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94화 (94/114)

94화

전상욱 이적사가 (3)

“루카쿠를 포함한 1억 유로(*한화 1,300억 원). 여기서 수당이 별도로 더 들어갑니다. 마지막 제안이고, 만약 거절한다면 맨유는 이 시간부로 진 영입전에서 손 떼겠소.”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며 중얼거리는 맨유 단장 우드워드. 지난 2달간 마로타 단장에게 거절당하면서 온갖 수모를 다겪은 그는 솔직히 지쳐 있었다.

꾀 많은 늙은 여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로타는 그 별명에 맞게 여러 팀들과 협상을 통해 전상욱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며 몸값을 올렸다.

현재 루카쿠의 시장가치를 더하면 2,000억 원이 넘는 액수이며, 주급 역시 더브라위너를 넘는 EPL 최고 주급을 지출하는 초대형 거래를 준비하는 동안.

마로타에게 수없이 많은 요청 사항과 거절을 당했고, 이번마저 인테르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과감히 영입을 철회할 생각이었다.

“거절하면 우린 바로 다음 타깃을······.”

“좋소.”

선수를 더 끼워 주거나 몸값을 올리거나 우드워드는 상대가 또 무슨 딴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잠깐 생각에 빠진 마로타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진, 진심입니까? 지금 당신의 말이 구단 이사회 전체의 의견이라고 생각해도 됩니까!?”

“네. 이미 이사회에서 정한 이적료를 넘었으니 나머진 단장인 내가 판단합니다. 이 정도 액수면 세부사항을 진행해도 되겠소.”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단번에 씻겨 나가는 우드워드. 그는 전상욱 영입에 진심이었다.

상욱이야말로 반페르시 이후 부재하던 팀의 원톱을 맡길만한 선수이며, 루니 이후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이자 프렌차이즈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다.

“다만.”

“하······ 또 뭡니까. 지긋지긋하구만 정말.”

자꾸 사족을 다는 마로타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걸 겨우 참는 우드워드.

“이적 합의에 도달한 게 맨유만 있는 것이 아니오.”

“······어떤 팀입니까.”

이를 갈아 대며 말하는 우드워드의 말에 마로타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를 빠져나간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지. 지금부터는 에이전트, 선수와 얘기하시오. 나도 더 이상 진의 계약에만 골머리 썩을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오.”

***

“하나 말씀드리지.”

맨시티와의 협상을 앞두고 멘데스는 페란 소리아노 사장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방금 인터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맨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지금부터 선수 개인 협상은 맨유와 시티 양 구단 조건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맨유와 맨시티로 좁혀진 상욱의 다음 행선지.

시티의 빅이어를 위해 맨유는 명가 재건을 위해, 양 팀 모두 상욱이 반드시 필요했다.

멘데스는 대놓고 서로 최대한 조건을 올리라는 치킨게임을 시작했고, 양 구단과 언론은 일제히 멘데스를 공격했다.

[도 넘은 갑질! 이적시장 최종 승자는 에이전트뿐!?]

[이적시장 파괴하는 슈퍼 에이전트, 이대로 괜찮나?]

[시어러 “멘데스 같은 에이전트가 축구 망쳐.”]

이적료나 주급이 도를 넘는 가격으로 제시하고, 중간에서 거대한 수수료를 챙겨 먹는 에이전트.

그것도 현 축구계 가장 큰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에 대한 비난은 대단히 가혹했으나, 멘데스는 이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최고의 선수는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에이전트는 선수의 이득만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 멘데스는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전상욱이라는 가장 비싼 패를 가지고 있는 그가 불리할 건 하나도 없었다.

“진, 양 구단 모두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루카쿠+1,300억가량 되는 오버페이를 제시한 맨유에 이어 맨시티는 이보다 한 수 더 뜨는 패닉바이를 시도했다.

잉글랜드 최고의 크랙인 라힘 스털링과 독일 출신의 전천후 미드필더 귄도안을 내주며 이적료로 800억까지 내놓았다.

또한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억 유로도 가능하다고 첨언했다.

짐작 가치 2,2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그야말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온 맨시티의 파격적인 행보에 마로타는 곧장 개인 협상을 허락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진, 양 팀 중 끌리는 팀이 있어요? 둘 다 별로만 말씀해주세요. 언제든 PSG나 첼시와 협상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뭐······ 둘 다 나쁘지 않아요.”

멘데스의 전용기 안에서 가볍게 마티나를 마시던 상욱이 조용히 대답한다.

다른 상황, 다른 위상이긴하지만 상욱은 둘 다 매력을 느꼈다.

맨유는 이적하는 순간 에이스이자, 주포 등 무너진 팀을 수렁에서 건져 내야 했으며, 0에서 10까지 모든 공격 작업을 스스로 해야 했다.

쉽지 않은 미션이겠으나 맨유는 지금껏 상욱에게 대단한 정성을 보였고, 새 시대의 중심으로 그를 선택했다.

비록 삐거덕거리긴 하지만 포그바, 데헤아 등의 분명한 월드클래스를 보유한 맨유와 함께 명가 재건에 나서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맨시티는 상욱을 ‘위대한 시대’를 위한 마지막 퍼즐로 생각했다.

원톱 공격수, 딱 하나 모자란 맨시티의 퍼즐의 완성이 되어 유럽을 호령하고, 전설이 될 기회를 갖는 것은 대단히 큰 축복이었다.

“데뷔 3년 차 선수에게 이 정도 계약을 하는 게 맞는지 정말 고민 많이했습니다.”

멘데스를 마주한 소리아노 단장이 자신 있게 계약서를 들들이민다. 현 맨체스터 시티 최고 주급자 더브라위너를 뛰어넘는 6억가량의 주급을 제시한 시티.

“인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클럽의 명운을 걸고 도박하기로 했습니다.”

득점왕이나 MVP 수상으로 받는 기타 옵션이 높은 액수는 아니지만 이들은 멘데스가 천명했던 ‘팀 내 최고주급’을 분명히 지켰다.

“허······ 이건 나쁘지 않군요.”

“제발 한 번만이라도 솔직해지시오, 조르제.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디 있습니까. 진은 이 계약으로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자가 되는 겁니다.”

맨시티는 그 멘데스조차도 인정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어떻게든 이대로 이 메가딜을 최대한 빨리 성사시키킬 바랬다.

“좋은 조건이긴한데, 초상권 비율을 5%만 더 조정하면 완벽할 것 같군요.”

“젠장, 또 시작이군. 이래서 당신과 계약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멘데스는 이 와중에도 상욱이 1유로라도 더 벌어 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고,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협상을 더욱 유리하게 끌어 갔다.

“좋습니다. 완벽한 조건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우리 고객의 체면을 세울 만하겠군요.”

“끝났으면 얼른 선수부터 데려오시오. 빨리 영입 끝내고 나도 늦은 휴가라도 가고 싶어 죽겠어.”

깊은 한숨과 함께 소리아노가 안도하자 곧 밝은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 멘데스.

“아, 물론이죠. 그전에! 맨유의 조건을 잠깐 듣고 오겠습니다.”

뒤에서 소리아노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욕설을 내뱉으나 멘데스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고 회의실을 나섰다.

***

맨유와 조르제 멘데스의 협상이 끝났을 때 우드워드 단장은 이 집요하고 미친 에이전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조르제, 내 인생에서 당신과의 계약은 결단코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수많은 단장들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매년 여름 이를 갈면서 절 찾아오더군요.”

맨유 역시 시티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제안했다. 연봉 5억 5천대로 좀 낮았으나, 뒤에 수당과 보너스 액수와 비율이 높아 잘 만하면 맨시티가 제시한 연봉, 훨씬 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최대한 빨리 선수 데려와서 계약서 싸인하고 메디컬 테스트 준비합시다.”

완전히 지친 우드워드의 말에 멘데스는 양해를 구한 뒤 한국에 있는 상욱에게 전화를 연결한다.

[진, 결정은 하셨습니까? 양 팀 단장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맨유는 당신을 못 사면 바로 다음 타깃으로 넘어간다고 하네요.]

[······1시간만 시간 좀 주세요.]

[알겠습니다. 3시에 다시 전화드리죠.]

마지막까지 고민 중인 상욱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히 배려한 멘데스는 통화 종료 직전 뭔가 생각났는지 문득 중얼거린다.

[우린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해도 성공하리라 확신합니다.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고객이니까요.]

멘데스의 멘트와 동시에 상욱이 웃으면서 전화를 끊는다. 이제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승, 성장 가능성, 돈, 조건······.”

모든 것을 따지며 상욱이 마지막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상욱의 핸드폰으로 생소한 보이스톡이 울린다.

[여보세요?]

[어, 어- 들리나요? 진, 맞습니까?]

거친 영국식 영어를 잘 구사하긴 하지만 현지인만큼은 아니며, 아시안이나 남미처럼 어색한 수준은 또 아니다.

[불쑥 연락해서 미안합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유나이티드의 감독입니다.]

[아- 네, 감독님. 전상욱이라고합니다.]

상욱이 맨시티와 맨유, 둘 중 한 팀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을 들은 솔샤르가 설득을 위해 상욱의 번호를 수소문해서 연락한 것이다.

[이미 우드워드가 말했겠지만 맨유는 지금 위기입니다.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긴 했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메이저 대회 우승이죠, 그러나 지금 전력으론······.]

[힘들다는 말이군요.]

[솔직히 그래요. 진, 당신이 오면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루카쿠의 룰을 그대로 소화하면서 몇 가지 역할을 더 부여할 생각이에요.]

[예를 들면?]

[상대를 압박하고, 중원을 지원하면서 라인 브레이킹까지 할 수 있는 컴플리트 포워드(CF)를 원합니다. 쉽게 말하면 진, 당신을 중심으로 팀이 개편된다는 말이죠.]

솔샤르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기본적으로 매너도 있었고, 자신보다 30살 가까이 차이나는 선수에게 꼬박꼬박 존칭과 함께 말을 높이며 상욱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상욱 역시 이에 호감을 느꼈고, 진지하게 맨유라는 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펩이 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맨유와 맨시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독에 있었다.

감독으로서 이미 정점까지 찍어 본 펩에 비해 솔샤르의 경력은 일천했고, 감독으로서의 역량 차이도 심했다.

이미 기량이 정점에 도달한 상욱이었으나 그는 좋은 감독 밑에서 포텐을 만개시키길 바랐다.

[맨유라는 팀에서 뛰는 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습니다. 진, 부디 옳은 선택하길 바랄게요.]

게다가 팀 레전드 출신인 솔샤르는 당연하겠으나 본인이 맡고 있는 팀에 대한 자부심이 눈살찌푸려질 정도로 강했고, 이는 맨유로 이적하는 순간 다소 피곤해지리라 생각했다.

[진! 아직 30분밖에 안 지났는데 결정은 했나요?]

멘데스의 말에 무어라 말을 내뱉던 상욱. 그리고 30분 후, 전세계 언론 메인엔 전상욱의 이적이 헤드라인으로 실렸다.

[맨시티, 전상욱 영입! 스왑딜에 이적료 6천만 유로!]

[전상욱, EPL 연봉 1위! 맨시티로 이적!]

[(오피셜) EPL 역대 최고 급여, 전상욱 맨시티 이적 확정!]

< Manchester is b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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