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코리안 더비
[맨시티vs아스날 리그 선두 놓고 격돌!]
[전상욱vs이승민, 오늘 12시 코리아 더비 성사!]
[한국 축구 에이스는 누구? 전상욱vs이승민 대결]
맨시티와의 리그 경기를 앞둔 아스날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문 채 대결을 준비했다.
오바메양을 원톱에 이승민, 사카로 이어지는 양쪽 윙포워드 라인은 미친 듯한 스피드와 풀백과의 유기적인 스위칭으로 리그를 삼키는 중이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건져온 공격형 미드필더 외데고르는 날카로운 돌파와 매 순간 보여 주는 창의성은 현역 No.1 공미 하디 크루거와 감히 맞먹을 수준이었다.
“상대가 맨시티라고 뒤로 숨지만은 않는다.”
아스날의 감독이자 펩 과르디올라의 수제자로 유명한 아르테타 감독은 결단코 스승을 뛰어넘을 생각이었다.
리그 정상급으로 불리는 공격진과 수준 높은 미들진에 비해 다비드 루이스-마갈량이스로 대표되는 수비는 중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아르테타가 전상욱을 대비한 수비 전술을 만들어 놓긴 했으나 무조건 상욱에게 몇 대 얻어맞을 것이 확실했다.
“지금 시티의 공격은 모두 진에게 집중돼 있어. 포든이나 하디 등 모두 진에게 공을 몰아 주기 위해 혈안이지.”
상욱이 리그를 폭격 중인 건 사실이지만, 아직 팀원들과 호흡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특히 2시즌 간 인테르에서 투톱을 서던 상욱은 지금 원톱으로 뛰는 상황에 조금 어색해하고 있었다.
물론 특유의 축구 센스와 비상식적인 기량으로 이를 압도하고 있긴 하지만 아르테타는 시티의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맨시티는 펩이 있던 바르샤가 아냐. 당시 바르샤는 메시가 빠져도 비야, 앙리가 있었지.”
펩이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던 시절 가끔씩 메시가 막혀도 즐라탄, 앙리, 에투 등과 같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들이 그를 보좌했다.
그러나 지금 맨시티에 상욱이 빠지면 그를 대체할 선수들의 이름값이낮다는 게 아르테타의 생각이다.
“포든? 마레즈? 좋은 선수들이긴 하지만 득점력이 뛰어나진 못해. 하디 크루거 역시 미드필더지 공격의 방점을 찍을 선수는 못돼.”
경기 시작 직전 라커룸에서 투사들을 결집하는 아르테타.
진이 치명적인 선수이고, 아스날 수비를 여러 번 뒤흔들 선수임은 분명하나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고 그를 어느 정도는 붙들어 놓을 자신이 있었다.
“스코어 승부로 나갈 거고, 이번 경기의 선봉장은 승민, 너야. 자신 있지?”
“어······ 뭐······ 네.”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EPL 5년차 배테랑 이승민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아르테타.
재빠르고 슈팅력 좋은 이승민은 타도 맨시티를 위한 돌격대장 역할을 맡을 것이며, 필요시엔 오바메양과 함께 투톱을 이루며 공격을 지휘하기도 할 것이다.
“넌 대표팀에서 진이랑 몇 번이나 뛰어 봤잖아. 그놈 약점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겠지?”
“······.”
감독의 말에 별다른 말 없이 다소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 승민.
‘약점? 단점? 상욱이한테 그런 게 있었나?’
감독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그는 몇 번이나 상욱의 약점에 대해 생각했다. 한쪽 발이 약해서 방향을 바꿔 수비한다거나 제공권이 약해 최대한 공중에서 볼을 돌린다거나.
수많은 방법이 떠올랐으나, 마땅한 생각은 나지 않았다. 자신 있냐는 감독의 물음에 그는 그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
“살살해라.”
“네?”
경기 시작 직전.
믹스존에서 만난 승민이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상욱에게 다가와 장난을 건다.
“골 좀 적당히 넣으라고 인마, 무서워 죽겠으니까.”
“에이- 왜 그러세요. 요새 아스날 잘하고 있는 거 다 아는데 지난주 북런던 더비에서 3:0 난 거 다 봤어요.”
서로 상대를 높이며 예의를 차리는 두 사람이었으나 승민은 상욱과의 대결이 진정 부담스러웠다.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며 눈앞에서 목격한 상욱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폭격기나 저승사자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그건 토트넘이니까 가능한 거지. 널 적으로 상대하려니······ 한숨부터 나오는구나.”
승민의 걱정과는 달리 아스날의 공격은 매서웠다.
맨시티와 같은 초강팀을 상대로 오히려 라인을 끌어올려서 공격하는 아르테타의 작전은 맨시티를 적중했고, 대등한 것을 넘어 오히려 우위를 점하며 흐름을 주도했다.
[자카가 외데고르 쪽으로 공 보냅니다. 동시에 원패스로 승민이 다시 외데고르에게 전달합니다.]
[외데고르가 앞으로 전달! 야- 전진패스가 정말 예술입니다! 외질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저런 게 클래스거든요!]
현 아스날은 짧은 패스와 스피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 유럽 최고의 유망주 외데고를는 킬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 냈고, 마침내 그 공간 사이로 상대 진영까지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오바메양이 재빠르게 돌파하면서 승민에게 줍니다! 승민 다시 뛰어 들어오는 외데고르에게!]
[아! 공간 비었습니다! 외데고르 그렇죠! 골대 정면!]
이승민이 상대 수비진을 부수며 들어가자 중앙에 공간이 만들어졌고, 펩이 강조하던 ‘자유로운 한 명’ 자리에 외데고르가 들어와 골을 만들어 냈다.
[아스날의 그림 같은 골입니다! 맨시티보다 더욱 맨시티 같은 플레이를 아스날이 보여 줍니다!]
[외데고르는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는 선수입니다!]
“뭐 하냐?”
“뭐?”
실점 후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디에게 짜증부리는 상욱.
“너랑 외데가르드 말이야. 포지션도 같아,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임마!”
“나이는 니가 5살이나 더 많은데 왜 이렇게 못하냐고.”
외데고르는 평소에도 하디를 롤모델로 두고, 그의 플레이를 보고 연구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실제 가르침은 받은 적 없어도 그의 제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스승이 아무것도 못 하고 찔찔거리기만 하냐?”
“······시끄러워.”
전반 20분이 넘어갈 동안 아무런 활약도 못 한 하디를 보며 이죽거리며 놀리는 상욱.
“라리가에서도 실패했는데 여기서도 망하면~ 다시 psv 가야 하는 거 아니냐? 킥킥! 아니면 독일로 갈래?”
안 그래도 아스날 공격에 막히는 자신의 모습에 짜증 났던 하디가 신경질적으로 외치며 짜증 냈다.
“닥쳐! 씨발, 페널티 라인에서 기다리기나 해. 패스 넣어 줄 테니까 골 못 넣으면 뒤질 줄 알아!”
“내가 언제 네 패스 못 넣는 거 본 적있냐?”
이를 악문 하디가 맨시티 진영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상욱에게 앞으로 뛰어가라는 손가락질을 한 뒤, 그대로 강하게 상대 라인으로 크로스 올린다.
[하디가 길게 크로스- 와아! 순식간에 상대 진영까지 날아갑니다!]
[진! 빠르게 올라갑니다! 쉬지 않습니다!]
크로스는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더니, 상대 페널티 라인 앞으로 뚝 떨어졌다. 다비드 루이스와 마갈량이스가 공중볼 처리를 위해 점프하나, 살짝 옆으로 떨어졌고, 동시에 상욱이 원터치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한 번의 패스! 한 번의 슈팅! 역시 하디-진입니다!]
[아스날처럼 그림 같은 전개로 넣은 골도, 그냥 터치 한 번에 넣은 골도 똑같은 1점이에요! 축구에는 예술 점수가 없습니다!]
상대는 물론 본인 팀 선수들마저 놀랄 만한 어시스트를 기록한 하디가 씩 웃으며 진에게 다가갔다.
“어떠냐? 이제 이 천재 실력을 믿겠냐?”
“지랄하네. 개똥 같은 패스 찰떡같이 넣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쉴 새 없이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까대는 두 사람이나 그들의 호흡은 10년 이상 호흡 맞춘 파트너 이상이었다.
맨시티가 다시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들었을 때, 아스날의 삼각편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승민이 왼쪽 터치라인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오늘 아스날은 대단히 호전적이네요!]
[스톤스 막으러 가는데요, 승민 그렇죠! 빠르게 뛰어올라갑니다! 그대로 오바메양에게 크로스!]
이승민이 길게 올려 준 크로스를 오바메양이 공중볼을 따내면서 떨궈 준 공을 그대로 사카가 달려와 슈팅한다.
[사카 그대로 슛! 간신히 막아 냅니다! 이번에도 아스날의 기가 막힌 패스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저게 조직력입니다! 이미 2시즌 넘게 호흡을 맞춰 온 선수들이에요! 맨시티와 팀워크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이승민-오바메양-사카로 이어지는 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빠른 트리오는 어떻게든 상대 수비의 빈틈을 뚫기 위해 애썼고, 전반이 끝나기 직전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
[외데고르가 스루패스를 해 줍니다. 스톤스 놓쳤어요! 공 오바메양 쪽으로 떨어지는데요!]
오바메양은 떨어지는 공을 정확히 위쪽 등으로 받아 낸 뒤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하프발리로 왼쪽 골대 하단으로 차 넣는다.
[오바메양! 스코어 다시 벌어집니다! 2:1 아스날이 앞서 나갑니다!]
[아르테타 감독이 아주, 아주 준비를 잘해 왔습니다!]
***
“여유를 가져.”
1:2로 끝난 전반.
펩은 라커룸으로 들어와 선수들을 질책했다.
“쟤네가 압박할 때 패스를 해! 그러면 공간이 생기잖아! 그러다 쟤들이 압박을 안 하면 공을 돌리고, 돌리고 소유만 해!”
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공을 돌려라, 여유를 가져라- 말을 뱉어 대는 펩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선수들.
“너희들, 저놈들이 이기고 있다고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하냐?”
“네? 그게 무슨······.”
“다급한 건 우리 아닌가요?”
감독의 괴상한 질문에 선수들이 의아해하자 그는 슬쩍 미소 지으며 말을 잇는다.
“아스날은 우릴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미쳐 있다. 이기고 있어도 성급한 건 쟤네지, 우리가 아냐.”
중원에서 공을 돌린 뒤 공간이 나면 전방으로 공을 보내라는 펩.
“전방에 진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보내. 진은 어떻게든 해 줄 녀석이니까. 안 그래, 진?”
감독의 강한 신뢰와 동시에 선수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상욱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가볍게 동의했다.
그리고 맨시티 선수들 대부분이 전반과는 조금 다른 마인드로 경기장에 나섰다.
“형, 안 되겠어요.”
“응?”
후반전 시작 직전, 상욱은 승민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 경기 이겨야겠습니다. 동점에 역전 골까지 넣을 거고, 더 이상 실점은 없을 거예요.”
웃고 있으나 상욱의 얼굴에 느껴진 살기에 소름이 끼친 승민. 상욱은 이를 별 신경 쓰지 않고 동료들에게 다가간다.
“월터, 리야드.”
전반 내내 별 활약 없던 양쪽 윙포워드 필 포든과 마레즈에게 다가가는 상욱. 이들은 아스날의 육탄 수비와 빠른 스위칭에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쉽지 않다는 거 알아. 어떻게든 공만 위로 보내 줘.”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플레이를 요구한 상욱과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태우는 두 윙포워드.
“오늘은 혼자 해결해야겠군.”
왼쪽 터치 라인에서 공을 잡은 포든이 위로 올라오며 상욱에게 공을 연결하자, 그는 재빨리 뛰어 들어가 상대 수비진을 공략했다.
[진이 달려갑니다! 아니 별다른 걸 하지도 않는데 수비가 무서워하네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겁니다!]
[진! 슈팅! 하려다······ 잠깐 접습니다! 이번에는 슛!아! 또 하려다 접습니다! 수비수들이 정신을 못 차립니다!]
2번의 슈팅 페이크를 하며 상대 센터백을 동시에 넘어뜨린 상욱.
그는 순식간에 골키퍼와 1:1 상황을 만들었고, 유유히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동점입니다!]
[아스날 공격 전체가! 아스날의 저 다이나믹 트리오를 진 혼자 힘으로 상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도 아마 진이 앞서 나갈 것 같습니다!]
< 티에리 앙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