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전상욱 이적 사가 (1)
전상욱/1999.04.20.
*팀 기록
PSV 에인트호번(2017~2018)
- 에레디비시 우승(2017-18)
- KNVB 베커(2017-18)
인테르(2018~2020)
- 세리에A 우승(2018-19, 2019-20)
- 코파이탈리아(2018-19)
- UEFA 챔피언스 리그(2019-20)
- 수페르코파 이탈리아(2019-20)
대한민국 국가대표팀(2018~)
- 2018년 러시아 월드컵 8강
- 2019 AFC 아시안컵 우승
*개인 수상
에레디비시 득점왕(2017-18)
에레디비시 MVP(2017-18)
에레디비시 올해의 유망주(2017-18)
세리에A 최우수 선수(2018-19, 2019-20)
세리에A 득점왕(2018-19, 2019-20)
세리에A 올해의 유망주(2018-19)
인테르 역대 베스트 XI(2020)
UEFA 챔피언스 리그 MVP(2019-20)
UEFA 챔피언스 리그 골든부츠(2018-19, 2019-20)
FIFA 월드베스트(2018, 2019)
아시아 올해의 선수(2018, 2019)
골든보이(2018)
월드컵 골든볼(2018)
월드컵 골든부츠(2018)
아시안컵 MVP(2019)
아시안컵 득점왕(2019)
발롱도르 3위(2018), 발롱도르 2위(2019)
***
“프로 데뷔 3년 차의 성적이오. 당장 오늘 은퇴를 해도 세계축구계에 불멸로 남겠지.”
협상 중 전상욱의 약력을 올려놓은 마로타 단장.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스레 상욱의 3년 차 커리어를 훑어보니 어처구니없어 웃음마저 나온다.
이는 맨유 단장 우드워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 맨유에 이 정도 커리어를 쌓은 선수가 있을 리가 없으며, 프리미어리그 전체로 살펴봐도 없을 성적이었다.
클럽 성적이야 비슷하게 비빌 수 있다고 쳐도 20살에 ‘월드컵 골든볼’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게 당신네의최종 제안이란 말이오?”
맨유와의 이적 협상 중 상대의 제안을 확인한 마로타 단장이 기가 막힌 듯 혀를 찬다.
“루카쿠를 포함한 4천만 유로(*한화 540억)가 지금 이적시장 인플레와 진의 가치를 포함한 액수란 말이오?”
당치도 않는 액수에 짜증 가득한 모습을 보이는 마로타가 바로 판을 접으려고 하자, 우드워드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할지는 전혀 생각지 못한 듯했다.
“마로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계약기간이 고작 1년밖에 남지 않은 선수입니다. 당장 한 시즌만 지나면 저 괴물을 공짜로도 영입할 수 있어요.”
사실 맨유의 제안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며, 보통의 경우라면 구단에서 옳다구나 하고 승인할 제안이었다.
1년 후에 FA로 풀리는 선수를 500억이나 주고 사는 데다 현 EPL 최상위 스코어러 중 하나인 루카쿠를 스왑딜로 데려올 수 있는 것은 인테르로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루카쿠는 당장 7천만 유로(*한화 950억)에 달하는 월드클래스 선수고, 플레이 스타일도 진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당신네로서는 전혀 손해가 아닐 겁니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스프린트와 유려한 발기술, 라인 브레이킹을 통한 뛰어난 득점력.
물론 절대적인 수준은 다르지만, 루카쿠와 상욱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루카쿠의 상위호환, 최종 진화 형태가 전상욱이라는 말이 있었으며, 실제 루카쿠 역시 상욱의 경기를 보고 배운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 왔다.
“루카쿠? 지금 진과 루카쿠가 비슷하다고 말하는 거요?”
이름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비웃는 마로타 단장. 에드워드가 이번 시즌 유로파 리그 최우수 선수이며, 리그 득점 3위를 기록한 루카쿠의 장점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해도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이봐요, 에드.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를 안 본 모양인데, 세상에 진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는 없소. 진을 따라 하는 아류들만 있을 뿐이지.”
에드워드는 자신의 선수에게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마로타가 꼴도 보기 싫었으나, 그의 의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지금 세계 최고의 선수는 누가 뭐래도 전상욱이었으니까 말이다.
“5천 5백만 유로(*한화 750억)까지 올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여기에 루카쿠면 거상이라고 소문이 자자할 겁니다!”
“지금 가면 마지막 공연은 볼 수 있겠군.”
에드워드의 절박한 외침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마로타.
불과 2년 전 전상욱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에게 당했던 수모를 똑같이 행할 수 있는 그의 얼굴에 점차 미소가 떠올랐다.
“어제 PSG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카르디를 포함한 딜에 1억 유로(*한화 1,300억)를 부르더군.”
“그, 그래서······.”
“물론 거절했소. 진은 그 정도 대가를 받을 선수가 아니니까.”
정장 재킷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마로타 단장이 에드워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나간다.
“에드, 구단을 살 정도의 돈을 가져오시오. 왕을 사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지.”
***
180cm가 넘어 보이는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웃고 있으나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에 상욱은 콘테와는 또 다른 근엄함과 두려움을 보였다.
콘테가 마피아 조직의 보스라면, 펩은 런던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같은 느낌이라 첫인상은 썩 좋지만은 않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디서 배워 왔는지 상욱을 만나자마자 어색한 한국어 와 함께 공손히 합장과 함께 동양식 인사하는 펩.
“듣기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영어로 해도 되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그는 상욱을 선수와 감독 간의 만남이 아닌 무슨 귀빈 모시듯 그를 대우했고, 자신보다 30살은 많은 감독의 예의에 상욱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먼저 휴가지에 이렇게 불쑥 찾아와 결례를 범한 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감독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죠.”
조금 전 펩의 칭찬을 그대로 화답하자 그는 진심으로 기쁜지 낄낄거리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진, 당신과 하고 싶은 얘기가 산더미긴 한데······ 휴가니까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진,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계약과 관련된 일은 전부 에이전트에게 일임했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시죠.”
평소 펩을 존경한다고 해도 계약은 공적인 의미다. 그리고 펩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에이전트나 인테르 쪽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당신이 얼마를 원하든, 어떤 요구를 하든 시티는 모두 들어줄 테니까요.”
“인테르에게 이적 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겁니다. 마로타 단장께서 아주 매섭게 노리고 계시거든요. 제 에이전트 역시 마찬가지고요.”
상욱은 아직 이적할 팀을 결정하지 않았다.
PSG, 리버풀, 맨유, 맨시티 등 모두 동일 선상에서 고민하고 있었고, 펩과 같은 전설적인 감독이 온다고 해서 여기서 모든 걸 결정할 생각은 없었다.
“진, 난 가벼운 마음으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조건이 궁금한 거라면, 진. 우린 그 어떤 구단보다 많은 돈을 줄 수 있습니다. 리그 최고 연봉은 당연한 거고.”
오늘 처음으로 펩의 표정이 진지해졌고, 상욱은 그의 말이 만족스러운지 씩 웃어 보였다.
“돈, 집, 차, 대우, 팀 내 위상. 펩 과르디올라란 이름을 걸고 모두 최고로 맞춰 줄 수 있어요.”
“솔직하시군요. 덕분에 조금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감독님.”
“그럼 더욱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진, 지금 시티는 위기입니다. 나 역시 그렇고요.”
리그는 리버풀에게 뺏겼고, FA컵은 첼시에게, 챔피언스리그는 두 수는 아래로 평가받는 리옹에게 패배했다.
팬들은 등을 돌리기 직전이고, 구단 이사회에서는 펩의 재신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모두가 아게로를 대체할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아게로의 대체자가 아니라 시티의 영원한 숙원인 빅이어를 들게 해 줄 유일한 선수예요.”
오만하고, 편집증적이고, 이중인격 성향이 강하기로 유명한 펩의 진심 어린 모습에 적잖게 당황한 상욱.
저 정도의 감독이 선수 하나를 영입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놀람을 넘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시티 감독이 된 지 5년째예요. 클럽은 새롭게 변화해야 하고, 변화의 핵이자 중심이 될 선수가 바로 당신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칭찬하시는 게 이거 무슨 리오넬 메시라도 된 거 같네요.”
“레오요?”
이 대목에서 남은 커피를 모두 들이켜고 말하는 펩.
“레오는 내 감독 인생 최고의 선수입니다. 그와 비견될 선수는 아무도 없죠. 그런데 말입니다.”
“뭐 설마 제가 그보다 좀 더 나은 선수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좀 더라고? 아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하게 흥분한 듯한 펩의 모습에 상욱이 놀라 흠칫거렸다.
“훨씬 더 나은 선수가 되겠지. 그러니까 내 지도를 받는다면 진, 당신이 축구의 신으로 불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 이상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메시의 최전성기를 지도해 본 감독이 직접 그 이상 되는 선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보다 더한 칭찬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돈과 조건은 그 어떤 클럽보다 후하게 친다고 천명했다.
“그럼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죠? 뭐든 말만 하세요.”
자신이 진심이 통한 건지, 아님 조건에 혹한 건지 몰라도 상욱이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가지자 입이 귀에 걸린 펩.
“만약 맨시티에서 뛴다면 함께하고 싶은 선수가 있습니다. 스타일상 저랑 맞기도 하고, 감독님 전술에도 잘 녹아들 선수예요.”
“누군가요. 그 선수가?
궁금증 가득한 펩의 말에 씩 웃으면서 자신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를 소개하는 상욱.
“독일 출신의 미드필더가 한 명 있는데요······.”
***
“네이마르, 음바페보다 더 높은 주급을 원합니다.”
한편 조르제 멘데스는 PSG의 단장 루이스 캄포스와의 협상에서 쾌활히 웃으며 말한다.
웃고 있는 멘데스완 달리 캄포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당혹스러워 보였다.
“조르제, 그건 안 된다는 걸 당신도 잘 알잖습니까. 우리 한 번만 신사적으로 계약하면 안 되겠습니까?”
사실 멘데스의 요구사항이 다소 심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 최고 이적료를 압도적으로 갱신하고 데려온 네이마르와 무려 프랑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로컬보이 킬리안 음바페.
둘의 주급은 각각 9억과 6억 5천으로 메시를 제외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진에게 최고 연봉을 줘 버리면 네이마르와 음바페가 가만있겠습니까?”
아무리 파리가 돈이 많은 구단이라고 해도 주급 체계를 망치면서까지 20살짜리 소년에게 돈을 퍼 줄 멍청이는 아니었다.
“루이스, 잘 생각해 보세요. 난 우리 고객이 당신네 음바페, 네이마르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압도하고 있죠.”
마치 아이처럼 웃어 보이는 멘데스. 그는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고 즐겁다는 듯 실실거린다.
“진은 세계 최고의 선수입니다. 최고의 선수에게 최고의 대우를. 그게 안 되면 이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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