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98화 (98/114)

98화

제 2의 히딩크

[진 4골! 맨시티, 개막전에서 밀월 상대로 4:0!]

[진 포트트릭, 맨시티 개막전 4골 차 대승!]

[역시 황제, 진 맨시티 상대로 4골!]

[황제에겐 리그 적응 따윈 없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정복하고 돌아온 아시안 황제가 이제 잉글랜드마저 접수하러 나타났다!

이튿날 잉글랜드 스포츠 신문 메인은 상욱으로 도배됐다.

자국 선수도 아닌 감히 아시안 선수가 리그 최고 연봉자가 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상욱이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어떻게 물어뜯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기자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보란 듯 상욱의 찬양 기사를 써냈다.

이는 상욱의 활약이 부진이나 폄하 따윈 할 수 없는 대단한 활약을 보였음과 동시에 밀월과의 경기를 본 기자들이 상욱을 완전히 인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응도 그냥 한 게 아니라 아주 제대로 했구만.”

경기가 끝난 뒤 상욱을 보며 중얼거리는 펩.

오늘 경기에서 밀월이 패배하는 건 당연하고, 이기고 골을 넣더라도 만족스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그를 질책할 생각이었으나, 경기가 끝난 후 그 누구보다 먼저 상욱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안는다.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같구나.”

“이 정도면 조금은 증명됐을까요?”

씩 웃어 보이는 상욱의 모습에 잔뜩 흥분한 감독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장난스레 웃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 다음 경기에서 3골 더 넣어라. 그래야 네가 최고란걸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거야말로 쉬운 일이죠.”

단 1경기 만에 팀의 최고 에이스이자 감독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수가 된 상욱.

맨시티는 다음, 다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질주했다.

2R 본머스 전.

[더브라위너가 코너킥 길게 올려 줍니다. 하디가 헤더로 받은 공 그대로 진에게! 그대로 발리 슈웃!]

[들어갔습니다! 오늘 경기 3번째 골! 2경기 연속 해트트릭 기록하는 진!]

3R 브라이튼 전.

[진, 돌파합니다! 분명 2명, 3명을 뚫어 내면서 드리블하는데, 브라이튼 어떤 선수도 저 아시안을 막지 못합니다! 달려오는 수비수는 이미 지쳤구요!]

[달려들어 오는 제주스에게 깔아 주는 패스- 득점까지 연결합니다! 가브리엘 제주스의 오늘 경기 2번째 골! 동시에 진의 오늘 경기 3번째 도움입니다!]

3경기 동안 3승, 13골 2실점을 기록한 맨시티는 리그 1위로 올라섰고 동시에 상욱은 3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마쳤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브라이튼전이 종료되고 한 펩의 인터뷰에 사람들은 그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그는 더할 나위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발롱도르 역시 확정적인 상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욱의 나이는 고작 20살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직 날개를 펴지도 않았다.

“전성기를 맞은 이승민과 오바메양을 주축으로 한 아스날은 시티와 마찬가지로 리그에서 패배가 한 번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즌 맨시티의 첫 번째 시험대를 아스날전으로 보고 있는데 감독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펩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평소와 달리 조금 오만한 멘트를 날렸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펩의 말에 인정하는 듯 보였다.

“현재 아스날이 대단히 순항 중임을 맞습니다만 우리의 목표는 리그 어떤 팀과 대결해도 패배하지 않는 것입니다.”

***

맨시티와 아스날.

개막 후 가장 폼이 좋은 2팀이 맞대결을 앞두고 있을 무렵,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대비할 대표팀 감독으로 前 psv 감독 출신 뤼트 반니스텔루이를 선임했다.

2018-19시즌 전상욱이 나간 psv를 잘 규합시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반니는 다음시즌 스페인 라리가의 에스파뇰 감독으로 부임했다.

에스파뇰 팬들과 본인 모두 기대한 채로 시즌이 시작되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최악.

선 굵고 하디 크루거와 같은 에이스의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반니의 전술은 짧은 패스와 유기적인 조직력을 중심으로 하는 에스파뇰과 맞지 않았고, 그는 지난 시즌 8위를 기록한 에스파뇰은 반니와 함께 전반기 19위를 기록했다.

[에스파뇰 역대 최악의 감독!]

최악의 감독이라는 오명을 쓰고 쫓겨난 반니.

썩어도 준치라고 에레디비시 몇 개 클럽이 그에게 접근하긴 했으나, 반니는 더 이상 네덜란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선수 때 이상으로 야망 넘쳤던 그는 쓰고 있던 오명과 단기간에 명성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을 원했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자 감독선임위원회장을 맡고 있던 김치곤의 레이더에 걸렸다.

“우린 제2의 히딩크를 찾고 있습니다.”

치곤의 야망은 대단했다. 02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치곤은 한국이 2002년의 기적을 다시 한번 재연하고자 했다

이들에게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선수를 보유 중이고, 상욱을 지도해 봤고 상대해 본 반니스텔루이를 22년 월드컵을 준비할 대표팀 감독으로 낙점한 것이다.

“연봉은 에스파뇰에서 받으시던 만큼은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코치진 역시 마찬가지고요.”

치곤이 처음 감독 자리를 제안했을 때 반니는 이를 승낙할 생각이 없었다.

박지성, 이승민, 전상욱까지. 한국 선수와 연도 있고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으나, 당장 스페인 1부리그 감독까지 한 그가 저 먼 아시아 변방으로 갈 이유는 없었다.

“감사한 말이나 저는 스페인에 있을 생각입니다.”

지난 몇 달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치곤에게 매정하게 대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한국이 좋은 팀이라는 립서비스와 함께 다른 감독을 추천하는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다.

“감독님께서는 야망이 부족하신 것 같습니다.”

치곤의 말에 그는 진정으로 당황했고, 짜증마저 솟구쳤다.

“치곤,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카타르 월드컵까지 2년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감독님이 그 기간 안에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럽 4대 리그 감독직은 당장 물 건너갔고,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가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빅리그 메가 클럽을 맡는다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웃기는 소리를 하시는군. 그럼 한국 감독을 맡기만 하면 내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단 말이오?”

“그럼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는 반니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치는 치곤.

“우린 감독님을 오랫동안 봐 왔습니다. 2년 전 인테르를 상대로 보여 준 대전상욱 수비 전술과 하디 크루거를 중심으로 한 빠르고 선 굵은 축구는 현재 한국 축구에 완벽히 이식할 수 있을 겁니다.”

냉정하게 말하고 있긴 했으나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치곤의 속은 어느 때보다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게다가 우린 하디 크루거보다 몇 배는 위대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감독님이 가장 잘 아시잖습니까.”

“진을······ 말하는군.”

치곤의 대답에 어느 정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반니.

“예, 맞습니다. 그리고 한국엔 전상욱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아스날의 이승민, 아약스에 김재민. 특히 이승민-전상욱이 버티는 공격진은 당신이 생각하는 축구를 모두 이뤄 줄 겁니다.”

“······목표가 뭐요?”

“네?”

“3년 뒤, 월드컵에서 한국의 목표 말입니다.”

반니의 물음에 치곤은 이를 기다려 왔다는 듯 밝게 웃으며 외쳤다.

“우승입니다.”

“와하하! 한국인은 지성이나 승민 같은 겸손한 이들만 보다가 진이나 당신 같은 사람을 보니, 정말- 한국인은 재밌는 사람들이군요.”

반니는 치곤의 말에 더욱 흥미를 가진 듯 더욱 몸을 앞으로 당기며 집중했다.

“우리는 제2의 히딩크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20년 전에 히딩크는 기적을 만들었지만 뤼트, 당신에게 기적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당신의 지도하에 한국은 세계적인 강팀으로 올라설 것이고, 우릴 지휘하는 당신은 그저 우연이나 기적이 아니라 능력 그대로 평가받게 될 겁니다.”

치곤 아니 한국은 월드컵에서 20년 전 기적 이상의 성적을 바랐다.

아스날 에이스 이승민과 황찬희, 김재민 등 주축 선수들은 반니의 전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따를 것이며, 전상욱은 그의 전술을 극대화시키고,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뤼트. 우린 확신하고 있어요. 당신이라면 아니 당신과 전상욱이 함께하면······ 난 감히 월드컵에서 우승도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아 팀으로 월드컵 우승은 멀리 보자면 퍼거슨, 미헬스를 뛰어넘고 무리뉴, 펩마저 압도할 만한 성과였다.

“2가지만 약속해 주시오.”

“뭐든 말씀하십시오.”

끝없는 치곤의 제안에 복잡해진 반니가 약 1시간 동안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국가대표팀은 한국의 어떤 대표팀보다 위에 있습니다. 올림픽 대표나 청소년 대표와 선수 선발에 대한 조율 따윈 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 있든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되어야 합니다. 인정합니까?”

반니의 말에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치곤. 이에 감독은 마지막 제안은 내놓는다.

“또 협회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그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코치단에서 정한 유럽/남미에 있는 강팀과의 적극적인 친선경기를 원합니다.”

이번에도 치곤이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조건이 받아들여졌고, 더 이상 거절할 말도 없었던 그는 치곤에게 악수를 청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해봅시다, 치곤. 거, 한국- 한번 가 봅시다.”

***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네덜란드 출신 반니스텔루이 감독 선임!]

[한국 신임 사령탑 맨유 출신 반니스텔루이!]

[박지성-이승민 동료, 전상욱 스승 반니스텔루이 한국 정식감독으로 취임!]

에레디비시 우승 출신의 반니스텔루이 감독의 한국 대표팀 선임은 한국 축구 팬들에겐 큰 이슈로 다가왔으나,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그저 히딩크와 같은 나라의 외국인 감독이 선임됐다는 것뿐이었다.

2018 월드컵 8강-2019 아시안컵 우승으로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떠오른 한국 대표팀. 일각에서는 현 한국의 전력은 아시아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말도 있었다.

[감독님! 왜 지금까지 말씀 안 하셨어요!]

옛 스승이자 좋은 친구인 반니의 대표팀 선임에 놀랍고 기뻤던 상욱이 곧장 전화를 걸어 반가움에 외쳤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나도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건 아냐. 하여튼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다, 진.]

[아니 폐예노르트에서 제안이 왔다면서요? 한국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신 거예요?]

제자의 말에 싱긋 미소 지으며 짧게 자신의 목표를 천명하는 반니.

[우승이지.]

[네?]

[우승이야. 한국의 월드컵 우승.]

< 코리안 더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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