창의성 높은 두 선수가 서로 롤이 겹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서로 위치를 계속 바꾸면서 플레이하니까 오히려 플러스 알파가 됩니다.]

왼쪽 메짤라로 뛰고 있던 하디가 순식간에 상욱이 뛰어 올라가는 페널티 라인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헤더 하기도 곧장 발리슛으로 연결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상욱은 곧장 자신의 장기 중 하나인 바이시클 킥을 위해 공중으로 점프했다.

[바이시클 킥을 시도합니다! 슛까지 연결하기에는 너무 멀어 보이는데요······ 어, 아!?]

[진! 이런 세상에!]

머리가 아래로 다리가 위로 간 페널티 라인 밑에서 상욱이 찬 슛은 순식간에 패스로 변했고, 이는 공격 지원을 위해 뛰어 들어오던 미드필더 로드리의 발에 그대로 걸렸다.

[들어갔습니다! 이보다 더 잘할 순 없을 겁니다!]

[이건 TV쇼가 아닙니다!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저 아시안 역시 배우가 아닙니다! 그런데 저 선수와 이 경기를! 실화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경기 MOM은 상욱의 차지였고, 지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도움왕, 평점 1위 역시 상욱이 독식하고 있었다.

세리에와 EPL은 스타일과 수준 자체가 다르고, 전상욱이 주춤할지도 모른다고 평했던 이들은 전부 입을 다물었고, 인테르 때보다 더 좋은 중원과 파트너를 만나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02-03 티에리 앙리, 07-08 호날두, 12-13 수아레즈를 뛰어넘는 20-21 진!]

[그 어떤 전설도 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

팀 주축 2명을 내다 팔고 EPL 최고 연봉을 받는 젊은 아시안. 사람들은 이미 상욱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

2020년 11월.

2021-21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맨시티-포르투-올림피아코스-마르세유

챔스에 나오는 팀 중에 약팀은 없다곤 하지만 C조가 맨시티 1강으로 평가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포르투, 올림피아, 마르세유 모두 자국의 챔피언이거나 난다 긴다 하는 팀들이나, 현 유럽 최강 스쿼드를 가진 맨시티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고, 시티는 이들을 말 그대로 자근자근 밟으며 챔피언스 리그 역시 순항하고 있었다.

[역사상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3시즌이나 연속해서 탄 선수가 있을까요?]

[없죠. 호날두, 메시. 과거로 지나가면 게르트 뮐러와 에우제비오마저 2시즌 간 득점왕이 전부였습니다.]

프로 데뷔 4년 차.

자신의 첫 발롱도르와 2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던 전상욱의 목표는 뛸 수 있는 모든 무대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것이라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도 안 된다며 혀를 찼으나, 상욱에게는 자신이 있었고, 진지하게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제 목표는 세계 최고가 아닌 역대 최고 중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는 단순 시대의 지배자에서 멈추길 바라지 않았다. 크루이프, 베르캄프, 디스테파노 등의 전설들을 앞서고 펠레, 메시, 마라도나와 같은 영웅들을 제치길 바랐다.

거기다 펠레가 산투스, 메시가 바르셀로나, 마라도나가 나폴리를 거점으로 세계 제일이 되었다면 상욱은 그가 일평생 활동하는 모든 팀에서 전설이 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맨시티 이적 직전 프리시즌에서 상욱의 유흥을 본 외부 셀럽들의 파티 초대를 강경히 끊어 내고 오히려 축구 이외의 인물들을 만나지 않았다.

이러니 어찌 구단과 감독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Rrrrrrr······.

Rrrrrr······.

[넵, 감독님?]

뉴캐슬과의 리그 10R을 앞두고 있을 때, 이젠 한국 대표팀의 감독이 된 반니에게 연락이 왔다.

[어- 진! 잘 지냈냐? 포르투전 결승 골 잘 봤다. 너 때문에 펩 그 인간 하루 종일 웃고 다닐 거 생각하면 별로 기분이 좋진 않은데, 뭐 네가 잘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반니는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번 A매치는 올 수 있지? 간만인데 얼굴 좀 봐야지!]

[네? 어······ 아······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같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곤 지금껏 국가대표팀 차출에 별로 응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 전생에 영국인이었던 그에게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었고, 국대에 목숨을 건 나머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앞으로의 커리어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전상욱, 독감으로 조지아전 결장!]

[인테르, 이번 A매치 진 절대 못 보내!]

지금껏 구단과 말을 맞추거나 부상을 핑계로 A매치에 많이 뛰지 않았던 상욱.

이에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으나 애초 상욱이 이를 신경 쓸 리가 없었고, 동시에 막상 국대에 들어오면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펼치기에 입을 닥치게 만들기도 했다.

[지랄하지 마, 이번엔 무조건 와야지 진!]

[아니, 그러니까- 저 진짜 아프다니까요.]

상욱의 꾀병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말하는 감독.

[브라질이랑 경기할 거야. 그 정도면 감기도 떨어지지 않겠어?]

< 네이마르vs전상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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