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Manchester is blue
-와, 지금 맨시티에 원톱 전상욱? 이거 맨시티한테 챔스 우승컵 주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뭔 스털링 이적에 마레즈 부진해서 양쪽 윙포 박살 상태인데 ㅋㅋㅋ 리그 우승도 힘듬 ㅋㅋ
-제발 한국인이면 맨시티 응원해라 ㅠㅠ
-갑자기 전상욱 왜 떠남? 이거 호날두랑 경쟁할 거 무서워서 영국으로 도망가는 거 아님?”
-정보) 호날두는 지난 2시즌 간 세리에A에서 그 어떤 개인수상이나 우승을 하지 못했다.
전상욱의 이적은 국내를 넘어 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사 중 하나였다.
50만 유로. 한화 6억 5천만 원.
EPL 역대 최고 연봉을 갱신하고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전상욱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리그를 평정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영입 소식에 팬들은 초흥분 상태였으며, 맨시티 공식 SNS에 상욱의 영입을 확정하는 트윗이 올라왔을 때, 전 세계가 뒤집혔다.
[Great Asian No.9]
Jin
맨시티의 전상욱 영입소식에 팬들과 언론은 물론 EPL 내 여러 전설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앙리 “맨시티는 PL 역대 최고의 팀이 될 준비를 마쳤다.”]
[제라드 “진의 영입은 월드클래스 선수 3명을 사는 것과 같다.”]
대다수의 의견이 세계 최고 공격수를 영입한 맨시티에게 축하를 보내며 시티의 새로운 도약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선택에 박수를 보냈으나, 몇몇은 전상욱을 영입하면서 쓴 돈과 보낸 선수들로 인한 스쿼드 뎁스 약화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어러 “패닉 바이의 진수, 실패하면 클럽의 미래를 잃어버릴 것.”]
[긱스 “스털링, 귄도안을 팔 정도로 비싼 선수인가?”]
홈그로운이자 자국리그 선수이며, EPL 탑크랙인 스털링과 활용도 높은 리그 최상위권 미드필더 귄도안을 내준 데다 6,000만 유로(*한화 800억)까지 얹어서 사 온 맨시티의 행보는 그야말로 도박에 가까웠고, 최고 수준의 명장이라 불리는 펩의 선택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다.
전상욱 영입 공식 발표 인터뷰에서 이번 이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펩 과르디올라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진 건 어찌 보면 당연했고, 펩은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에 완벽히 답했다.
Q 아게로의 대체자로 진을 영입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하는가?
A 진은 아게로의 대체자가 아니다. 남은 공격진 전부를 대체할 만한 영입이다, 대단히 만족한다.
Q 진의 영입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데뷔 3년 차 선수가 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A 데뷔 3년 차 선수로 보지 말고, 3년간 그의 활약상을 봐 달라. 소속된 모든 리그에서 MVP를 받았고, 월드컵 골든볼까지 받은 선수는 없었다.
Q 지난 시즌 주축 스털링과 귄도안을 내줘도 아깝지 않은 선수란 말인가?
A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그들은 매우 프로패셔널하고 좋은 선수들이지만 진은 규격 외 선수다. 전혀 아까운 영입이 아니다.
Q 진의 영입 외에도 AT 마드리드 미드필더 하디 크루거의 영입설이 있는데 사실인가?
A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나 아직 공식적인 제안이 오간 것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우리는 진 이외에 더 많은 재능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펩은 주축 선수들을 보내면서 데려온 전상욱 영입에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으며, 지난 시즌 다른 빅6 클럽에 비해 부족했던 공격진을 단숨에 환골탈태(換骨奪胎)할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이에 대한 부담감은 상욱의 몫이었고, 그는 이 부담감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
리그 최고연봉자답게 맨시티는 전상욱에 대한 모든 것을 최고로 대접했다.
가령 입단식에 구단주인 만수르를 포함한 구단 수뇌부 전체가 참석했으며, 5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발 디딜 곳 없이 팬들로 가득했다.
“넌 최고의 선택을 한 거다, 진.”
이젠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 펩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다가왔다.
선수로서는 몰라도 감독으로서 펩은 천재였다. 그의 성격에는 호불호가 갈렸으나. 능력, 특히 전략적 측면이나 선수 보는 눈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그는 상욱의 성공에 대한 그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의심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욱은 신화 속 아킬레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도 있는 약점 하나 없는 완벽한 선수였다.
“난 너를 지도하지 않는다. 그라운드 안에서 넌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을 뜻하는 건지 알고 있지?”
펩은 상욱에게 완벽한 자유를 약속했다. 바르샤 시절 메시에게 했던 것보다 더 자유로운 프리롤을 역할로 준 그는 상욱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길 원했다.
“그럼요, 감독님. 어떤 선수인지 증명해 보일게요.”
옅은 웃음과 함께 상욱이 에티하드 스타디움 중앙으로 나섰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시아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역사를 새로 쓸 왕이 나타났습니다!”
해설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상욱이 9번 유니폼을 입은 상욱이 팬들에게 첫인사와 함께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비싸게 온 것 알고, 비싼 돈 받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상욱의 발언과 동시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장내. 세계 최고의 공격수을 삼과 동시에 너무 비싼 선수. 팬들 역시 상욱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입단식에서 선언하는 상욱의 모습에 다소 놀란 듯했다.
“제가 다시 이곳을 떠나는 날, 지금 이 가격이 얼마나 싼 가격이었는지 증명하겠습니다. 반드시 여러분께 빅이어를 선물하겠습니다!”
상욱의 외침과 함께 곧 드넓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광란으로 변했다.
“와아아아아!”
“진! 챔스 우승시켜 줘!”
“사랑해, 씨이이이벌! 진! 여기 봐 줘!”
팬들의 엄청난 환호와 함께 그라운드를 문득 바라보는 상욱. 이미 그는 이곳에서 승리할 준비를 마쳤다.
***
2020-21시즌을 앞둔 맨체스터 시티는 공수 양면으로 훌륭히 보강을 마쳤다.
공격엔 세계 최고 공격수 전상욱과 어린 공격수 파블로 모레노를 영입했고, 수비엔 네이선 아케와 현 수비 최고 유망주라 불리는 후벵 디아스를 영입하며, 진정으로 리그에 이어 챔피언스 리그까지 제패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다비드 실바와 귄도안이 빠진 중원엔 보강이 필요했고, 스털링과 같은 번뜩이는 드리블을 보여 줄 선수 영입이 시급했다.
[(오피셜) 하디 크루거 맨시티 이적, 계약 기간 3년!]
[맨시티, 독일 미드필더 하디 크루거 영입!]
[천재 하디 크루거, 650억에 맨시티로 이적!]
이에 시티는 지난 시즌 AT 마드리드로 이적해 1시즌 내내 헤매고 있는 하디 크루거를 영입했고, 그는 창의성 넘치는 플레이와 측면에서의 공격성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물론 팀의 새 에이스가 될 전상욱과의 케미를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천재가 그리웠나?”
여전히 오만한 모습으로 상욱의 영국 집에 나타난 하디. 그는 지난 1년간 스페인에서 온갖 고생을 겪고 맨시티로 이적했다.
상욱이 떠난 반니스텔루이의 psv에서 에레디비시 MVP까지 받으며 최고의 활약을 보인 하디는 스페인의 3강으로 불리는 AT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오밀조밀한 패스에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이는 라리가는 하디가 적응하기 좋을 것 같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수비적이고, 필드 위 모든 선수들이 촘촘히 간격 유지에 투입되어야 하는 시메오네식 축구는 자율성과 라인을 올린 상태에서 발휘되는 하디와 맞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팀 컬러에 맞지 않아 힘들어했고, 급기야 특유의 오만함 때문에 동료들과 다툼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유럽 최고팀 중 하나이며, 옛 동료가 있는 맨시티의 오퍼에 도망치듯 영국으로 온 것이다.
“어!? 스페인에서 망하고 잉글랜드로 도망 온 패배자다.”
“뭐, 뭐!? 이 미친 새끼가 진짜!”
하디를 보자마자 낄낄거리며 놀리는 상욱. 이에 하디가 발끈하며 다가오나 와도 할 말은 없었다. 망한 건 팩트니까.
게다가 이 오만한 독일인은 자신이 남들을 까는 것만큼 남이 자신을 깠을 때 화낼 정도로 속 좁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상욱에게만은 그렇단 얘기다.
“하디, 내가 그랬지? 넌 나 없이 안 된다고 말이야.”
“까불지 마, 진. 나 에레디비시 MVP 출신이야.”
“난 시즌 반만 뛰고 MVP 받았는데? 리그 MVP쯤이야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
살벌한 대화와 함께 으르렁거리면서도 익숙한 듯 저녁 식사와 함께 맥주를 준비하는 두 사람. 비난과 욕설이 이들만의 친근함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너랑 술을 다 먹다니, 아기 땐 옆에서 소시지나 주워 먹던 놈이 말이야.”
“아기는 무슨, 넌 그때도 축구 못해서 내가 다 떠먹여 줬던 거 알지?”
“아 진짜 지랄하지 마라. 챔스 16강에서 도르트문트전 나 아니었으면 못 이겼어!”
저녁 식사 내내 맥주와 음식을 먹으며 쌓인 회포를 풀던 두 사람. 어느덧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문득 하디가 중얼거리듯 말한다.
“야 진.”
“뭐, 독일 놈아.”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대답하는 하디.
“고맙다.”
“뭐가?”
“나 맨시티에 추천한 거 너라는 얘기 들었어. 너 아니었으면 다시 독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고맙다.”
살짝 부끄러워하는 하디의 모습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는 상욱.
“미친놈인가? 내가 너 잘되라고 영입하라고 한 줄 알아?”
“어······ 엉?”
“PSV 때처럼 경기장에서 나한테만 패스할 놈 필요해서 영입해 달라고 한 거야! 그러니까 옆에서 크로스나 똑바로 올려. psv 때처럼 븅신아!”
상욱의 욕설에 하디는 낄낄 웃으며 남은 맥주를 들이켜며 외쳤다. 자신보다 더욱 오만하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한 상욱이 갈수록 맘에 든 모양이다.
“크하하하! 미친 자식! 그래 알겠다! 나만 믿으라고! 득점왕이든 골든부츠든 다 만들어 줄 테니까!”
***
이적시장 막바지까지 협상 후 이적한 상욱과 하디는 팀에 적응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나 아직 원래 팀원들 간의 호흡이나 리그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고, 팀 훈련을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과 팬들은 맨시티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표했고, 시즌 초반 부진을 예상했으나, 실제 팀 내부에서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조금의 공간도 내주지 마! 진은 작은 공간도 혼자 찢으면서 나오잖아!”
리그 첫 경기를 앞둔 마지막 팀 훈련 연습경기를 펼치는 중 펩이 상욱을 상대하는 수비들에게 호통쳤다.
후벵 디아스, 존 스톤스 등 리그 탑 수비들이 2:1 대인 마크하며 상욱을 수비하나, 그는 별다른 기술도 없이 그저 속도와 방향 전환만으로 상대를 멍청이로 만들었다.
사실 고작 20살의 나이에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된 것에 불만을 가진 선수들도 있었으나,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이 프로라고 훈련 몇 번에 상욱은 이미 팀 동료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
“리그 개막까지 딱 3일 남았다.”
맨시티로서의 첫 경기.
상대는 상욱의, 아니 그의 전생 다니엘 잭슨 때의 팀.
밀월 FC였다.
< 밀월과 함께 춤을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