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구의 신이 된 저니맨-90화 (90/114)

90화

Adios, Inter (2)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후반 70분, 3:0 스코어를 넘어갔을 때 호날두는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 터지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 애썼다.

경기는 이미 끝났다.

절망적인 스코어에 절망적인 경기력, 그리고 절망적으로 강한 상대. 유벤투스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팀의 수비진과 중원, 공격에 있는 자신까지, 충분히 실력 발휘하고 있었으며, 몇몇 선수들은 좋은 폼을 보이기도 했다.

“원래였다면 비슷한 스코어가 되야 정상인데.”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22명 중 괴상한 선수가 하나 있다.

그는 유일하게 오늘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였고, 유벤투스의 모든 선수들은 저 괴상한 인물에게 쉴 새 없이 당하고 있었다.

“이 내가 무너진다고? 고작 20살짜리 꼬마에게?”

이미 지난 2년간 전상욱과 인테르에게 몇 번이고 두들겨 맞은 호날두이나, 그는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차이를 만드는 선수는 자신이 되어야 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 역시 자신의 것이 돼야 했다.

“페데리코, 모라타! 더 뛰어! 씨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란 말이야!!”

“그렇게 말해 봤자.”

“젠장, 대체 어쩌란 거야.”

양쪽 윙 포워드에게 죽어라 외치는 호날두.

그저 악만 지른다고 뭔가 수가 날 리 없었으나, 운 좋게도 같은 편 윙 포워드들의 활약으로 기회가 열렸다.

[페데르코 키에사가 간만에 인테르 중원을 벗겨 냅니다. 좋아요! 뒤에서 호날두 뛰어 올라가고요!]

[호날두가 공 잡고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오른쪽 윙 키에사가 극적으로 돌파해 낸 뒤 올린 빠른 크로스가 곧장 호날두의 발에 걸리고, 유벤투스는 후반 70분 만에 겨우 만회 골을 터트렸다.

[역전하기엔 무리긴 합니다만, 아직 모르죠! 축구공은 둥글고, 아직 시간은 20분이나 남았습니다!]

[네, 게다가 팀은 유벤투스에 에이스는 호날두입니다. 기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실 벤치나 전문가들은 이미 유벤투스의 패색을 확신했으나, 알리안츠 아레나의 유베 팬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은 어떻게든 호날두와 팀이 기적을 만들어 주리라 생각했고,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타로, 그 희망 무너뜨려 주자.”

“좋아, 진.”

유벤투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 상욱은 상대에게, 특히나 유베에겐 조금도 주도권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진이 라인 위로 올라가고, 라우타로가 쉐도우 스트라이커 자리에 섭니다. 유기적으로 스위칭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멀티포지션 활용이 가능한 두 공격수는 쉼 없이 서로 위치를 바꿔 가며 상대 수비를 공략했고, 컨디션 좋은 진에 이어 ‘황소’ 라우타로까지 막아야 하는 유베 수비진의 고난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라우타로가 힘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키엘리니-보누치 조합이면 라우타로 정도는 막을 수 있는데 못 들어오는 이유가 있죠!]

[진 때문입니다, 자기 집 앞마당에 괴물이 있는데 당장 그거 막기에 급급한 거예요!]

뒤로 빠져 있는 수비진을 앞에 두고, 침투해 들어가는 상욱에게 로빙 크로스를 연결하는 라우타로.

[라우타로가 길게 올려 줍니다! 아, 너무 길게 갔네요.]

강력한 힘과 연계에 비해 패스와 크로스 실력은 다소 투박했던 라우타로의 크로스가 골라인을 벗어나기 직전, 순식간에 달려간 상욱이 공을 건드리며 가까스로 살려 냈다.

[어?! 아직 공 살아 있습니다! 오프사이드도 아니에요! 진!!]

[수비 달려오는데요. 어떤 판단을! 아, 아아!! 들어갔습니다!]

뒤늦게 상욱이 공을 잡은 것을 확인한 수비가 놀라 달려오고 이를 파악한 인테르 공격진 역시 페널티 라인으로 질주했다.

골라인 바로 옆. 사실상 코너킥을 차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

모든 이들이 백패스나 돌파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아니 당연한 생각이었으나 상욱은 정상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는 축구 선수였다.

상욱이 슬쩍 들면서 찬 공은 키엘리니와 골키퍼 사이를 지나가,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골대 안으로 떨어졌다.

[언블리버블! 우아하다 못해 탄성이 나옵니다!]

[해트트릭! 스코어 4:1! 축구로 할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다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세리에 역대 최고의 선수! 진입니다!]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헛웃음만 보이고 있었다.

생전 구경조차 못 한 골을 연습 경기도 아닌 챔피언스 리그에서 쑤셔 넣은 제자의 모습에 당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건 축구가 아냐. 서커스나 묘기에 가깝지.”

당장 다음 시즌부터 전상욱을 상대 팀 선수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텅 빈 듯한 답답했다.

“주세페 메아차의 왕이 납셨다!”

“제발 떠나지 마, 진!!”

인테르팬들은 물론 방금 실점으로 패배가 확정된 유벤투스 팬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페 메아차의 왕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한심한 새끼들! 저 꼬마 하나 못 막아서!!”

“꼬마? 그러는 넌 잘했냐?”

“병신같이 한 골 주워 먹는 거 빼곤 아무것도 못 한 주제에!”

유벤투스 진영에선 호날두가 같은 팀 수비들과 날선 언쟁을 펼쳤고, 하다하다 이를 인테르 선수들이 말리게 되는 막장까지 치달았다.

후반 막바지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진 유벤투스는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경기 끝났습니다! 10년 만에 인테르가!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을 가져갑니다!]

[2년 연속 스쿠데토에 이어 마침내 빅이어까지! 여러분 2019-20 유럽 최고의 팀 인테르입니다!!]

흥분하다 못해 반쯤 정신 나간 인테르팬들이 펜스가 무너질 듯 격하게 환호했고, 콘테를 포함한 인테르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서 울거나 벅찬 감동을 맘껏 느끼며 기뻐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현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향했다. 팀원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덩실덩실 팬들에게 인사하는 상욱.

[2020년 발롱도르 수상자가 정해진 것 같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에 도움까지 기록한 선수는 역사상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네, 이미 전설이고요. 이른 말씀입니다만······ 저는 진이야말로 리오넬 메시의 아성을 앞지를,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기 종료 후.

챔피언스 리그 MVP, Best11, 골든부츠 등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하느라 바쁜 상욱이 믹스존으로 들어서자,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튀어나와 그에게 인터뷰를 요구했다

“진!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챔피언스 리그까지 우승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인테르에 남나요?”

“당신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는 챔스가 모두 끝나면 발표할 거라고 했습니다. 지금 파리와 바르셀로나, 맨유, 맨시티가 노린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적 제안을 받은 곳이 있나요?”

“인테르에서 역대 최고의 주급을 제시하며 재계약을 준비 중이라는데 정말인가요?”

기자들의 수 없이 많은 질문에 어느새 튀어나온 멘데스가 상욱의 앞에 서서 자신의 고객을 보호한다.

“자자, 진은 방금 경기를 마쳤습니다! 남은 인터뷰는 제게 물어보시면 되겠······.”

“조르제, 잠시만.”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시 기자들 앞에선 상욱, 그러더니 곧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을 이어 나간다.

“이제 인테르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찰칵! 찰칵!

상욱의 입에서 공식 이적 선언이 나오자마자 동시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그에게 마이크를 갖다 댄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내 꿈은 인테르 같은 빅클럽과 세리에와 같은 빅리그에서 뛰는 것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어리지 않나,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나왔으나, 이들이 상욱의 전생 다니엘 잭슨을 알 리 없었다.

“저는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에서 뛰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상욱의 목소리가 다소 가늘어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이 대목에서 정든 팀을 떠나는 것에 울컥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전혀, 사실 그는 코에 먼지가 들어가 기침을 했을 뿐이었다.

“팬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Adios, Inter!”

감동적인 인터뷰와 함께 상욱이 라커룸 안으로 사라지자 곧 멘데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기자들 앞에 나선다.

“이적설에 관련한 것들은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적’ 두 글자가 나오자마자 방금 상욱의 발언보다 더 많은 기자들과 관심이 급증한다.

사실 이번 시즌 끝나고 떠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으니, 현 세계 최고 선수의 다음 행선지에 대해 관심이 폭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고객께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지금부터 유럽 전 구단에 알립니다. 지금부터 세계 최고의 공격수에 대한 입찰을 시작합니다!”

***

팀을 떠난다는 상욱의 인터뷰와 동시에 이적을 무슨 TV쇼처럼 만들어 놓은 멘데스의 천명에 전 유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무슨 대해적 시대 시작도 아니고 대이적 시대냐? ㅋㅋㅋ 진짜 전상욱이 대단하긴 해~

└당연히 대단하지! 이미 월드컵으론 좆두 제꼈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ㅋㅋㅋ

└호날두를 제껴? 와ㅅㅂ; 이제 하다하다 5발롱 호날두가 ㅈ으로 보이는가 보구나······ 미친 상욱단 새끼들

└정보) 호날두는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0골 0도움을 기록 중이다. 응~ 넘은 거 맞아^^호동생 새끼들아~

└아 좆두 개씹련, 진짜 작년 상암에서 했던 짓 생각하면 진짜 속이 다 시원하다 ㅋㅋㅋ

2년 연속 스쿠데토와 2연속 득점왕, 2연속 올해의 선수. 게다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골든부츠, 챔스 MVP까지. 받을 수 있는 모~ 든 상을 받은 상욱.

그에 반해 스페인에서는 메시에게, 이탈리아에선 전상욱에게 일인자를 빼앗긴 호날두는 그 어느 때보다 열등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고, 이는 2019년 8월 상암에서 굴욕을 당한 한국 팬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통쾌함을 선사했다.

└근데 전상욱 어디로 이적함?

└로마노가 700억+루카루 넣어서 스왑딜로 맨유 간다던데?

└제발 맹구 새끼들아; 정신 좀 차려; 대체 전상욱이 그 ㅈ망팀을 왜 가겠냐고, 이미 리버풀이랑 개인 협상 중임.

└훔바견들 진짜 정신 나갔냐? 뭔 리버풀이야 첼시지!

└뭔 씹소리야. 이승민-전상욱 조합 완성한다고 아스날에서 정식 오퍼 넣은 거 모름?

전상욱의 다음 행선지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유럽의 모든 빅클럽들은 동양의 보석을 채 갈 생각에 잔뜩 현금 다발을 준비해 두었다.

인테르의 단장 마로타와 멘데스는 매일 같이 찾아오는 구단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느라 바빴다.

***

시즌이 끝나고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휴식을 취하던 상욱이 그의 에이전트 멘데스의 연락을 받는다.

“진, 밑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누구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요.”

< 3년 만의 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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